라틴아메리카 도시의 빈곤화 : 세계자본주의 체제변화를 중심으로
초록
본고의 목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라틴아메리카에 도입된 수입대체산업화(ISI)정책과 그에 수반된 근대적 의미의 도시가 형성되는 과정, 그리고 산업화 정책의 쇠퇴기와 맞물리며 진행된 도시 빈민화와 그 사회적 위기 양상을 세계 자본주의 체제 위기와 변화의 논리로 설명하는데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만성화된 빈곤과 심화되는 사회 불평등의 문제를 도시 빈민화의 과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라틴아메리카 사회위기에 대한 고찰과 그 원인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더 나아가 빈곤화된 라틴아메리카의 도시들이 당면한 시급한 사회문제를 일국적인 국가 정책의 실패나 제도의 비효율성으로 설명하는 기능주의적 한계를 극복하고, 도시가 빈곤화 되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라틴아메리카의 사회 위기를 자본주의 사회가 태생적으로 잉태할 수밖에 없는 모순적인 사회의 구조적 결과물로서 파악하고자 하였다.
Abstract
This study aims to analyze the urban crisis of Latin American countries focusing on social conflicts, which are becoming more serious and critical, caused mainly by the impoverishment of the urban population, and its social consequences can be observed plainly in every day life. The main purpose of this paper is to provide different approaches that will help understand the social reality -through the urban crisis - of Third World countries, as that of Latin America. For this review, the industrialization policies of Latin America will be analyzed in the course of transition of the global capitalist system, which will be considered as a structural mechanism that may have interacted with the domestic conditions presented in the process of urban formation.
Keywords:
Urban Crisis, Impoverishment, Social Conflicts, Industrialization, Global Capitalist System키워드:
도시위기, 빈곤화, 사회갈등, 산업화, 세계자본주의체제Ⅰ. 서 론
라틴아메리카의 정치 경제 위기는 지금까지 끊임없는 논쟁과 연구의 대상이자 다양한 형태의 갈등과 사회적 저항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었다. 특히 만성화된 사회위기는 1980년대 브라질을 필두로 하는 MST(Movimiento Sin Tierra)운동, 1994년 멕시코의 사빠티스타와 같은 풀뿌리대중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20세기 말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와 함께 동력을 잃은 사회주의 담론마저도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소 민중 봉기와 차베스 대통령의 집권으로 이어지며 “21세기 사회주의” 라는 이름으로 재등장하였다. 라틴아메리카의 정치지형을 흔들어 놓은 이와 같은 여러 사건들은 심화되는 <불평등>과 만성화된 <빈곤>의 사회적 모순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갈등이자 저항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현재 라틴아메리카의 사회 위기는 도시의 위기와 점철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대륙 전체 인구의 약 80% 가 도시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도시의 위기는 자칫 사회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도시에서 발생하는 강도나 살인은 익숙한 일상이 되었으며, 거리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구걸하는 사람들로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도심의 중심이나 외각에서 쉽게 발견되는 빈민가(혹은 슬럼지역)와 호화로운 마천루의 불편한 동거는 더 이상 진기한 풍경이 아니다. 실제로 라틴아메리카와 같은 제3세계 국가들에서는 이 같은 광경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 정치 배경을 가진 곳에서 비슷한 패턴의 도시화가 진행된 셈이다.
본 논문의 목적은 라틴아메리카의 산업화와 그에 수반된 근대적 의미의 도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도시의 빈민화와 사회적 위기의 양상을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와 변화의 논리로 설명하는데 있다. 즉, 라틴아메리카 도시의 만연된 빈곤과 날로 심화되는 사회 불평등의 문제를 단순히 국가정책의 실패로 이해하는 일면적 분석이 아닌, 세계 자본주의 체제 변화의 과정에서 형성된 구조적 모순의 결과로서 파악하고자 함이다.
이는 사회의 불평등과 빈곤 확산의 원인을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의 실패와 비효율의 문제로 접근하는 방식이나, 사건(case)들의 나열 혹은 정치 경제의 위기 ‘현상’을 ‘결과’로 해석하는 기능주의적 오류와 방법론의 한계 (Sayer 1992)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더 나아가 제3세계 저발전의 원인을 개발 국가와 저개발 국가 간의 ‘자본주의적‘ 종속관계를 통해 설명한 기존의 종속이론은 라틴아메리카에 도입된 산업정책의 실패의 원인을 ‘결과론’적으로 해명하는데 그쳤을 뿐이다. 이 같은 비판은 종속이론에 대한 연구를 통해 충분히 지적되었다(Smith 1981; Gordon 1982). 더욱이 종속이론은 제3세계 개발정책의 실패를 숙명론으로 환원시켰으며, 한국이나 대만 등과 같은 주변국에서 일어난 발전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라틴아메리카 사회 위기의 구조적 원인을 ‘외적요인’과 ‘내적요인’으로 나누어 분석할 것이다.
우선 외적요인으로 라틴아메리카의 수입대체산업화(ISI)정책은 1929년 이후 세계 자본주의 체제 변화 과정에서 체제의 위기 극복을 위해 도입된 것이며, 동시에 제3세계에 대한 자본주의화 전략에 따른 결과로서 파악할 것이다.
이와 함께 산업화 정책 시기에 형성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독특한 정치지형과 국내적 상황을 내적원인으로 분석하여 기존의 종속이론이 가지는 한계, 즉 주변과 중심국가간의 불평등한 교환관계로 저발전의 원인을 설명한 단면적인 방식의 접근을 보완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70-80년대 각각 산업화 정책의 쇠퇴기와 외채위기가 라틴아메리카 국가의 내적 조건들과 어떻게 맞물리며 도시의 빈민화가 진행되었는지 개괄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Ⅱ. 세계 자본주의 위기와 라틴아메리카의 산업화 정책
시기적으로 라틴아메리카의 수입대체산업정책(ISI)은 20세기 제 1차 세계공황의 여파가 미치는 1930년대부터 제2차 공황으로 다시금 혼란에 빠지는 1970년대까지 지속되었다. 이 정책은 원자재와 같은 1차 산품을 수출하고 공산품을 수입하던 기존의 경제구조를 벗어나 국내생산과 소비를 촉진하여 경제성장을 이루고자 한 전략이었다.
