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스페인어 가축 속담의 의미 자질 비교 연구
초록
속담은 근본적으로 언어공동체의 문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은 동물과의 친밀한 접촉을 통해 그들의 습성과 본성에 대한 지식을 축적했고, 이것을 속담을 통해 세대를 이어 전수해왔다. 그러므로 한국어와 스페인어에는 핵심어가 가축명인 속담도 다수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속담은 단순한 수사학적 도구가 아니라 한 언어공동체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의 표출이기 때문에 한국어와 스페인어 속담 사이에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한국어와 스페인어 가축 속담의 의미 자질과 상징적 의미를 비교, 분석하여 양국 언어의 속담에 존재하는 문화적 차별성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로써 본 연구는 언어 코드에 미치는 문화 코드의 영향에 대해 강조하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Abstract
Proverbs are deeply related to the culture of the linguistic community as an intrinsic attribute. Humans have accumulated the knowledge of animals’ habits and natures through the intimate contacts with them and handed down the knowledge via proverbs. For the reason, there exist many proverbs that the key word is a name of domestic animals both in Korean and Spanish. Since proverbs are not just a rhetorical device but a mode of thoughts and an expression of values, there are similarities and differences between Korean and Spanish proverbs.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compare and analyze the semantic features and the symbolic meanings between Korean and Spanish proverbs about the domestic animals. In doing so, it will allow us to recognize the cultural discrepancies between the proverbs of the languages. Furthermore, this study attempt to emphasize the fact that the cultural codes have an great impact on the linguistic codes.
Keywords:
Spanish Proverbs, Korean Proverbs, Semantic Features, Symbolic Meanings, Domestic Animal’s Name키워드:
스페인어 속담, 한국어 속담, 의미 자질, 상징적 의미, 가축명Ⅰ. 서론
스페인 한림원 사전은 ‘속담(refrán)’을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재치 있고 교훈적인 말’1)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언중이 오랜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된 ’진리‘를 대대로 후세에게 전달하는 하나의 방식으로서 간결한 말로 일상의 담화를 재치 있고 풍요롭게 만들어온 것이다. 물론 세태의 변화로 인해 사용 빈도의 측면에서 과거의 속담과 오늘날의 속담이 같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담은 여전히 고래로부터 축적된 공동체의 지혜를 담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언중은 속담의 간결한 형태를 빌어 칭찬이나 비난, 조롱, 가치 평가, 후회, 충고, 경고 등 다양한 발화행위를 수행하고 있다.
위와 같은 이유에서 속담에 대한 학문적인 관심은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는데, 현재는 Paremia2)라는 명칭의 새로운 학문 분야로 분류되어 독립적이고 체계적인 학술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속담, 격언, 속언 등의 다양한 관용표현의 형식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범주의 학문 분야인 Paremia는 1993년 Julia Sevilla에 의해 제안되어, 현재는 스페인에서는 물론 다른 국가들에서도 이를 수용하는 추세이다. 외국어로서의 스페인어 교수법에서도 속담을 문화, 언어, 문학에 접목하여 다양하게 활용한 교수법이 지속적으로 제시되고 있다(Peñate Rivero 1996, Toledo Botaro 1999, García Yelo 2006, Barbadillo de la Fuente 2006, Blanco와 Moreno 1995, Sevilla와 Sevilla 2004, etc.).
속담은 언어공동체가 자신들의 공존을 가능하게 했던 규범과 전통, 신앙을 표출하는 하나의 방식이며, 심지어 공동체 구성원을 통제하는 간접적인 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분석은 언중과 이들을 둘러싼 자연, 문화, 언어 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언어수행능력에는 목표 언어의 역사, 문화, 정치, 경제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언어학적 수행능력도 포함되는데, 한국에서는 문화적 변인이 크게 작용하는 스페인어 속담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김우중(1988), 임효상(2009), 조혜진(2011; 2015; 2016)의 선행 연구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로써는 방대한 속담의 세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기에 매우 부족한 상황이므로 다양한 의미장과 관점에서의 속담 연구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인간과 오랜 세월 공존해온 동물들에 대한 판단 또한 속담에 반영되어 전승되는데, Ranas que cantan, el agua cerca(개구리가 울면 비가 가까운 것이다)와 같이 주변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여 기후 변화에 대비하라는 의도의 축자적 속담이 있는 반면 Aunque la mona se vista de seda, mona se queda(원숭이가 비단 옷을 입어도 원숭이다)와 같이 근본은 속일 수 없다는 메시지의 성구적인 속담이 존재한다. 특히 후자의 경우, 일견 유사한 속담이 다른 언어공동체에 존재한다 하더라도 상이한 가치관이나 세계관에 근거한 문화 변인에 의해서 함축된 은유적 의미는 다를 수 있다. 다시 말해, 속담의 비교 분석을 통해 상이한 언어공동체에 내재한 문화보편적이거나 문화특수적인 가치와 그 생성 배경, 세계관 등을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 같은 사실에 본 연구의 목적이 있다.
