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후 칠레정당연합의 특징과 시사점
초록
본 논문은 민주화 이후 형성된 칠레정당연합에 관한 연구이다. 대통령제 정당연합 연구는 시론적 수준에 머물고 있으나 칠레는 정당연합의 역사가 깊고, 다양한 형태의 정당연합이 형성되며, 한 번 형성되면 오랜 기간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선거 때만 나타나는 이합집산이 아니라 이념적으로 가까운 정당들이 정당연합을 형성하여 정당연합과 의회 안에서 정책 경쟁을 함으로써 협의의 정치를 실현하고 있다. 먼저 정당연합의 형성과 유지 배경을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치 제도적, 정치 문화적 의미를 분석한다. 또한 칠레 사례가 주는 특징과 함의를 도출해냄으로써 대통령제 정당연합 연구, 나아가서는 같은 대통령제 국가이면서 정당연합에 대한 논의 초기단계에 있는 한국사회에 모범적인 정당연합 방식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Abstract
This study deals with political party coalition in Chile after the democratization. The interest in the coalition politics as a way to achieve the compromise in divided government is increasing in presidentialism countries. But, research on this field remains in the introductory level. The Chilean case is an appropriate model because Chile is the most stable country politically and economically in Latin America. And also Chile has a long history to constitute political party coalition. They show different types of coalition formation and its long-time maintenance. The main contents of this study are the analysis of specific factors to affect to political party coalition, and to illuminate what impacts the outcome of the Chilean case.
Keywords:
Party Coalition, Government Coalition, Electoral Coalition, Chile, Political Coalition키워드:
정당연합, 연정, 선거연합, 칠레, 연합정치Ⅰ. 서론
칠레의 정당체계는 다당제지만, 두 개의 정당연합을 형성하여 양당제처럼 작동하고 있다. 1989년 민주화 이후 첫 선거에서 형성된 중도좌파연합과 우파연합이 현재까지 지속해오고 있고, 군소정당의 원내 진출이 드물기 때문이다. 중도좌파연합은 피노체트 독재에 반대하던 세력이 형성한 ‘민주주의를 위한 정당연합, 콘세르타시온(Concertación de Partidos por la Democracia)’이고, 우파연합은 ‘칠레를 위한 연대, 알리안사(Alianza por Chile)’로 피노체트 군사독재정부 인사들이 민주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형성한 정당연합이다.
정당연합은 의원내각제 국가들이 과반 의석을 확보를 통한 정부 구성을 목적으로 형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대통령과 의원의 고정된 임기를 보장받기 때문에 여소야대 상황이라도 정당연합을 형성할 요인이 없다. 그러나 쉐붑(2004)의 연구에 따르면 대통령제에서도 정당연합은 활발하게 형성되며, 의원내각제보다도 형성 비율이 높았다. 데에사(1997)와 알트만(2001)은 중남미 대통령제 국가 정당연합 형성을 분석하여 대부분 국가에서 정당연합을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 중에서도 칠레는 다른 중남미 국가와 비교하여 정당연합의 역사가 깊을 뿐만 아니라 연합 형성이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정당연합이 형성되고 있고, 정치제도화의 수준이 높으며, 연합을 한 번 형성하면 오랜 기간 유지되므로 대통령제 정당연합 연구에 적합한 사례이다. 반면 한국은 정당연합은 거의 형성되지 않았고, 정당통합이 빈번하게 이루어졌으며, 정치문화의 수준이 낮아 정당연합이 원활히 작동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치권력 획득을 위한 이합집산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이런 이유로 정당연합에 대한 논의는 시론적 연구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선거 때마다 정당연합이 중요 이슈가 되고, 다당제, 결선투표제, 연립정부가 논의의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같은 대통령제 국가에서 형성되는 정당연합에 대한 사례 연구는 우리 정치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할 것이다.