당시 1960년과 1973년 사이 공업 분야의 생산은 세계 평균성장률(5.7%)보다 높은 7.3% 이상을 기록하며 (Bethell et al. 1997, 115), 전통적으로 농업과 광물중심의 1차 산품 수출을 통해 유지되었던 라틴아메리카의 경제구조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이를 바탕으로 라틴아메리카 ISI정책의 도입 시기와 맞물린 세계 자본주의 체제 위기와 관련하여 성격을 분석하고, 산업화 정책과 함께 진행된 도시화의 양상에 대해 살펴 볼 것이다.
1. 전 지구적 자본주의 질서와 라틴아메리카 수입대체산업화 (ISI)정책 <1930-1970>
20세기 초반 세계 자본주의 질서는 1929년 세계 대공황으로 큰 타격을 받으며 체제 유지를 위한 위기 극복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기였다. 당시 라틴아메리카는 지금까지 1차 산품 수출에 의존하던 농업 수출경제구조를 바꾸기 위해 이른바 수입대체산업화(ISI) 정책을 도입하였다. 그리고 이 시기의 산업정책은 지난 400년 동안 유지되었던 라틴아메리카의 사회경제구조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1930년대 라틴아메리카 인구 대부분이 의존하던 생산 수단은 토지이거나 그와 관계된 것이었으나, 1980년대 이르러서는 소수의 인구만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다.1)
라틴아메리카의 수입대체산업화 정책은 원자재 중심의 1차 산품 수출에 의존하던 경제구조를 바꾸고 자국의 산업화를 통한 성장과 경제적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라틴아메리카의 국가들이 산업화를 통해 이루고자 한 경제 자립이 과연 세계 자본주의 질서 하에서 실현 가능한 것인가라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라틴아메리카 산업화 정책의 실패를 단순히 시장원칙에 벗어난 점을 강조한 주류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나, 초기 산업화 단계에서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 전략의 실패로 인한 이른바 ‘혼합경제’체제의 표류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논점의 공통된 요지는 결국 자유시장경제 원리를 위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접근은 현상을 원인으로 파악하는 분석이다. 엄격히 말하자면 라틴아메리카의 ISI 정책은 세계 자본주의 질서에서는 처음부터 성공이 보장되지 않았던 정책이었다. 게다가 라틴아메리카의 국가들이 주도적으로 선택한 전략적 정책이기 보다 냉전과 세계 경제 위기라는 자본주의 질서 변화가 가져온 부산물에 가까운 것이었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하의 라틴아메리카의 산업화는 선진 자본국가의 산업화 과정과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맥락에서 Mandel(1975)의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시장체계 내에서 저발전 국가들이 철저한 산업화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은 ‘고전적’ 제국주의 시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신식민주의 시기에도 전혀 없다. 개발과 산업화 수준 및 생산성의 지역 간 격차는 꾸준히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 반(半)식민지 나라에서 만성화된 사회적 위기상황이 지속되게 하는 메커니즘은 지속 될 것이다.”2)
초기 ISI 정책이 진행되던 당시의 국제 사회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사회주의 진영과의 대립으로 냉전체제가 형성되었다. 박승호(2004)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에서 자본주의 세계 내에서 경제. 정치. 군사적으로 절대적인 힘의 우위에 있었던 미국에 의해 라틴아메리카에는 ‘자본주의화 전략’이 진행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전략은 제3세계를 대상으로 한 개발원조 혹은 수입대체 혹은 수출촉진 성장 모델로 나타났다는 것인데, 당시 미국의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미국의 직/간접투자의 증가는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제조업 부분에 활동한 미국의 자회사 수는 1945년에 182개였던 것이 1960년에는 612, 5년 후에는 그 수가 888개로 늘어났으며, 1950년대 후반에는 직접투자가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김기현 2011, 82).
공업화 전략에 따른 자본주의화는 자본주의적 관계의 확산을 의미했을 뿐 아니라, 제국주의 자본의 초과 이윤은 물론 토착 자본가 계급의 초과이윤을 통한 축적도 가져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토착 자본가 계급의 초과이윤과 그에 의한 자본축적은 제국주의 나라들과의 교역에서 부등가 교환에 의해 수탈됨으로써 제한되었다고 분석함으로써 제3세계의 자본주의화, 즉 자본축적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제3세계의 자본축적 수준은 제국주의 자본의 해외직접투자에 의해 기본적으로 규정된다는 그의 주장은 미국과 라틴아메리카의 경제적 예속 관계를 볼 때 타당한 설명이다.
이처럼 라틴아메리카의 산업화 정책은 이미 세계자본주의 체제 아래 규정될 뿐 아니라, 이미 선진 산업 국가들의 산업화와도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우선 ISI 정책의 주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초기부터 외국 자본의 참여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외국 자본만이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필요한 기술과 산업시설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자로 도입된 신기술은 자국 내 (기술을 수출한 국가)에서는 생태환경 오염이나 파괴문제로 인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거나 사용이 제한된 기술이 대부분이었다(Galafassi 2002, 121). 그리고 초기 산업화 정책의 주요 자본 공급원인 1차 산품 수출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후 복구에 따르는 호황기로 인해 수요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국제적 여건과도 맞물려 있었다.
