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itute of Iberoamerican Studies
[ Article ]
iberoamerica - Vol. 21, No. 2, pp.83-114
ISSN: 1229-9111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1 Dec 2019
Received 04 Nov 2019 Revised 04 Dec 2019 Accepted 04 Dec 2019
DOI: https://doi.org/10.19058/iberoamerica.2019.12.21.2.83

베네수엘라 위기와 라틴아메리카의 고독 그 오래된 미래

최명호**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HK 연구교수 nadabh@gmail.com
Crisis in Venezuela, Solitude of Latin America, the Old Future
Choi, Myoung-Ho**

초록

베네수엘라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국가이다. 불행하게도 민중의 생존권이 위험한 상황이며 뉴스의 대부분이 부정적이다. 국내 일부에서는 모든 것이 미 제국주의에 의한 침략의 결과라고 주장하고 다른 일부에서는 과도한 포퓰리즘에 인한 국가부도 상황이라고 한다. 또 다른 일부에서는 신냉전적 국제질서에 의한 강대국들의 파워 게임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것은 바로 생존권 위기의 베네수엘라 민중들이다.

베네수엘라의 위기는 대내적/대외적 요인이 모두 작용한 것으로 보이나 대내적 요인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대내적 요인은 라틴아메리카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정실 자본주의, 족벌세력의 독재와 부정부패에 의한 것이다. 차베스는 과두세력을 비판하며 정권을 잡았지만 역설적으로 차베스주의자 혹은 현 집권 세력은 또 다른 과두세력이 된 것이다. 불행하게도 미국과 EU 등 서구세력과 베네수엘라의 현 집권 세력은 극단적인 대립 중이며 서로 벼랑 끝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좋은 해법은 자유롭고 평화로운 대통령 선거이나 2019년 10월 현재 상황은 악화되고만 있다. 족장의 가을과 겨울이 지나가고 어떤 봄이 올지는 베네수엘라 민중이 결정해야 할 것이다.

Abstract

Now Venezuela is the most attentional country in Latin America not only in our country but also all world. Unfortunately, the current crisis is a danger that threatening the venezuelan people's right to live, so most of the news is negative. Some analysts in Korea insist that everything is the result of invasion by US imperialism, others say it is a state of default due to excessive populism. The others also described as a power game of the powers of the world by the new Cold War. But most essential thing is that Sovereign of Venezuela, Venezuelan people are marginalized in this process.

Venezuela's crisis seems to have been both a combination of internal and external factors, but internal factors been a main cause. The internal factors are the dictatorship and corruption of crony capitalism of nepotism which are considered historical ailments in Latin America. Chávez criticized the oligarchy, but paradoxically, the Chávezian or current ruling forces became another oligarchy. Unfortunately, Western powers such as the United States and the EU and Venezuela's current ruling powers are at an extreme confrontation, so can be seen using cliff-edge tactics. The best solution is the free and peaceful reelection of the president. After the patriarchal winter, which spring will come the Venezuelan people must decide.

Keywords:

Venezuela, Venezuela Crisis, Corruption, Crony Capitalism, Maduro. Crisis in Venezuela, Solitude in Latin America, The Old Future

키워드: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 위기, 부정부패, 정실자본주의, 마두로

Ⅰ. 서론

2019년 10월 23일 MBC 100분 토론 20주년 특집에 출연한 홍준표 새누리당 당대표이자 전 대권후보,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잘못된 공수처의 예로 베네수엘라를 들었다. 현재 대중 미디어에 노출된 가장 최근의 베네수엘라 사례이며 비슷한 맥락으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실패한 포퓰리즘의 예로 베네수엘라를 들며 실패한 좌파정권의 결과로 ‘베네수엘라 꼴’난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좌우 상관없이 실패한 국가의 전형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것을 검증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실제로 2019년 1월 1일부터 2019년 10월 25일 현재까지 포털 사이트 <네이버> 기준 베네수엘라 관련 뉴스는 16,566건으로 2018년 한 해 동안 노출된 뉴스가 10,193건이므로1) 베네수엘라 관련 뉴스는 10월 25일까지 62%의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거의 모든 뉴스가 부정적인 것은 현재 해외뉴스의 경우 영미권 통신사의 영향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언론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대부분이 직접 취재가 아닌 해외 언론사의 기사를 인용하고 소개하는 기사이다. 다시 말하면 서구적 미디어의 눈이라는 필터를 통해 베네수엘라의 상황을 보는 것이므로 그 자체로 한계가 있다. 또한 이미 벌어진 현상에 대해 원인을 찾는 것은 현재 상황을 기반을 두고 미래를 전망하는 것과 질적인 차이가 있으며 상대적으로 용의하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기계적으로 결과에 맞추어 원인을 찾는 것은 그것이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정보라고 해도 학문적으로 그리 큰 가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베네수엘라가 ‘21세기 사회주의’라고 불렸던 차베스주의와 미국의 패권주의와 대결하던 한때 라틴아메리카의 유토피아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베네수엘라는 상황은 그저 한 국가의 정치/경제/문화적 붕괴라기보다는 라틴아메리카적 유토피아 혹은 이상향(理想鄕)의 추락으로 해석되어야 하며 동시에 다른 맥락으로 라틴아메리카에 바로크적 정서인 ‘환멸’이 자리 잡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므로 현재 베네수엘라 상황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비판은 환멸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베네수엘라 사태’는 베네수엘라 민중의 생존권 위기, 초하이퍼인풀레이션에 의한 경제 위기, 현 집권세력의 무능과 부패 그리고 독재의 문제, 라틴아메리카 역내 난민 문제 등으로 구분된다. 이렇게 베네수엘라 사태를 보는 몇 가지 관점이 있고, 그 관점에 따라 베네수엘라 사태의 목적과 원인/이유를 정의하는 것부터 달라진다. 베네수엘라 집권세력을 지지하는 세력에게 베네수엘라 사태란 미국 제국주의가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붕괴시키고 친미정권을 세우려는 것이며 그 목적은 베네수엘라의 원유 및 기타 자원을 약탈하는 것이라는 상당히 고전적인 관점이 있다. 이 관점에 의하면 사태의 원인은 미국의 제국주의이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세력의 경제 제재가 현 상황의 직접적 원인이 되며 베네수엘라의 집권 세력은 모함당한 피해자이다. 그 반대쪽에는 현 집권 세력의 독재와 무능, 부정부패와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해 식량, 생필품 그리고 약품 부족 등 생필품의 부족 현상과 현실적으로 존재하기도 어렵고 상상하기도 어려운 초하이퍼인플레이션 현상과 외환위기적 상황이 야기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와는 다르게 모든 것이 유가폭락으로 인한 것이란 시각도 존재하지만 다른 산유국들이 겪고 있지 않는 상황을 겪고 있다는 점과 베네수엘라의 현 집권세력은 20년 이상 집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의 유가폭락으로 정권 붕괴에 가까운 위기가 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정권의 무능을 입증하는 것이다.

