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브라질대선 결과 분석과 향후 전망
초록
본 논문은 2014년 브라질선거의 결과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우마 2기 정부의 정치, 경제, 사회 변화 가능성을 전망해보는 것에 그 목적을 두고있다. 이를 위해 본 논문은 먼저 2013년 6월 시작된 Movimento Passe Livre를 먼저 분석하였는데, 그 이유는 이때 분출된 여론, 즉 지난 12년간 노동자당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이번 선거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우마는 아에시우에 대하여 3% 남짓한 차이로 겨우 승리할 수 있었다.
자우마 2기 정부는 이러한 민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회적 포용정책을 확대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부분의 개혁을 추진할 것이며 세계무대에서 브라질의 지도적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자 노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Abstract
This article aims to analyze the results of the Brazilian elections of 2014 and predict the possible political, economic and social changes in the country during the second term of President Dilma Rousseff.
To do so, first, we took the Movemento Passe Livre(MPL) as the object of analysis of this issue in order to observe in detail the Brazilian public opinion revealed in votes. That's because this MPL, initiated in June 2013, was considered a generalized discontent sign of the Brazilian people on PT's policies in government of 12 years. These grievances were, in our view, reflected literally in this presidential election, that the current President Dilma could be re-elected narrowly about 3% difference compared to Aécio Neves(PSDB).
And it is believed that public opinion of the Brazilian people, exposed sharply in this election, widely will be answered during the second term of Dilma, and that despite the division of people and Congress, her government will try to promote reforms in policies, tax areas, economic and social areas, firmly expanding social inclusion policies and raising even more Brazilian leading status on the international stage.
Keywords:
Brazilian Election of 2014, Reelection of Dilma Rousseff, Second Term of Dilma Rousseff, Brazil, Brazilian Diplomacy키워드:
2014년 브라질 선거, 지우마 호우세피의 재선, 지우마의 2기 정부, 브라질, 브라질의 대외정책Ⅰ. 들어가면서
2014년 주지사와 연방 상ㆍ하원의원 그리고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브라질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였고 그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통령 선거의 경우 승자와 패자의 차이가 3% 선(지우마 51.64% ; 아에시우 48.36%)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며 그에 따른 결과는 향후 브라질을 위시한 남미 주변국들의 정세 그리고 나아가 세계정세에도 여러 측면에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브라질이 최근 GDP 규모 면에서 세계 7~8위일 뿐만 아니라 MERCOSUR와 UNASUR, G20, BRICS(남아공포함), 등 국제사회에서의 활동과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1)
선거가 끝난 직후 브라질 국내외 언론들은 한결같이 브라질 국민과 의회가 분열2)되었으며 재선에 성공한 지우마 호우세피(Dilma Rousseff)정권의 2기 내각이 그에 따른 국정운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국민화합을 위해 노력할 것을 주문하였다.3) 이에 4년의 재임에 성공한 지우마 대통령도 당선 직후 연설에서 국민화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고 화답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다. 왜냐하면 선거가 끝난 직후 석패한 아에시우네비스(Aécio Neves) 후보 측이 최고선거법원에 개표 및 투표 합산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하였고 이에 최고선거법원이 관련 자료를 모두 아에시우측에 제시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선거 직후 그의 지지자 2,000여 명이 상파울루의 중심가로 나와 재선된 지우마 대통령의 탄핵까지 거론하는 가 하면 일부는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 브라질이 ‘베네수엘라와 같은 공산국가’로 탈바꿈할 위험이 있으니 미국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을 남기는 등 뒤숭숭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지우마의 지지자들 300여 명도 이날 같은 지역에서 데모를 벌이며 맞불을 놓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노동자당(PT)과 브라질민주사회당(PSDB) 사이의 치열한 네거티브 선거로 치러졌을 뿐만 아니라 3%라는 간발의 차이를 나타내는 등 극심한 국론 분열을 보인 배경에는 이미 작년 6월에 있었던 일명 Movimento Passe Livre4)로 지칭되는 젊은이들의 시위에서 엿볼 수 있었다. 상파울루 시의 버스요금 인상안에 대한 반대로 시작된 이 시위사태는 SNS를 통해 얼마 지나지 않아 60여 개 도시에서 약 1백만 명이 가담하였지만 초기에 경찰의 강제진압에 더욱 반발하면서 400개 도시에서 2백만 명이 가담한 전국적 시위로 불붙었기 때문이다.5) 대선을 1년 남짓 앞둔 시점에서 벌어진 이 사태는 국민은 물론이고 정치권에 초 긴장감을 불러일으켰고 급기야 지우마 대통령은 27개 주 지사와 각 주도(州都)의 시장들을 대동한 채 기자회견을 열고 그들의 “평화로운 시위는 정당한 것이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며 젊은이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6)라고 전제한 뒤 시위대들이 요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5개의 조치를 발표하였다.