라틴아메리카와 같은 제3세계에 대한 ‘자본주의화’ 전략이 냉전체제 아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케인즈주의의 ‘장기호황’에 의해 뒷받침되는 동안 ISI정책은 전성기를 누리는 듯 했다. 하지만 초기 그럴 듯한 거시경제지표의 상승은 외국자본의 유입으로 인한 한때의 가시적 효과일 뿐 장기적으로는 이익금과 발생한 이자들을 환수해가며 종속 경제의 탈 자본화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김기현 2011, 81-82). 결국 자국 산업화를 부흥 시키고자 도입했던 외자는 오히려 경제의 종속화를 심화시켰고, 이와 함께 수입된 외국기술은 오히려 생태환경의 심각한 파괴를 부추기는 결과(Galafassi 2002, 121)를 가져왔다.3)
결과적으로 라틴아메리카 산업화 정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초기 호황기에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공고히 해나가면서 자본의 초과 이윤을 보장했고 후기에는 투기 자본의 안전한 투자처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박승호 2004, 351).4)
1970년대 세계를 다시 강타한 세계 공항은 1차 원료에 대한 국제수요의 감소를 가져오며 라틴아메리카의 ISI 정책에 큰 타격을 주면서 전면적인 수정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당시의 산업화 정책의 소진기와 맞물리며 형성된 독특한 정치지형은 이후 다양한 해석을 불러왔다. 우선, ISI 정책의 취약성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1960년대 이후 1964년 브라질을 시작으로, 1966년 아르헨티나, 1973년 칠레 등지에서 군부독재정권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O'Donnell 은 이 같은 권위주의 국가의 출현을 수입대체산업화의 소진을 극복하기 위해 시도한 인플레이션 정책과 무역수지 문제가 정치·사회적 소요를 야기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권위주의 정권이 당시 산업화 정책의 소진으로 야기된 사회적 동요를 잠재우는 정치 탄압의 가장 ‘효과적’인 도구였던 것은 현상적으로는 맞는 설명이지만, 내용적으로는 반(反)ISI정책을 펼쳐 개방적 친시장 경제정책을 도입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당시 군부정권은 자국의 산업화 정책을 통해서는 더 이상 국내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국제 자본들과의 제휴 및 동맹, 세계은행 및 미주간 개발은행 등과의 협상을 통해 위기를 해쳐나가려 했다 (최영수 2002, 54). ISI 정책과 같은 보호주의 성격이 강한 산업화 정책에서 친시장 경제로의 전환은 거센 사회적 저항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권위적인 독점 권력을 이용한 정치적 탄압이었기 때문이다. Hirschman(1981)은 라틴아메리카의 권위주의 정권은 ISI 정책을 보완 교정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군부독재정권의 출현이 반(反)ISI정책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군부정권의 등장은 결과적으로 친시장 경제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했던 국내의 정치적 조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1973년 칠레의 피노체트 군사정권은 시카고 보이즈들의 주도하에 가장 급진적인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5)
그렇다고 친시장 경제정책을 위해 반드시 군부의 등장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1960-1970년대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군부 독재로 이행하던 시기에 베네수엘라는 형식적으로나마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있었다. 1958년 페레스 독재정권이 무너진 후 양당체제를 공고히 하는 이른바 <계약 민주주의>6) 협정인 푼토피호(Punto Fijo) 체제를 통해 가능했다. 하지만 이 협정의 내용은 사법부 및 국가의 주요 공직을 대통령 선거의 승패와 관계없이 정당들이 나눠 갖는 것이었으므로 정치권력의 집중만을 가져왔을 뿐이다. 결국 여당을 견제하고 절대 권력의 반대급부로서의 야당의 역할은 무의미한 것이 되었고 정치권력을 ‘평화적’으로 배분하는 형식으로 변질되어 갔다.
베네수엘라의 정치지형은 민주주의를 형식적으로 표방하였을 뿐, 내용적으로는 고질적인 정경유착으로 인한 부정부패와 국고의 해외 반출로 인해 베네수엘라의 정치 민주주의는 국민들을 위한 경제 민주주의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게다가 정치 관료와 소수의 기업인, 자본가 그리고 CTV(노동자총연맹)로 대표되는 어용 노동조합의 이해관계와 맞물리며 ‘반민주적’인 경제정책을 도입할 수 있는 조건이 되기도 하였다. Crisp(1998)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이 같은 정치적 조건이 1960-1970년대 ISI 위기로 인해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군부독재로 이행할 때 대중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칠 수 있는 경제개발정책을 사용하면서도 정치의 민주화를 유지 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역으로,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는 세계 자본주의 질서가 요구하는 조건에 부합되었기 때문에 유지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라틴아메리카의 군부정권들의 등장은 ISI 정책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세계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본축적의 새로운 형태인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확립될 수 있는 조건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리고 군부독재정권의 반민주적인 경제정책은 이후 라틴아메리카의 사회위기를 심화시키는 내적원인으로 작용했다. 당시 세계 자본주의가 요구한 국내 질서는 군부독재이든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정권이든 초국적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자유’ 시장경제라면 충분했던 셈이다. 라틴아메리카의 군부정권수립이 미국의 비호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2. 라틴아메리카의 산업화와 도시화
19세기 초 영국을 필두로 미국과 독일로 이어지는 세계 자본주의의 확산은 라틴아메리카에 원자재 수출 호황기를 가져왔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수의 지주계급과 광산주의 이해관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새로운 지배계급으로 등장하는 크리오요들은 식민지 당시의 반봉건적인 사회·경제구조를 공고히 하며 기존의 착취 구조를 더욱 심화시켰다. 결과적으로 라틴아메리카의 일반 대중들의 삶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는 1820년대 이후 더욱 피폐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라틴아메리카의 경제구조는 제1차 세계대전과 1929년 세계대공황으로 호황과 불황을 겪기는 했지만 20세기 초까지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되었다. 소수의 대농장 중심의 토착 지주계급과 광산 소유주를 중심으로 형성된 과두 지배 세력에게 국가의 부(富)와 권력은 집중되어 있었으며, 라틴아메리카 사회는 여전히 반봉건적인 사회경제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대외적으로 라틴아메리카의 경제는 과잉 생산된 상품의 시장 혹은 1차 원료 공급자로서 역할이 제한되어 있었다. 이 같은 질서는 20세기 초 미국의 실질적(경제. 정치. 군사) ‘속국’이 되어가면서 더욱 굳어지기 시작했다. 1930년대 당시 미국은 쿠바의 설탕경제에 대한 경영권을 75% 소유하고 있었고, 과테말라의 절반이 넘는 토지가 미국의 유나이티드 푸루트 기업의 소유였다.7)
라틴아메리카는 1930년대 이후 전개된 수입대체산업화 정책으로 기존의 농업수출 경제중심의 산업구조를 바꾸면서 도시화가 진행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편 이 시기의 산업화는 다른 선진 산업국가의 도시와는 다른 라틴아메리카 도시에서 관찰되는 ‘독특한’ 특징들을 형성하며 도시화가 진행되었다(Portes & Roberts 2005, 44). 특히 1950년대 이후 대부분의 라틴아메리카 도시에서 나타난 폭발적인 인구증가는 농촌 사회에서 도시 사회로의 과도기적인 이행(transition)이라는 종합적인 사회과제가 아니라 당장 해결해야 하는 시급한 문제였다(Kasarda & Crenshaw 1991, 469).