전 칠레 대통령이면서 현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 사무소(Office of 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의 책임자인 미첼 바첼레트(Michele Bachelet)를 비롯하여 조사팀은 2019년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베네수엘라를 직접 방문하여 베네수엘라의 인권 상황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한 후 7월 5일 공식보고서를 발표했다.2) 미첼 바첼레트는 중도좌파 혹은 좌파 성향의 정치인이었고 현재도 그 이념적 성향은 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영미권의 미디어를 통해 언급되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정보와 유럽 등의 좌파 성향의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고 있는 극단적인 정보 사이에 균형 잡힌 결과물을 제시할 것이라 예상되었다. 미첼 바첼레트와 조사팀은 마두로 대통령을 비롯하여 야당의 지도자이며 국회의장/임시대통령 과이도 등 다양한 인사들과 공식/비공식 면담을 진행했으며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에콰도르, 멕시코, 페루 그리고 스페인의 베네수엘라 난민과 이민자들과도 면담을 진행했다. 총 558건의 인터뷰와 정부 및 여당과 야당 인사들과의 159회의 회담 및 다양한 실사를 거쳐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결과는 총체적 난국이라는 판단이었다.

보고서에 의하면 2019년 4월 베네수엘라의 최저임금은 한 달 기준 7달러 수준이며 이 임금 수준으로는 생계를 위한 기본적인 식량의 4.7%만을 충족할 수 있으며 한 달 기준으로 겨우 4일치의 식량을 살 수 있을 정도이다. 국가 자원의 부적절한 분배와 공공 인프라의 투자 및 관리 실패로 인해 대중교통과 전기, 수도, 가스 등 현대 사회에서 기본적 생존을 위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기본적 생존권 위기 상황에 있으며 베네수엘라 정부는 2018년 8월까지 이 모든 것을 부정해왔으나 9월부터 이 모든 것을 인정했다. 베네수엘라의 약 370만 명이 영양실조 상황이며 여기에는 어린이와 임신한 여성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정부는 소위 클랩박스(CLAP boxes)로 알려진 식량 배급 프로그램으로 기본적인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국민에게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적 원조를 얻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2016년 말부터 시행된 “조국의 카르넷(Carnet de la Patria)”은 가정에 직접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데, 중앙정부가 아닌 지역에 기반을 둔 조직이 관리하고 이를 통해 지역 수혜자의 정치적 활동을 감시하는 제도로 악용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의약품 부족이 심각한데, 중환자들을 위한 주요한 의약품은 카라카스를 비롯한 주요 4개 도시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고 2018년 1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1,557명이 의약품 부족에 의하여 사망했다고 한다. 피임에 관련된 물품도 부족하여 원치 않는 임신과 청소년 임신율이 2015년과 비교하여 65% 증가했으며 이와 관련한 다양한 사회문제 또한 증가하고 있다.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제재로 인해 현재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으며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적 억압으로 인해 언론사, 방송국이 폐쇄되었으며 100여명의 언론인들이 망명하였으며 정치, 사회, 경제 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2014년 이후 정부에 대한 항의 건수와 강도가 증가했다. 베네수엘라 정부에 따르면 2017년 12,913건, 2018년 7,563건, 2019년 1월 1일부터 5월 12일까지 3,251건의 시위가 벌어졌으나 NGO 단체인 베네수엘라 사회적 갈등 감시(Observatorio Venezolano de la Conflictividad Social, OVCS)에 의하며 정부발표를 상회하는 건수로 시위가 발생했는데 2017년 9,787건, 2018년 12,715건, 2019년 1월 1일부터 5월 31일 사이 9,715 건의 시위가 있었으며 대부분의 시위에서 경찰과 군은 과격하게 진압하여 시민의 집회결사자유를 침해하였으며 친여적 무장 민병대 조직인 콜렉티보스(Colectivos)는 시위대에 폭력과 테러를 가했으며 경찰과 군대 등과 협조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정부에 따르면, 2018년 시위 도중 사망자가 없었으며 2019년 1월과 5월 사이에 29명이 사망했다고 보고했지만, OVCS는 2018년 시위와 관련하여 14명이 사망했으며 UN인권위는 2019년 1월과 5월 사이에 66명이 사망했다고 기록했다. 시위에 참가하여 체포되거나 고문당한 경우, 야권 성향의 주민들의 자택에 대한 테러 등도 자행되었다. 2014년 1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정치적 이유로 최소 15,045명이 구금되었고 그 중 527명이 2018년에 2019년 1월에서 5월 사이에 2,091명이 구금되었다. 2019년 5월 31일까지 793명이 자유를 박탈당했으며 1,437명이 무조건 석방되었으며 8,598명이 조건부로 석방되었고 피의자로 형사소송 중이다. 체포되어 구금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정부기관에 의한 다양한 형태를 고문을 포함하여 비인격적이며 비인도적인 처우가 있었고 이를 통해 자백을 강요당했다고 한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금기시되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 또한 있었다고 한다. 논쟁적이긴 하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보안작전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건을 “권위/공권력에 대한 저항”으로 인한 살인으로 분류하는데 베네수엘라의 경우 비정상적으로 높으며 2018년 정부는 5,287건이 있다고 했지만 NGO단체인 베네수엘라 범죄감시(Observatorio Venezolano de la Violencia, OVV)는 이 범주에서 최소 7,523건의 사건이 있다고 밝혔으며 개별적 사건에 대한 분석을 통해 그 원인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재 베네수엘라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임에는 분명하다. 마두로 대통령과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 보고서가 허위이며 날조라고 주장하였으나 그 근거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며 보고서를 근거로 판단하면 정치적으로 베네수엘라의 현 상황은 계엄령이 내려진 군부통치 시기와 흡사하거나 준군부통치로 봐도 그리 큰 무리는 없을 것이며 베네수엘라 국민의 생존권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악화될 것이며 석유 수출에 해결책이 생기지 않는다면 경제적으로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 전망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Ⅱ. 베네수엘라 사태의 원인