그 내용은 1) 조세개혁 및 인플레이션 억제, 2) 정치개혁, 3) 보건개혁, 4) 교육개혁, 5) 대중교통시스템 개혁이 그것이었다. 조세개혁에는 만성적인 공공분야의 부채 축소를 비롯하여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연 4.5%) 그리고 남아공화국 월드컵보다 3배나 많이 들어간 브라질월드컵의 비용 지출에 대한 투명성 확보가 주된 내용이 될 것이고, 정치개혁의 경우는 정치인의 부패를 근본적으로 없앨 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헌법 개정을 위한 입헌의회 구성을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것과 선거유세지원자 모집 계약 제한 등 소규모의 선거개혁이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보건 개혁과 관련해서는 내륙의 소도시나 오지지역에 의사를 파견하는 이른바 “보다 많은 의사를 Mais Médicos” 등 정책을 실시하며 본래 100% 교육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던 심해유전 로열티 가운데 25%를 보건 부문에 투자하고 교육에는 그 나머지인 75%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하였다.7) 이처럼 당시의 여야는 전국을 휩쓴 시위사태에 긴급처방을 제시함으로써 일단 발등의 불을 끄기는 했지만 이 시위를 통해 표출한 민심은 그 이듬해인 올해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시위 1주년이자 대선을 3개월 여 앞둔 2014년 6월, 상파울루에서 열린 2014년 월드컵 개막식에서 지우마는 관중들로부터 다시 야유와 욕설을 들었던 것이다.
따라서 본 글은 금년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이 시위사태의 근원적 본질과 배경은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본 뒤, 선거에서 나타난 결과의 분석을 통해 향후 브라질정치와 경제의 방향 그리고 중남미 주변국들을 위시한 브라질의 대외관계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Ⅱ. Movimento Passe Livre의 배경과 의미
서두에서 언급하였듯이 선거를 1년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벌어진 전국적시위는 그동안 내재해있던 브라질의 내부 문제, 정확히 말하자면 당시의 지우마 대통령과 집권당 노동자당(PT)에 대한 일부 사회계층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었다. 비록 그 불만이 시내버스 요금 인상이라는 소소한 이슈에서 비롯되었으나 익명성이 강한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 순식간에 전국적인 시위로 확산되었다. 당시의 언론과 학계에서 내놓은 분석을 종합하자면 룰라대통령(2003~2010) 재임시절 때와는 달리 지우마 정부 출범한 2011년 이후 급격히 둔화된 경제성장세와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삶의 질 저하에 특히 젊은 층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저변에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는 사회적 불평등 문제와 정치인들의 부패 그리고 그들의 공허한 개혁 약속에 넌더리가 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하여 시위대의 슬로건에는 정치인들을 겨냥하여 “당신들은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다. Vocês não nos representam.”이라는 글귀가 등장하였다.8)
이 외에도 이번 시위 사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사회정책에 관한한 룰라와 지우마로 이어지는 노동자당이 최고라는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과 교육은 노동자당의 주요 사회정책들 가운데 하나였으나 이번 시위사태를 통해 드러난 것은 양적인 확대만 있었을 뿐 질적인 서비스 면에서는 국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둘째, 이번 사태는 브라질이 축구의 나라라는 공식을 무너뜨렸다. 4년 전 남아공에서 치러진 월드컵 때보다 무려 3배가 넘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고 그 예산 집행의 투명성도 보장되지 않은 채 월드컵 예산이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자 교육, 보건, 교통의 질 저하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월드컵 보이코트라는, 브라질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아래 도표 참조). 그러니까 월드컵은 민간부문을 위한 것일 뿐 정작 일반시민들에게 돌아오는 실질적 혜택이란 아무 것도 없다는 인식이 크게 확산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아래의 두 도표9)에서 볼 수 있듯이 지우마 정부에 대한 평가가 이 시위사태가 벌어진 2013년 6월 이후부터 급속히 나빠졌다.
특히 CNT/MDA의 조사가 밝힌 아래 도표에서도 관찰할 수 있듯이, 지우마 1기 정부에 대한 여론이 시위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70%라는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었지만 2013년 7월부터는 크게 악화되면서 국민의 여론이 거의 반으로 분열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금년 대선에서의 2차 경선 결과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움직임의 주체는 사실 겉으로 드러난 적이 없었고 누군가가 SNS를 통해 언제 어디서 모여 시위를 하자는 메시지가 뜨면 그것이 곧바로 시위로 이어졌기에 지금까지도 그 주도 세력이 어느 계층이며 이들의 사상적 배경, 즉 단순히 말해 좌파인가 우파인가에 대한 확인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그 세력의 상당수가 지우마가 아닌 아에시우의 공약과 노선에 호감을 표시하면서 이들이 12년 지속된 노동자당 정권에 불만을 가진 젊은 도시 중산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10) 실제로 중도우파로 분류되는 PSDB는 근 20여 년간 노동자당과 정권을 두고 다투어왔지만 노동자당의 길거리 자원 유세와 같은 조직은 등장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상파울루를 중심으로 약 12,000여 명의 가두 지원세력이 등장한 것이 그 증거 중 하나로 보인다.