특히 동물 속담은 인간과 동물의 지속적이고 밀접한 관계, 이들에 대한 세밀한 관찰에서 비롯되었다. 대부분의 동물 속담은 출발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동물의 형태나 본성을 매개로 인간에 대한 가치 평가나 조롱, 경고, 교훈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을 지닌다. 한국어와 스페인어 언중의 삶에 영향을 미친 동물들 중 특히 가축 관련 속담도 그 형태나 전달하려는 메시지 면에서 동일한 사례가 존재할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문화적 배경을 달리하는 두 언어공동체의 산물이기에 동일한 가축에 대한 판단과 상징, 인간이 부여한 의미 자질이 상이한 문화특수적인 사례도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문화기호학적 관점에서 한국어와 스페인어 가축 속담의 의미 자질과 상징을 비교·고찰함으로써 대표적인 가축과 관련된 두 언어공동체의 보편적이거나 특수한 인지구조에 대해 숙고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언어 생성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관과 가치 체계에 접근하여 스페인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한다. 아울러, 스페인어 학습자를 비롯한 일반인이 스페인어 속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본 연구의 목적이라 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Diccionario de refranes(L. Junceda 1996), Refranero temático (J. L. González 2000), Refranero temático español(G. Doval 1997)과 인터넷 속담 사전 Refranero castellano 등에서 가축명이 핵심어인 속담을 추출하였고, 한국어의 경우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 임동권(2002)의 『속담사전』에서 가축과 관련된 사례들을 수집하였다. 이들 중 가축의 습성을 서술하여 정보 가치만을 갖는 축어적 속담과 단순히 가축이 인간을 지칭하기 위한 은유적 매개인 경우는 한국어나 스페인어 고유의 의미 자질로 간주할 수 없으므로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또한 각 가축의 의미 자질 분석 결과 상세화된 항목에서 매우 유사하거나 변이형인 경우를 제외한 대표적인 사례만을 예시하도록 한다.
Ⅱ. 한국어와 스페인어 가축 속담의 보편성과 특수성
1. 속담의 내용과 구성
Cousillas(1998, 45)에 의하면 속담은 익명성이 있으며 세대 간에 구전으로 전승된 언어 형식이다. 또한 속담은 패러다임화된 기능으로 일상생활 전반에 대해 서술하며, 일반적인 동시에 개별적인 특성으로 인해 오래도록 회자되는 진술문이다. 전형적인 간결한 어휘로 구성되지만 민속학적 관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바로 이 매력이 청자로 하여금 속담을 반복 사용하도록 한다고 Cousillas는 설명한다. 속담 발화자는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권한이 덧씌워진 텍스트를 인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Veirat 2008, 10). 의미가 언어공동체에 의해 공유되기 때문에 속담을 사용하는 것은 언중에 의해 응축되고 인정된 진리를 발화하는 것이다. 익명성과 집단성을 특징으로 하는 속담이 스페인어에서 ‘작은 성경’이라는 별칭을 얻은 것도 속담에 대한 언중의 절대적 신뢰 때문이라고 하겠다.
말했다시피, 속담은 도덕적 가치와 세속의 경험을 내포하며, 일상생활 전반의 경험이 공동체의 문화특수적인 기준에 의해 집약된 일종의 언어 형식이다. 그러나 때때로 상충되는 메시지를 표출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항상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가치를 지녔다고 볼 수는 없다. 속담이 주관적인 경험의 결과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1) a. 공든 탑이 무너지랴.
b. 십년공부 나무아미타불.
(2) a. A quien madruga Dios le ayuda. (신은 일찍 일어나는 자를 돕는다)
b. No por mucho madrugar, amanece más temprano. (아무리 일찍 일어나더라도 더 일찍 동이 트지는 않는다)
한편, 작자 미상으로 구전되는 속담은 교훈적인 언술일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은/는 ~하다/~이다’, ‘~하면 ~하다/~이다’의 형식으로, 전반부는 상황이나 조건을, 후반부는 유추할 수 있는 교훈을 담아낸다. (3)과 같은 교훈적 내용은 도덕적 충고나 사회 규범, 덕목과 악덕에 대한 명료한 메시지 전달로 언중에 대한 사회적 통제력을 행사한다.