현재 베네수엘라의 상황이 상당히 어렵다는 데에는 그 누구도 반론을 제기 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원인에 대해선 진영 혹은 이념에 상관없이 공통된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도 베네수엘라 사태의 특징인 것 같다. 베네수엘라 경제파탄의 원인이 미국의 경제제재 혹은 경제봉쇄 때문이며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여 마두로와 현 집권세력이 권력을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며 권력을 지켜낼 것인지를 주목하는 것 같다. 또한 20세기적 패러다임인 냉전적 구조로 현 베네수엘라 문제를 해석하여 미국과 서구유럽 그리고 중국, 러시아와 이란 등의 국가가 대립하는 양상, 더 나아가 구 공산권과 자본주의 진영 간의 새로운 패권경쟁으로 본다. 하지만 이것은 조금만 생각해봐도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G2가 냉전적 상황에서 서로 대립하는 것인지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를 만들기 위한 여러 포석 중인지는 고민할 여지도 없다. 다시 베네수엘라의 관점에서 말하면 어떤 세력이 정권을 잡건 ‘미국의 이익’이라는 시각에서는 그리 차이가 없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원유의 50% 이상을 수입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는 현재의 상황에서 미국 혹은 중국에게 큰 이익도 치명적 손실도 입힐 수 없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면 미국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어떤 면에서 미국과 베네수엘라는 경제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 원유가 미국에 수입되고 있다는 점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원유 공급의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만으로 유가는 상승될 것이고 이는 강력한 인플레이션 압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10% 내외의 베네수엘라 상류층과 집권세력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며 다른 국가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고통 받는 것은 90%의 베네수엘라 대다수 민중들이며 수십만의 난민들을 받을 수밖에 없는 베네수엘라 주변국들이다. 역설적으로 베네수엘라는 현재 스스로의 몸을 태워 남아메리카가 운명공동체라는 것을, 그래서 하나로 연대해야 한다고 증명하는 지도 모를 일이다.3)

1. 미국과 서구의 경제제재

2018년 2월 1일 대한민국 외교부는 짧은 성명서를 발표했다.4) 베네수엘라의 현 상황을 우려하며 모든 주체들이 참여해 민주주의를 회복할 것을 기대한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대한민국 또한 국제사회에 공조할 것이란 마지막 부분은 직설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현 집권세력의 기득권을 모두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며 이것이 현 정부의 공식적 입장인 것이다. 과거 냉전논리에 익숙한 이들은 베네수엘라의 모든 문제가 미국의 경제 제재 때문인 것으로 보기도 한다. 여기에 기본이 되는 것이 현재까지 베네수엘라가 ‘특별기간(Período Especial)’5) 시기의 쿠바와 비슷한 수준의 경제 제재, 다시 말하면 무역봉쇄에 가까운 조치가 취해졌다는 데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냉전논리에 익숙한 이들의 상상에 가까운 것이다. 물론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쿠바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공식적인 미국의 대 베네수엘라 제재는 세 가지로 볼 수 있는데, 그 첫 번째는 오바마 행정부의 행정제재 13692호와 그것의 1년 연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인권탄압 실태와 대미 적대정책이 미국의 안보와 외교정책에 상당한 위협이 된다고 보고 2015년 3월 8일에 베네수엘라 인권침해 및 부패 연루 고위 관료 7명(전원 국가정보부 출신)에 대한 미국 내 금융거래 동결 및 출입국 제재를 골자로 하는 행정명령 13692호를 발효했고 2016년 그 기한을 1년 연장했다.6) 이 조치가 과연 베네수엘라 경제위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물론 미국의 이런 조치가 베네수엘라 집권세력의 핵심에는 직접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다. 두 번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실시한 것으로 2017년 8월 5일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주재국 정부 및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이후 PDVSA)가 발행한 채권 및 부채에 대한 금융거래를 전면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경제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다만, 베네수엘라 국민 및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능한 줄이는 측면에서 PDVSA가 발행한 특정 채권, Citgo(미국 내 PDVSA 자회사로써 주유소 등 운영) 관련 거래 및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입, 의약 및 의료기기 수출 관련 거래 등은 예외적으로 인정7)했으나 2019년 1월 29일에는 결국 미국의 관할권이 미치는 지역에서 PDVSA가 가진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인과의 채권 거래도 금지됐다.8) 또한 Citgo를 운영할 수는 있으나 수익금을 베네수엘라로 송금하지는 못하게 되었다. 이 조치로 인해 원유수출을 통한 달러의 수급은 물론이며, 국제적으로 베네수엘라 채권 가격 하락 및 국제 신용도의 저하 및 이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접근 및 거래가 차단되는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외환위기(달러부족)에 따른 국가부도 상황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베네수엘라가 외환부족을 금 수출을 통해 만회하려 하자 2018년 11월 미국은 베네수엘라 금 거래 중지 조치를 취했다.9) 어떤 면으로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제재는 2019년 2월부터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므로 2014년 유가폭락10) 이전부터 시작된 베네수엘라 경제위기에 미국의 경제제재는 주요한 요인이라 보긴 어렵다. 같은 맥락으로 유가폭락이라는 동일한 원인이 전 세계 산유국 중 유독 베네수엘라에서만 일반시민의 생존권이 위기에 빠질 만한 사태를 초래했다고 보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하지만 하이퍼인플레이션 상황의 베네수엘라는 자국의 화폐가치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도 안정적인 외화 보유고 특히 달러 보유량이 중요하지만 현재 IMF 등의 해외기관을 통해 차관을 들여올 상황도 아니며 원유수출과 Citgo 운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십억 달러가 동결됨으로 인해 상황은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생필품 수입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자금이 끊어지게 되면서 기본적 식량은 말할 것도 없고 장기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에이즈 환자, 투석이 필요한 환자, 암환자, 당뇨 및 심혈관 관련 환자들은 사형선고를 받은 것과 같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제제재가 베네수엘라 사태를 야기한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현재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11)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는 미주기구(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 OAS)의 헌장 제 4장 19조와 20조에 의거하면 불법이며 미국 국내법을 기준으로 봐도 불법적 요소가 있다. 하지만 멕시코 장벽 사태와 비슷하게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를 제어하거나 견제할 수단은 없어 보인다.