그런데 이 운동의 근저에는 무엇보다도 다당제인 브라질의 정당제도가 안고 있는 뿌리 깊은 문제점이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 브라질에서는 1979년 군정의 막바지에 양당제가 폐지되고 이듬해에 다당제가 되면서 새로운 정당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1985년과 2008년 사이에 79개의 정당들이 선거에 후보를 내고 경쟁하였다(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한 두 개의 선거를 치룬 하루살이 정당들이었다). 1985년 이후 브라질 정당제도의 구조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 것은 많은 정당들의 난립이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가장 파편화된 하원을 가지고 있다. 권력의 분산은 또 연방상원과 주정부, 주의회 그리고 시정부와 같은 기관에서도 관측된다.
두 번째 특징은 대선의 양극화이다. 많은 정당의 수와 그것들 사이의 권력 분산 속에서도 대선은 브라질민주사회당과 노동자당 등 두 정당에 의해 주도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양 정당은 1990년대 중반 이래 대통령을 배출하면서 연방 행정부를 주도하고 있다. 페르난두 엥히끼 까르도주(Fernando Henrique Cardoso, 1995~2002)와 룰라 다 시우바(2003~2010) 그리고 지우마 호우세피(Dilma Rousseff, 2011)가 그들이다.11)
최근 20여 년간 중도우파의 PSDB – 좌파의 PT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대선의 양극화 현상에서 무수히도 많은 정당들의 난립은 1985년 이후 브라질의 선거에서 어느 정당도 의회의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낳았다. 실제로 1985년과 2008년 사이 79개의 정당들이 선거에 후보를 내고 경쟁하였는데 이들 대다수는 한 두 개의 선거를 위해 급조된 하루살이 정당들이었다. 그러다보니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은 당연시되었고 수많은 정당들이 등장하는 바람에 집권을 위해서는 연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한 정당법에 따라 유효표의 5%를 얻지 못하는 정당은 등록이 취소되었기에 군소정당들의 합종연행은 생존의 문제로 비일비재하였다. 그 결과 PSDB의 까르도주의 정권(1995~2002) 때도 그랬고 PT의 룰라 정권(2003~2010) 때와 지우마의 1기 정부(2011~2014)도 연정은 필수였다. 정권을 잡은 정당은 자신의 공약 이행과 각종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의회에서 여러 정당과 연정을 구성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집권당의 노선과 잘 맞지 않는 정당과의 연합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집권당의 노선이 퇴색되거나 변질되기 십상이었다. 게다가 브라질 정치인들은 자기 당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 연정을 통해 의회에서 다수표를 확보하더라도 집권당은 의회에서의 표 단속은 물론이고 야당의원들을 매수하는 일까지 해야 했다.12)
이러한 상황이 1985년 민주화 이후 지속되면서 브라질 국민의 많은 사람들이 현 제도에 대하여 염증을 느끼기에 이르렀고 이것은 본질적으로 대선을 한 해 앞둔 2013년 6월의 Movimento Passe Livre로 폭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주장한 내용들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은 부패로 얼룩진 정치의 쇄신, 천문학적 돈을 쏟아 붓고 있는 월드컵 비용을 교육과 보건, 공공교통 등에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물론 그 근저에는 지우마 대통령의 등장이후 벌어지고 있는 경기침체와 사회적 불평등 지속이라는 문제가 깔려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문제점들은 룰라 대통령이후 집권당인 노동자당이 주요 정책이자 존재의 이유로 내세우던 주요 정책들이었다. 그런데 Movimento Passe Livre가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 정책들이라는 것은 그만큼 집권당의 노선과 정책이 많이 퇴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퇴색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의회 다수석을 차지하기 위해, 과거 부패의 온상이라고 지목했던 사르네이 전 대통령(PMDB), 1992년 PT가 앞장서 탄핵을 주도했던 꼴로르 전 대통령, 군부의 지지를 받으며 1985년 대선 후보로 나왔다가 실패하였고 그 후에도 상파울루를 중심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왔으나 상파울루 시장과 주지사 재임시절 엄청난 공적자금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은 빠울루 말루피 등 자신의 노선이나 이념과 배치되는 인물 및 정당과 손을 잡고 연정을 구성해온 것 때문이라고 본다.
사실 노동자당의 집권을 지탱하고 있는 연정 참여 정당들은 노동자당의 노선과 정강과는 상관이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희석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렇다보니 노동자당의 트레이드마크인 사회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각종 개혁정책과 사회정책들 그리고 부패의 척결이 연정으로 희석되고13) 또 그 연정으로 멩살렁과 같은 엄청난 부패의 고리가 사회의 근간을 잠식하고 있는 것에 사회의 실망과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그러므로 Movimento Passe Livre를 노동자당의 집권 이래 등장한 신중산층14)의 새로운 욕구불만의 분출(예, 교육과 보건 등의 개혁 요구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가의 물질적인 직접적 도움을 넘어 삶의 질적인 향상을 요구하는 경향 등)로 보든 아니면 노동자당의 장기 집권에 대한 보수 계층의 불만이 분출한 것으로 보든, 그 근원적 배경에는 브라질 정당제도의 문제점, 즉 1985년 민주화 이래 30년간, 연정을 하지 않고는 집권할 수 없는 상황이 자리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15)
Ⅲ. 2014년 대선 결과 분석
앞서 언급한 시위사태를 출발점으로 하여 브라질은 금년 대선으로 돌입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올해 들어 지우마의 인기도가 30%대 중반을 맴돌면서 대선이 2차 경선까지 갈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었다. 그 배경에는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그리고 시위사태 이후 민심의 이반이 깔려있었다. 그러던 것이 대선을 두 달 보름 남짓 앞둔 8월 13일, 3위권에 맴돌던 브라질 사회당(PSB)의 후보로 북동부 뻬르낭부꾸 주의 주지사였던 에두아르두 깡뿌스(Eduardo Campos)가 불의의 항공기 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의 사망은 대선에 큰 변수가 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줄곧 10% 대에 이르는 3위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기에 그의 지지층 표가 어떻게 분산되느냐에 따라 대선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사망 직후 가장 큰 혜택을 누린 것은 그의 러닝메이트로 나섰던 마리나 시우바였다.