(3) 개도 무는 개를 돌아본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Cada gorrión tiene su corazón. (참새도 마음이 있다)
Cría cuervos y te sacarán los ojos. (까마귀를 키우면 눈을 파먹을 것이다)
Por la boca muere el pez. (물고기는 입 때문에 죽는다)
근본적으로 속담은 민간의 지혜가 반영된 정보를 전달하며, 화용론적 관점에서는 Grice의 대화의 4대 격률인 자질(calidad), 양(cantidad), 관련성(ser apropiados), 태도(ser breve)에 충실하다. 즉 대화 목적에 부합하는 진실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 명료하게 전달해야만 발화 효과를 창출할 수 있으므로 앞의 네 격률 중 관련성이 속담의 화용적 특성 중 가장 부각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속담은 위와 같은 의미·화용 기능 외에도 형태가 불변한다는 특징이 있다. 주어와 술부로 나뉜 서술문인 경우가 많고, 대부분 각운과 리듬감이 있는 운문화된 형태이며, 다양한 수사학적 도구가 사용된다. García Page (2008, 23-34)는 관용표현의 특징을 대부분 둘 이상의 어휘가 조합된 구절의 형식이고, 고착화된 형태와 성구적으로 이해 가능한 숙어성이 있으며, 반복된 사용으로 어휘화되었으나 파격적 형태가 존재하는 것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와 같은 특징을 속담도 공유하므로 이들을 관용표현의 일부로 간주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속담의 화용 기능은 주로 도덕적이거나 지적인 판단을 상기시키는 교훈적 언술이라는 점이다.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집단의 일상 경험에서 비롯되었으므로 그 집단의 특질과 세계관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속담의 의미·화용적 해석은 해석은 이를 사용하는 공동체의 언어적 맥락뿐만 아니라 언어외적 배경에 대한 이해도 요구되므로, 본 연구는 한국어와 스페인어 가축 속담의 의미 자질 비교 분석을 통해 동일한 가축에 대한 문화보편적인 인지구조와 문화적 변인에 의한 차이점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2. 한국어와 스페인어 가축 속담의 의미 자질 비교
한국어와 스페인어는 역사나 문화적 접점 없이 각기 다른 세계에서 상이한 가치관에 의거하여 존재해온 공동체들의 언어이다. 속담이 언어공동체 공통의 경험과 역사적 삶에 기초하여 생성되어온 것이라면 이는 언어공동체에 내포된 스테레오타입의 표출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과 동물의 체험적 관계에서 고착화된 의미 자질 또한 속담에 반영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데, 한국어와 스페인어 동물 속담이 유사점이 많다는 사실은 동물의 속성이 언어공동체와 상관없이 동일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속담 속 동물은 인간과 함께 등장하거나 인간 공동체에 거주하고, 인간과 우호적 또는 적대적 관계를 표출한다. 동물의 습성을 서술하는 것은 물론 의인화를 통해 인간사에 적절한 교훈적 메시지를 피력하고, 동물의 본질적 한계를 빌어 인간의 한계를 표현하는 속담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속담들은 언중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로 보이는지 깨닫게 한다.
(4)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개천에서 용 났다.
Ignorante y burro, todo es uno. (바보와 당나귀는 모두 하나다)
La zorra cambia de pelo pero no de genio. (여우는 털은 바꿔도 성질은 못 바꾼다)
Conejo rápido no llega lejos. Tortuga llega segura. (재빠른 토끼는 멀리 가지 못한다. 거북이는 틀림없이 간다)
Ayunar, o comer trucha. (굶던지, 송어를 먹던지)
(4)의 한국 속담에서는 능수능란한 구렁이, 두려운 존재의 대명사인 호랑이/범, 재주 많은 원숭이, 친숙한 동물인 개와 닭, 행운과 성공을 의미하는 신성한 존재인 용이 상징하는 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스페인어권 문화에서 가장 어리석고 만만하고 못생긴 당나귀, 교활한 여우, 재빠른 토끼, 느린 거북이, 귀중한 존재인 송어에 대한 속담을 통해 이들이 상징하는 바도 유추 가능하다. 직관적 관찰과 경험에 의해 동물에게 일정한 유형을 부여하고, 인간 행동을 동물 행동으로 치환하여 그 속에 도덕적·교훈적 내용을 담아낸 결과인 것이다.
본 연구는 이렇게 동물, 특히 가축이 한국어와 스페인어 속담에서 상징하는 바를 좀 더 상세히 비교·분석하여 언어공동체에 따른 문화보편적이거나 문화특수적인 의미 자질을 추출하고, 이 대비를 통해 스페인어와 한국어의 가축에 대한 경험적 인식과 세계관의 차이에 대해 고찰하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한국어와 스페인어 언어공동체에서 인간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가축 중 하나인 소와 관련된 속담에서 소는 농부의 큰 일꾼이자 고급스러운 먹거리로 등장한다. 한국어 속담에서 소는 암수를 가리지 않고 의미 자질을 내포하지만 스페인어의 경우는 수소(buey), 야생 수소(toro)와 암소(vaca)가 다른 심상으로 표출된다.
(5) 막둥이 소 팔러 보낸 것 같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개천에 든 소.
(6) 소귀에 경 읽기.
(7) 관에 들어가는 소걸음.
기운이 세면 소가 왕 노릇 할까.
홍두깨 세 번 맞아 담 안 뛰어넘는 소가 없다.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 들어온다.
누운 소 타기.
(5)에서는 소의 의미 자질로 [+재산], [+귀중함]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스페인어 속담에서 표출되지 않는 문화특수적인 의미 자질이다. 소는 농부가 의지하는 중요하고 값비싼 가축이라는 사실이 반영된 결과이며, 바로 이러한 사실 때문에 소는 [+행운]의 의미 자질로 확장된다. 또한 (6)에서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짐승이라는 특성상 [-영특함]을 상징하고, 소의 행태적 특징으로 인해 (7)에서 보듯 [+큰 것], [-재빠름], [+유순함]의 의미 자질을 갖는다. 이들은 한국어에 편재된 의미 자질이다.
