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농촌지역의 사회적 변화와 공유자원의 이용
초록
공유재로서의 삼림자원은 농촌 사회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경제적 자원이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빈곤한 계층에 속한 사람들에게 삼림자원은 생계를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조사지에서는 삼림자원의 상업화 과정에 카르고 제도라고 불리는 전통적인 사회구조와 문화적 관습을 유용하게 적용하여 경제적 효용성을 증대시켰다. 그러나 공유지와 공유자원을 활용하는 방식과 내용은 사회마다 항상 동일한 것은 아니다. 삼림자원을 공유자원으로 소유한 사회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목재생산의 규모와 방법이 변화하기도 한다. 결국 공유지의 삼림자원의 이용은 정부의 정책 이외에도 다양한 사회 경제적, 정치적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공유지를 소유한 마을에 속한 개인이나 가구는 단순히 수동적으로 현재의 공유재 제도에 순응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의 사회경제적 조건, 생태계에 대한 담론, 마을 내의 정치적 역학구조 등을 고려하여 선택적으로 삼림자원의 채취에 참여한다. 한편 삼림자원이 경제행위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사회문화적 요소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기도 한다. 벌채를 고려할 때 사람들의 관습이나 이념 등을 무시할 수 없다.
조사지의 사례를 검토해 보면 공유자원을 관리할 제도나 규정의 존재가 공유자원의 효율적 이용에 대단히 중요하지만, 제도나 규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실행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도나 규정이 존재한다고 해도, 구성원들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해 공유자원의 이용 방식과 내용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삼림자원의 개발이 사회정의를 실현하거나 공평한 소득 분배보다는 기존의 사회경제적 간극을 더 벌이는 결과를 유도하기도 한다. 이렇듯 삼림자원은 마을의 구성원들에게 골고루 경제적 해택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경제적 양극화를 촉진시키고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Abstract
Historically common forest resources have been important economic resources for many rural communities. Especially forest resources can help the local poor maintain their households in the economic crisis. In the community of San Juan del Estado, traditional social structure and cultural customs called the cargo system have played an essential role in increasing economic efficiency in the processes of commercializing forest resources. However, the method of utilizing common resources may not be the same at all times. In a community owning common forest resources, the pattern of lumber production can change frequently over time. In fact, the use of common forest resources has been influenced by many socioeconomic and political factors other than government policies. Individuals and households belonging to a community with common forest resources may not simply accept the common property system always. Community members can selectively participate in the production of lumber considering their socioeconomic conditions, ecological discourses, and political situations in the society. Meanwhile, the development of forest resources is also affected by sociocultural elements. Therefore, local customs and ideologies should not be ignored when investigating lumber production.
Even though the existence of common property system and concomitant regulations is crucial for the efficient use of common resources, the proper application of such system and regulations in a specific situation is an another difficult task. Regardless of them, the pattern of utilizing common resources can be changed depending on local economic and political conditions. Accordingly, the development of forest resources can accelerate socioeconomic differentiation in the end rather than realize social justice or equal income distribution. In short, while common forest resources can evenly provide economic benefits for the community, it may also create social conflicts or economic polarization.
Keywords:
Common Resources, Common Property, Forests, Lumbering, Mexico키워드:
공유자원, 공유재, 삼림, 벌채, 멕시코Ⅰ. 서론
현대사회에서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상이한 이해관계로 대립하는 개인과 집단들의 수가 증가하고 이들 사이의 경쟁과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대두되고 있지만, 효과적으로 이것을 해결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개인과 집단이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려고 경쟁하면서 조화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쉽지 않은 상태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에 기존의 제도와는 상이한 형태로 작동되는 지역사회의 공유자원 혹은 공유지에 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합의와 협력에 의한 공유자원의 이용은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구성원들의 경제적 이익을 증가시키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많은 경우에 국가나, 기업 혹은 개인 대신에 마을이 공유자원의 관리와 운영의 주체가 된다. 따라서 마을 단위의 공유자원을 살펴보는 것이 공유자원을 둘러싼 문제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와 마찬가지로 멕시코에서도 마을이 관리하는 공유자원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멕시코에서는 농촌지역에서 마을 소유의 산림지역이 매우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삼림자원의 이용 형태와 내용, 그리고 구체적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공유자원의 문제를 파헤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삼림자원은 빈곤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산림지역에서 얻는 목재나 부산물을 이용하여 생계를 유지할 수 있고, 비상시에 도움을 얻을 수 있으며, 계절적으로 부족한 일자리를 보완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목재나 그 밖의 삼림자원이 주어진 사회의 고용기회를 확대시키고 소득을 증대시키는 데 무시하지 못할 기능을 한다(Charnley and Poe 2007, 321).
멕시코는 라틴아메리카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여러 국가와 비교해도 마을 소유의 산림지역이 대단히 넓은 국가 중의 하나이다. 멕시코의 산림지역의 면적은 6,420만 헥타르로 전체 영토의 33%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그리고 약 1,200만 명의 인구와 8,000개의 마을이 멕시코의 산림지역에 거주하면서 삼림자원을 경제적 목적으로 이용한다. 전체 산림지역 가운데 80% 정도가 마을의 공유지에 속하고, 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공동체를 중심으로 삼림자원을 생산하여 생계활동을 지원한다(Charnley and Poe 2007, 310; Klooster 2003, 95). 즉, 농업용지에 비해 산림지역은 공동토지의 비율이 더욱 높아서, 대부분의 산림지역을 각각의 마을이 관리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멕시코에서 공유지인 산림지역의 규모가 큰 것은 ‘테레노스 코무날레스’(terrenos comunales)나 ‘에히도’(ejidos) 같이 식민 시대 이전이나 멕시코 혁명 이후에 확립된 공동토지가 광범위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멕시코는 가장 넓은 마을 소유의 산림지역을 가지고 있는 국가라고 볼 수 있다. 산림지역을 관리하는 데에도 마을 사람들의 참여가 활발하고, 삼림자원을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 실정이다. 또한 지금까지 멕시코의 마을 소유의 삼림자원의 이용방식은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지속가능하다는 관점에서 다른 국가의 모범이 된다고 보인다(Barsimantov 2009, 49). 멕시코의 산림정책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매우 비효율적이어서, 불법으로 삼림자원이 훼손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후에 일시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공유지인 산림지역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커지면서 새로운 산림법도 제정되어 산림지역의 이용과 보존의 방식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개선되었다(Bray et al. 2003, 674; Joo 2011a 참조).
공유지에 속하는 멕시코의 산림지역이 많은 관심을 받게 되는 이유는 공유자원인 삼림자원의 효용성이 크기 때문이다. 마을의 구성원들이 공유지인 산림지역을 관리하면서 삼림자원을 남용하거나 훼손하는 등의 부작용도 일부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많은 마을에서 산림지역을 관리하기 위해 마을 단위의 구성원들이 잘 참여하고 있고, 삼림자원의 생산도 활발하여 주민들에게 상당한 경제적 혜택이 돌아가는 실정이다. 이렇게 멕시코의 농촌지역에서 공유지인 산림지역은 삼림자원을 바탕으로 무시하지 못할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농업부문에서 마을의 경제적 여건이 악화되어 가구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삼림자원은 가구 및 마을의 경제적 고통을 부분적으로 완화시켜줄 중요한 수단이 된다. 삼림자원의 적절한 활용은 농촌사회와 농촌 가구의 유지와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즉 농촌사회가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위기에 빠졌을 때 공유자원이 농촌사회의 생계를 담당하면서 사회의 유지에 무시하지 못할 역할을 수행한다.
Ⅱ. 사회변화와 공유자원
공유지와 공유자원은 역사적으로 오래 전부터 존재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심도 지속되었다. 구성원들의 합의와 협력을 통해 공유자원은 집단의 생존에 무시하지 못할 기여를 했고, 사회의 안정과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다가 사유화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 체제가 확립되면서 공유자원에 대한 시각은 변화했다. 예를 들면 각 개인들이 지나치게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공유지가 파괴되고, 공유자원이 소멸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런 관점은 하딘에 의해 보다 구체적으로 제기되었다(Hardin 1968, 1244). 그에 의하면 모두에게 공유된 목초지에서 목동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보다 많은 가축을 방목하게 되면, 결국에는 공유지가 황폐화되어 파국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동으로 이용하는 자원을 각 개인의 의지에 의해 이용하도록 내버려 두면, 개인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면서, 마침내 자원이 고갈된다는 것이다. 이런 견해는 삼림자원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서 마을의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별다른 대책 없이 지속적으로 벌채를 하면 결국은 산림지역의 환경이 훼손되어 삼림자원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딘의 주장은 실제로 공유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자원의 고갈이나 환경파괴를 초래하는 지역이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모든 지역의 공유지와 공유자원이 유사하게 파괴되고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하딘은 ‘공유재 관리체제’(common property management regimes: CPMRs)와 공유재에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하는 것을 혼동하였기 때문에, 문제를 잘못 인식하는 오류를 범했다(Richards 1997, 2). 일부의 공유지인 산림지역에서는 자원의 남용으로 생태계의 파괴가 돌이킬 수 없도록 심각한 지역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사회에서 마을의 구성원들은 이용방법을 협의하여 가능한 오랫동안 삼림자원을 채취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사회의 구성원들은 오랜 역사적 경험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자원을 이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한지 판단을 해서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의 다른 공유지나 공유자원에서도 유사하게 발견된다. 상당수의 산림지역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삼림자원을 이용하는 동시에 산림의 황폐화를 막기 위한 전략을 세워 환경을 보존한다. 결국 역사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산림지역에 의존해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삼림자원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 환경보호에도 유리할 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생계수준도 개선될 수 있다. 멕시코의 사례도 예외는 아니어서 많은 농촌사회에서 공동으로 삼림자원을 생산하면서 빈곤을 완화하는 한편 숲도 보존하고 생태계의 다양성도 유지시킨다. 이렇게 보면 장기적으로 마을 소유의 공유자원이 환경 보호에도 유리하고 경제적으로 구성원들의 생활수준을 개선하는 데에도 무시하지 못할 공헌을 한다(Bray et al. 2005; Bray et al. 2008).