그녀는 룰라 정부 시절에 환경부장관을 역임하던 중 당시에 정무장관으로 있던 지우마 현 대통령과의 불화로 노동자당을 탈당하여 처음에 녹색당(PV)을 기웃거리다가 결국 대선을 불과 몇 달 남겨두지 않은 시기에 에두아르두 깡뿌스의 진영으로 옮겨간 상태였다. 에두아르두의 사망 직후인 8월 28일과 29일 사이에 실시된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이때 마리나 시우바의 인기는 지우마와 비슷한 34%로 치솟았고 이 수치는 당시에 2위를 달리고 있던 브라질민주사회당(PSDB)의 아에시우 후보보다 무려 20%나 앞섰음을 의미했다.16) 하지만 그녀의 인기는 에두아르두 깡뿌스의 사망에 따른 동정표에 기인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요인17)으로 9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 결과 TV토론을 통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모습을 보인 아에시우가 야권을 대표하는 후보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는데 실제로 1차 경선의 결과는 지우마가 41.6%, 아에시우가 33.6% 그리고 마리나 시우바 본인은 21.3%에 그치고 말았다.18) 그리하여 2차 경선에서는 마리나 시우바의 21.3%에 달하는 표의 향배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었으나 결국 노동자당의 지우마 호우세피 후보가 51.5%, 아에시우가 48.5%를 획득, 지우마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멩살렁으로 부각된 PT소속 정치인들의 부패를 비롯하여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지우마는, 비록 근소한 3%의 차이지만, 민주화이후 연임을 하게 된 세 번째 대통령이자 여성 대통령으로서 처음 연임하는 대통령이 되었다. 그녀의 승리에 대하여 지금까지 많은 분석들이 나왔는데 그것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19)
첫째, 전통적인 노동자당 지지기반이 현 정부의 실책과 부패연루에도 불구하고 이탈하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면 노동자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 가운데 81%는 절대로 아에시우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반면에, 아에 시우가 소속된 브라질민주사회당의 지지자들 가운데 55%만이 절대로 지우마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그만큼 노동자당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이 튼튼하며 그들의 당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전체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對 후보 거부감 역시 지우마는 37%인 반면에 아에시우는 41%로 많았다.20)
둘째, 아에시우의 선거 전략은 1차경선 때부터 노동자당과 브라질민주사회당 간의 이분화 전략을 고수했다. 즉, 노동자당이 아니면 브라질민주사회당을 선택하라고 유권자들에게 종용하면서 보수세력들의 결집을 노렸다. 하지만 거부율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이것이 오히려 전통적인 노동자당 지지세력들의 결집을 야기했다. 이 지지세력들은 2013년 6월 시위사태와 멩살렁 그리고 연정에 따른 노동자당의 노선 및 정책의 희석에 불만을 간직한 채마리나 시우바 후보에게 관심을 가졌지만 마리나 시우바 후보의 1차경선 탈락 후 이들에게 선택의 여지는 지우마 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지우마는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후보의 경우 보통 TV토론에 나서지 않는다는 관례를 깨고 TV에 출연하여 아에시우의 공격에 적극적으로 임하였다. 이것은 이반될 수도 있는 지지자들을 다시 규합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셋째, 앞서 언급한 이유들과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으로써 아에시우는 공공부채의 해소를 위해서라면 노동자당이 취해온 각종 사회포용정책들(예, 보우사 파밀리아라는 일종의 가족기금 등)에 손질을 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물론 보수적인 유권자들을 겨냥한 것이지만 그 반대로 사회적 포용정책으로 혜택을 받거나 그것에 동조하는 세력들(약 4~5,000만 명)에게는 수용키 어려운 제안이었다. 나아가 신자유주의 이후 브라질에서 심화되던 사회적 불평등과 소득재분배 문제가 다시 악화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중남미 이웃 국가들을 비롯하여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넷째, 아에시우 네비스는 유권자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상파울루와 그 이남지방에 대한 공략에 집중하였다. 특히 러닝메이트로 타당도 아닌 자기당 소속의 상파울루주 출신 알로이지우 누니스 페헤이라(Aloysio Nunes Ferreira)를 선택하였다. 그 결과 O Globo가 제작한 아래 지도에서 보듯이 상파울루 주를 포함하여 그 이남지방에서는 높은 지지율을 얻은 반면 여타 지역에서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 때문에 혹자는 북동부의 유력 정치인 중 한명을 러닝메이트로 하였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상의 승리 요인 외에서 고려할 사항이 있다면 PT의 경우,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1980년 창당 이후 많은 선거를 치르면서 당의 정책에 동조하는 골수지지층이 항상 20% 내지 25%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룰라 전 대통령이 4수만에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이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중산층 끌어안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신중산층의 향배였다. 