스페인어 속담의 경우, buey, vaca3)가 성차별의 은유적 도구로 선택된다는 점이 특수하다. 특히 한국어 속담에서는 변별력이 없는 vaca를 핵심어로 하는 스페인어 속담은 여성의 가치를 부정적으로 담아내기 때문에 의미론적 폄하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전통적인 남성중심적 사고방식이 vaca의 [-권위], [-독립적 존재], [-의리]의 의미 자질을 매개로 명료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8) Toro muerto, vaca es. (죽은 수소가 암소다)
Dos bueyes machos no viven en una misma cueva. (두 수소는 한 동굴에 살지 않는다)
La mujer como la vaca, se busca por la raza. (여자는 암소처럼 혈통으로 찾는다)
Si la vaca fuese honrada, cuernos no tendría el toro. (암소가 정숙하다면 황소가 뿔이 없을 것이다)
속담 속 여성은 대개 동물명과 함께 병렬 주어로 쓰이거나 또는 동물명을 은유적 매개체로 하여 지칭되는데, 의미상으로는 축어적 성격의 매우 직설적인 진술을 구성한다. 즉 여성과 암소를 동질의 병렬 관계로 배치하거나 대비하여 결과적으로 여성과 암소가 동격의 존재임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또한 (9)~(11)의 스페인어 속담에서는 소가 [+과묵함]4), [+간교함], [+다양성]의 의미 자질을 부여받는다.
(9) Habló el buey y dijo ‘mu’. (황소가 입을 열고 ‘음매’라고 했다)
(10) Vaca que no come con los bueyes o comió antes o comerá después. (황소와 밥 먹지 않는 암소는 이 전에 먹었든가 다음에 먹을 것이다)
(11) Por eso se vende la vaca, porque uno come la pierna y otro la falda. (누구는 다리를 먹고 또 누구는 뱃살을 먹기 때문에 소가 팔린다)
한편, toro는 buey와 달리 [-유순함]의 의미 자질을 나타낸다.
(12) Los toros se ven mejor desde la barrera. (투우는 목책에서 더 잘 보인다)
No es lo mismo torear que ver los toros desde la talanquera. (울타리에서 보는 투우와 투우를 직접 하는 것은 같지 않다)
두 번째, 닭이 핵심어인 속담도 다수를 이룬다. 닭은 가축 중에서도 몸집이 매우 작아 각 가정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먹거리이자 기초적이고 간단한 경제 수단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다음과 같이 속담에 반영된다.
(13) 닭 잡아 겪을 나그네, 소 잡아 겪는다.
닭의 새끼 봉이 되랴.
닭쌈에도 텃세한다.
한국어 속담에서 닭은 [+먹거리], [+재산], [-중요한 존재]라는 의미 자질을 바탕으로 비교적 단순한 은유 구조를 형성한다.
스페인어의 경우, 수탉(gallo)과 암탉(gallina)으로 핵심어가 구분되며, 관련 속담의 수도 한국어의 그것보다 월등히 많으므로 이에 대한 심상과 의미 자질 또한 다양하다. Gallo의 경우, 스페인 한림원 사전은 ‘Hombre fuerte, valiente’, ‘Hombre que trata de imponerse a los demás por su agresividad o jactancia’, ‘Hombre que en una casa, pueblo o comunidad todo lo manda o lo quiere mandar y disponer a su voluntad’라는 정의를 제시하는데, 즉 gallo는 경쟁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우월한 위치를 남과 공유하지 않는 [+용맹], [+공격적], [+권위]의 의미 자질을 갖는 것이다.
(14) Cada gallo canta en su muladar. (각 수탉은 자신의 퇴비 더미에서 노래한다)
No cantan dos gallos en un gallinero. (한 닭장에 두 수탉이 노래하지 않는다)
En cada corral, un solo gallo, y en cada casa un solo amo. (각 닭장에는 수탉 한 마리, 각 가정에는 집주인 한 사람)
또한 gallo는 (15)에서와 같이 그 생태적 특성으로 인해 ‘입’이나 ‘말’을 지칭하는 환유 구조를 생성한다. 이는 새의 부리를 뜻하는 pico가 boca의 속된 표현인 것과 동일한 인지구조에 기반을 둔 결과이다.
(15) Al gallo que canta, le aprietan la garganta. (노래하는 수탉은 목을 비틀어버린다)
Gallo que no canta, algo tiene en la garganta. (노래하지 않는 수탉은 목에 무언가 걸린 것이다)
한편, gallina는 gallo와 상반된 위치에 있다. [+순종], [+모성]의 gallina는 여성의 환유적 표현이 되어 남성과 이항대립을 이루는데, [-남성성]의 다른 암컷 가축과 마찬가지로 [-독립적], [+성행위의 상대] 등의 의미 자질을 내포하는 gallina를 이용한 여성 폄하는 남성에게 종속된 여성의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화용 의도의 표출로 해석할 수 있다.5)
(16) Allí tiene la gallina los ojos, donde tiene los huevos y los pollos. (달걀과 병아리 있는 곳에 암탉의 눈길이 간다)
Triste está la casa donde la gallina canta y el gallo calla. (암탉이 노래하고 수탉이 조용한 집은 비참하다)
La mujer y la gallina, pequeñina. (여자와 암탉은 작아야 한다)
La mujer y la gallina, por andar anda perdida. (여자와 암탉이 싸돌아다니면 망친다)
Gallinas y mujeres, entre cuatro paredes. (암탉과 여자는 사면 벽 안에
또한 gallina는 끊임없이 달걀을 생산해내므로 [+재산], [+희생] 의미 자질의 존재이며, 식탁에서는 [+먹거리]를 뜻한다. 이는 (17)에서 드러난다.