2. 라틴아메리카적 원인: 집권세력의 부정부패

그렇다면 베네수엘라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1998년 차베스는 대선을 준비하면서 정치/경제 지배층을 ‘부패한 과두지배층’이라 비난했다. 그는 석유부국인 베네수엘라에 빈곤이 팽배한 유일한 원인은 넘쳐나는 부패라 주장했다(토마스 E 스키드모어 외 2014, 409). 20여년이 흐른 지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당시의 부패는 구조적으로 계승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3월 25일 두 번째 전국적 정전이 있었다. 현지 시간 오후 1시 20분에 수도 카라카스를 포함한 대부분 지역이 정전이었고 밤이 돼서야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다시 전기가 공급되었다고 한다.12) 정전에 관련하여 서로 상반된 많은 정보들이 있으나 수력발전소의 화재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의적 방화인지 시설 노후에 의한 화재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으나 2019년 4월 3일 정부는 국영전력회사에 직접 개입하고 전시에 준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전의 원인이 내부에 있었음을 자인하는 셈이다.13) 베네수엘라 국영전력회사는 고 차베스 대통령의 동생 등 핵심 집권층이 맡아서 관리하던 곳으로 20여 년 동안 정권의 변화가 없었다는 것은 이런 상황이 지속되며 꾸준히 악화되었을 것이므로 관료주의적 병폐를 넘어서 하나의 족벌체제로 정부기관 및 국영기업들이 운영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전기는 1986년 당시 세계 최대 용량의 구리(Guri)댐 혹은 시몬 볼리바르 댐이 80% 혹은 그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고 하는데 2007년 당시 우고 차베스 정부는 전력난 해결을 위해 전력 민간 기업을 국유화하고, 같은 해 4월 우고 차베스 당시 대통령은 전력 서비스 개선을 위해 대통령령 5,330호를 발표하여 국영 전력회사인 베네수엘라 전력공사(Corporación Eléctrica Nacional, CORPOELEC)을 신설하고, 전력산업을 개편하면서 2012년 기준 62% 전기를 수력으로 35%를 화력으로 기타 풍력 등을 이용하여 3%의 전기를 공급한다는 계획이 있었다. 수력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이며 역사도 제일 오래되었기 때문에 가뭄 등 자연환경의 변화 등으로 전기 수급에 문제가 생겼고 고유가 시절 국민 삶의 질 향상으로 인한 에어컨,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사용량의 증가로 인해 수요가 증가함으로 인하여 잦은 정전이 있었다.14) 그래서 냉장보관이 필요한 고기나 기타 유제품의 보관이 용이하지 않았고 경제 상황이 악화되는 것과 비례하여 변질된 식자재가 유통되기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의 정전 사태 또한 과장된 면이 있는데 잦은 정전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며 시몬 볼리바르 발전소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기반 시설 자체가 노후하였고 상대적으로 중하층 거주 지역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층이 사는 지역은 화력 혹은 기타 발전을 통해서 전기를 공급받으므로 해서 상대적으로 현대적인 시설과 안정적 공급, 다시 말해 정전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2019년 베네수엘라 정전 사태에서 전력 공급원에 상관없이 전국적 정전이 일어났다는 것은 베네수엘라 전기 인프라가 노후하였다는 것을 의미하거나 다양한 전력 공급원이 동시에 공격당했다는 것, 동시에 현 집권세력이 전기 인프라 시설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것이 동시에 성립하기는 어려우나 어떤 경우에도 현재 상황이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란 것을 말하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국영전력회사 사장, 대통령 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후고 차베스의 동생 아르헤니스 차베스(Argenis Chávez)가 차베스의 고향인 바리나스(Barinas) 주지사직을 승계했다는 것이다.15) 이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2017년 1월까지 바리나스 주지사는 우고 차베스의 형인 아단 차베스(Adán Chávez)였다. 아단 차베스는 쿠바대사, 교육부장관 등 요직을 거쳤고 후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쿠바에서 치료 중일 때는 대통령 대변인 역할을 하면서 차기 대권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더 재미있는 것은 1998년부터 2008년까지 바리나스 주의 주지사는 우고 차베스의 아버지 우고 데 로스 레이예스 차베스(Hugo de los Reyes Chávez)였다. 그리고 2008년부터 2017년 1월까지 아단 차베스, 2017년 6월부터 아르헤니스 차베스가 맡는 것이다. 약 20년 동안 한 가족이 주지사를 연임하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북한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족벌체제(Nepotism) 혹은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인 것이다. 북한과 우리나라 재벌의 승계문제 등은 그 자체로 봉건적 신분제에서 기원한 족벌체제가 원인이며 이것은 민주사회에서는 당연히 철폐해야 할 병폐이다. 게다가 아르헤니스 차베스는 주지사를 인계받기 나흘 전에 주정부의 총리 혹은 내무장관에 임명되었다. 아르헤니스 차베스에게 주지사를 인계하기 위한 꼼수였던 것이다. 이런 족벌체제는 차베스 가문만이 아니다. 현재 대통령인 마두로는 2005년에 국회의장이었다. 마두로가 2006년 외무부장관으로 임명되자 그 부인인 실리아 플로레스가 국회의장직을 물려받게 된다. 2012년에는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었고 마두로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영부인으로 다른 직책을 겸직하고 있지는 않다. 혁명의 높은 이상과는 상관없이 권력은 몇 개의 가문 혹은 가족들이 독점하고 있었고 실력을 키우는 것보다는 힘이 있는 인물과 가문에 붙는 것이 베네수엘라의 출세 비법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아르헤니스 차베스는 세 번이나 부정부패 혐의로 고발되었으나 베네수엘라 법원은 세 번 모두 혐의 없음으로 기각했다.