노동자당은 2003년부터 집권하면서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을 대상으로 한 각종 사회적 포용정책을 통해 약 1260만 가구, 약 4,500여 만 명 이상의 사람을 이른바 신중산층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보통 C 클래스로 구분되는 이 신중산층21)은 정치적으로 노동자당 지지자로 볼 수 있으나 지우마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기 침체와 부패 그리고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인해 불만을 누적해가고 있는 상태였다. 2013년 6월의 시위사태를 거치면서 양보다는 질을 요구하는 국민의 소리가 커지자 이들 역시 2014년 대선에서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고 예상되었지만 막상 노동자당의 사회정책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이 신중산층(특히 북동부 지방과 대도시 주변 소외 지역)은 아에시우가 당선될 경우 그나마 받아오던 혜택이 사라질 것을 우려, 최종 경선에서 지우마 쪽으로 돌아선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니까 지우마의 정책 실패로 불만이 고조되었지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22)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룰라에 이은 지우마 정부의 보우사 파밀리아 사회정책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이번 대선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하면 1차 경선에서 2차 경선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지우마는 총 1120만 표를 추가로 획득하였는데 이 가운데 730여만 표가 인구의 1/4 미만이 보우사 파밀리아 정책의 혜택을 받는 도시에서 나왔다. 그러니까 2차 경선에서 지우마는 동 프로그램의 혜택이 많지 않은 지역에서 더 많은 표를 획득하여 300여만 표 차이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어서 무조건 저 소득층의 절대적인 지지로 당선되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지우마는 인구의 13% 미만이 동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는 도시에서 1차경선 때보다 10.1% 많은 38.3%의 득표를 했는데, 이것은 그녀가 1차경선 때보다 2차 경선에서 더 추가한 표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480만 표에 해당한다. 1, 2차경선 득표율을 비교할 때 지우마가 보우사 파밀리아의 혜택이 높은 지역에서 더 큰 표를 획득하지 못한 것은 이 지역의 유권자 수가 전체 유권자의 8%에 불과하기 때문이며 이미 1차 경선에서 73.3%의 지지율을 획득, 2차 경선에서 더 큰 폭의 지지를 얻을 여지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우사 파밀리아 혜택이 낮은 지역의 경우 유권자 수가 전체 유권자 수의 42%나 되기에 이 지역에서 2차경선의 득표상승률이 낮았다고 해도 그 득표수는 월등히 높게 된다.
아울러 동 사회정책의 혜택 인구수를 50%선 전후로 나눠볼 때 2차경선 당시, 보우사 파밀리아 가구 수가 50%가 넘는 지역에서 지우마는 75.8%(아에시우는 24.2%)를 차지한 반면 50%이하의 지역에서는 47.5%(아에시우 52.5%)로, 아에시우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 고로 지우마의 보우사 파밀리아 정책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인구수가 전체 인구의 50% 이하인 3773개 도시(대선 당시 브라질 전체도시 수 5570개의 67%)에서 2차경선 중 그녀는 약 1020만 표를 추가 획득하였는데 이것이 아니었다면 그녀의 재선은 불가능했을 것이다.23)
그 외에도 브라질 전역에 걸쳐 많은 상하원의원들을 배출하고 있는 브라질민주운동당(PMDB)과의 오랜 연정도 무시할 수 없다. 군부독재로부터 민주화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일명 ‘민주투사’들이 결속하여 창당된 PMDB는 그러한 정치인들의 집단이었기에 정책적·이데올로기적 노선이 분명치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어쨌든 그 후광은 아직도 브라질 각 지역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지우마의 러닝메이트로 나섰으며 현재 부통령이기도 한 미셰우 떼메르(Michel Temer)는 아에시우의 고향인 미나스제라이스 주 출신으로서, 그를 내세운 동 당은 이번 선거에서 하원 66명을 당선시켜 PT다음으로 많은 의원을 갖게 되었고, 상원의 경우엔 19명을 당선시켜 1위를 차지하여 2기 임기의 지우마 정부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Ⅳ. 향후 전망 – 정치, 경제, 사회, 외교
아래 도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선 직전에 실시된 한 여론 조사에서 국민의 2/3가 1기 정부와는 다른,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선에서 지우마 대통령이 고전할 수밖에 없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우마는 이처럼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의 2/3가 바꾸기를 열망하는 상황에서 재선에 성공하였다. 이것은 그녀의 2기 정부가 취해야 할 첫 번째 과제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우마의 승리로 대선이 끝난 직후 국내외 언론들은 일제히 브라질 국민과 의회가 모두 서로 반목하는 세력들로 양분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지우마 2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분열된 국민여론을 통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 여론이 분열되었다는 것은 3%라는 간발의 차이로 2차 경선이 막을 내렸다는 것을 의미하고 의회가 분열되었다는 것은 지우마의 1기 정부에서는 연방의회에 진출한 정당의 수가 22개였지만 이번에는 28개로 늘어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재선에 성공한 지우마 대통령은 그 일성으로 국민통합을 차기 정부의 최우선 정책 순위로 꼽았다.