이렇게 구성원들의 협력에 의해 다수의 사람들이 희소자원을 공동으로 이용할 때, 환경의 악화를 막고 공유지와 공유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어디에서나 항상 공유지나 공유자원이 별다른 노력 없이 적절하게 이용되고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공유재가 바람직하게 이용되려면 이와 관련된 적절한 제도와 규칙이 필요하다. 보다 명확하게 보면 참여 구성원 스스로에 의해 규칙이 고안되고 수정되며, 규칙의 감시와 집행 역시 그들 스스로에 의해 이루어지는 자치적 공유재 관리제도가 존재해야 된다는 것이다(Ostrom 2010, 52). 한편 공유자원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해 필요한 조직이 결성되어야 한다. 즉,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이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상황을 상호 조율된 전략을 채택하는 상황으로 변화시켜, 보다 높은 수준의 공동이익을 얻거나 공동의 피해를 줄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Ostrom 2010, 86).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문제 상황 속의 참여자들, 이들의 행위 및 그 비용, 도달하게 되는 결과, 행위와 결과의 연계성, 가용 정보, 개인들이 행사하는 통제력의 범위, 특정행위와 그 결과의 조합에 대해 주어지는 보상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는 물리적, 문화적, 제도적 장치의 제 측면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Ostrom 2010, 114). 오스트롬은 지속가능한 공유자원 체계에는 수많은 규범들이 진화하여 무엇이 적절한 행동인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지정하고 있다고 했다(Ostrom 2010, 117). 세계 여러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공유자원을 관리한 지역을 분석해보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공유 자원 제도에서 확인된 디자인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Ostrom 2010, 175).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명확하게 정의된 경계, ② 사용 및 제공 규칙의 현지 조건과의 부합성, ③ 집합적 선택 장치, ④ 감시 활동, ⑤ 점증적 제재 조치, ⑥ 갈등 해결 장치, ⑦ 최소한의 자치 조직권 보장, ⑧ 중층의 정합적 사업 단위.
멕시코에서도 공유지와 공유자원은 식민시대 이전부터 원주민 사회에 의해 소유되고 관리되었기 때문에, 체계적인 제도와 조직, 그리고 원주민 공동체 내부의 중첩적인 사회관계가 존재했었고, 아직까지 이런 관행이 유지되는 마을이 많다. 멕시코 원주민 사회가 변화해온 역사적 과정을 보면 공유지와 공유자원의 이용이 환경적으로도 지속 가능하고 생태계의 다양성을 헤치지 않고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식민시대가 끝난 뒤에도 마을 소유의 공유지의 삼림자원은 구성원들의 빈곤을 해소하고, 경제적 위기가 닥칠 때에나 계절적으로 농업부문의 소득이 충분하지 않을 때 유익하게 이용되었다. 혁명 이후에는 공동토지인 에히도 제도가 마련되어 원주민이 아닌 메스티소(mestizo) 사회에서도 공유지의 삼림자원이 주요한 경제적 자원이 되었다. 산림지역을 소유한 마을에서는 숲에서 땔감이나 건축자재, 약용식물, 구근식물이나 나뭇잎 등을 구해 생계를 해결하기도 하고, 목재를 생산하여 팔기도 한다. 또한 삼림자원과 관련된 다양한 공식 혹은 비공식 부문의 일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비물질적인 분야에서 숲이 영적인 장소로도 이용되고, 지역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도구로도 활용된다(Larson et al. 2008, 53). 물론 멕시코 정부에서 공유지와 공유자원의 관리를 마을 단위로 남겨둔 것은, 이런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로부터 정치적 지지를 얻고, 지역 주민들의 불만을 부분적으로 해소하려는 이해관계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가난한 대부분의 원주민 마을과 일부의 메스티소 마을들은 공유지와 공유자원에 의존해서 경제적 빈곤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상당수의 마을에서 공유자원은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완화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되었지만, 일부의 마을에서는 삼림자원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추진하기도 한다(Larson et al. 2008, 71). 결과적으로 공유지를 소유한 많은 마을에서 삼림자원은 소득을 올려주고 고용기회를 창출하는 경제적 역할을 담당했다(Charnley and Poe 2007, 321).
이렇듯 공유지와 공유자원의 이용이 중앙정부에 의해 직접적으로 통제되기보다는 마을단위의 조직과 제도에 따라 실시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것은 오랜 경험을 통해 ‘탈중앙화’ (decentralization)가 효율적이고 공평한 자원의 이용과 분배에 더욱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탈중앙화는 권력을 중앙정부에서 낮은 단계의 정치적 행정적 단위로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탈중앙화를 함으로써 경제적 효율성을 증가시키고 사회적 평등과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간주한다. 산림지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공유재에 대한 권리와 통제를 탈중앙화하는 것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개발하는데 있어서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다주고, 지역의 욕구를 해결하기 쉽게 만든다(Capistrano and Colfer 2005, 306; Sunderlin et al. 2005, 1393). 이런 까닭에 많은 국가들이 탈중앙화를 통해 공유지와 공유자원을 마을이 관리하도록 허용한다. 1999년의 세계은행 조사에 의하면 개발도상국의 80% 이상이 탈중앙화 정책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60개국이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정책을 바탕으로 국가가 삼림자원을 통제하고 제재하는 역할을 재고하고, 마을의 구성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지도록 노력한다(Gregersen et al. 2005, 13; Larson 2005, 32). 실제로 과거에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가운데 삼림자원의 과도한 채취로 산림지역의 생태계가 급격하게 훼손된 지역에서도, 마을의 구성원들이 직접 관리를 하면서 삼림자원이 다시 복원된 경우도 많다. 다시 말해 필요한 사회적 자본과 제도적 역량, 지도력, 동기와 보상이 지역사회에 주어진다면 일시적으로 파괴되었던 공유지인 산림지역이 다시 회복될 수 있다(Capistrano and Colfer 2005, 304)
그러나 탈중앙화를 통한 ‘공유재 관리체제’는 장점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부정적인 요소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도나 정책이 원래 목표와는 다르게 적용될 수도 있다(Richards 1997, 1). 기존의 공유지와 공유자원에 관한 연구는 탈중앙화와 조직, 제도, 규칙 등 형식적인 측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물론 앞에서 주장한 것처럼 잘 만들어진 제도나 조직을 갖춘 마을에서 탈중앙화를 통해서 산림지역과 삼림자원을 관리하면 실질적으로 환경도 보호하면서 경제적 이익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제도와 조직이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그런 요소들이 항상 이상적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먼저 탈중앙화를 기반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마을 사람들을 참여시켜도, 일부의 집단은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Larson 2005, 48). 다음으로 사회가 내적으로 분화되어 있고, 평등하고 조화롭기 보다는 갈등이 내재된 곳이라는 인식을 할 필요가 있다(Larson et al. 2008, 2). 삼림자원을 이용하는 과정에서도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며, 부패 혹은 불법 행위가 일어나서 내분이 발생하기도 한다. 즉, 공유자원을 소유하는 사회 내부의 이질성, 위계적 권력구조 등을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Charnley and Poe 2007, 311-313). 또 마을 사람들의 생각이나 이해관계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사회경제적, 정치적 지위나 여건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된다. 더욱이 마을사람들 각자의 경제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공유지와 공유자원에 대한 관심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공유재의 공동 이용과 개발이 특정한 사회 내에서 항상 동일한 형태로 지속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합의와 협력에 의한 공유자원의 활용이 언제나 사회에 긍정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공유재의 이용형태는 주어진 사회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자원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공유자원의 이용은 각 사회의 사회경제적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상의 사실을 고려해서 공유자원과 관련된 정치적, 역사적 맥락, 불평등한 투쟁과정, 그리고 공동관리의 영향 등을 연구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공유자원에 관한 문화적 관행과 자연과 자원의 의미도 포함시켜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Spaeder and Feit 2005, 149-150). 따라서 어떤 조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공유자원이 이용되며,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공유자원의 의미와 효과를 파악하는 데 중요하다.
Ⅲ. 조사지와 조사방법
멕시코의 농촌지역에서 사회적 변화와 공유자원의 이용형태와 방식, 과정, 효과와 문제점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려면, 공유지인 산림지역이 마을 내부에 존재하고 삼림자원의 생산과 이용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산림지역의 규모가 마을의 인구에 비해 크고 최근까지도 삼림자원의 이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지역이 충실한 조사를 실시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자료수집을 위한 현지조사는 멕시코 오아하카(Oaxaca) 주의 ‘산 환 델 에스타도(San Juan del Estado)’라는 무니시피오(municipio)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산 환 델 에스타도’는 오아하카 주의 주도인 오아하카 시로부터 북서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마을이다. 마을과 오아하카 시는 팬 아메리카 하이웨이(Pan American Highway) 등 포장도로로 연결되어 있고, 버스와 택시 같은 교통수단의 이용도 매우 편리하다. 그리고 주 정부와 연방 정부의 정책도 쉽게 반영되는 등 일반적인 농촌사회의 특징을 잘 유지하고 있다. 한편 정치․경제의 중심지인 오아하카 계곡에 위치해 있어서 여러 지역과 교류가 활발하고 외부사회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또한 인구도 2,500명 정도여서 멕시코의 일반적 농촌 마을 중에서 중간 정도의 크기를 지니고 있어서 일반적인 사회관계를 이해하는데 유리한 조건이다. 이 마을은 가구 수가 500여개 되고 인구는 2,500명 정도여서 면접과 참여관찰을 실시하기에 적합한 마을이라고 하겠다. 이 두 마을에서 1993년부터 현재까지 주기적으로 현지조사를 실시하였기 때문에 그동안 축적된 자료와 인맥, 인간관계를 활용하여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인 조사를 실시할 수 있었다.