본 연구는 민주화 이후 레 정당연합의 형성과 유지를 살펴봄으로써 그 의미를 분석하고 함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대통령제의 속성 상 정당연합을 유인하는 인센티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칠레에서 정당연합이 형성되고, 한 번 형성된 정당연합이 오랜 기간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을 분석함으로써 정당연합의 경험이 적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 논문이 다룰 문제는 첫째, 칠레 정당연합의 형성 요인 및 목표이다. 둘째, 정당연합의 유형에 따른 형성과 유지 요인에 대해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형성된 정당연합이 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붕괴하지 않고 오랜 기간 유지하는 이유를 분석할 것이다.
Ⅱ. 정당연합 이론
1. 정당연합의 개념과 형성 이론
정당연합은 국가권력구조와 연합의 형태에 따라 선거연합, 정책연합, 정부연합, 연정연합, 연립정권, 연립내각, 공동정부, 연합정부 등 다양한 명칭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정당연합의 개념은 정당연합의 형태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으나, 광의의 개념으로 정의할 때 정당연합은 정당통합과는 다르고, 각각의 개별 정당이 정당명과 조직을 유지한 채 동아리를 형성하는 것을 말하며 한시적인 정책 협력 관계를 추구하고, 궁극적으로는 권력의 공유 및 유지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김현우 외 1999; 진영재, 박준식 2008, 임수진 2014).
정당연합은 국가 권력구조에 따라 의원내각제에서 나타나는 정부연합과 대통령제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형태의 연합으로 나눌 수 있다. 김영미(Youngmi Kim 2006)는 대통령제의 정당연합을 행위 주체와 방식에 따라 선거연합, 정책연합, 정당연합으로 나눈다. 여기서 말하는 정당연합은 여당이 형성하는 정부연합과 그 정부연합을 견제하기 위해 형성하는 야당 간의 정당연합이다. 선거연합은 대선과 의회 선거 승리를 위한 연합을 말하며, 정책연합은 사안에 따라 일시적으로 연합하는 것을 뜻한다. 정병기(2014)는 정당연합을 선거연합, 통치연합, 대항연합으로 구분하고 있다. 통치연합은 선거 승리 후 여당이 형성하는 정부연합을 의미하며, 대항연합은 야당이 정부연합을 견제하기 위해 형성한 것을 말한다.
의원내각제 정당연합은 정부 구성을 통한 정책추구와 공직추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정당연합을 형성할 때 과반의석을 넘는 최소한의 의석수, 이데올로기 근접성을 고려한다. 그러나 대통령제에서는 그 제도적 차이로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네뚜(Neto 1998)와 알트만(Altman 2000), 임수진(2014)은 여당의 안정적인 의석 확보, 결선투표제, 정당파편화, 이데올로기 파편화에서 정당연합의 형성요인을 찾았다. 이들은 여당이 의회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결선투표제를 시행하는 국가, 분극화된 정당체계를 형성할수록 정당연합은 활발하게 형성되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형성된 정당연합은 브라질처럼 이념적으로 거리가 먼 정당들이 연합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데올로기 거리가 가까운 정당들이 참여하였다.
2. 칠레 정당연합 형성과 유지 요인에 관한 선행연구
칠레에서 형성되는 정당연합의 유형은 선거연합과 정부연합, 대항연합이다. 정당은 선거에 앞서 선거연합을 형성하고, 선거에서 승리하면 정부연합을, 패배하면 야당연합을 형성했다. 정당연합을 형성한 후에는 통합하지 않고, 정당명과 정당 조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정당연합 내에서 정책경쟁을 하고 있다. 또한 칠레 정당연합은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며, 공동의 후보를 공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칠레선거법에 따르면 정당뿐만 아니라 정당연합이 하나의 후보자명부를 제출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며 개별 정당보다는 정당연합을 형성하여 선거를 치르는 경우가 더 많다.