본고에서는 도시화를 근대적 의미에서의 도시화, 즉 산업화를 기반으로 하여 일어나는 과정으로 이해할 것이다 (구정모 1979). 따라서 스페인 식민지 당시 ‘중상주의’에 기반을 두었던 상업교역 중심지로서의 도시화의 유형과는 전혀 다르게 발전하였다. 노동과 자본의 집중을 필요로 했던 산업화 정책은 각 나라들의 식민지 경험과 사회문화적 배경에 의한 정도의 차이는 있었으나 농촌경제의 붕괴를 가져오며 도시로의 인구 유입을 부추겼다. 그리고 당시의 높은 자연 인구증가와 더불어 진행된 도시의 인구 집중 현상은 도시화를 급속하게 진행시켰다.
하지만 라틴아메리카와 같은 제3세계에서는 산업화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근대적 의미의 도시발전을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우선 세계 자본주의 체제하의 산업발전은 그 한계가 분명했고, 자본주의의 내적 논리이든 의도적인 ‘외적강요’에 의해서든 선진 자본국가들이 이룩한 산업화를 이루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구조였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진행된 산업화 과정은 일반적으로 중산층의 확대, 산업 노동자 계급의 정착과 함께 전체 국민의 삶의 복지와 질이 향상되는 방식으로 사회구조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의 경우 는 사회 계층이 형성되는 가장 이질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세계경제질서에서 원료 공급자로서의 역할(농촌경제로부터 지원)과 함께 수반된 외국기술과 자본에 대한 종속성은 불균등한 근대화 발전의 원인이 되었다.”(Roberto 1997)8)
라틴아메리카의 산업화는 이미 약 1세기 전 선진 산업 국가들에 의해 확산된 자본주의적 국제 질서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도입된 정책이다. 따라서 태생적으로 세계경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구조였을 뿐 아니라 산업화 초기부터 해외자본에 대한 높은 의존성으로 인해 이 같은 상황은 더욱 심각하였다. 게다가 선진 산업국가들의 경우 농촌에 기반을 둔 산업 육성이 산업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한 반면,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소수의 대도시로 산업시설이 몰리면서 도시의 집중적인 인구증가를 유발했다.
마지막으로 초기의 산업국가들은 지금과 같은 치열한 국제 경쟁에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본축적이 훨씬 수월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Kasarda 1991, 468).
이렇듯 초기 선진 산업 국가들은 식민지를 통한 상품 시장 확대와 원료를 공급받으며, 가혹한 국제경쟁의 도전을 받지 않은 채 “시초축적”의 과정을 거치며 성장할 수 있었다. 선진국의 ‘성공적’인 산업화는 자본축적을 가져왔고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령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선진 산업국가들의 도시화와 라틴아메리카와 같은 제3세계에서 진행된 도시화의 질적 차이는 산업발전을 통한 자본축적이 가능했는가의 차이이다. 결국 경제자립을 목적으로 추진된 라틴아메리카의 산업화 정책은 아이러니하게도 세계경제와의 종속관계를 더욱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Baer 1984, 127).
“산업혁명이 서구에서 시작된 이유는 식민지 정복과 식민지 교역에 의해 세계의 나머지 지역을 조직적으로 수탈한 결과로써 과거 300년에 걸친 국제 화폐자본과 금이 서구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서구의 유력한 공업지역들(곧 이어서 북미 포함)이라는 지구상의 몇몇 지역에 자본의 범세계적인 집중이 이루어졌다.ㆍㆍㆍ[그러나] 원자재의 자본주의 생산조직을 위하여 저발전 국가들에 자본이 대량으로 수출됨으로써 중심 국가들과 경제적 후진국가들 사이에 벌어진 자본축적과 생산력 수준에서의 양적 차이는 갑자기 질적 차이로 전환되었다. 후진 국가들은 이제 후진적일 뿐만 아니라 종속적인 관계에 처하게 되었다. 외국자본의 자본축적에 대한 지배는 후진 국가들의 자본 시초축적과정을 억눌렀고, 산업의 격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Mandel 1975)9)
더욱이 라틴아메리카의 전통적인 농촌 경제의 희생은 성공적인 산업화를 이룰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 되지 못한 채 농촌의 붕괴만을 가져왔다. 산업화로 인한 도시의 흡인적(pull) 요인 보다는 농촌의 압출적(push) 요인에 의해 도시로의 인구 집중이 이루어지는 현상이나(구정모 1979, 39), 산업의 발전 정도 혹은 제조업의 일자리 기회에 의해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제3세계 도시화 과정의 특징은 라틴아메리카의 경험을 볼 때 타당한 설명이다.10) 그리고 라틴아메리카의 도시는 인구증가와 산업화의 가시적인 효과가 소진되는 1970년대 이후 도시 수용능력을 더 이상 키우지 못 한 채 1980년대의 외채위기를 기점으로 도시의 위기는 정점에 달하게 된다.
Ⅲ. 라틴아메리카 도시위기에 대한 고찰
본장에서는 라틴아메리카의 도시의 위기를 인구의 과밀도, 환경오염, 주거 및 교통 문제와 같은 도시계획의 부재나 공공정책의 비효율성 등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세계 자본주의 체제하에 진행된 산업화 정책의 사회적 결과이자 자본주의 체제 위기가 만들어낸 전 지구적 현상의 일부분으로 파악하여 분석할 것이다.