산 환 델 에스타도는 ‘시에라 화레스’(Sierra Juárez)라는 산악지역에 속해 있다. 시에라 화레스 산림지역은 멕시코에서도 목재나 기타 삼림자원의 생산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곳이다(Barsimantov 2009, 51). 마을에서는 과거부터 생계의 중요한 부분을 산림지역에 의존하며 살아왔다. 농업용수를 끌어들일 수 있는 관개지는 모두 사유지(pequeña peopiedad)이고, 그나마 면적이 넓지 않다. 마을의 주변으로 상당한 규모의 공동토지가 존재하지만, 대부분 경사진 지역이고 천수답이어서 한계지에 속해, 투입된 노동력에 비해 수확량은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20세기 초까지는 땔감을 구해서 가구 내에서 사용하거나 시장에 나가 팔았고, 부분적으로 소규모의 목재생산에도 참여했다. 삼림자원은 산 환 델 에스타도의 빈곤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고, 가구와 개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해주었다. 실제로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벌목을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마을 내의 도로가 개선되었고, 전기, 식수, 전화 서비스가 보급되었다. 20세기 후반인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인근의 다른 마을과 마찬가지로 목재생산을 위한 대대적인 벌채가 이루어졌다. 그러다가 마을 내부와 외부의 문제로 인해서 목재생산이 중단되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초에 다시 목재생산이 재개되었다가 현재는 다시 목재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마을에서 반복적으로 목재생산이 주기적으로 시작되거나 중단되어, 삼림자원의 이용에 관한 역동적인 과정을 용이하게 파헤칠 수 있다.
산 환 델 에스타도의 인구 및 경제활동, 삼림자원의 현황과 생산에 관련된 기본적인 사회문화적, 경제적 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으로 센서스 및 각종 통계에 나타난 자료들을 검토하였다. 특히 과거와 현재의 목재생산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마을 내의 지도자와 원로를 중심으로 집중면접을 실시했고, 무니시피오의 회의록과 ‘공유재산 위원회’(comité de bienes comunales)의 기록물을 분석했다. 삼림자원의 이용에 관한 마을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얻기 위해 목재생산에 참여한 사람뿐 아니라 벌목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조사하였다. 면접과 참여관찰로 얻어진 질적 자료를 질문지를 이용하여 파악한 사회경제적 조건, 목재생산의 경험과 비교하여 해석함으로써, 삼림자원의 이용에 관한 자료가 의미하는 바를 보다 명확하게 검토했다. 질문지에 포함된 주요한 변수로는 나이, 교육수준, 성별, 종족성과 피부색, 경제적 수준, 과거의 직업, 목재생산에 참여한 사람들의 수, 목재생산의 참여시기, 소득의 규모, 목재생산을 하는 사람들의 사회관계, 목재생산이 끝난 뒤의 활동 등이었다.
Ⅳ. 조사지의 사회경제적 구조
산 환 델 에스타도가 속한 오아하카 주는 산악지역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역사적으로 외부와의 교류가 쉽지 않았다. 특히 과거에는 다른 지역에서 오아하카로 접근하기도 용이하지 않았는데, 그나마 1994년에 멕시코 시티와 오아하카를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이런 문제는 다소 해소되었다. 오아하카 주는 지리적, 사회경제적 조건 때문에 산업발전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자원과 자본도 풍부하지 않고 인구도 많지 않으며, 지리적으로도 상대적으로 고립되어 있어서 산업생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었다. 다만 유적지가 많고, 사포테카(Zapoteca)나 믹스테카(Mixteca) 같은 원주민 문화가 남아 있어서 관광산업은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관광산업의 혜택은 호텔이나 상점, 식당 등이 몰려 있는 오아하카 시에 주로 주어지고, 농촌지역에서는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수공예품 생산이 일부의 마을에서 이루어진다. 농업의 경우에도 토지의 생산성이 높지 않고, 토지의 규모도 협소해서 작물의 생산량이 많지 않아 경제적 이익을 실현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옥수수나 콩 같은 기초 작물도 자급자족을 하지 못하고, 인근의 다른 주에서 구입할 수밖에 없다.
오아하카 주에서는 산업생산 시설이 빈약하고 토양이 좋지 않다. 특히 오아하카 주는 별다른 경제발전의 혜택을 누리지 못해서, 오아하카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의 수가 꾸준히 증가해왔다. 1980년에 오아하카는 사카테카스(Zacatecas)와 이달고(Hidalgo) 다음으로 외부로의 이주자의 수가 많은 주였다(Ríos Vásquez 1992, 27). 1970년대 이후로 경제적 여건의 변화와 더불어 오아하카의 국제 노동이주도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Luque and Corona 1992, 15-17). 산 환 델 에스타도에서는 오아하카의 다른 마을에 비해 이주자의 비율이 그다지 높지 못했다. 이 마을에서 미국으로의 국제노동이주는 195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지만, 초기에는 소수의 사람들만 이주에 참여했다. 인근의 다른 마을보다 10년에서 20년 정도 늦은 1980년부터 본격적으로 멕시코 시나 미국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이주가 다소 늦게 시작된 이유는 토지는 충분하지 않지만 삼림자원이 풍부해서 목재생산을 통한 소득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2년에 목재생산이 마을에서 중단되면서 많은 젊은 사람들이 일거리를 찾아서 미국으로 떠나갔다(주종택 2000, 173). 1980년대와 1990년대 초까지는 주로 젊은 사람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찾아서 국경을 넘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이 되면서 미국에 가서 일을 하고 있거나 일을 했던 사람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주가 보편화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개인중심의 이주에서 가족중심의 이주로 탈바꿈하고, 이 마을 출신 이주자들이 미국의 일부 지역에 몰려서 집단적으로 생활하면서 이주에 관한 정보도 많아지고 이주비용과 위험부담도 줄어들어서 가난한 사람들도 이제는 이주 대열에 동참할 수 있게 되었다. 국제노동이주가 활성화되면서 과거에 비해 산림지역에 의존해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들었다.
Ⅴ. 삼림자원의 이용과 정치·경제적 갈등
1. 삼림자원과 생계활동 1870-1954
산 환 델 에스타도는 비교적 넓은 산림지역을 공동토지의 형태로 소유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전통적인 마을의 공적인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면, 마을의 공유자원인 삼림자원을 이용할 수 있다(Joo 1995, 45-53 참조). 물론 개인이 무작정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삼림자원을 채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공유재산 위원회’의 허락을 받아 필요한 경우에 이용할 수 있다. 삼림자원은 역사적으로 사람들에게 중요한 자원으로서 생계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 나무를 잘라 땔감을 만들어 연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종종 오아하카나 다른 마을에 가지고 가서 팔기도 했다. 또는 작은 동물을 사냥하기도 하고, 과일이나 곡물을 채집하기도 했다. 이렇게 산림지역은 농지가 부족해서 농업에 참여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농지가 있는 사람들도 농업생산이 어려운 건기에는 삼림자원에 부분적으로 의존해서 생활했다. 즉, 극심한 빈곤을 다소나마 해소하는 데, 마을의 삼림자원은 무시하지 못할 기능을 담당했다. 이와 함께 집을 짓거나 각종 도구를 만들기 위한 목재도 산림지역에서 구해서 사용했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나무를 베어서 집을 지을 때 기둥으로 사용할 목재를 만들어 팔기도 했다. 넓은 산림지역에 풍부한 삼림자원을 소유함에도 불구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우선 오아하카는 상대적으로 산악지역으로 지리적 여건이 좋지 않아서, 멕시코의 다른 지역으로 목재를 수송하기가 매우 불편하다. 게다가 벌목을 위한 자본과 기술도 마을의 입장에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난제 중의 하나였다. 따라서 삼림자원의 상업적 이용은 사실상 마을 혼자의 힘으로는 가능하지 않았다.
멕시코 혁명을 전후해서 오아하카 지역에 철도가 건설되면서 침목이 필요하게 되었고, 산 환 델 에스타도를 비롯한 많은 마을에서 침목을 만들기 위해 벌목을 해서 인근의 제재소에 팔았다. 20세기 중반까지 멕시코의 여러 지역에서 철도건설을 위한 공사가 계속되면서 산 환 델 에스타도를 비롯한 많은 오아하카의 마을에서 침목을 위한 목재생산에 참여했다. 그러다가 철도건설이 중단되면서 그나마 지속되던 목재생산은 지속되지 못했다. 이런 실정에서 마을 사람들은 나무를 이용해서 숯을 생산해서 오아하카 지역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비록 침목처럼 많은 나무를 베어서 활용하지는 못하지만, 숯을 만드는 작업은 꽤 수익성이 좋은 일거리였다. 실제로 당시에 많은 가구에서 땔감보다는 숯에 대한 수요가 훨씬 커서 가난한 마을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숯을 만들어 파는 일이 생계에 큰 도움이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보통 농작물의 수확이 종료되는 12월부터 산에 가서 나무를 베어 숯을 만들었다. 숯을 만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서로 도와가면서 작업을 함께 수행했다. 삼림자원을 개발하려면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데, 수시로 관리들이 마을에 와서 감시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삼림자원을 이용할 정당한 허가를 정부로부터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목재를 생산하거나 숯을 만들어 팔 때 사람들이 정부 관리들에게 시달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결국 20세기 중반까지는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이 토지 소유 규모에 상관없이 농업생산과 삼림자원의 채취를 병행하면서 생계를 해결했다. 당시의 삼림자원의 활용은 거의 개인이나 가구 중심의 활동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자본도 넉넉하지 않았고 기술수준도 낮아서 도끼나 달구지 등을 이용하여 나무를 자르고 운반하였다. 따라서 상당한 규모의 부의 축적은 불가능하였고, 삼림자원만으로 생계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했다. 어쨌든 삼림자원의 이용은 중요한 경제활동 중의 하나였다. 이런 역사적 과정을 통해서 산활 델 에스타도의 사람들은 삼림자원의 중요성과 의미를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2. 대규모의 상업적 벌목 1955-1983
1940년에서 1970년대까지 멕시코에서도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와 마찬가지로 수입대체 산업화가 진행되었다. 이 시기에 들어 산업생산을 위해 목재에 대한 수요도 따라서 증가했다. 여러 목재회사에서 오아하카 지역을 방문하여 벌목을 위해 노력했다. 1955년에 이탈리아인들이 운영하는 목재회사의 직원들이 오아하카의 여러 지역을 찾아서 목재생산을 하겠다는 의도를 밝혔다(Joo 1995, 53-94 참조). 마을 사람들은 삼림자원을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들을 환영했다, 산 환 델 에스타도에서는 약 40명의 마을 사람들이 이들에게 고용되어 노동자로 일을 했다. 이탈리아 기술자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톱을 사용해서 나무를 자르고 운반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당시에 마을 사람들은 노동자로 벌목에 참여했다. 하루에 일당으로 5 페소를 받았는데, 당시의 하루 임금이 3 페소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족했다. 이 시기에는 멕시코 정부에서 목재생산에 대한 허가가 비교적 엄격해서 대규모의 벌목을 통해 많은 수익을 내기 곤란한 상태였다. 자본이 넉넉하지 않았던 이탈리아 목재회사는 적은 비용과 짧은 시간에 자를 수 있는 나무들이 감소하여 경제성이 조금씩 줄어들자, 몇 년 후에 마침내 사업을 중단하고 떠나게 되었다.