네뚜, 알트만, 임수진의 연구에 의하면 칠레는 여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선투표제를 시행하며, 분극화된 정당체계를 보인다. 분극화된 다당체계에서 의회 과반을 형성하지 못한 여당은 정당연합을 구성하여 행정부를 지원하게 된다. 분극화된 다당체계는 결선투표제도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결선투표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도 정당들은 연합을 형성하게 된다. 형성된 정당연합은 이념적으로 가까운 중도 및 좌파 정당들 간의 연합과 우파 정당들 간의 우파연합이다.
칠레 정당연합은 민주화 이전에도 있었다. 1925년 비례대표제 도입 이후 인민연합의 1970년 대선 승리까지 대부분의 선거에서 선거연합을 형성해왔다. 민주화 이후 치러진 모든 선거에서도 선거에 앞서 선거연합을 형성하였다. 민주화 시기 중도좌파 세력은 피노체트 독재 반대와 민주주의 공고화를 목표로 선거연합을 형성하여 승리하였으나 여당인 기독민주당의 의석은 원내 1/3에도 미치지 못했다. 2005년 미첼 바첼렛 사회당 정부는 의회의 1/10을 겨우 넘기는 의석만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때문에 선거에서 승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 다른 정당과 정부연합을 형성했다. 연합의 목표에 따라 선거연합의 명칭을 바꾸거나, 1차 투표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정당을 결선투표에 앞서 참여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정당파편화가 크기 때문에 원내에 진출한 정당의 수가 많고, 그만큼 여당이 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결선투표에서 득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당연합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편 시아벨리스(Siabelis 2004)와 나비아(Navia 2004)는 정당연합 형성요인을 2석 선거구제도(binominal)에서 찾는다. 2석 선거구제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매우 독특한 방식의 비례대표제로 한 선거구에서 2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것을 말한다. 칠레 선거법에 따르면, 각 정당과 정당연합 혹은 무소속 후보들은 각 선거구당 최대 2명의 후보자를 명부에 올려 제출하고 공개할 수 있다.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후보자에게 투표하면 첫 번째 의석은 각 후보자들 중에서 가장 많이 득표한 후보자에게 돌아간다. 특이한 점은 두 번째 의석을 차순위 후보자가 차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득표율에서 3위, 4위를 했더라도 1위와 같은 정당 혹은 정당연합이고, 그 두 사람의 득표율의 합이 2위의 두 배 이상이면 2위가 낙선하고 3, 4위라도 당선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지역구에 후보자를 한 명도 공천하기 어려운 군소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은 당선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정당연합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지역구에서 두 명의 당선자를 내는 중대선거구의 경우 득표율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한 후보자가 당선되는 것이 일반적인 선거제도이다. 득표율에서 1위와 2위가 당선된 경우는 위의 네 가지 예시 중 예 1과 3에 해당된다. 2위가 낙선하고 3위 혹은 4위 득표자가 당선된 경우는 예 2와 4에 해당된다. 1989년에는 하원 60석 중 15석이, 1993년에는 13석, 1997년에는 10석, 2001년과 2005년에는 각각 9석과 11석이다. 상원의 경우에는 1989년에 11석으로 전체의 반이 넘고, 1993년 2석, 1997년 3석, 2005년에 2석이 순위가 뒤바뀌어 당선되었다. 이는 전체 의석의 20% 안팎을 차지한다. 이처럼 2석선거구제도는 거대 정당연합에 참여하지 않고서는 무소속과 군소정당이 원내 진출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제도다.
Ⅲ. 분석 대상과 방법
1. 분석 대상
이 논문에서 분석할 정당연합은 정병기의 정당연합으로 선거연합, 통치연합, 대항연합으로 구분한다. 따라서 분석 대상은 선거에 앞서 형성하는 선거연합,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형성하는 통치연합, 여당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형성하는 대항연합이다. 이러한 형태의 정당연합은 정당의 조직을 유지하면서 공동의 목표 하에 형성한 정당연합이며, 정당통합과는 다르다. 분석 시기는 민주화 이후 첫 선거인 1989년부터 최근 선거인 2013년 선거까지를 대상으로 한다.