1. 라틴아메리카의 도시
라틴아메리카 도시의 인구는 산업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195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선진국의 도시 인구성장률은 연평균 1.5%-2.4% 이었던 반면 라틴아메리카의 경우는, 온두라스 5.6%, 도미니카 공화국 5.5%, 베네수엘라 5.2% 등으로 제3세계 평균인 3.9%-4.7% 보다 높은 성장이었다.11)
라틴아메리카의 전체 도시인구는 각 나라별로 차이는 있으나 평균적으로 1950년대부터 꾸준하게 늘어나면서 1970년대에는 전체 인구의 56%가 도시에 거주하였고, 1980년대 중반에는 약 67%로 증가하여 현재는 약 80%이상이 도시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평균적으로도 라틴아메리카의 도시화는 가장 빠르게 진행된 사례로 꼽히고 있다.12) 그런데 문제는 1980년대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도시인구와는 대조적으로 산업 노동자들의 수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으며 급기야는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Galafassi 2002, 121).
1980년대 이후 라틴아메리카 도시는 이미 과포화 상태였으며, 이제는 산업만이 아니라 상업과 금융의 중심지가 되어 메트로폴리탄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거대하고 호화로운 도심과 주변의 외각에는 빈민가의 또 다른 표현인 슬럼지역이 형성되어 도시의 화려함과 공존하는 희귀한 현상이 벌어졌다.
도시는 이미 농촌경제의 붕괴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몰려드는 이주민들로 과포화가 상태였다. ISI 정책으로 기대했던 일자리는 도시의 급증하는 인구에 비해 턱 없이 부족했으며, 소득 불평등의 문제는 심화되었고 산업 중심지역과 타지역간의 불균등한 발전으로 소수의 대도시가 만들어졌다.13) 초기 농업 수출경제에서 산업화로 이행되는 과도적인 시기에 수반되는 도시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보기에는 라틴아메리카의 도시들은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있었다. 도시에서는 빈곤이 재생산되었고, 불평등은 심화되었으며 갈등과 위기는 반복되었다. 라틴아메리카의 산업화 정책은 ‘비대한’ 거대 도시들을 만들어내는데 그쳤을 뿐 도시의 문제들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도시 인구의 대부분은 극도로 가난했고, 중산층은 취약했으며 소수의 과두 세력에게 집중된 부(部)의 구조는 ISI 정책 이후 더욱 심화되었다. 산업화정책으로 기대했던 일자리 창출은 저조했고, 선 성장 후분배라는 경제성장 논리는 전통적으로 빈부의 격차가 컸던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무의미한 슬로건이 되었으며 소득 불균형은 더욱 악화되었다. 게다가, 소수의 대도시에 편중된 산업화로 인해 지역 간 발전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심지어 다국적 기업들은 국제이전가격(transfer pricing)정책을 이용해 자신들의 투자 이익금에 대한 세제 부담을 최대로 낮추면서 자본을 유출해 갔다(Baer 1984, 131). 그리고 이 같은 현상은 1980년대의 외채위기를 정점으로 도입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더욱 노골적으로 구체화 되었다.
2. ISI 정책의 소진과 신자유주의의 ‘도시’
1960년대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 라틴아메리카의 산업화 정책은 70년대 이후 세계를 강타한 경제공황으로 위기를 맞았다. 그리고 1970년대 오일 쇼크의 영향으로 상승한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며, 서구 경제의 침체로 인해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오일 달러는 라틴아메리카로 대량 유입되었다. 마침 산업화의 위기를 외자도입을 통해 극복하고자 했던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 시기(1970-1980) 라틴아메리카의 외채는 약 10배에 가깝게 증가했다. 그러나 산업화의 회생을 기대했던 자금은 80년대 외채위기를 가져오는데 그쳤을 뿐이다.
일반적으로 80년대 라틴아메리카의 외채위기의 원인으로 산업화 정책의 비효율성이나 한계를 지적하고, ‘정책’ 수준에서의 문제점을 찾거나 해법을 찾으려 했다 (Baer 1984; Roxborough 1992; Kang 2007). 그 결과는 1980년대 이후 도입된 ‘노골적'인 신자유주의식 구조조정 프로그램으로 나타났다. 보호주의는 시장개방으로 바뀌었고 정부 규제는 완화되었으며,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 되었고, 민영화는 급물살을 타며 진행되었다. 마치 반(反) ISI 정책만이 라틴아메리카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처방이었다.
Chossudovsky(1997)는 1970년대의 세계 자본주의 체제 아래 진행된 라틴아메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의 처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제3세계는 1970년대 이래 제국주의 자본의 유연화, 세계화 공세와 금융적 축적 전략에 따라 ‘지구적 자본주의’로 통합되기 시작하여 1980년대 외채위기를 결정적 계기로 해서 ‘지구적 자본주의’에 전면적으로 통합되었다. 이후 3세계에는 외채위기를 빌미로 해서 초국적 자본 세력에 의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공세가 반복·심화되었고, 그것의 결과는 ‘경제적 재식민지화’였다”.14)
무엇보다 신자유주의 주요 논리는 투자자(자본가)들의 금융 투자를 통해서만이 경제를 회복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자본이 안전하고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신뢰를 주어야 한다(Hirshberg et.al. 2008, 67)는 것이었다. 그러나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라 불리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시작부터가 외채위기가 가져올 국제 금융권의 붕괴를 막고, “브래디 플랜”이라는 채무구제 방안을 미끼로 시장 개방과 개혁을 강요하여 외채 지불 불능 상황을 회피하려는 의도였다(이성형 2002, 124)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실제로 외채 탕감이라는 명목은 이자의 1/3을 탕감해주는 선에서 초국적 은행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미국정부, IMF, 세계은행 등에 의해 채권을 보호 받는 형식이었기 때문이다.15)
결국 라틴아메리카에 일괄적으로 적용된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외국 투자자들의 손실을 최대한 막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실제로 민생의 복지나 공공서비스 부분에 대한 대폭적인 재정삭감과 긴축재정을 통해 외국 자본은 ‘완벽하게’ 보호 받을 수 있었다. 결국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핵심은 공공부문의 사유화, 긴축재정 및 탈규제 등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의 재확립에 있었다.