그러다가 1964년부터 ‘툭스테펙 제지회사’(FAPATUX: Fábricas de Papel Tuxtepec)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목재생산을 위한 벌목이 시작되었다. FAPATUX는 1956년 10월 23일 대통령령에 의해 설립된 기업으로 삼림자원을 이용하여 종이를 생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기업이 오아하카 지역의 산림지역에서 25년 동안 벌목을 할 수 있는 허가를 정부로부터 얻어서, 여러 마을에서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산 환 델 에스타도도 그중의 하나였다. FAPATUX는 정부투자 기업으로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배부되던 교과서를 제작하기 위해 종이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해서, 비교적 믿을 수 있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업체였다(Arellanes et al. 1988, 226; Halhead 1984, 157). 삼림자원을 소유한 마을에서는 나무를 베어 안정적으로 FAPATUX에 판매할 수 있었으나, 계약 조건에 의해 다른 제재소와는 거래를 할 수 없었다(Halhead 1984, 159). 최초에 FAPATUX의 관리들이 마을을 방문하여 자신들과 계약을 체결할 것을 종용하였다. 명확한 정보가 부족했던 마을 사람들은 한 동안 계약하기를 망설였으나, 더 이상 좋은 조건으로 나무를 팔 곳이 별로 없다는 판단에서 거래를 승인했다. 1963년 10월 31일 ‘마을 총회’(asamblea)에서 계약을 하는 안이 통과되었고, 이어서 1964년 1월 30일에 최종적으로 계약서에 서명했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FAPATUX는 소나무나 참나무 1㎥당 15 페소를 지불하며, 이것을 마을의 공동자금(Fondo Comunal)으로 은행에 적립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벌목에 필요한 장비와 행정 비용, 세금은 FAPATUX에서 해결했다. 계약은 1년 단위로 적용되며 매년 갱신될 수 있었다. 마을의 관리들은 작업을 할 노동자들을 모집하였고, 약 80여명의 남자들이 지원했다. 1964년 2월 13일에 처음으로 벌목한 나무들이 마을을 떠났다.
FAPATUX의 도움으로 여러 가지 새로운 장비가 도입되어 훨씬 수월하게 나무를 자를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면 전기톱을 사용하게 되어 나무를 자르는 시간이 크게 단축되었고 힘도 덜 들었다. 보통 톱으로는 나무를 자르는 데 2명이 한 조를 이루어 30-45분 정도 걸리지만, 전기톱으로는 혼자해도 5-10분이면 자를 수 있다(Velasquez 1979, 37). 1965년에는 나무 1㎥당 21 페소를 지불하기로 조정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무 가격도 상승하는 등 계약 조건도 개선되어서 마을 사람들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벌목에 참여하는 개인이나 가구 뿐 아니라, 그밖의 마을 사람들도 공유자원의 이용에 호응했다. 벌목한 나무 1㎥당 FAPATUX에서 지급받은 21 페소 중에 6 페소는 작업자에게 돌아가고, 나머지는 마을 공동자금으로 적립되었다(1965년의 환율로 미화 1 달러는 12.5 페소). 공동자금이 많아지면서 1966년 6월 7일에는 ‘공동자금 관리위원회’(Comité Administrador de los Fondos Comunales de San Juan)를 발족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1968년 1월 3일에는 109,071 페소를 투자하여 마을에 전기시설을 들여왔다. 1969년 3월 23일부터는 나무를 자른 거리에 따라 FAPATUX에서 비용을 더 지불하게 되면서 더욱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었다.
FAPATUX에 목재를 제공하면서 일자리가 생기고, 공동자금이 발생하면서 마을 내의 생활환경이 개선되자 마을 사람들은 호의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다. 초기에는 한 명의 작업자가 하루에 평균 65 페소를 벌 수 있었다. 적지 않은 소득을 산림지역에서 얻으면서 토지가 없는 농업노동자들은 벌목에만 매달리는 경우도 발생했다. FAPATUX가 최저 임금을 작업자들에게 지불했지만,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족했다. 따라서 누구의 강요도 없이 모두 자발적으로 벌목에 참여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불만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FAPATUX가 상업성이 있는 좋은 나무만 잘라서 산림지역을 훼손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또한 ‘불법 벌목’(contrabando)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개인이 산에서 나무를 자르는 것을 허용하지 않게 되면서,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었다. 또 공동자금으로 지원된 편의시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만족하지 못했다. FAPATUX는 원래 오아하카의 22개 마을에서 벌목 허가권을 취득했다. 그러나 여러 문제와 갈등으로 1973년이 되면 벌목에 참여하는 마을은 11개로 크게 줄었다. FAPATUX와의 계약 조건과 벌목 형태에 불만을 가진 일부의 마을은 직접 제재소를 세워 자신들의 삼림자원을 사업화하는 전략을 추진했다(Arellanes et al. 1988, 363). FAPATUX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여 목재 값도 인상하고, 작업조건도 개선하며, 의료서비스 등 새로운 혜택도 추가하면서 다시 벌목에 참여하는 마을이 늘어났다. 1976년에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마을이 64개로 엄청나게 증가했다.
그러다가 1980년이 되면서 다시 새로운 갈등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산림지역을 소유한 마을에서 단순히 벌목을 해서 일자리와 소득이 생긴다는 사실을 반겼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름 다음에 FAPATUX와 체결한 계약 조건이 불공평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한편 여러 마을에서 지나친 벌채에 따른 환경훼손의 문제를 제기했다. 또 벌목을 시작하기 전에 FAPATUX에서 약속한 여러 편의시설이 제공되지 않은 것에 사람들이 불만을 표출했다. 도로를 개설하는 경우에도 단지 벌목한 나무를 수송하기 위해 만들었을 뿐이다. 작업조건도 매우 열악해서 벌목 과정이 위험했으며, 자른 나무를 측정하는 것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아하카의 산림지역에서 생산되는 나무들은 우수한 품질을 유지하고 있어서 목재나 합판을 만드는 데 적합하지만, FAPATUX는 자른 나무를 펄프로 만들어 종이를 생산했기 때문에 매우 낮은 대가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FAPATUX와 벌목을 하는 마을의 수는 다시 32개로 줄어들었다. 마침내 자신들의 공유자원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FAPATUX를 이 지역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정치적 운동이 시작되었다. 1980년에 ‘시에라 화레스 자연자원 수호 및 사회발전 기구’(Organización de Defensa de los Recursos Naturales y Desarrollo Social de la Sierra Juárez)가 결성되어 조직적인 움직임을 벌여 FAPATUX를 반대했다. 벌목에 관한 계약은 갱신되지 못했고, 이에 따라 1981년에 FAPATUX는 자발적으로 이 지역을 떠났다(Arellanes et al. 1988, 363). FAPATUX와의 관계는 종료되었지만 벌목에 참여했던 마을들은 삼림자원의 개발에 대한 귀중한 경험을 쌓게 되었다(Halhead 1984, 163). 상당수의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삼림자원을 개발할 계획을 수립하였고, 산 환 델 에스타도도 그중의 하나에 속해 있었다. 상대적으로 FAPATUX와의 갈등이 덜 심각했던 산 환 델 에스타도에서는 벌목으로 인해 얻어진 여러 편의 시설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1968년에 전기가 들어왔고, 1979년에는 전화가 설치되었다. 1978년과 1980년 사이에는 마을의 중요한 도로가 포장, 확장, 혹은 개선되었다. 그밖에도 성당이 개축되었고, 마을 중심의 광장도 새롭게 조성되었다. 이런 까닭으로 산 환 델 에스타도는 ‘익스틀란 데 화레스’(Ixtlán de Juárez)를 중심으로 하는 FAPATUX에 저항하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고, FAPATUX와 벌목을 지속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마을에서 저항이 극심하고 계약이 해지되면서, FAPATUX는 산 환 델 에스타도에서만 목재를 생산하기 어려워졌다. 그러다가 1983년 6월 13일에 FAPATUX와의 계약이 끝나게 되었다. 당시에 일부의 마을 사람들은 계약을 갱신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1964년부터 1983년까지 산 환 델 에스타도에서는 91,781.5㎥의 나무가 생산되었다.