베네수엘라는 원유를 수출하고 다른 재화를 수입하는 구조의 국가이다. 다시 말해서 교역은 베네수엘라가 존재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안정적인 환율은 당연히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유가폭락 이후 불황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환율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공식 환율과 비공식 환율은 30배 이상 차이가 나게 되었다. 공식 환율로 달러를 구해 비공식환율로 암시장에 팔게 되면 30배의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공식 환전소에 거액을 움직일 수 있는 고위 공무원과 수입업체에게 이것은 어떤 사업보다 이익률이 높은 사업으로 실제로 거래가 일어나지 않고 자국 내에서 달러가 돌면서 30배 혹은 그 이상의 이윤을 올리는 것이다. 이런 거래가 계속되면 자국 화폐량이 증가하여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2013년 기준으로 베네수엘라에서 달러를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는 국립대외무역센터(Cencoex)인데, 문제는 여기서 용도에 따라 다양한 환율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생필품-약품 등을 수입할 때는 최저 환율인 6.3 볼리바르를 적용받았고 여행 목적일 때는 12 볼리바르로 인상되었고 목적지와 기간에 따라 환전할 수 있는 금액이 한정되어 있었다. 자유환전시스템(DICOM)의 환율은 170 볼리바르였고 암시장에서는 190 볼리바르 혹은 그 이상으로 거래되었다. 바로 여기에 현재 베네수엘라 비극의 원인, 특히 생필품과 약품이 부족한 원인이 있다.16) 실제로 국립대외무역센터의 전신인 베네수엘라 외환통제위원회(Cadivi)는 부정한 방법으로 외환을 지급하는 부패의 핵심이었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베네수엘라 외환통제위원회의 총 보유 달러 중 1/3이 유령회사로 흘러들어갔으며17) 당시 중앙은행 총재였던 에드미 베탕쿠르(Edmee Betancourt)는 그 금액이 매년 2백억 달러(약 23조),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의 4%에 달한다고 밝혔다.18) 물론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기에는 부족해 보일 수도 있으나 이 금액이 내부 암시장으로 거래되면서 30배 이상으로 부풀려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년 환율의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수백 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게다가 이것이 일부 수입상이나 원유관련 회계팀 일부의 비리가 아니라 외환을 관리하는 베네수엘라 외환통제위원회가 중심이 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현 집권세력의 대부분이 공범관계였다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베네수엘라 사태의 중심에는 포퓰리즘이 있는 것이 아니라 족벌체제, 정실자본주의 그리고 부정부패가 있는 것이다 이들은 민중의 생명을 담보로 사익을 챙긴 것이다. 2013년 기준 이 환치기에는 1000%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이는 그대로 국민경제에 반영되어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19) 마두로 대통령은 2013년 외환통제위원회의 비리를 조사케 했으나 가시적 성과는 없었으며 이런 구조적 부정부패가 언제부터 지속된 것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구조적 부정부패는 2002년 차베스를 향한 야권 세력의 쿠데타 실패 이후 2003년부터 차베스 정권이 독재화되면서 심화되었다고 보는데, 만일 그렇다면 유가하락으로 인하여 지속되던 부정부패가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짐작케 하는 뉴스가 있다. 2018년 11월 27일 미국 연방 법원은 베네수엘라 전직 재무장관 알레한드로 안드라데(Alejandro Andrade)에 대해 자금세탁과 그 대가로 10억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안드라데는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경호원 출신으로 2007년부터 2011년 1월까지 베네수엘라 재무장관을 역임하였으며, 2018년에는 베네수엘라 국영 경제사회발전은행의 은행장 직을 맡으며 베네수엘라 경제계 내 최고 권력자였다. 개인 경호원 출신 인사에게 일국의 경제 수장을 맡겼다는 것은 베네수엘라가 어떻게 운영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일 것이다. 또한 그의 혐의가 자금세탁이며 그 대가로 10억 달러를 받았다는 것은 10배 이상의 자금이 세탁되어 미국에 유입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20) 더 중요한 것은 그가 대가성 뇌물을 받았다는 것은 그 자금이 본인과 관련된 것이 아니며 외부의 의뢰를 받았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는 라틴아메리카 마약 카르텔의 보스같이 대저택에 호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현재 베네수엘라 민중들의 삶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더 문제는 일국의 경제 수장이 불법적인 외환 반출과 자금세탁의 국제적 수장이라는 것이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2015년 조사에 의하면 1998년부터 2007년까지 HSBC 스위스 계좌에 148억 달러, 약 16조 6,796억원이 예치되어 있다고 한다.21) 이와는 별개로 안드라데는 스위스에 17개의 구좌가 있다고 하는데 그 총액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22) 2007년부터 2019년까지의 상황을 고려하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비밀 구좌는 더 많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영국의 사회주의노동자당 당원이며 교원노조 활동가이면서 베네수엘라 정치를 연구해온 앤디 브라운은 수입품을 둘러싸고 밀수, 사재기, 투기, 노골적 도둑질, 자금세탁 등이 만연해 있으며 기업들은 보조금을 지급받는 공식 환율로 달러를 확보해 수입할 수 있으나 유령회사를 세워 베네수엘라 안에서 환치기를 한 것으로 보며 반대파 또한 대규모 사재기 등을 통해 상황을 악화시킨 것 또한 사실로 본다.23) 현재 정확하게 분석하긴 어렵지만 앤디 브라운은 전체 수입품 거래의 약 60%가 부당한 목적에 의해 사용된 것으로 본다. 베네수엘라가 대부분의 생필품, 식량과 의약품까지 전적으로 수입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총 인민의 60% 이상의 생존권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부정부패가 구조적으로 일어났다는 점은 베네수엘라의 족벌체제24)가 이념에 상관없이 국가를 망친 주요한 병폐라는 점을 시사한다.25)

2017년 11월 16일, 루이사 오르테가(Luisa Ortega) 전 베네수엘라 검찰 총장이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 대통령을 인권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고소하였는데,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마두로 대통령 정부의 지시에 의해 8,290명이 학살되었다고 했다.26) 다시 말해 마두로 대통령은 민간인 학살 혐의를 받는 것이다. 루이사 전 검찰총장은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집권당 소속으로 검찰총장을 역임했으나 제헌의회 등 마두로 정권의 독재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면서 결국 콜롬비아로 망명하게 된다. 베네수엘라와 차베스의 볼리바리안 혁명이 우리나라에게 알겨지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바로 엘시스테마(El sistema) 때문이다. 엘시스테마는 2008년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발(EIDF)을 통해 처음 알려졌으며 이후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등 다양한 미디어에 노출되었다. 빈민가 아이들에게 클래식 음악교육을 통해 시민성을 함양한다는 자체가 화제가 되었다. 현재까지 신자유주의 경쟁교육의 대안으로 꼽히는 엘시스테마의 최고의 스타는 바로 볼리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을 이끌고 있는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이다. 그는 차베스의 장례식에서 볼리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도 했다. 그는 마두로 정권이 독재화하는 과정에서도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있었고 그로 인해 엘시스테마는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17년 5월 일어난 반정부 시위에서 엘시스테마 출신 바이올린 연주자가 사망하자 <뉴욕타임즈>의 사설을 통해 마두로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27) 이후 현재까지 엘시스테마와 관련된 행사에 구스타보 두다멜은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차베스주의자 혹은 베네수엘라 현 집권세력은 정권을 탄생시킨 군부, 차베스정부와 연결된 신흥 부르주아 그룹, 급진 좌파 지식인과 정치인 그룹, 이렇게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는데(김기현 외 2014, 24) 군부와 신흥 부르주아 그룹이 볼리부르게시아(Boliburguesía)로 족벌화했고28) 이들이 2019년 10월 현재 베네수엘라를 움직이고 있는 핵심 권력층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볼리부르게시아가 해체되지 않는 한 베네수엘라의 현재 상황에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Ⅲ. 오래된 미래 혹은 족장의 가을