하지만 그녀의 2기 정부는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정치 및 조세개혁을 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안을 의회에 제출한 바, 재선 직후에 연방 상하원 모두에게서 거부되었다. 또한 선거에서 패한 브라질민주사회당은 최고선거법원에게 개표 및 합산 자료 제출을 요구하여 이것이 수용되었으며 일부 유권자들이 선거 결과에 불만을 갖고 브라질에 공산주의가 침투하고 있으니 미국이 나서서 막아달라는 글을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특히 국민 모두가 원하고 또 지우마 역시 이미 약속했던 부정부패 일소 및 정치개혁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집권여당의 의회 장악이 필수적인데, 이번에는 그것이 더욱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치적으로 볼 때 지우마의 2기 정부는 총 의회에 진출한 28개 정당 가운데 9개 정당(PT를 포함, PMDB, PSD, PP, PR, PRB, PDT, PROS, PC do B)과 연정을 꾸릴 것이어서 수적으로 볼 때 하원 총 513석 중 59%에 해당하는 304석을 확보하였다. 상원의 경우도 총 의석 81석 가운데 52석을 차지, 64%를 확보하였다.24) 주지사도 총 27개 주에서 15개를 차지, 얼핏 보기에는 개혁을 추진함에 있어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 같지만 서두에서 언급하였듯이 브라질 정치인들의 낮은 정당충성도, 연정을 유지하기 위한 행정부 고위직(장관 중심)의 분배, 그에 따른 부패 고리의 상존 가능성 등이 노동자당 및 지우마 정부의 개혁정책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25) 상파울루대학교의 정치학교수인 주제 아우바루 모이제스(José Álvaro Moisés)도 “[의회가 여러 정당으로] 파편화된 것은 다수석을 유지하기 위해 대통령이라면 시도해야할[의회와의] 협상을 극도로 복잡하게 만든다.”면서 “정당들이 시민들의 눈높이로 볼 때 꼭 수용할 수만은 없는 높은 [연정의]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26) 여기서 연정의 대가라는 것은 멩살렁의 부패를 낳았던, 연정을 빌미로 한 권력의 분배를 의미한다. 하지만 의회의 분열과 더욱 복잡해진 연정은 오히려 지우마에게 자신의 통치력과 지도력을 보여줄 기회일 수 있다. 제1기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우마는 정치적으로 자신의 대부와도 같았던 룰라의 후광과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통치스타일을 선보여야 한다는 자타적 강요에서 결코 편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처럼 국민여론과 의회가 분열된 상황은 그녀가 통치자로서의 독자적 역량을 보여줄 기회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 길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선거 기간 중에 큰 이슈로 부상했던 국영석유공사(Petrobras)의 부패문제는 최근 정파를 초월한 여러 정치인들이 연루되었음이 증명되면서 2기 출범 첫 해가 자칫 의회의 Petrobras 청문회로 벌집 쑤신 듯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어서 지우마는 자신의 통치역량을 보여주기에 앞서 국민여론의 통합을 위한 정치개혁에서부터 심하게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아래의 도표에서 볼 수 있듯이 그 무엇보다도 분열된 국민 여론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정치 개혁을 통한 부패의 방지가 가장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경제 분야는 위의 도표에서 보듯이 브라질 국민이 지우마의 1기 정부가 가장 잘 하지 못한 것 중의 하나로 꼽았다(인플레이션 억제와 경제성장). 따라서 대선 유세에서도 크게 불거졌지만 기두 만떼가 재무부장관의 실책에 따른 새로운 장관의 기용이 초미의 관심사이다. 누가 임명되느냐에 따라 향후 4년간 정책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마의 당선이 발표된 날 보베스빠지수는 2.77% 폭락하고 달러는 2.5% 오른 달러당 2.52헤알로 강세를 보였다.27) 무역수지도 하락을 거듭하다가 지난달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만 국영석유공사의 주식은 2008년 11월 이래 최대인 12% 폭락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이, 시장은 지우마보다는 아에시우를 더 선호하고 있었기에 그 실망감이 우선적으로 표출된 것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시장이 현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선이 확정된 후 처음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녀는 “저는 인플레이션을 엄격하게 타파하는 길을 계속 갈 것이며 재정책임(responsabilidade fiscal)의 분야에서도 선도적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저는 저의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이라도, 최대한 빨리, 모든 생산부문과의 대화 및 협력관계를 촉진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28) 이것은 자신의 1기 정부에서 산업부문과의 대화가 부족했음을 인정함과 동시에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가장 먼저 행동을 취하겠다는 의사의 표시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우마 정부의 경제사령탑에는 룰라 정부 시절의 안또니우 빨로치(Antonio Palocci)와 같이 시장이 정부와 소통하고 신뢰할 수 있는 거물급 인사가 등용될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나아가 향후 경제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와 긍정적인 견해가 상호 존재한다. 예를 들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밑 빠진 독과 같은 공공부문의 부채 증가를 꼽고 있으며 중국의 경기침체에 따른 원자재 수요의 지속적인 하락 그리고 2006년 이래 자급자족하고 있는 브라질 원유 생산의 생산성 하락(심해유전의 경우 1배럴당 US$100 이상일 때 채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 나아가 고금리에 따른 민간부문의 투자 위축 등을 꼽고 있다. 부정적인 견해는 정부 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정부는 올 경제성장률을 당초 0.9%에서 0.5%로 하향할 것으로 보는 반면에 인플레이션은 6.45%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29) 이를 막기 위해 지우마의 당선 직후 브라질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11.25%로 상향조정했다.