상업적 벌목이 실시되면서 산 환 델 에스타도의 삼림자원의 이용방식은 획기적인 변화를 초래했다. 나무를 자르고 운반하는 방법, 그리고 전기톱이나 기중기, 그리고 트럭을 이용하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다. 더욱이 과거처럼 땔감이나 숯이 아니라, 보다 수익성 좋은 목재를 생산하는 방법을 학습할 수 있었다. 물론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제적 기업과의 거래는 필연적으로 공유자원에 관한 마을의 권리를 제한하는 부작용을 수반했다. 산림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마을 사람들은 FAPATUX가 원하는 방식의 개발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또 삼림자원의 개발에 마을의 관리들도 참여하지 못했다. 이런 까닭으로 과거부터 독자적으로 소규모로 삼림자원을 추출하던 일부의 마을 사람들은 반발하기도 했다. 일부의 마을 사람들이 벌목을 하는 노동자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지만, 결국 상당수의 토지를 소유한 농민들은 산림지역에서 일하기를 그만두고 농업에만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3. 마을 단위의 목재생산 1983-1992
FAPATUX가 마을을 떠나자마자 삼림자원을 개발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마을 단위의 목재생산을 지속하는 안에 찬성했고, 마을의 관리들은 인근 지역의 제재소를 방문하여 목재를 파는 문제에 대해 협의했다. 실제로 오아하카의 여러 지역에 제재소들이 계속 세워지고 있었다. 1983년 11월 20일에 ‘마그달레나 삼림회사’(Cía Silvicola Magdalena)와 1년 계약을 맺어 나무를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계약조건은 FAPATUX와 거의 유사했다. 다음 해인 1984년 8월 24일에는 비교적 좋은 조건을 제시한 시보(CIBBO)라는 업체와 계약이 성사되었다. CIBBO는 벌목한 나무의 품질을 4단계로 나누어 각각 상이한 가격을 지불하여, 마을의 입장에서는 돈을 더 받을 수 있었다. 나무의 품질은 폭과 길이에 따라 책정되었다. 이렇게 자른 나무에 대한 대가가 상승하면서 벌목의 양은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마을 사람들은 삼림자원을 효과적으로 상업화하려면 조직을 구성해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여러 차례의 논의 끝에 1986년 3월 27일 마을 기업인 UEEAFC(Unidad Económica Especializada de Aprovechamiento Forestal Comunal)를 결성하기로 결의했고, 마침내 1987년 12월 6일 마을 총회에서 승인되었다. UEEAFC는 조정관(coordinador), 회계원(secretario auxiliar de contabilidad), 기록원(documentador), 그리고 산림관리원(jefe de monte) 등 4명의 직원으로 출발했다. 산림관리원은 마을의 복지와 공동토지를 담당하는 ‘공유재산 위원회’의 대표(representante de bienes comunales)1)와 그의 대리인(suplente)과 협의하여 산림지역을 관리한다. 4명의 관리들은 벌목 과정을 책임지고, 제재소와의 가격협상에도 관여했다. 자연히 삼림자원을 통해 조성되는 마을의 공동자금은 UEEAFC에서 관장하게 되었다. 나무를 잘라서 제재소에 팔면 제제소로부터 비용을 받아서 공동자금으로 만들고, 여기서 나무를 자르고 운반하는 작업을 한 사람들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것이었다. 재정에 관한 문제는 매우 민감해서 UEEAFC가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공동자금은 오아하카 주의 농업개혁부(Secretaría de Reforma Agraria)에서 임시로 관리했었다. 공동자금을 직접관리하게 되면서 마을을 위해 자금을 운용하기가 한결 편리했다. 조직이 완성되자마자 마을에서는 큰 트럭과 작은 트럭을 하나씩 사서 산림지역을 관할하는 데 사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마을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두 개의 제재소에 목재를 공급했다.
UEEAFC와 마을의 관리들은 조직의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나 지식도 부족하고, 벌목을 위한 나무의 선택, 벌목의 형태와 규모, 벌목 후의 식재 등에 대한 경험도 풍부하지 않아서 마을 사람들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을 쉽게 해결할 수 없었다. 게다가 주 정부와 연방정부의 관료들과 직접 협의하는 과정도 용이하지 않았다. 특히 벌목에 관한 기술적 자문이 절실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1989년에 산 환 델 에스타도는 삼림자원을 개발하는 주변의 4개 마을(San Miguel Aloapam, Nuevo Zoquiapam, San Miguel Maninaltepec, San Juan Bautista Jayacatlán)과 연합하여 ‘산림지역협의회’ (Union de Comunidades Forestales “IXETO”)를 구성하고 산림 기술자를 고용해서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벌목을 하는 인근 마을이 힘을 합치게 되면서 정보의 교환과 축적도 용이해졌고, 정부의 관료들과 상대하기도 편해졌다. 산 환 델 에스타도는 5개 마을 중에 산림지역의 규모가 가장 작았다. 그나마 벌목의 양도 상대적으로 작아서 1983년과 1993년 사이에 정부로부터 허가 받은 벌목의 규모는 57,176 ㎥에 달했지만, 실제로 생산한 양은 29,712㎥여서 51.96%에 그쳤다. 협의회에 속한 다른 마을 중에 허가 받은 면적의 95%까지 벌목을 한 곳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자발적인 공유자원의 이용으로 바뀐 다음에, 산 환 델 에스타도에서의 삼림자원의 개발과정이 순탄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협의회에 속한 마을 중에는 마을 자체 내에 제재소를 가지고 있어서, 안정적인 벌목과 더불어 목재 생산을 통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경제적 해택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문제로 인해 상당수의 마을 사람들은 산 환 델 에스타도의 삼림자원 이용이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의 조직을 구성하여 삼림자원을 개발하는 데 찬성했지만, 과거에 FAPATUX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사람들 중에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존재했다. 이들은 UEEAFC를 통해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지만, FAPATUX와 일을 하면 신용대출과 부가 혜택을 얻을 수 있고, 다른 지역에 가서 일을 할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한편 UEEAFC가 설립되면서 조직의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갈등이 서서히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고, 미국으로의 국제노동이주나 비농업 분야의 일자리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삼림자원의 개발은 여러 가지 난관에 빠지게 되었다. 이렇게 되어 1990년대가 되면 나무를 잘라 운반하는 일에 참여하는 마을 사람들의 수는 크게 줄어 100명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마을 사람들 간의 이견이 커지면서 벌목의 규모도 변동이 극심하여, 나무를 자른 실적이 전혀 없는 해도 있었다. 그래서 1992년에는 벌목이 사실상 중단되었다.
결국 산 환 델 에스타도에서는 자신들의 조직을 구성하여 삼림자원을 개발하면서, 공유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었고 개발형식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벌목에 필요한 기술과 자본의 부족 때문에 완전히 독자적인 생산활동을 추진할 수 없었다. 비록 오아하카 지역의 목재 수요가매우 많았기 때문에 목재를 파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으나, 내부의 여러 문제를 극복하기는 어려웠다. 1980년대 초반에 발생한 멕시코의 경제 위기 때문에 많은 마을 사람들이 초기에는 적극적으로 벌목에 참여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벌목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고 다른 대안적 경제활동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게다가 UEEAFC와 마을의 관리들이 목재 생산과정을 독점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권력집단으로 등장하게 되었고, 마을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끼게 되었다. 잘못된 행정과 장기적인 계획의 부재는 마을 사람들의 불신을 초래하면서 공유자원의 개발에 대한 의지를 감소시켰다.
4. 목재생산의 과정과 경제활동
벌목은 주로 건기이며 농작물을 재배하지 않은 시기인 12월에서 4월동안 이루어진다. 보통 농작물의 수확이 끝나고 10월에 마을 총회를 열어 그 해의 벌목에 관한 의견을 조정한다. 어떤 지역에서 어느 정도의 나무를 벨 것인지를 주로 논의한다. 그런 다음에 공유재산 위원회의 대표가 농업개혁부에 벌목 허가를 신청한다. 허가가 나오면 목재를 팔 제재소를 알아본다. 그런 다음에 산림 기술자와 산림 관리원 등 4명이 산림지역을 방문하여 자를 나무를 검사하고 표시를 해 놓는다. 주로 병이 들거나 형태가 좋지 않은 나무를 우선적으로 자른다. 또 나무가 너무 빽빽하게 들어선 곳에서도 일부의 나무를 잘라준다. 그렇지만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불만을 피하기 위해 수원지 부근의 나무는 손대지 않는다. ‘나무를 자르는 사람’(cortador)의 수는 매일 다르지만 보통 60여명이 마을에서 제공하는 트럭을 타고 산으로 갔다. 접근이 용이한 지역의 나무를 베는 날에는 일을 하려는 사람이 많지만, 깊은 숲 속의 나무를 베는 날에는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줄었다. 1984년부터 1992년까지 약 100명 정도의 마을 사람들이 벌목에 참여했다. 마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나무를 자를 수 있었다. 농업이나 다른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은 벌목에 참여하지 않았고, 육체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도 산에 올라가지 않았다. 보통 농지가 부족하거나 전혀 없는 사람들이 벌목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벌목을 위해 매일 같이 산에 가는 것은 아니라, 월요일 아침에 가서 수요일 오후에 돌아오고, 다시 목요일 아침에 가서 토요일 오후에 내려온다. 전기톱을 소유한 사람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나무를 자르고 정리할 수 있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약 3배의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 1990년에는 6개의 전기톱이 사용되었다. 자른 나무를 끌어와서 트럭에 싣는 데 사용되는 기중기나 다른 장비는 제재소에서 빌려서 사용했다. 마을 단위의 목재 생산이 시작되면서 일부의 사람들은 트럭을 구입해서 목재를 수송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1990년에 ‘나무를 자르는 사람’들은 1㎥당 20,000 페소를 받았는데, ‘나무를 운반하는 사람’(fletero)들은 1㎥당 40,000 페소를 받았다(1990년의 환율로 미화 1 달러는 2,810 페소). 보통 1 주일에 약 30㎥의 나무를 자를 수 있고, 트럭의 경우에는 한 번에 12㎥의 나무를 수송하고 제재소까지 거리에 따라 하루에 1-2번 운반할 수 있었다. 1992년도에 오아하카의 제재소에서 파는 목재 가격은 1㎥에 145,000 페소였다. 보통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트럭을 사서 나무를 운반했고, 가난하고 토지가 없는 사람들이 나무를 자르는 일을 맡았다. 벌목이 왕성하게 이루어질 때에 일부의 부유한 마을 사람들이 트럭을 사서 나무를 수송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나무를 자르는 사람들의 연령은 20세에서 40세 사이가 대부분을 점유했다. 평균적으로 마을 전체 젊은 남자들 중에 약 30% 정도가 산에 가서 일을 했다. 마을에서 빵을 구어 파는 사람이나, 목수, 택시 운전사, 미장이, 정육점 주인, 상점 주인 등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나 농지가 넓어서 농업활동으로 바쁜 사람들, 그리고 가축을 많이 키우는 사람들은 산에 가서 일을 할 시간이 없었다.