라틴아메리카의 외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이유는 상환하지 못하는 원금에 대한 이자에 이자가 붙으며 증가하는 이른바 생산 활동과 무관한 자본증식 때문이었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총 수출액 중 부담해야 했던 이자율은 평균 30%에 육박했고 아르헨티나의 경우는 약 51%를 차지하는 액수였다.
신자유주의 경제프로그램은 라틴아메리카의 외채위기를 매개로 하여 초국적 자본의 경제 지배를 확장하고 금융투기를 통해 제 3세계의 경제를 약탈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박승호 2004, 494). 이 같은 주장은 1980년대 금융위기의 특징이 30년대의 위기와 다른 이유를 설명하는 김기현 (2011, 90-100)의 주장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에 따르면, 80년대의 외채위기는 첫째 교역축소가 아닌 이자율상승과 같은 금융적 요인이었다는 것, 둘째, 식민지배의 경험(스페인으로부터)이 있던 라틴아메리카와 같은 나라에서 일어났다는 점, 셋째는 외자의 출처가 과거와는 다른 국제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는 점등으로 구별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1970년대 이후 생산력과 무관하게 전개된 새로운 자본증식의 형태는 경제적 재식민지 관계를 정립하며 라틴아메리카의 고질적인 가난과 사회의 불평등의 문제는 더욱 심화되었다.
1980년대 외채위기와 90년대 신자유주의 구조 조정으로 인한 도시 극빈층과 불평등 지니계수는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2003년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 지니계수는 아시아보다 10포인트 높고 OECD 국가보다 17.5 동유럽보다 20.4 포인트 높게 나타났다(Davis 2007, 202-203). 라틴아메리카에서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사는 인구는 35%가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40만 명의 갑부들이 이 대륙에서 살고 있으며, 극빈층은 급속 도로 증가하고 있다.16) 1990년대 초 남아메리카 부유층 10%가 전체 수입의 40%를 차지하는 반면 하층민의 20%에게는 4% 미만의 수입만이 돌아갔다(최영수 2002, 56). 이 같은 현실은 비슷한 시기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겪은 나이지리아 출신 작가 피델리스 발로군의 소설에서도 적나라하게 묘사되었다: “극소수의 부자들은 점점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늘어났다. 부자들이 내버린 쓰레기가 극빈층의 밥상이 되었다".17)
결과적으로 세계은행과 IMF를 필두로 진행된 제 3세계의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은 라틴아메리카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절대빈곤을 증가시켰다. 신자유주의가 기대했던 경제효과는 자유주의자들의 이데올로기적인 주장이었을 뿐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라 불리는 신자유주의식 구조조정 프로그램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은 라틴아메리카와 같은 제3세계에서 유독 심하게 나타났다. Davis(2007, 196)는 이 같은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결국 1980년대는 IMF와 세계은행이 채무를 빌미로 대부분의 제3세계 경제를 재조정한 시기로 슬럼은 가난한 농촌 이주민 뿐 아니라 ‘구조조정’의 폭력으로 집을 잃고 빈곤에 직면한 수 백만의 도시 주민들에게도 불가피한 미래가 되었다.”
3. 라틴아메리카 도시의 ‘빈곤화’
현재 라틴아메리카의 도시에서는 ‘성공하지 못한’ 산업화의 사회적 결과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서구 자본주의 발전의 경험으로 비추어보면 도시화는 산업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의 경우는 이 같은 고전적 유형과는 다르게 전개되었다. 2000년 도시인구를 기준으로 전 세계 10 위권에 제 3세계권의 도시가 절반이었으며, 그 중 멕시코시티와 상파울로가 각각 2위와 5위를 차지하고 있다.18) 20세기 중반 수입대체산업화 정책으로 경제 성장을 기대했던 라틴아메리카의 도시들은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지역 등지에서 나타나는 성장없는 도시화에 직면했다(Davis 2007, 28).
지역 간 불균형 성장이 확연했던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소수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거대도시화(super-urbanization)가 진행되었으며 계속 증가하는 인구를 감당하지 못하는 도시들은 주거시설, 하수도 및 위생시설 등과 같은 공공인프라의 부재 등으로 만성적인 문제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1952년 멕시코시티에는 무허가 판자촌 형태의 주거시설이 전체의 23.48%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1970년대에는 멕시코 전체 인구의 35%-40%가 이 같은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었다. 이 수치는 시티 면적의 약 41.5%에 해당되는 것이었다.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 상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1970년 카라카스의 무허가 판잣집(란초스 ranchos)에서 사는 인구는 약 35%에 해당했으며, 연 성장률은 15%에 육박했다(Ward 1976, 330).
이 같은 임시거주의 무허가 판자촌이나 비공식 주거 형태는 라틴아메리카의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도시빈곤’이나 ‘범죄’를 상징하는 슬럼지역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나라별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보통 명사화가 되었다. 예를 들어, 베네수엘라에서는 바리오(Barrio), 브라질에서는 파벨라(Favela), 멕시코는 콜로니아 프롤레타리아(Colonias Proletarias), 페루에서는 바리아다스(Barriadas) 그리고 칠레에서는 카얌파스(Callampas) 등으로 부른다. 그리고 1880년대에 세워진 브라질의 리오자네이로에 위치한 파벨라 모후 지 프로비덴시아(Morro de Providencia)를 제외하고는 1950년대 이후에 생겨난 것들이 대부분이다(Davis 2007, 43).