(17) La gallina de mi vecina más huevos pone que la mía. (이웃의 암탉이 내 닭보다 달걀을 더 많이 낳는다)
Gallina que no come, no pone. (먹지 않는 닭은 낳지도 않는다)
Si quieres el huevo, sufre la gallina. (달걀을 원하면 암탉은 고통스러워한다)
Más vale pan con amor que gallina con dolor. (고통스러운 닭요리보다 사랑이 담긴 빵이 낫다)
Si quieres que el ciego cante, la gallina por delante. (맹인이 노래하기를 원하면 암탉을 앞세워라)
Cada día gallina, amarga la cocina (매일 먹는 닭요리가 주방을 망친다)
먹이를 찾아 끊임없이 땅을 파헤치는 닭의 습성은 gallina에게 [+끈기]와 [-영특함]의 의미 자질을 부여하기도 했다.
(18) Grano a grano, hinche la gallina el papo. (암탉은 낱알을 모아 모이주머니를 채운다)
Las gallinas dejan el trigo y pican la mierda. (암탉은 곡식을 놔두고 분변을 쫀다)
스페인 한림원 사전은 gallina의 의미로 ‘Persona cobarde, pusilánime y tímida’를 제시하고 있으므로, 위의 속담에서 유추할 수 있는 심상 외에도 닭의 속성에서 확장된 ‘겁쟁이’의 의미를 부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이 풍부한 의미 자질을 내포한 스페인어 속담에서 거위나 오리 등의 다른 가금류에 대한 속담이 거의 없어 닭에 편재된 관심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는 한국어 속담 또한 마찬가지이다.
세 번째, 한국어에서 양은 [+희생], [+먹이감]의 의미 자질을 갖지만 관련 속담이 거의 없어서 ‘이리 앞의 양’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언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가축이라는 사실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반면, 스페인어 속담에서 양은 매우 친숙한 가축이다. 암양(oveja)이 수양(carnero) 보다 훨씬 빈번하게 등장하는데, oveja는 성경의 상징과 같이 [+순종], [+희생]의 의미 자질을 내포하지만 속담에서는 [-영특함]으로 구조화되거나 여타 가축 속담과 같이 여성 폄하적인 [-독립적], [-주도적]의 자질을 지닌 핵심어이다.
(19) Ovejas bobas, por donde va una, van todas. (멍청한 양들은 하나가 가는 곳에 모두 간다)
(20) Ovejas y muchacha, al atardecer a casa. (양과 처녀는 해질녘엔 집으로)
(20)에서는 ovejas가 등위접속사에 의해 chicas와 병렬 구조를 이루고, 술부에서 단 하나의 진술만이 등장하면서 동물과 여성이 유사성에 의한 동질의 존재로 은유화된다. 즉, 통사적으로는 두 개의 병렬 주어가 존재하지만 동물은 여성의 존재를 은유화하는 도구로 기능하기 때문에 의미상으로는 단일 주어, 즉 여성에 대한 진술이 되는 것이다.
한편, 양은 늑대와의 적대적 관계에서 [-상위 포식자], [-강자(强者)]의 의미 자질을 표출하는 한편 집단생활에서 기인한 [-개인적]의 의미 자질도 부여받았다.
(21) Loca la oveja que al lobo se confiesa. (미친 양이 늑대에게 고해한다)
Reunión de pastores, ovejas muertas. (목동의 모임에는 죽은 양이 생긴다)
Hazte cordero y te comerán los lobos. (새끼 양처럼 굴면 늑대에게 잡아먹힌다)
Cada oveja con su pareja. (각 양은 자신의 짝과 함께)
아울러 양은 농부에게 재물과 다름 아니므로, 속담은 이러한 사실을 다음과 같이 구조화한다.
(22) Quien tiene ovejas, tiene un tesoro, comen hierba y cagan oro. (양을 가진 사람은 보물을 가진 것이다. 풀을 먹고 금을 싸기 때문이다)
La oveja de muchos, el lobo la come. (주인이 많은 양은 늑대가 잡아먹는다)
네 번째로, 쥐6)를 사냥함으로써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고양이는 도도하고 변덕이 심하고 이중적이라는 심상으로 속담에 등장한다. 고양이는 쥐와의 관계에서 [+상위 포식자], [+강자(强者)]이고, 개와의 관계에서는 [+적대적]이며, [-순종]의 의미 자질을 내포하는데, 이는 다음과 같이 한국어와 스페인어 속담에서 공통적으로 표출됨으로써 고양이에 대한 문화보편적인 인지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23) 고양이 쥐 생각한다.
고양이가 없을 땐 쥐가 날뛴다.
소리 없는 고양이 쥐 잡듯
고양이 달걀 굴리듯.
A buen gato, buen rato(ratón). (재주 많은 고양이에게는 재주 많은 쥐가 [어울린다])
Gatos y perros enemigos ciertos. (고양이와 개는 틀림없는 적수이다
Cuando el gato no está los ratones bailan. (고양이가 없을 때 쥐들이 춤춘다)
Más come un gato de una vez, que un ratón en un mes. (쥐가 한 달 먹는 것보다 고양이가 한 번 먹는 것이 더 많다)
그러나 인간이 판단한 고양이의 부정적인 특성, 예를 들어, 길들여지지 않고 도도하다는 점은 [-충절], [-신뢰]의 부정적인 의미 자질을 기반으로 한 속담으로 구조화된다.7)
(24) 고양이 보고 반찬가게 지켜 달란다.