(⋯) 수많은 창문을 통해 우리들은 생명이 일기 시작하는 역사적인 월요일을 아직도 까맣게 모르는 채 널브러져 잠든 짐승 같은 도시를 보았고, 우리들은 도시의 저 너머 지평선까지 전에는 바다가 있었던 곳인 끝없는 평원에 펼쳐진 황량한 달처럼 잿빛인 죽음의 분화구를 보았다. 특권이 있던 몇몇 사람 이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했던 그 금단의 구석에서 우리들은 처음으로 독수리처럼 죽음의 냄새를 맡았고, 늙은 독수리처럼 칵칵거리고, 독수리처럼 본능적인 육감으로, 응접실에서 날아다니는 냄새에 이끌려 구더기가 우글거리는 소의 껍질만 남았고 (⋯) 땅이나 바다에 사는 모든 늙은 사람과 모든 늙은 짐승보다 더 늙은 그를 보았고(⋯) (마르케스, 1983, 7-8)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족장의 가을』의 초반부는 화자 혹은 주인공이 이미 쇠락한 독재자의 관저로 들어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쉼표로 이어지는 긴 문장의 분위기를 가장 잘 나타낸 것이 앞에 인용된 부분인데 ‘잠들어있는 짐승 같은 도시’에 바다는 말라버리고 구더기가 우글거리는 곳에서 오랫동안 절대 권력을 누리던, 하지만 현재는 그 무엇보다 늙어버린 독재자를 만나게 된다.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현재 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베네수엘라의 이미지를 문학적으로 표현했다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라틴아메리카의 독재자를 가부장, 부족장, 주교 등을 의미하는 ‘la patriarca’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 해서 라틴아메리카적인 근현대사의 핵심을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중세적 질서라 할 수 있는 족벌주의 혹은 정실자본주의이다.29)

사실 베네수엘라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1920년대 원유수출 이전에는 플랜테이션 농업으로 커피와 카카오 등을 수출했다. 원유가 발견된 이후 미국에 안정적으로 수출해왔으며 구리댐이 완공된 이후 베네수엘라 전기의 70-80%를 공급할 수 있었다. 매달 정기적인 수입이 들어오7-80%가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2018 세계경제포럼(WEF) 세계경쟁력 보고서에 의하면 베네수엘라는 전체 140개국 중 127위로 현재 내전 상황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를 제외하면 세계 최하위라 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는 1975년부터 2008년까지 4회의 국가채무 부도와 채무재조정이 있었고 독립 이후 약 40년 동안 국가채무 부도상태에 있었다.(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2009, 84) 1989년 ‘카라카소’ 항쟁도 신자유주의에 대항한 부분만 강조하지만 그 이전에 정부에 의해 방만하게 지급되었던 각종 보조금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고유가 시절에도 차베스는 국가의 '펀더멘털(fundamental)', 기초경제여건인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재정수지, 경상수지, 외환보유고 등과 같은 거시 경제지표를 관리하지 못했다. 석유 의존형 경제구조로 주된 경제활동은 원유 추출 및 정제이며, 석유관련 산업이 전체 수출의 96% 그리고 정부재정수입의 60%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도시화율은 2010년 기준 94%로 인구의 94%에 도시에 거주하며 산업 중 농업의 비율은 11%로 수입에 철저히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브라이언 W. 불루엣 2013, 212,242) 우파에게 포퓰리즘이라 비판받는 차베스 정권 하의 많은 정책들이 현대 국민국가라면 당연히 제공되어야 하는 국가의 공적 서비스의 제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국가의 기초경제여건을 등한시하고 이전 세대의 지도자들이 겪었던 실수를 반복했다는 점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통속적인 표현이지만 매달 월세를 받는, 심지어 전기세도 낼 필요가 없었던 건물주가 결국 파산한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독립 직후부터 카우디요의 정치적 지배를 겪었다. 지도자의 출세와 전투의 전리품을 위해 헌신하는 개인들로 조직된 군대의 우두머리가 카우디요였다. 출세의 필수요소는 군사력과 수도 장악이었다.(토마스 E 스키드모어 et al 2014, 386) 이것은 19세기 독립 초기의 베네수엘라를 설명하는 것인데 이것은 현대의 라틴아메리카에도 그리 낯설지 않게 적용하는 것이 가능해보인다. 사람에 충성하며 개인의 사익을 추구하는 양태는 결국 공정성과 권위의 문제를 야기하고 구조적 부정부패의 근원적 원인이 된다. 1908년부터 1925년까지 베네수엘라 대통령이었던 후안 빈센테 고메즈를 마지막 카우디요로 본다.

고메즈는 무자비하고도 효과적인 통치를 했다. 그가 정치적 문제를 해결한 방법은 문제가 된 사람은 누구이든 경고, 감금, 고문, 추방, 암살 등을 통해 제거하는 것이었다. 군부는 주요 문제의 해결을 도맡으면서 고메즈의 근위대로 변했다. 비밀경찰은 반체제 인사들을 색출해 체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강력한 카우디요였던 고메즈는 카우디요 시대의 종식을 가져왔다. (토마스 E 스키드모어 et al 2014, 392)

고메즈의 독재적 통치행위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아르헨티나의 후안 마누엘 데 로사스나 멕시코의 포르피리오 디아스의 통치와 그리 다르지 않다. 이런 독재자를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족장patriarch’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권위적 가부장의 변주로 볼 수도 있는데 이것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면 강력한 카리스마의 지도자 정도가 될 것이다. 실제로 차베스가 차베스주의 안의 이질적인 집단을 강력한 카리스마로 통합(김기현 외 2014, 14)시킬 수 있었다는 차베스 또한 라틴아메리카의 카우디요 전통 안에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30) 물론 차베스는 ‘21세기 사회주의’를 제창하며 이전 시대의 독재자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선거라는 제도 안에서 ‘혁명’을 추구하려 할 때, 그 혁명의 대의(大義)와는 상관없이 국민 대다수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 반대세력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경우에는 극단적인 에 없다. 미국이 개입했다고 의심되는 2002년 쿠데타를 야당은 지원했고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로 인해 야당세력은 민주주의적 세력, 애국적 세력이라는 이미지를 잃어버렸다. 2005년 반차베스 세력은 총선을 거부했고 차베스 정권은 국회를 장악했다. 야당의 무조건적 투쟁은 결국 차베스 정권을 ‘카우디요’적으로 유도했고 전제적 성격이 강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야당의 대중적 지지를 잃어 이를 회복하는 데 10여년의 세월이 걸렸다. 현재 베네수엘라 야권연합의 전술은 2005년도와 그리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차이가 있다면 민중의 생존권이 위기에 있다는 것과 정부가 국회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제헌의회를 소집했다는 것, 사법부를 동원해 국회가 의결한 주요 법률을 무력화시켰다는 것, 다시 말해 정부가 먼저 독재적으로 움직였다는 점일 것이다. 제헌의회가 구성된 이후 현재까지 현 집권세력은 위헌적으로 행동하는 독재 정부라는 비난과 우파야말로 헌법을 무시하고 있으며 나라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쿠데타를 선동한다는 비난을 끊임없이 서로 주고받고 있다.31) 여기서 그동안 은폐되었던, 혹은 외면했던 부분이 드러난다. 권력의 소유가 아닌 국가의 미래비전에 대한 공동체적 고민과 합의라는 부분이다. 어떤 수사로 포장하건 공동체의 일부분을 제거해야 하는 대상 혹은 불법적인 대상으로 간주해서는 이런 대타협에 도달할 수 없다. 제 아무리 훌륭하고 완벽한 국가 비전이라고 해도 국민 다수의 공감과 합의를 얻지 못한다면 현실화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32) 이 지점에서 우리가 다시 로자 룩셈부르크를 상기해야 하는 것이다.