최근 조사에 의하면 총인구가 1,500만이 채 되지 않는 과테말라의 경우, 약 170만 이상의 가구가 여전히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19) 베네수엘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7년 실시된 인구조사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인구는 약 2,700 만으로20) 그중 1/6 이상인 약 500만 명이 수도 카라카스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카라카스 인구의 75%이상은 자체적으로 형성(autoproducidos)된 바리오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21) 브라질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의 바리오인 페타레(Petare)도 카라카스에 위치하고 있다.
이 같은 주거형식은 초기 라틴아메리카 도심 혹은 주변의 외각이나 산등성이에 임시적으로 불법적인 판잣집을 만들어 정착하면서 형성되기도 하고, 베네수엘라나 브라질의 경우처럼 정부의 도시개발정책에 의해 도심의 거주 블럭형태로 건설된 경우도 있다.22) 하지만, 상당부분 정부의 도시정책에 의한 것이 아니라, 도시의 인구가 늘면서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다른 선택권이 없는 도시 이주민들에 의해 초기 정착 단계에서 형성된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소수 대도시로 인구가 유입되는 동력이었던 라틴아메리카의 산업화는 1970년대 세계경제의 위기로 인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게 되면서 도시의 위기로 직결되었다. 도심이나 중심외각에 자리 잡은 도시의 불법거주형태는 초기 정착 단계에서 기회와 일자리를 찾아 이주해온 사람들에게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면, Davis(2007)의 표현대로 이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도시 빈곤의 빅뱅으로 이어졌다. 절대다수의 빈민들의 거주지는 이제 도시가 되어버린 것이다.
라틴아메리카 도시의 빈민화가 급속하게 악화되는 시기는 1980년대 이후이다. 당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타격을 주었으며, 그로 인한 사회적 위기를 가져왔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증명된 사실이다.23) 베네수엘라의 경우 1981-1989년 도시 가구의 빈곤은 27%에서 57%로, 절대 빈곤층은 6%에서 23%로 증가하는 등 당시 라틴아메리카의 도시 빈곤은 50%이상 증가했다. 과테말라 인구의 52%이상이 여전히 빈곤층에 속하며,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계층이 15%이상을 차지하고 있다.24)
반면 도시의 빈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동안 라틴아메리카의 불평등 지표는 1980년대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경우 1984년 상위 10%의 수입은 하위 10%의 10배에서 1989년에는 23배로 증가했다(Davis 2007, 202). 빈부의 격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불평등은 절대적인 도시빈곤의 증가와 함께 라틴아메리카의 주요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라틴아메리카 사회의 만연된 범죄와 불안한 치안은 도시 빈곤과 계층 간의 심화된 불평등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유엔개발계획(UNDP)의 라틴아메리카 지역 보고서 (2013-2014)에 의하면 범죄나 폭력에 노출되는 비율이 농촌지역보다 도시에서 2-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륙 전체 인구의 약 80%이상이 도시에서 살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도시 빈곤의 확산은 라틴아메리카 사회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위기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게다가 심화되는 사회적 불평등은 절대적 빈곤 뿐만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계층 간의 갈등이 깊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라틴아메리카의 도시는 빈곤의 확산과 사회적 불평등, 그리고 가장 취약한 계층을 대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도시의 ‘거리범죄’와 폭력 등으로 얼룩진 곳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라틴아메리카의 도시들은 화려하다. 길거리에는 외제차들이 넘쳐나고 고급 호텔과 식당들로 넘쳐나고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마천루의 도시들이다.
도시의 상류층은 도시의 불안한 치안과 각종 범죄에 크게 노출되어 있지않다. 왜냐하면 라틴아메리카의 인구 100,000당 배당되는 경찰관 수보다 많게는 7배나 많은 사설 개인 경호원들을 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약조직과 같은 조직범죄가 빈번한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그리고 멕시코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에서는 “거리범죄”, 즉 일상적인 강도나 도둑질, 혹은 금품갈취와 같은 범죄들이 치안 불안을 조장하고 심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은 취약한 계층인 불특정 다수에게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 같은 일상적인 범죄는 사회적 주변성(marginality)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5) 그러나 다수에 의한 소수의 배제나 소외현상을 가리키는 주변성(marginality)은 라틴아메리카의 도시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수의 상류층과 유한계급이 자신들의 사회적 경계선(Boundary)을 플라자, 쇼핑몰, 식당 등과 같은 공적공간을 ‘접근불가’한 사적영역으로 제한하고 다수의 도시민에 대한 배제(exclusion)와 소외(alienation)를 구조화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어쩌면 라틴아메리카 도시 빈곤화의 사회적 위기는 절대적 빈곤의 확산이라는 문제보다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이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에 있다.
이 같은 현실은 최근 미국이나 유럽을 앞지르고 있다는 경제성장률이나 고무적인 거시경제지표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한편, 빈곤이 확대되고 심화되는 빈부격차로 사회적 박탈감이 가중되어 가는 ‘잔인한’ 도시는 사설 경호원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대다수의 도시민들이 감당해야 할 삶의 공간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Ⅳ. 결 론
본 논문은 라틴아메리카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도시의 빈곤화와 심화되는 불평등의 구조적 원인을 세계 자본주의 체제 위기의 변화 과정과 국내의 형성된 독특한 정치지형과 조건들과 연동하여 파악하고자 하였다. 현재 라틴아메리카 도시위기에 대한 연구와 관심은 주로 도시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서의 노동시장, 구직기회, 혹은 도시의 생활환경을 조사(Tadjoeddin & Murshed 2007; Kitchen & Williams 2010)하거나, 개발도상국의 교육, 실업, 불평등, 빈곤 등의 문제가 어떻게 도시의 범죄와 사회폭력에 영향을 미치는(Poveda 2011)가를 분석하는, ‘현상’ 위주의 연구이다. 그리고 현재 라틴아메리카의 주요 사회문제인 빈곤과 불평등의 심화를 신자유주의 도입의 사회적 결과로서(Kim 1999; Cohen 2013) 정책의 실패 및 제도의 비효율성의 문제로 파악하는 것은 현상적인 현실을 분석하는 방법이 될 수는 있으나, 지금의 라틴아메리카 현실을 구조적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우선, 라틴아메리카의 정치 경제 위기를 불러오는 구조적 원인 파악이 선행되어야 위기의 내용과 형태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가능해지며, 라틴아메리카 사회위기의 본질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본 논문의 주요 논지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라틴아메리카의 도시 위기를 근대 산업화 정책의 실패와 같은 정책적 수준에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선진 산업국가들의 발전경험은 식민지를 통한 충분한 원료 공급과 세계시장의 확보라는 조건을 바탕으로 선점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따라서 그 자체가 보편적인 발전 모델이 될 수 없다.