고양이 쥐 사정 보듯 한다.
고양이 앞에 고기반찬.
고양이 눈처럼 변덕스럽다.
고양이보다 더 융통성 없다.
고양이가 발톱을 감춘다.
Cara de beato, uñas de gato. (복자의 얼굴, 고양이의 발톱)
El gato no tiene amo. (고양이는 주인이 없다)
Buen amigo es el gato cuando no araña. (좋은 친구란 할퀴지 않을 때의 고양이다)
Gato enfadado, araña hasta con el rabo. (화난 고양이는 꼬리로도 할퀸다)
Con un ojo al gato y otro al garabato. (한쪽 눈은 고양이에게, 다른 쪽 눈은 쟁기에게)
Con ladrones y gatos, pocos tratos. (도둑과 고양이는 가까이 하지 말라)
(24)의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는 인간의 존중을 받는 동물이다. (25)에서 보듯 고양이에게는 [+유용성]의 자질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25) 고양이 덕과 며느리 덕은 느끼지 못 한다.
Al gato por ser ladrón no lo eches de la mansión! (도둑이라고 고양이를 집에서 내쫒지 말지니!)
또한 고양이의 외적 특성이 속담을 구조화하는 의미 자질로 기능하기도 한다. 한국어 속담에서는 [-아름다움]의 의미 자질을 고양이의 생김새에 부여하였다면, 스페인어 속담에서는 고양이의 생김새를 인간의 그것과 비교하여 [-신뢰]의 부정적 인성을 서술하는 차이를 보인다.
(26) 내 마신 고양이 상 같다.
고양이 수파 쓴 것 같다.
De gatos y de hombres chatos, el que se fía es un mentecato. (고양이와 납작 코의 남자를 믿는 사람은 우둔한 사람이다)
Quien es chato ya tiene algo de gato. (코가 납작한 사람은 이미 고양이와 약간 비슷하다)
한편, 스페인어에서는 고양이가 좀 더 다양한 의미 자질을 내포한다. (27)에서는 [+행운]을 뜻하지만, (28)에서는 고양이의 [-신뢰] [+성행위의 상대]의 의미 자질이 성차별적 진술의 매개가 되기도 한다. 앞에서 살펴본 vaca, gallina와 다른 점은 대부분 고양이라는 종 자체의 의미 자질이 여성을 은유적으로 지칭한다는 점이다.
(27) Tiene más vida que un gato. (고양이 보다 목숨이 길다)
(28) A gato viejo, rata tierna. (늙은 고양이에게는 부드러운 생쥐를)
Gatos y mujeres, buenas uñas tienen. (고양이와 여자는 긴 손톱이 있다)
Hay dos animales ingratos: las mujeres y los gatos. (배은망덕한 동물이 둘 있다: 여자와 고양이다)
Regala a la gata, y te arañará la cara. (암고양이에게 선물하라, 네 얼굴을 할퀼 것이다)
다섯 번째, El vivir del puerco, corto y bueno(돼지의 삶, 짧고 좋은 것)에서 보듯 돼지는 소와 같은 다른 농사용 가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편하게 살고 쉽게 키울 수 있는 가축이다. 매우 친숙한 동물인 돼지를 핵심어로 하는 속담은 양국의 언어에서 모두 다수를 이룬다. 중요한 재산이기도 한 돼지는 손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귀한 먹거리이기도 하므로 이러한 현실 경험이 돼지의 의미 자질을 형성한다. 그러므로 삶의 방식과 사회문화적 특성이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나 스페인어 속담에서 돼지는 [+재산], [+먹거리], [+행운]의 의미 자질을 공통적으로 드러낸다.
(29) 검정 강아지로 돼지 만든다.
산돼지를 잡으려다가 집돼지까지 잃는다.
의붓아비 돼지고기 써는 데는 가도 친아비 나무패는 데는 가지 말라.
Tratándose de puercos, todo es dinero; tratándose de dinero, todos son puercos. (돼지에 관해서는 모든 것이 돈이다; 돈에 관해서는 모든 것이 돼지다)
A quien Dios quiere bien, la perra le pare lechones/puercos. (신을 깊이 믿는 자에게는 개가 돼지를 낳아준다)
(29)의 Tratándose de puercos, todo es dinero; tratándose de dinero, todos son puercos에서는 돼지와 돈이 공통적으로 [+재산], [+탐욕]의 의미 자질을 내포함을 알 수 있다. 돼지를 출발영역으로 하여 돈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은유구조화한 것이다. 또한 한국어와 스페인어에서 돼지는 [+식욕], [+탐욕]의 상징인 동시에 살찌고 못생긴 가축이라는 측면에서 [-아름다움], [-중요한 존재]의 의미 자질을 형성한다.
(30) 양반의 새끼는 고양이 새끼요, 상놈의 새끼는 돼지 새끼라.
그슬린 돼지가 달아맨 돼지 타령한다.
돼지우리에 주석 자물쇠.