벌목 작업은 힘이 들고 불편한 환경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다. 가끔 예기하지 않았던 사고가 발생하기도 해서, 다치는 일도 있다. 특히 나무를 쓰러뜨릴 때 피하지 못하고 나무에 깔려서 신체적 피해를 입는 일이 있다. 한편 나무를 운반하는 경우에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산 속에 제대로 된 길이 없는 곳이 많아서 트럭을 운전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또한 도로의 경사와 굴곡이 심하고 게다가 무거운 나무까지 실어서 무게 중심이 쏠려서 트럭이 전복되는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사고 때문에 심지어 안정된 소득원이 없는 사람들 중에도 나무를 베거나 운반하는 일을 꺼리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또한 나무가 무거워서 매일 같이 빠지지 않고 산에서 작업하기는 무리가 간다. 이런 고통에도 불구하고 벌목 작업에서 얻는 소득의 규모는 작지 않아서, 농사일이나 농업 외의 다른 일보다 벌이가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벌목을 통해 얻은 소득으로 생계를 해결하는 데 사용했지만, 소수의 사람들은 돈을 모아서 트럭을 사서 나무를 제재소로 나르는 일을 담당하기도 했다. 트럭으로 나무를 운반했던 사람들은 마을에서 생산되는 나무의 양이 불규칙했기 때문에, 일거리가 부족할 때에는 벌목을 하는 다른 마을에 가서 나무를 수송했다. 이럴 경우에는 12㎥의 나무를 250 누에보 페소(1994년의 환율로 미화 1 달러는 3.2 누에보 페소)에 사서 600 누에보 페소에 팔았다.
벌목을 계속 할수록 도로 근처가 아닌 깊은 숲 속의 나무를 베기 때문에 일이 힘들어지고 생산비용도 크게 증가한다. 특히 숲 사이로 새로운 길을 내기 때문에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든다. 일부의 마을 사람들은 마을 자체의 제재소를 세워 수익성을 높이자고 했으나, 그럴만한 자금을 모을 수 없었다. 게다가 오아하카에 위치한 일부의 제재소들이 재정위기를 맞아 문을 닫거나 운영규모를 축소하면서 자른 나무를 판매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목재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산림지역의 규모와 마을의 조직적 대응이 중요하다. 적어도 일 년에 100,000㎥의 목재를 생산해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더욱이 목재에 대한 지식과 정보, 그리고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행정조직이 필요하다. 그러나 산 환 델 에스타도는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제재소를 갖춘 다른 마을과의 경쟁에서도 이기지 못했다. 이런 문제 이외에도 공동자금의 사용에 대한 문제도 마을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자금은 대부분 생산적인 부분에 재투자되지 못했고, 마을 관리들은 자신들의 업적만 생각해서 마을의 광장을 확대해서 포장하는 등 경제적으로 유익한 곳에 사용하지 못했다. 벌목에 대해 여러 가지 말들이 많았고,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나무를 자르는 일이 쉽지 않았다. 마침내 1992년에 벌목을 중지하기로 결정되었다. 산에서 일을 했던 사람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아하카 시내에 나가 건축노동자, 운전사, 공장 직공, 상인 등으로 활동하면서 부족해진 소득을 보완하려 했고, 일부의 젊은 사람들은 미국으로의 국제노동이주에 관심을 보였다. 그중에서도 트럭으로 나무를 운반했던 사람들이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이들은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트럭을 구입하였지만, 일거리를 찾아 마을 밖으로 나가야 할 형편이 되었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경우에도 벌목의 규모는 감소하고 있었고, 또 그마저도 매우 불규칙적이어서 일거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면서 트럭 소유자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져, 목재 운송가격이 하락하는 문제를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5. 마을 내의 갈등과 삼림자원
1992년의 마을 주민 총회에서 더 이상 벌목을 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회의에서는 앞에서 언급된 여러 문제와 더불어 과도한 벌목으로 인한 토양침식 등 환경문제가 제기되었다. 또 숲이 훼손되면서 수자원이 영향을 받아 농업생산에 차질이 생긴다는 주장도 나왔다. 물론 벌목이 중지된 이후에도 삼림자원의 개발을 둘러싼 논쟁은 끊임없이 지속되었다. 벌목을 하지 않게 되면서 마을 관리들의 입장에서는 주요한 수입원이 사라졌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관리들은 계속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벌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예를 들면 마을 내의 학교에 학생 수가 증가하면서 교실이 더 필요한 데, 돈이 없어서 공사를 실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밖에도 마을 내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벌목을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벌목을 하지 않기를 요청했다. 특히 많은 농지를 소유한 사람들은 벌목으로 인해 숲에 나무가 줄어들어 비가 와도 바로 쓸려 나가기 때문에, 계곡의 수량이 감소하여 농업생산에 막대한 차질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벌목 이후에 재조림을 제대로 하지 않는 문제도 마을 사람들이 벌목을 반대하는 주요한 이유였다. 제대로 된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벌목이 진행되면 산림지역의 황폐화가 촉진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와 더불어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벌목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었다. 실제로 상당수의 마을 사람들이 마을의 통제를 받지 않고 산에 올라가 나무를 베어서 트럭에 실어 제재소에 팔았다. 이것으로 인해서 벌목에 참여하거나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 모두 벌목에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불법 벌목을 막아달라고 여러 차례 항의가 이어졌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마련되지 못했다. ‘공유재산 위원회’ 소속의 감시 위원이 있지만, 소수의 사람들이 넓은 산림지역을 24시간 관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사실 마을 내의 도로는 다른 인근 마을에서도 오아하카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어디서 나무를 베어서 오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불법 벌목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마을 내의 카시케(cacique)라고 볼 수 있는 지역 유지여서, 그들이 누군지 알고 있어도 불법 벌목을 제지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수시로 마을 내의 총회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었지만 실질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과거에는 경제적으로 곤궁한 사람들이 산에 가서 나무를 베어 땔감을 만들어 사용하거나 시장에 가져다 팔아서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금은 돈과 장비를 소유한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삼림자원을 훼손한다는 생각에서 벌목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벌목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이유를 제시했다. 우선 마을 내에서 농지도 부족하고 내세울만한 산업도 거의 없는 실정이라, 벌목을 통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럭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벌목에 가장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이들은 마을 내에서 학교, 교회, 사무실, 도로, 수로 등 여러 시설을 보수하거나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찬조금(cooperación)도 제대로 내지 않고, 공동 부역인 테키오(tequio)에도 잘 참여하지 않아서 이런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그래서 벌목을 이용하여 수입을 증대시켜서 일꾼을 고용해서 해결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또 산림지역 내에 나무들도 일부지역은 매우 무성하게 성장해서 삼림자원의 관리 차원에서 일정한 정도의 나무를 베어내는 것이 유익하다고 말했다. 해충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나무도 빨리 잘라버려야 더 이상 해충의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벌목에 가담하는 사람들은 일부이지만 결과적으로 마을 전체 사람들이 이익을 본다고 강조했다.
벌목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환경문제 이외에도 발목으로 인한 고용효과가 1년에 4개월에 불과하고, 또 마을 사람들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내세운다. 게다가 벌목으로 인해 생계에 도움이 되는 가구들이 있지만 벌목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굶어죽을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마을 사람들이 벌목을 거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벌목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낮은 임금을 지불하면서, 트럭으로 목재를 수송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여 불공평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1992년 무니시피오의 자료 중에 삼림자원으로부터 얻은 전체 수입의 사용 내역을 보면 벌목 비용 7.82%, 목재 수송 비용 57.80%, 기술 자문 비용 0.05%, 교회 기부금 16.73%, 행정 직원 급료 10.49%, 기계구입 비용 7.08%로 되어 있다(Joo 1995, 89). 이런 가운데 UEEAFC 관리들이 자금을 잘못 운용하거나 돈을 유용했다는 소문이 광범위하게 퍼져서 마을 사람들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그동안 계속해서 벌목을 했지만 ‘공유재산 위원회’에 남아 있는 자금은 거의 없다는 사실에 불만을 표출했다. 이렇듯 부실한 회계 관리가 해결되지 않으면 더 이상 벌목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벌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아지면서 마을 총회에 벌목을 재개하자는 안건이 지속적으로 상정되었지만 통과되지는 못했다. 벌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자는 안이 결정되면서 트럭 소유자들은 산림지역에서 땔감이나 숯을 얻는 사람들의 행위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에 약 30명 정도의 사람들이 이런 일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오랜 토론 끝에 도끼와 칼로 삼림자원을 채취하고 나귀와 수레를 이용해서 이것을 나르는 작업은 인정하기로 합의되었다.