Ⅳ. 결론

1907년 제2인터내셔널은 레닌과 독일 사민당 좌파의 지도적 인물 로자 룩셈부르크가 기초한 『군국주의와 국제 갈등에 대한 슈투트가르트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전시(戰時) 총동원령에 기초한 군국주의 체제에 대한 선언이었다. 하지만 레닌과 트로츠키가 전후에도 군국주의 체제에 기반을 둔 독재체제를 이어가려 하자 로자 룩셈부르크는 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주의에 기반을 두어야만 프롤레타리아에 의한 정치권력 장악이 가능하며 사회주의 이상을 실현하고 사회주의를 발전시키는 유일하고 궁극적인 수단이 된다는 것(Rosa Luxemburg, 1961, 99)이 그 근거였다. 결국 혁명의 완수를 위해서도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며 그 자유는 단지 정부를 지지하는 자만을 위한 자유, 단지 당원만을 위한 자유가 아니라 전적으로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자들의 자유였다(Rosa Luxemburg 1961, 71). 하지만 이는 역사적으로 존재한 대다수의 혁명정부에서 인정하기 어려운 자유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레닌의 개념이 ‘민주집중제(Democratic Centralism)’였으나 실제 상황은 개념이나 제도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민주집중제는 혁명의 배신자들에 의해 합법적 독재와 샴쌍둥이가 되었고 역사적으로 존재한 공산주의 국가는 국가독점 자본주의 체제의 독재국가가 되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여기에 로자 룩셈부르크 사상의 위대함이 있으며 동시에 임기 내 혁명의 가시적 성과를 이루어야 한다는 선거로 의해 집권한 혁명정부의 한계가 있다. 이것은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마두로 정권에도 예외는 아닌 것이다.

1982년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노벨 문학상 수락 연설에서 “우리 앞에 놓은 가장 큰 도전은 우리의 삶을 믿을 만하게 만들어 주는 협의된 도구가 부족하다는 것”, 다시 말해 라틴아메리카의 광기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도구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며 그 도구의 결핍이 바로 “고독의 핵심”이라는 것이다.33) 또한 그 도구는 서구 유럽의 것이 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자신의 “현실을 타인의 방식으로 해석하면 우리는 갈수록 이해받지 못하고, 갈수록 덜 자유로워지며, 갈수록 고독해질 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데 1차적으로 라틴아메리카의 주체적 혹은 탈식민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지극히 학문적 해석이며 정파적 해석이 될 수 있다. 마르케스 또한 “우리 역사 속에 존재하는 어마어마한 폭력과 고통은 오랜 세월에 걸쳐 끝없이 이어져 온 세속적 부정(不正)과 반목의 결과”이며 “외부의 음모가 아니”라고 밝히며34) 추상적이고 의도적인 해석을 경계한다. 라틴아메리카 고독에 대한 마르케스의 연설을 역사적 관점으로 이해한다면 중세 암흑기적 광기와 비합리가 라틴아메리카의 근대사를 점유해왔으며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라틴아메리카의 계몽과 근대성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이해할 수 있다. 표현을 달리 하면 로자 룩셈부르크가 강조한 ‘민주주의’일 것이다.

정실 자본주의, 족벌세력의 권력 독점, 독재, 부정부패 등은 라틴아메리카 특정 국가의 특수한 상황을 나타내는 말은 아니다. 현재 라틴아메리카와 전 세계에 다시 등장하는 권위주의 정부의 모습을 보면, 역설적으로 드디어 길고 길었던 족장의 시대가 라틴아메리카에서 끝나고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나폴레옹 3세를 통해 프랑스 영웅의 시대, 나폴레옹의 시대가 끝난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2019년 10월 현재 칠레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시위는 지하철 요금 30페소, 약 50원의 인상이 원인이 아니라 1973년 피노체트 독재정부가 들어서고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46년에 대한 저항으로 볼 수 있으며35)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면 40여 년간 계속된 기득권에 대한 저항으로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2016년부터 이어진 베네수엘라의 저항 또한 볼리부르게시아로 대표되는 기득권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연 이 구조적 병폐를 극복하고 베네수엘라가 더 성숙한 시민사회로 나갈 수 있는지 2019년 10월 기준으로 보면 비관적이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18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18S1A6A3A02081030).