둘째, 라틴아메리카와 같은 제3세계에서 일어나는 도시의 위기는 지금의 자본주의 질서가 크게 변화하지 않는 한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리고 점점 확산되는 도시의 빈곤화와 사회 양극화는 계층 간의 갈등과 대립으로 이어지면서, 결국에는 계급투쟁의 한 형태인 사회저항운동을 이끌어 내는 역사적 조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본고에서는 라틴아메리카의 산업화 정책을 세계 자본주의 체제로 편입되는 과정의 일부로 파악하였다. 이는 상기 정책의 실패를 중심부와 주변부 국가 간의 불평등 교환의 메커니즘을 통해 설명한 종속이론의 결과론적 해석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형식적으로는 수입대체산업화 정책이 라틴아메리카의 국가들의 주도적인 선택인 것처럼 보이나, 실제적으로는 세계 경제 위기와 냉전이라는 당시 세계 자본주의 질서 변화의 부산물에 가까운 것이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은 사회주의 진영과의 대립으로 형성된 냉전체제하에서 라틴아메리카를 비롯하여 제3세계 국가들에게 개발 원조를 하거나, 산업화의 성장모델을 적극 권장하는 방식으로 주변국의 자본주의화를 꾀하였다.
이처럼 세계경제 위기와 냉전체제 하의 라틴아메리카의 산업화 정책은 세계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하고 체제 방어를 하는데 일조하였을 뿐 아니라, 1970년대 세계경제위기 이후 투기적 금융자본의 안전한 투자처로서 자본의 초과 이윤을 보장했다. 결국 경제 자립을 목적으로 추진된 산업정책은 거꾸로 라틴아메리카를 세계경제에 더욱 편입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고, 1980년대 외채위기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초국적 자본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되었다.
한편 산업정책이 소진되기 시작하는 1960년대 이후의 라틴아메리카는 억압과 통제의 군부정치를 통해 ISI 정책의 와해로 인한 사회적 동요를 해결하면서, 친시장 경제정책을 도입하기 위해 필요한 국내의 정치적 환경을 조성해 나갔다. 권위주의적 군부정권이야말로 친시장 경제로 ‘급격히’ 선회하는 경제정책에 대한 대중들의 반발과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정치수단이었다. 이 시기 군부정권을 경험하지 않은 베네수엘라의 경우에도 푼토피호 체제로 형성된 과두 민주주의 덕분에 ‘반민주적’인 경제 정책을 도입하는데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았다. 라틴아메리카의 친시장 정책은 최소한의 정치적 자유도 보장되지 않는 군사독재정권이나 정경유착의 고리가 깊은 부패한 정치권에 의해 도입되는 방식으로 초국적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전개된 셈이다. 라틴아메리카의 군부정권수립이 미국의 비호나 지원 없이는 불가능 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1970년대의 라틴아메리카는 이미 농촌의 붕괴로 살길을 찾아 도시로 몰려드는 이주민들로 도시의 인구가 급증한 상태였다. 당시 형성된 도시는 1930년대 추진된 수입대체산업화(ISI)정책의 사회적 부산물로서 식민지 당시의 중상주의나 교역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식민도시와는 다르게 진행되었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함축하는 의미도 다르다. ISI정책으로 기대했던 일자리 창출은 저조했고, 선 성장 후분배 경제성장 논리는 전통적으로 빈부의 격차가 컸던 라틴아메리카 사회에서는 공염불에 불가했다.
그리고 1950년대 초기 도시 정착민들에 의해 도심이나 주변의 외각 지역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무허가 판자촌은 이후 산업화 정책이 와해되고 더 이상의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도시의 슬럼지역으로 변해갔다. 라틴아메리카의 도심은 외제차, 고급호텔, 식당들이 넘쳐나고 화려한 초고층 빌딩이 세워지는 동안 주변의 거대한 빈민가는 각종 범죄와 폭력으로 얼룩져가고 있었다.
라틴아메리카 사회의 위기는 도시의 빈곤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불평등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악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생산력의 발달은 넘쳐나는 물질의 ‘풍요’를 가져왔으나, 동시에 라틴아메리카에는 도시빈곤의 빅뱅이 일어났다. 빈곤은 확산되었고 불평등은 심화되었으며, 도시의 범죄와 만연한 사회폭력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소수의 상류층은 더 많은 사설경호원을 고용하는 것으로 문제를 회피하고, 이로 인한 계층 간의 위화감은 증폭되었으며, 확연하게 분리된 생활공간은 어느덧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사회모순들의 축적은 사회 갈등과 저항을 부르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1980년대 이후의 다양한 형태의 대중사회운동으로 나타났으며, 사회위기는 고조에 이르렀다. 최근 라틴아메리카에 등장하고 있는 ‘좌파’성향의 정권들이나 대중사회운동이 확산되는 움직임은 이 같은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어쩌면 김은중(2006)의 주장처럼, “단순한 정치적 차원의 변화가 아니라 이것을 뛰어 넘는 훨씬 광범위한 사회적 차원의 변화로서 자본의 외부에 대한 전망을 지향하는 사회운동”의 출현을 예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본고의 주요 논지인 세계 자본주의 체제 변화와 도시의 빈곤화 과정은 추후 자본주의 사회가 태생적으로 잉태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모순들의 양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기 위한 출발점이자 지면상의 제한으로 자세히 다루지 못한 심층적인 사례 연구를 위한 에스노그래피(ethnography)의 거시적인 이론적 토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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