Al avariento y al puerco después de muertos. (자린고비와 돼지는 죽은 후에)
Echar margaritas a los cerdos. (돼지에게 진주 던지기)
Cuando habla la gente grande, no mete el hocico el puerco. (중요 인사가 이야기할 때 돼지가 주둥이를 들이밀지 않는다)
한편, 스페인어에서 돼지는 한국어에는 없는 문화특수적인 의미 자질을 내포하기도 한다. 가축을 상징하는 [+대표]의 의미 자질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31) Huerta sin cerdo, no tiene dueño. (돼지 없는 밭은 주인이 없다)
또한 [+영특함]의 의미 자질도 내포한다.8)
(32) Al fraile (al novio) y al cochino no le enseñes el camino. (수도사, 연인, 돼지에게는 길을 알려주지 말라)
여섯 번째, 짐을 운반하고 농사일에 동원되기도 하는 가축인 말에게는 한국어와 스페인어에서 [+신뢰]의 문화보편적인 의미 자질이 부여된다. 또한 군사용으로도 필요한 동물이었으므로9) 다른 가축들과 달리 말과 관련된 심상은 주로 긍정적인 영역에 자리하며, 무시할 수 없는 신체적 특성으로 인해 [+큰 것], [+재빠름]의 의미 자질을 내포한다.
(33) 말에 실었던 것을 벼룩 등에 실을까.
걸어가다가도 말만 보면 타고가자 한다.
Caminante cansado, subirá en asno, si no encuentra caballo. (지친 행인은 말이 없으면 나귀에 오른다)
(34) 고삐 없는 말.
닫는 말에도 채를 친다.
Caballo corredor, no ha menester espuela. (달리는 말에 박차는 필요 없다)
Caballo corredor, pronto se cansa. (달리는 말은 빨리 지친다)
(34)의 스페인어 속담은 상이한 교훈적 진술로 귀결됨이 이채롭다. 동일한 의미 자질을 다르게 해석한 결과로서, 이렇게 경우에 따라 상반되거나 역설적인 진술의 속담들이 스스로 속담의 절대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한편, 한국어와 스페인어의 문화특수적인 의미자질도 발견된다. 먼저, 한국어 속담에서 말은 다른 동물과 같이 [-영특함], [+헛고생]의 의미 자질을 내포한다. 동물이 인간과 같은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생물이며, 인간의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노력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경험적 사실이 반영된 결과이다.
(35) 말 귀에 염불.
먹기는 발장이 먹고 뛰기는 말더러 뛰란다.
스페인어에서는 말의 [+신뢰], [+큰 것], [+재빠름]이 확장된 [+귀중함]의 의미 자질이 부각된다. 이는 (36)과 같이 구조화되고, 특히 친구나 어린이와 동격화 될 정도의 [+귀중함], [+재산]의 가치를 나타낸다.
(36) El ojo del amo engorda el caballo. (주인의 눈에는 말이 살쪄 보인다)
A caballo regalado no le mires el diente. (선물 받은 말은 이빨을 보지 말라)
Caballo de muchos amos, siempre muere de gusanos. (많은 주인을 둔 말은 구더기 때문에 죽는다)
Caballo ajeno, ni come ni se cansa. (남의 말은 먹지도 지치지도 않는다)
Cuando se va para rico hasta las mulas paren pótricos. (부자가 되려면 노새도 망아지를 낳는다)
Al amigo y al caballo, no hay que cansarlo. (친구와 말은 피곤하게 하지 말라)
Al caballo, como al amigo, antes de necesitarlo, pruébalo. (말은 친구처럼 도움을 청하기 전에 시험해보라)
Al potro y al niño, con cariño. (망아지와 아이에게는 다정하게)
또한 앞에서 언급한 의미 자질을 매개로 실수, 실패의 긍정적 효과나 진실을 가려볼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진술을 구성하기도 한다.
(37) No hay caballo, por bueno que sea, que no tropiece. (아무리 좋더라도 넘어지지 않는 말은 없다)
El que vende un caballo es porque patea. (말을 팔 때는 발길질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스페인어 동물 속담과 마찬가지로 말 또한 여성과 동물의 동격화에 의한 여성 폄하의 도구로 기능한다.10) Caballo뿐만 아니라 암말인 yegua를 핵심어로 하여 남성중심적 가치관이 반영된 진술로 귀결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말에게 부여된 [+소유물], [-독립적]의 의미 자질과 암말의 [+성행위의 상대], [-강자(强者)]의 의미 자질이 (38)의 성차별적 속담을 구조화한다.