6. 삼림자원의 제한적 이용과 사회변화
1992년에 벌목이 완전히 중단이 된 다음에도 삼림자원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주기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전기톱이나 트럭 등 벌목에 유용한 도구를 소유한 사람들은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밖에도 농지가 전혀 없고 오아하카에 나가서 일자리를 찾을 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 일부도 벌목을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으로의 국제노동이주가 마을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면서 많은 가난한 가구의 젊은 남자들이 일자리를 찾으러 멕시코와 미국 사이의 국경을 넘었다(주종택 2000; 2007; 2009; 2011b; 2012 참조). 마을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는 이주자의 수는 해가 갈수록 많아졌다. 특히 농지가 없거나 별다른 직업이 없는 젊은이들이 미국으로의 이주에 관심을 보이게 되면서, 마을 내에서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의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따라서 단순히 임금을 벌기 위해 벌목을 하려는 사람들의 수가 눈에 띠게 감소했다. 당연히 삼림자원의 이용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삼림자원에 대한 논의도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2000년이 되면서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마을청사(palacio municipal)가 너무 낡아서 보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그렇지만 워낙 많은 비용이 드는 작업이라서 마을의 원로들이나 관리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들었다. 그러나 청사 곳곳이 훼손되었고, 부서진 부분도 많았다. 2000년에는 시멘트 조각이 떨어져서 마을 관리 한 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렇게 되면서 청사를 어떻게 보수하느냐가 큰 문제가 되었다. 마을 총회에서 이에 관한 의제가 제시되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마을 관리들의 입장에서는 청사 보수비용을 최소화 하려면 마을 사람들에게 찬조금을 받아서 건축 재료를 구입하고, 테키오를 활용해서 노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그렇지만 많은 마을 사람들이 미국에 가서 일을 하고 있거나 수시로 마을을 떠났다가 일시적으로 방문하는 실정이어서, 찬조금을 내거나 테키오에 참여하려는 생각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마을의 유지들을 중심으로 벌목을 재개하여 청사를 보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시 벌목을 하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고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지원금을 요청하라고 주장했다. 마을 관리들이 정부에 확인해 본 결과 공사비의 일부만 대응자금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렇게 되자 벌목을 환영하는 사람들은 벌목을 하지 않으려면 각자 찬조금을 내거나 테키오 등 노동력을 제공해야 한다고 압박하면서, 삼림자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여론을 조성하였다. 트럭을 소유하면서 목재를 운반하던 사람들이 또 다시 적극적으로 벌목을 주장했다. 이들은 청사 보수에 매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벌목 이외의 다른 방법이 없다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했다. 비용 문제가 대두되면서 마침내 2002년부터 2004년까지 한시적으로 제한적인 형태의 벌목을 하기로 마을 총회에서 결정했다. 나무를 자르려면 산림지역 관리계획이 필요하기 때문에, 2001년도에는 이에 대한 준비가 이루어졌고, 마침내 2002년부터 벌목을 할 수 있다는 허가를 얻었다.
청사를 보수하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먼저 벌목을 해서 목재를 제재소에 팔고, 동시에 거기서 얻은 수익금으로 청사를 보수하는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벌목을 위해 마을에서 나무를 자를 사람들을 선정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벌목 작업에 노동자로 참여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수는 과거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전체 550여 가구 중에 나무를 자르는 일에 참여한 가구는 약 40여개에 불과했다. 한 가구에 대부분 1명이 참여하고 2명 이상 참여하는 경우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매번 벌목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어서 평균적으로 50명 정도가 작업에 가담했다. 한번이라도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수는 약 100여명에 이른다. 벌목하는 일은 힘이 들기 때문에 나이가 아주 많은 사람들은 참여하기가 쉽지 않은데, 젊은이들 상당수가 미국으로의 국제노동이주에 이미 참여하고 있거나 앞으로 참여할 계획이어서, 벌목을 할 수 있거나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까닭에 벌목을 하려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벌목을 원하는 사람들은 무니시피오에 신청하기만 하면 되었다. 상당수의 마을 사람들이 소득이 많지는 않아도 다른 일거리를 갖고 있거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벌목을 원하는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른 직업이 있는 사람들은 벌목을 하려고 그동안 하던 일을 중간에 그만두면 다시 일을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즉 한시적인 일거리라는 것이 문제였다. 당시에는 자른 나무 1㎥에 32 페소를 지급했는데, 능력에 따라 나무를 자른 양이 달랐다. 부지런하고 힘이 좋은 사람은 많이 자르면 상당한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벌목에 참여한 사람들의 평균적인 하루 일당이 약 500 페소였다(2003년의 환율로 미화 1 달러는 10.79 페소). 당시에 오아하카 시내의 공장에서 일을 하면 하루에 150-200 페소의 임금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낮은 임금은 아니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3명이 한 조를 이루어 벌목을 하고 그중에 1명이 전기톱으로 나무를 잘랐다. 전기톱은 1개에 7,000-8,000 페소를 지불해야 구입할 수 있었다. 2002에서 2004년 사이에 트럭을 가진 20여명의 사람들도 목재를 운반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이들은 과거에도 마을에서 나무를 운반했고, 이전에도 다른 마을에서 나무를 운반한 경험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작업을 수행했다. 자른 나무들은 인근의 에틀라(Etla)나 오아하카 시내의 여러 제재소로 팔렸다. 제재소는 일정하게 정해진 것이 아니라 시기에 따라 나무 값을 많이 주는 제재소가 선택되었다. 수익성을 고려하여 많은 제재소에서 선호하는 소나무를 주로 잘랐다. 제재소에서는 자른 나무로 판자를 만들어 가구 등을 제작하는 데 사용했다. 오아하카 일대에도 국제노동이주로 인한 송금 수입 등으로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좋은 가구를 구매하려는 현상이 발생해서 소나무는 제재소에서 인기 있는 나무의 하나였다.
한편 벌목과 더불어 청사를 보수하는 공사도 시작되었다. 공사를 위한 노동력의 확보도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였다. 과거에는 수로 공사 등 마을 내에서 작업이 필요할 때에는 테키오를 활용하여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노동이주를 한 사람들이 많아서 노동력을 제공할 수 없는 가구가 많아져서, 더 이상 테키오를 활용하기 어려워졌다. 마을 관리들도 테키오를 활용하려면 각 가구마다 노동자들을 할당해야 되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또 자신이 일을 할 차례가 되어도 순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서 임금 노동자를 이용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래서 작업을 빨리 마무리 짓기 위해 임금을 지급하고 건축노동자를 고용했다. 마을 내의 사람 중에 일부를 고용하기도 했지만 상당수의 건축노동자는 오아하카의 다른 마을에서 구했다. 청사 보수 하는 일보다 벌목하는 일이 힘은 더 들어도 보수가 많아서 마을 사람 중에 공사를 할 사람을 구하기가 용이하지 않았다. 건축노동자들에게는 하루에 150 페소를 지급했다. 공사는 벌목을 하는 시기와 맞물려서 2002년에서 2004년까지 약 1년 반이 소요되었다. 청사건축비용은 모두 6,194,000 페소였는데, 마을에서 제공한 금액은 3,974,000 페소였고, 나머지 2,220,000 페소는 연방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했다. 실제로 벌목에서 얻은 수입은 3,974,000 페소보다 많아서, 다른 작업에도 경비를 사용했다. 대표적으로 마을의 중심가인 이달고(Hidalgo) 거리의 도로를 새로 포장하는 데 약 2,000,000 페소 정도를 사용했다.
벌목으로 인한 과거의 갈등이 매우 심각했기 때문에 2002년부터 2004년 사이의 목재생산과 벌목의 과정에 마을 사람들의 관심이 매우 컸다. 과거의 과도한 벌목과 불법 벌목에 대한 불신 때문에 이번에는 마을 사람들의 감시가 상당히 심했다. 예를 들어 나무를 싣고 마을을 통과하는 트럭을 세워서 어디서 누구와 작업을 했는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트럭 운전사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어쨌든 2004년까지 벌목을 통해 청사를 보수하고 남을 정도의 수익금을 올렸기 때문에 벌목은 종료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트럭 소유자들은 벌목을 계속하기를 원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벌목을 위해 자신들의 돈으로 전기톱을 구입한 사람들도 벌목이 끝나는 것을 아쉬워했다. 벌목이 끝나고 일부의 사람들은 사용했던 전기톱을 중고 가격으로 팔았지만, 대부분 팔지 못하고 그대로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언제라도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면 벌목이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계속 전기톱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일시적인 필요에 의해 벌목이 이루어졌다가 다시 중단되었다. 이런 과정을 살펴보면 앞으로 대대적인 벌목은 어렵지만, 마을 내의 문제로 인해 한시적인 범위에서 벌목이 재개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Ⅵ. 공유자원과 사회문화적 관습, 정치경제적 갈등
산림지역을 소유한 유사한 마을과 마찬가지로 산 환 델 에스타도에서도 삼림자원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경제적 자원이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빈곤한 계층에 속한 사람들에게 삼림자원은 생계를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물론 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없던 시기에도 삼림자원은 여러 가구의 수입을 부분적으로 보완해주었다. 특히 수시로 발생하는 자연재해로 인해 농업생산에 차질이 생겼을 때, 벌목을 해서 땔감을 만들어 사용하거나 시장에 가져다 팔면,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물론 근래에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여 대대적인 벌목을 통해 목재생산이 이루어지면서 예전보다 훨씬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어서, 많은 가구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렇게 공유자원을 활용하여 개인이나 가구의 경제적 여건을 짧은 시간에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삼림자원의 이용 과정에 전통적인 사회구조와 문화적 관습을 유용하게 적용했기 때문이었다. 그중에서 공민적-종교적 위계체계(civil-religious hierarchy)라고도 불리는 카르고(cargo) 제도의 활용이 매우 중요했다. 카르고 제도는 식민시대 이전부터 원주민 사회에 존재했던 제도로서 마을에 사는 성인 남자들이 주기적으로 자신들이 거주하는 사회를 위해 별 다른 보수를 받지 않고 봉사하는 제도이다(주종택 1998, 49-62; 2012, 35-37). 남자들은 마을 내에서 노동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다양한 직책을 부여받아서 의무를 담당한다. 카르고 제도의 구체적인 운영과정은 마을에 따라 조금씩 상이하다. 그렇지만 오래된 관습으로 마을 사람들끼리 제도의 운영에 관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마을 내에서 정해진 기간 동안 다양한 카르고의 의무를 잘 마치면 원로로 인정을 받게 된다.