한편 다소 긍정적으로 보는 대표적인 곳은 영국의 싱크탱크인 Chatham House로서 이 기관의 분석가인 빅토르 벌머-토마스(Victor Bulmer-Thomas)는 브라질이 연간 550억 달러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의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올해 그 액수가 줄어들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기관인 EIU는 지우마 정부의 향후 4년 동안, 즉 2015년부터 2019년 사이 브라질 경제성장률이 1기 때의 연평균 1.7% 보다 높은 2.5%를 기록할 것이라며 브라질 경제가 지우마의 재선 후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하여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 기관은 지우마의 2기 정부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보다도 지우마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이라고 조심스럽게 거론한다. 동 기관의 분석가인 이레니 미아(Ireni Mia)는 브라질 전 재무장관 데우핑 네뚜(Delfim Netto)의 말을 인용(“지우마 대통령이 바로 자기 정부의 재무장관이다.”), 주무장관들에게 보다 많은 자율권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30) 이것은 전임 대통령 룰라의 통치방식(장관들에게 정책의 큰 가이드라인만 제시한 뒤 지나칠 정도의 자율권 부여)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반대행위로써 그녀의 2기 임기 통치방식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 궁금하다.
사회정책 부분에서 전망할 수 있는 것은 지우마의 2기 정부가 기존의 사회적 포용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노동자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핵심노선이기 때문이다.31) 그렇지만 2013년 6월의 시위사태와 위의 도표에서 보았듯이 브라질 국민들은 집권 여당의 사회정책에 대하여 새로운 요구를 하고 있다. 도표에서 유권자들의 상당수가 지우마 정부가 잘한 것으로써 사회정책들을 꼽았는데 2013년 6월 시위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룰라 전 대통령 이후 12년간 광범위하게 실시된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포용정책에 대하여 브라질 국민은 양보다 질적인 도약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여론 조사기관인 Data Popular의 회장인 헤나뚜 메이렐리스(Renato Meirelles)의 말은 큰 의미를 갖는다. 그는 “브라질 경제가 변화한 것과 똑같이 미래에 대한 신중산층 유권자들의 기대 역시 변하였다. 그들은 더 이상 틀니를 원하지 않는다. 대신에 국가적인 광대역 인터넷 프로그램을 원한다. 또 그들은 더 이상 생필품 [보조]를 원하지 않으며 그 대신 ProUni32)를 원한다.”고 말한다.33)
그리고 지우마의 2기 정부가 취할 대외정책과 관련하여 먼저, 지우마의 승리 원인에 대한 세계체제론자 임마뉴엘 월러스틴의 분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지우마의 재선 성공의 원인으로써 우선 보우사 파밀리아라고 하는 사회정책의 대규모 확장을 꼽은 뒤 그 다음으로, 서방 언론에서는 거의 언급이 되지 않은, 지우마 정부의 대외정책 성공을 꼽았다. 그가 말한 브라질 대외정책의 대성공이란, 중남미 지역의 각종 제도(예, 지역통합체 등) 구축에 있어서 브라질 정부가 엄청난 역할을 수행하여 결국 동 지역을 미국의 입김으로부터 멀리 유지시킨 것이라고 한다. 즉, 아에시우가 당선될 경우 그가 보우사 파밀리아와 같은 사회정책을 줄이고 미국에게 재접근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케 된 브라질 좌파가 지우마 정부의 많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표를 던진 것이라고 지적했다.34)
어쨌든 지우마의 재선 승리는 룰라 정부 때와는 달리 관계가 다소 소원해 보이던 중남미 좌파 정권에게 새로운 기대를 안겨주는 중요한 사건(지우마는 재선이 되면 아에시우와는 달리 중남미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으로써,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그녀의 2기 정부가 취할 대외정책의 변화를 전망해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선거유세기간 동안에 언급하였듯이 그녀의 2기 정부는 중남미 이웃국가들과의 관계 회복과 증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아에 시우 후보가 미국과 EU와의 관계를 중시하겠다고 한 반면에 그녀가 이웃국가들과의 관계 회복을 중시하겠다고 한 것은 룰라 정부와는 달리 그녀의 1기 정부 동안 이웃 국가들에 대한 방문이 거의 없었던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를 대변하듯, BBC 방송은 대선 직후 중남미 각국의 반응을 소개하였는데 아르헨티나의 경우 정치적으로는 지우마의 당선에 반가움을 표시하면서도 양국 간의 지속적인 무역 규모 축소, 브라질 수출업체에 대한 아르헨티나 수입업체들의 수입액 지불 늑장 등의 문제가 현안으로써 이 문제는 내년 아르헨티나 대선이 치러진 다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볼리비아의 경우 브라질 대선에서 볼리비아가 브라질의 마약 제공국이라는 아에시우 후보의 말이 크게 이슈화 된 만큼 이 문제가 양국 간의 주된 의제가 될 전망이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 측은 지우마 당선자가 한 번도 자국을 방문하지 않았음에도 양국은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칠레와 파라과이 역시 보다 많은 접촉과 대화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웃국가들 대다수가 지우마의 당선에 환영을 표함과 동시에 룰라 정부 때와 같은 활발한 접촉과 대화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35) 특히 지역통합과 관련하여 UNASUR와 Celac(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연합)과 같은 조직이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대국으로 부상한 브라질의 보다 큰 역할을 기대하는 듯하다. 하지만 지우마의 2기 정부는 중남미 주변국들의 기대에 보다 많이 부응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도 기존의 미국, 중국, 남아공, 인도 등과 같은 국가들과의 관계 역시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36) 물론 보편주의와 자주권 확보라는 브라질 외교의 기본 틀에서 이해 가능한 것이지만 그 주된 이유는 룰라 정부 이래 브라질의 가장 큰 목표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되는 것이기에 이들 국가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는 인권문제에 있어서 룰라 정부 때 보다도 다소 유연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이러한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Ⅴ. 나가면서