(38) A la mujer y al caballo no hay que prestarlos. (여자와 말은 빌려줘선 안 된다)
El caballo y la mujer, a ojo se han de tener. (말과 여자는 감시해야 한다)
El que presta su caballo para garrochar, y a su mujer para bailar, no tiene que reclamar. (투우 경기에 말을 빌려주는 이와 댄스에 부인을 빌려주는 이는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Gallo, caballo y mujer, por la raza has de escoger. (수탉, 말, 여자는 혈통으로 골라야 한다)
Caballo que llene las piernas, gallo que llene las manos y mujer que llene los brazos. (다리를 채우는 말, 손을 채우는 닭, 팔을 채우는 여자)
La yegua que yo tenía, la tiene mi compañero, y el orgullo que me queda es que la monté yo primero. (내가 가졌던 암말은 동료가 가지니, 내게 남은 자존심은 그것을 내가 처음 탔었다는 것이다)
Patada de yegua no duele. (암말의 발차기는 아프지 않다)
Ⅲ. 결론
본 연구는 스페인어와 한국어 속담 중 가축명을 핵심어로 하는 사례의 의미 자질을 비교, 분석하였는데, 한국어와의 비교 연구이기는 하지만 문화적 변인에 의한 스페인어 속담의 차별적 의미 자질을 부각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한국어와 스페인어 속담에는 문화적 특수성이 반영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축 속담은 특수성과 함께 문화보편적인 의미 자질에도 기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동물의 습성과 동물과 관련된 인간의 경험이 범세계적으로 보편적이기는 하지만 이 또한 문화특수적인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가축의 종류와 관련된 특이점이라면 양과 관련된 속담이 한국어에는 존재하지 않아서 전통적으로 생성된 의미 자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었으며, 아울러 한국어와 스페인어에 모두 염소와 관련된 속담이 아예 없거나 매우 소수라는 사실도 언급할 만하다. 이 외에 한국어와 스페인어 가축 속담의 의미 자질은 다음과 같은 문화보편적이거나 문화특수적인 양상을 보였다.
먼저, 한국어 속담에서 소는 암수를 가리지 않는 핵심어지만 스페인어 속담에서는 buey, toro, vaca가 상이한 가치로 표출된다. 한국어에서는 [+재산], [+중요한 것] [+행운], [-영특함], [+큰 것], [+유순함], [-재빠름]의 의미 자질을 내포하고, 스페인어에서는 [+과묵함], [+간교함], [+취양의 다양성]을 표출하여 문화적 변인에 따른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toro는 buey와 달리 [-유순함]의 자질을 나타내는 한편 vaca는 [-권위], [-독립적 존재], [-의리]의 의미 자질을 부여받아 buey와 이항대립을 이루며 성차별의 은유적 도구가 되는 문화특수적 양상이 발견된다. 이는 암컷 가축 대부분의 공통적인 의미 자질로서, 스페인어 공동체의 남성중심적 세계관이 강하게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닭은 한국어 속담에서 [+먹거리], [+재산], [-중요한 존재]의 단순한 의미 자질을 갖지만, 스페인어에서는 gallo와 gallina로 핵심어가 구분되어 gallo는 [+용맹], [+공격적], [+권위]를, gallina는 [+재산], [+희생], [+먹거리], [+끈기], [-영특함], [+순종], [+모성], 여성폄하적인 [-독립적], [+성행위의 상대]의 의미 자질을 표출한다. 셋째, 양은 한국어 속담에서 전통적인 의미 자질을 찾아볼 수 없으나 스페인어의 경우는 oveja가 [+순종], [+희생], [-영특함], [-강자(强者)], [-개인적]의 의미 자질을 나타내며, 여성 폄하적인 [-독립적], [-주도적] 의미 자질 또한 갖는다. 넷째, 고양이는 한국어와 스페인어에서 모두 [+강자(强者)], 개나 쥐에게 [+적대적], [-순종], [-충절], [-신뢰], [+유용성]의 의미 자질을 보편적으로 나타낸다. 문화특수적으로는 한국어 속담에서 [-아름다움], [-유순함]을, 스페인어 속담에서는 [+행운] 또는 여성 폄하적인 [-주도적], [-신뢰], [+성행위의 상대]의 의미 자질을 갖는다. 다섯째, 돼지는 한국어와 스페인어에서 공통적으로 [+재산], [+먹거리], [+행운], [+식욕], [+탐욕], [-아름다움]의 가치를 지니는데, 스페인어의 경우 [+대표적 가축], [+영특함]의 의미 자질 또한 내포한다. 여섯째, 말은 문화보편적으로 [+신뢰], [+큰 것], [+재빠름]의 의미 자질을 보인다. 그러나 한국어에서는 [-영특함], [+헛고생]의 가치가 더해지고, 스페인어에서는 [+귀중함], [+재산]의 의미 자질이 함께 부각된다. 또한 caballo뿐만 아니라 암말인 yegua를 핵심어로 하여 남성중심적 가치관이 반영된 [+소유물], [-독립적]의 의미 자질과 함께 [+성행위의 상대], [-강자(强者)]의 의미 자질이 속담을 구조화하였다.
지면의 한계 상 분류 대상 핵심어로 선택한 가축의 수를 한정하기는 했으나 속담 분석을 통한 이(異) 언어 간의 인지 구조 비교라는 비교문화적 관점에서의 고찰은 스페인어에 내재된 가치관을 가늠하고 의미 자질의 다양성을 확인하는데 유의미했으며, 또한 본 연구가 스페인어 속담에 접근하려는 이들에게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고 판단된다. 아울러 외국어로서의 스페인어 학습자의 관심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추후에 교수법적 활용도 고민해볼 만하다. 모쪼록 스페인어 속담의 다양한 의미장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꾸준히 이어져 스페인어에 대한 이해가 음성언어의 영역을 넘어 그 가치관과 사고방식에 대한 관심으로도 깊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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