공유지인 산림지역의 관리와 운영에도 당연히 카르고 제도를 적용한다. ‘공유재산 위원회’의 사무실에는 모두 10명이 카르고를 대신해서 일을 하고 있다. 대표와 함께 서기, 회계원이 있는 데, 각각의 관리들은 대리인(suplente)을 두고 있다. 여기에 감시단(consejo de vigilancia)이 있어서 4명이 산림지역을 통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통상적으로 마을의 대부분의 카르고는 임기가 1년이지만, 공유재산 위원회에 속한 카르고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임기가 3년이다. 삼림자원을 효율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임기가 길다. 다른 마을의 경우에는 공유자원을 관리하는 카르고를 맡는 사람들도 1년 혹은 1년 반의 임기를 채우는 경우가 보통이다. 삼림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인 UEEAFC의 경우에도 카르고 제도를 바탕으로 구성되고 운영되어, 마을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었다. 카르고 제도는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을 존중한다. 토론의 과정에서 엇갈린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마을 원로들의 고견을 수용하여 양보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사전에 방지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제도의 운영방식이 식민시대 이전부터 내려오면서 마을 내에서 하나의 뚜렷한 전통으로 확립된다. 물론 카르고 제도의 구체적인 운영방식과 내용은 지역에 따라 다르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대화와 토론, 합의와 같은 의사소통 방법과 권력 공유의 원칙에 입각한 집합적 의사결정 방식은 제한된 자원을 소유하고 있는 원주민 사회를 유지시키는 데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이런 오래된 제도와 관습, 규칙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삼림자원의 개발과정에서 마을의 사회경제적 변화, 그리고 생태계에 대한 이념의 변화로 인한 갈등은 완전히 극복할 수 없었다. 공동토지의 경우에는 누구나 관심이 있는 자원이라서 이에 대한 의견을 조정하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만, 삼림자원을 둘러싼 대립은 쉽게 해결할 수 없었다. 과거에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삼림자원을 이용할 혜택을 부여하는 데 모든 마을 사람들이 동의를 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삼림자원의 상업적 개발로 인해 과도한 벌목이 이루어졌고, 이런 과정에서 불법벌목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마을 사람들은 벌목에 관여하는 관리들을 불신하게 되었고, 벌목으로 인해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하게 되었다. 대체적으로 삼림자원의 혜택이 그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Sunderlin et al. 2005, 1390) 사실을 감안하면, 이 마을만 예외적인 것은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보다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자본과 기술을 동원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에 상황에 대해서도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 한편으로는 마을 단위에서 목재생산의 대규모 상업화를 시도하면 결과적으로 대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은 삼림자원의 개발 과정에서 소외되기 쉽다(Mitchell 2006, 520). 자본을 소유한 소수의 사람들이 목재생산을 주도하면,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단순히 벌목을 하는 사람들과 목재를 운반하는 사람들 사이에 경제적 격차가 커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한편, 재생가능한 자원인 삼림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해 수자원을 고갈시키고 산림지역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문제는 농업 종사자와 국제노동이주를 원하는 사람들을 벌목에서 멀어지게 하여 마을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게 되었다. 게다가 공동자금의 관리도 부실하여, 벌목으로 번 돈을 마을 전체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도 나타났다. 결국 갈등이 심화되면서 대다수의 마을 사람들은 시끄러운 문제만 야기하는 벌목을 중단하자는 의견에 동의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서 산 환 델 에스타도에서는 인근의 다른 마을처럼 체계적인 벌목을 기반으로 제제소를 만들어 삼림자원의 부가가치를 상승시키고 마을의 전반적인 경제적 소득을 향상시키지 못하게 되었다. 공유자원과 관련된 마을 사람들의 정치경제적 대립은 마을의 유지와 관리들의 권위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게다가 국제노동이주가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문화적 관습인 카르고 제도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생겨서, 산림지역의 관리와 운영도 과거보다 어려워졌다.
삼림자원의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이 마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다른 많은 마을에서도 발생하고 있다(Antinori and Bray 2005, 1535-1536). 이렇듯 삼림자원과 관련된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삼림자원을 이용하는 방식을 목재생산과 같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 형태로 발전시키려면, 참여하는 사람들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카르고 제도는 서열과 경험을 고려하는 위계체계이기 때문에, 기업처럼 활동하기는 용이하지 않다. 둘째, 기업의 경우에는 효율성이 중요하지만, 전통적인 사회구조는 오래 걸리는 의사결정 과정 때문에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셋째, 경험 부족과 부패가 상당한 걸림돌이 된다. 수입과 지출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회계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산림지역에서는 이런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찾기 어렵다. 또한 회계 관리가 부실해지면서 혼란이 발생하기도 하고, 부정이나 부패가 발생할 소지가 많아지면서 사람들의 의심이 증가한다. 넷째로 장기적인 목적을 설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삼림자원의 개발이 장기적인 마을이나 가구, 개인의 경제적 성장이 목적인지, 아니면 한시적으로 경제적 수익을 얻기 위한 것인지에 대해 확실히 판단하기 쉽지 않다. 그밖에도 목재생산은 많은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문제와 더불어 재정이나 경영에 대한 이해가 도움이 되지만 마을 총회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 중에는 이런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거의 없다. 또 카르고 제도를 통해 삼림자원의 개발에 관여하는 관리들이 적어도 몇 년에 한 번씩 계속 바뀌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이 체계적으로 축적되기 힘들다. 더욱이 카르고 제도로 선출된 관리들 중에는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도 많아서, 주어진 직무를 올바르게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문제들이 분명하게 드러나면서 삼림자원을 둘러싼 갈등이 새롭게 발생하거나 심화된다.
Ⅶ. 결론
공유지와 공유자원을 활용하는 방식과 내용은 사회마다 항상 동일한 것은 아니다. 산림지역의 경우에 주어진 사회의 내부와 외부의 경제적 혹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서 삼림자원의 채취가 상업적 형태로 대규모로 활발하게 전개될 수도 있고, 아니면 삼림자원을 더 이상 이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때로는 사회 내에서 일부의 사람들만 참여하기도 하고, 또 마을 전체적으로 급하게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을 수행해야 할 경우에 비용을 충당할 목적으로 한시적으로 목재생산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삼림자원을 공유자원으로 소유한 사회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목재생산의 규모와 방법이 변화하기도 한다. 결국 공유지의 삼림자원의 이용은 정부의 정책 이외에도 다양한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공유지를 소유한 마을에 속한 개인이나 가구는 단순히 수동적으로 현재의 공유재 제도에 순응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의 사회경제적 조건, 생태계에 대한 담론, 마을 내의 정치적 역학구조 등을 고려하여 선택적으로 삼림자원의 채취에 참여한다. 예를 들면 노동력은 충분하지 않으면서 농지가 풍부하거나 마을 밖에 나가서 경제활동을 하는 가구는 삼림자원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거나, 목재생산에 환경보호라는 담론을 적용하여 반대한다. 반면에 노동력이 충분하지만 농지가 거의 없고 일거리를 찾기 어려운 가구나 개인들은 적극적으로 목재생산에 참여할 것이다. 산 환 델 에스타도에서도 개인과 가구의 경제적 상황과 전략에 따라 삼림자원의 이용이 영향을 받았다. 즉, 공유지를 소유한 마을 내의 구성원들을 동질적인 집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집단 내부의 이질성을 인정하고 이런 차이가 삼림자원의 이용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체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다시 말해 삼림자원의 채취에 참여하는 개인이나 가구의 경제적 전략도 시기나 조건, 사회경제적 형편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삼림자원이 경제행위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사회문화적 요소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기도 한다. 벌채를 고려할 때 사람들의 관습이나 이념 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Robinson 2010, 348).공유지에서의 목재생산과 환경보호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생각이 삼림자원의 개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 생태계와 환경보호에 대한 담론이 널리 확산되면서 멕시코의 농촌지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부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당장의 경제적 이익이 축소되어도 미래에 물려줄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목재생산을 하지 말아야 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실제로 상당수의 공유지인 산림지역에서는 벌채를 하면 그만큼 새로운 묘목을 심는 등 삼림자원의 재생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사람들은 생태계를 변화시키려는 행위 자체를 반대하기도 한다. 즉, 생태계의 보존에 대해 대다수의 마을 사람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면, 아무리 공유자원을 관리할 제도와 조직이 잘 구성되어 있어도, 삼림자원의 채취는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중단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담론은 항상 동일하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시기에 따라 상이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마을 사람들의 생태계에 대한 담론은 자신들의 경험과 지위에 따라 상당히 다양한 양상을 띨 수도 있다. 산 환 델 에스타도에서도 농지를 소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외부에 나가서 일을 하는 사람, 마을 내에서 일거리를 찾는 사람, 국제노동이주에 참여하거나 참여할 계획이 있는 사람 등, 다양한 집단의 사람들이 상이한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사회경제적 차이가 생태계에 대한 담론과 결합하여 목재생산과 벌채에 대한 여론을 형성한다.
조사지의 사례를 검토해 보면 공유자원을 관리할 제도나 규정의 존재가 공유자원의 효율적 이용에 대단히 중요하지만, 제도나 규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실행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사지에서는 카르고와 테키오의 의무를 기반으로 삼림자원을 채취하면서 합의에 의한 공동이용을 유지했다. 그러나 제도나 규정이 존재한다고 해도, 구성원들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해 공유자원의 이용 방식과 내용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집단 내부 구성원들의 사회경제적 조건이 변화하면서 기존의 이해관계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공유자원의 이용방식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산 환 델 에스타도의 경우에도 국제노동이주를 통해 경제적 기회가 확대되면서 삼림자원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감소되었다. 즉, 목재생산에 참여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의 수가 크게 줄었다. 주로 토지가 없으며 노동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가구에 속한 40-50대의 남자들만 벌목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서 벌목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합의는 마을 청사 신축의 문제가 등장한 경우 등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발생했다. 한편으로 정치적 측면에서는 공유자원의 개발은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일부의 마을 사람들은 트럭이나 다른 장비를 구입하여 훨씬 많은 소득을 올려서 기존의 정치경제적 위계구조를 확대시키는 결과와 더불어 불평등이 심각해지는 문제를 초래했다. 다른 사회의 경우를 보더라도 삼림자원의 개발이 사회정의를 실현하거나 공평한 소득 분배보다는 기존의 사회경제적 간극을 더 벌이는 결과를 유도하기도 한다(Charnley and Poe 2007, 323). 이렇듯 삼림자원은 마을의 구성원들에게 골고루 경제적 해택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경제적 양극화를 촉진시키고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Acknowledgments
* 이 논문은 2014년 정부(교육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14S1A5A2A01013334).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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