치열했던 대선이 끝난 뒤 해방신학의 거봉인 레오나르두 보프(Leonardo Boff) 신부는 “브라질 국민이 올바르고 향후 가능한 행복의 길을 선택하였다”고 말하면서 룰라에 이은 지우마의 2기 정부 출범을 기뻐했다. 그러면서 가난한 이들에 대한 보다 많은 배려는 물론 정치개혁과 환경, 대중교통, 근대적 토지개혁, 소수민족 인디오들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도 주문했다.37) 사실이 모든 것이 현 브라질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며 지우마 대통령이 자신의 2기 정부에서 헤쳐 나가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질적인 문제에 있어서 지우마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카드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멩살렁과 같은 불법이 없이 어떻게 연정을 원만히 이끌어나가 각종 개혁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인가가 고민거리이다. 그러한 고민의 해결점은 우선 지우마의 통치 방식에서부터 찾아봐야 할 것이고, 그 즉시 국민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해야 할 것이다. 많은 문제가 있기도 했지만 자신이 바꾸고 싶어 했던 룰라의 통치 방식에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즉, 소통이다. 보프 신부는 앞선 블로그에서 브라질 국민을 “자신의 혼혈을 자랑스러워하고 또 모든 차이로 인해 풍요로운 국민 um povo que se orgulha de sua mestiçagem e que se enriquece com todas as diferenças.”이라고 했다. 다양한 피부색만큼이나 매우 다양한 사고(思考)가 존재하는 나라이기에, 서로 다름 즉, 차이라는 것이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풍요로워진 나라라는 말을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방식이 룰라의 경우처럼 국민과 직접적인 접촉을 통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현 브라질 사회의 모습을 적극 활용하면 가능한 일이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특징은 바로 SNS를 통한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었다. 2012년 현재 브라질 국민의 휴대폰 수는 2억 5천만대를 넘었고 Facebook 사용자는 인도 다음으로 세계 2위인 8,900만 명에 이르렀다. 이들은 선거유세가 개시된 이후 3개월간 총 6억 7,440만 건, 즉 하루 평균 595만 건의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38) 물론 이들이 SNS를 통해 벌인 열띤 토론을 하잘 것 없는 시간 때우기로 볼 수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많은 국민이 자국의 현실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얻고 그것을 바탕으로 마음껏 토로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나올 수 있는 모든 문제들이 드러났고 이제 국민 상당수가 그 문제점들이 어떻게 해결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2013년 6윌 시위도 SNS에 기초하였듯이 지우마의 새 정부도 이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선 동안 지우마의 대부처럼 행동했던 룰라 전 대통령이 지우마의 2기 정부에 대해 적극적인 발언(조언)을 하겠다고 말했다. 언론들은 이것이 그가 2018년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사실 지우마는 1기 정부시절 룰라의 후광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문제는 그것이 시민사회와의 대화 단절, 국민과의 소통 단절, 민간경제와의 대화 단절로 나타난 것이었다. 그 결과 지우마는 2013년 6월 시위에 이에 대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런데 룰라의 부정부패 연루에 대한 의혹이 아직 강하게 남아 있는 상황에서 그의 조언을 적극 수용하는 것은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할지도 모른다. 그녀의 2기 정부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분열된 국론과 의회를 추스르고 개혁을 주도하기 위해 지우마가 취할 수 있는 선택도 별로 없지만 퇴임 때 87%의 인기를 구가했던 전임 대통령을 잘 ‘이용’하여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한다면 그것 역시 후에 그녀의 역량으로 평가될 것이다.
Notes
http://www1.folha.uol.com.br/poder/poderepolitica/2014/03/1432906-erros-de-aecioepsdb-levam-a-vitoria-de-dilma-no-1-turno-diz-cesar-maia.shtml. (201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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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1.folha.uol.com.br/especial/2014/eleicoes/propostas/presidente/educacao/, (Folha de São Paulo의 대선 후보 공약 비교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