Notes
1) ‘베네수엘라’와 ‘위기’를 동시에 검색하면 2019년 1월 1일부터 2019년 10월 25일 현재까지 3,166건의 뉴스가 검색되며 2018년 한 해 동안 2,342건의 뉴스가 있던 것을 고려하면 35% 증가한 것이며 ‘베네수엘라’와 ‘대통령’이라는 검색어로 검색하면 2019년 10월 25일까지 9,374건의 뉴스가 검색되며 2018년 한 해 동안 4,553건의 뉴스가 검색되므로 105% 증가한 것이며 베네수엘라의 핵심 키워드는 ‘베네수엘라 두 명의 대통령’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 이후의 2장 앞까지의 내용은 유엔 인권위 예하 유엔 고등판무관 사무소의 베네수엘라 인권상황에 대한 보고서(Report of 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on the situation of Human rights in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의 요약이다. Cfr. Human Rights Council, Report of 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on the situation of Human rights in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https://www.ohchr.org/EN/NewsEvents/Pages/DisplayNews.aspx?NewsID=24788&LangID=E (2019.09.21)
3) 러시아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북쪽의 안토니오 디아스 해군기지에 사이버망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100여명의 러시아 공군을 베네수엘라에 파견하기도 했고 중국은 자동차, 통신, 인프라, 가전사업 등을 통해 전 방위로 차베스와 마두로 정부를 지원하고 최신 군사 장비를 공급해왔으며, 2008년 이후 약 70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냉전적 패러다임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나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개선되는 것만이 아니라 발전적 협력관계가 된다면, 동시에 원유 가격이 러시아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중국과 러시아가 베네수엘라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2019년 5월부터 이란의 원유 수입 제재가 시행됨으로 베네수엘라에 물리적인 개입이 쉽게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물리적 개입이 일어나게 된다면 세계 원유가격은 치솟을 것이다.
5) ‘Período Especial’, 1991년 구소련의 붕괴 혹은 1992 미국의 무역봉쇄 조치를 시작으로 2000년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까지의 기간을 의미하는 용어로 이 시기 쿠바는 생태농업, 대체의학, 강력한 자원 재활용 등을 발전시켰으며 동시에 개인의 인권을 탄압하는 강력한 독재가 행해졌다.
10) 공식적으로 마두로 대통령이 “경제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2016년 1월이다.
11) Mark Weisbrot, Jeffrey Sachs, Economic Sanctions as Collective Punishment:The Case of Venezuela, http://cepr.net/publications/reports/economic-sanctions-as-collective-punishment-the-case-of-venezuela (2019.10.11)
16) 베네수엘라의 환율시스템은 식품과 생필품 등 공공부문 거래에 적용되는 공식환율(DIPRO), 외환경매를 통한 변동환율제(DICOM) 그리고 암시장 환율로 운영되나, 외화공급 부족으로 대부분의 외환거래가 암시장에서 이루어졌다. 달러만이 아니라 부족한 생필품 등도 암시장에서 거래되었다. 필자가 2011년 베네수엘라를 여행할 당시에는 치약과 화장지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18) 2012년 기준 베네수엘라 국내 총생산은 약 381억불이며 외환보유고는 298억불이었다. 이 환치기에 들어간 총액이 590억불이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현재, 환치기에 사용된 총 달러가 3천억 불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의하면 2016년 베네수엘라의 국내 총생산은 566억불 규모이다. 국내총생산의 5.3배가 환치기에 들어간 것이다. 2017년 500%-700%로 집계되는 인플레이션의 원인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Team Aorrea, Presidenta del BCV: Parte de los $59.000 millones entregados en 2012 fueron a “empresas de maletín”, https://www.aporrea.org/actualidad/n229466.html (2019.04.15)
19)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과 외환부족의 직접적 원인은 아마도 가격통제일 것이다. 가격의 통제는 완벽하게 통제되는 전체주의 통제경제 사회에서는 효과를 볼 수 있으나 베네수엘라의 경우에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사재기/암시장 등이 발달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20) 대가성 뇌물의 구모와 범위는 특정하기 어려우나 일반적으로 로비 및 대가성 뇌물이 기본적으로 1/10 이상임을 감안하면 10배 이상이라는 추정은 최대치가 아니라 최소치이다. 윤덕룡, “외환·자본시장 관련 자금세탁 사례 및 방지대책 연구”, http://www.prism.go.kr/homepage/entire/retrieveEntireDetail.do;jsessionid=37AE4CC132ED38421A943B1D0074788B.node02?cond_research_name=&cond_research_start_date=&cond_research_end_date=&research_id=1160100-201200018&pageIndex=1135&leftMenuLevel=160 (2019.12.08)
24) 언론인 후안 까를로스 싸빠따(Juan Carlos Zapata)는 차베스의 통합사회당(PSUV)이 권력을 잡은 이후 등장한 고급 공무원과 사업가 집단을 볼리부르게시아(Boliburguesia)라고 특정했다. 베네수엘라의 족벌체제를 의미하는 용어로 앞으로 베네수엘라 집권세력의 무능과 부정부패를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Juan Carlos Zapata, La corrupción chavista se convirtió en un fenómeno planetario, https://alnavio.com/noticia/12278/firmas/corrupcion-chavista-se-convirtio-en-un-fenomeno-planetario.html (2019.04.15)
25) Andy Brown, op.cit.
28) 현 집권세력 핵심부에서 심각한 부패와 관료주의가 대두되고 있다. 앤디 브라운은 볼리부리게시아를 베네수엘라의 현 집권세력으로 정의했고 롤란도 데니스는 이것을 사회적 통제가 기술 관료와 관료 기구의 통제로 대체되었다고 표현했으나 통치기간이 20년이 넘어가면 집권세력 자체가 관료 기구이며 기술 관료 또한 족벌체제를 구성하는 구성원일 뿐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후견인(대부)이며 동시에 대자(代子)인 것이다. Roland Denis, “Chavez Didn't Dare to Do What He Had to Between 2002 and 2003”, https://venezuelanalysis.com/analysis/11414 (2019.04.15.) Andy Brown, Where is Venezuela going?, http://isj.org.uk/where-is-venezuela-going/ (2019.04.15)
29) 2019년 9월 베네수엘라와 국경을 마주한 콜롬비아 사이의 갈등이 높아지고 전쟁설까지 있었다. 10월 현재 전쟁설은 잠잠해진 편이지만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의 일부 강경세력들이 다시 무장투쟁에 나선다고 선언하고 FARC을 마두로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는 설이 돌면서 전쟁 위기론이 등장했다. 베네수엘라 사태의 원인에 대한 두 가지 대립적 관점이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작전이라는 설과 마두로 정부가 물리적 충돌을 유도하고 있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미국과 콜롬비아 등으로 구성된 다국적군이 베네수엘라를 향해 전면전을 펼칠 것이 아니라면 전쟁 혹은 준전시상황에서 최대 이익을 보는 것은 아마도 베네수엘라의 볼리부르게시아일 것이다. 만일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군부가 모든 권력을 장악하게 되면 베네수엘라의 ‘족장의 가을’이 완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Marco Teruggi, ¿Estamos frente a una guerra entre Colombia y Venezuela?, https://mundo.sputniknews.com/defensa/201909041088588729-estamos-frente-a-una-guerra-entre-colombia-y-venezuela/(2019.10.31.)
30) 차베스를 21세기 탈을 쓴 19세기 카우디요라 평가했다. 토머스 E. 스키드 모어 외(2014), 『현대라틴아메리카』, 우석균 김동환 역, 그린비, p.417.
31) Andy Brown, op.cit.
32) 역사적 배경과 기반의 차이, 그리고 제도적 차이가 있다고 해도 1938년 스웨덴의 페르 알빈 한손 총리가 ‘국민의 집’ 강령을 내세워 복지제도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낸 것과 비교하면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마두로 정권은 아쉬운 측면이 너무 많다.
33)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2016), 나는 여기에 연설하러 오지 않았다, 송병선역, 민음사, p28.
34)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op.,c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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