2. 분석 방법
중남미 대통령제 국가에서 형성하는 정당연합에 관한 연구는 특정 국가에 대한 사례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특정 국가에서 형성하는 정당연합의 형성 현황을 보여주는데 그치고 있고, 칠레의 경우 2석선거구제도가 정당연합에 미치는 영향과 중도좌파연합 집권에 따른 정치 과정이 주 연구 대상이었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는 선행연구에서 논의하였듯이 대통령제 정당연합 형성 요인을 일반화한 네뚜, 알트만, 임수진의 분석에서 제시된 독립변수인 결선투표제, 비례대표제, 여당 의석수, 정당파편화, 이념적 거리를 수용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선행연구는 결선투표제, 비례대표제, 여당 의석수, 정당파편화, 이념적 거리가 칠레에서 형성되는 정당연합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하였다. 그러나 선행연구는 정부연합만을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분석의 시기와 대상을 확장하여 정부연합, 즉 통치연합뿐만 아니라 선거연합, 저항연합에도 영향을 주는지 분석할 것이다. 이러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칠레의 정당연합이 형성되고 유지되는 정치환경을 고찰할 수 있을 것이다.
Ⅳ. 칠레의 정당연합 형성과 유지
1. 민주화 이후 정당연합(1989-2016) 형성
집권여당인 중도좌파연합 콘세르타시온은 민주화 직후인 1989년부터 2009년까지 20년을 집권하고, 2013년 선거에서 승리하였다. 중도좌파연합은 피노체트 군사정권 시절 형성한 17개 정당들과 시민단체들의 선거연합으로 출발했다. 이들은 피노체트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를 승리로 이끌어 독재정권을 종식시키고 민주정권을 수립하고자 이른바 ‘No 운동’을 주도하였던 세력이다. 소속 정당은 중도성향의 기독교민주당(PDC)과 급진사회민주당(PRSD), 좌파성향의 사회당(PS)과 민주당(PPD)이다. 당시 중도좌파진영이 선거연합을 선택했던 배경을 보면 여전히 존재하는 군부세력에 맞설 힘이 매우 약했기 때문이다(Bascuñan 2009, 23). 군부 독재 18년 동안 야권은 와해되어 피노체트 세력에 맞설 세력화가 필요했고, 세를 규합한 민주화 세력은 반피노체트,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선거연합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현재는 콘세르타시온 소속 정당에 공산당 등이 새로 참여하여 누에바 마요리아(Nueva Mayoría para Chile)라는 정부연합을 형성하고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우파연합인 알리안사는 피노체트 추종 세력과 우파 세력이 1989년에 형성한 정당연합이다. 1989년 선거에서는 민주주의와 진보(Democracia y Progreso)라는 이름으로 정당연합을 형성했고, 20년 동안 치러진 대선과 의회 선거에서 중도좌파연합에 모두 패했으나 2009년에 한 번 집권한 바 있다. 소속 정당으로는 우파 성향의 독립민주연합(UDI, Unión Demócrata Independiente)과 중도우파 성향의 국가혁신당(RN, Renovación Nacional)이 있다. 우파연합의 목표는 시장경제와 자유주의 실현이다. 우파연합의 형성은 중도좌파연합을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우파연합의 구성원들이 고안한 2석선거구제도가 제도적으로 정당연합을 촉진하고 의석 수 확보를 위해 개별 정당보다는 연합을 유도하도록 설계하였기 때문이다(Von Baer 2009, 19).
<표 2>는 민주화 이후 형성된 대통령 선거연합을 보여준다. 1989년부터 1999년 선거까지는 두 정당연합 외에도 개별 정당이 대선에 출마하였으나 동시선거 첫 해인 2005년부터는 군소정당도 정당연합을 만들어 후보자를 선출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중도좌파연합과 우파연합은 1989년부터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는 정당연합이다. 그러나 우파연합은 2005년 대선에서 대통령 선거연합을 형성하지 못했다. 단일 후보를 선출하였으나 낙선한 후보자가 불복하여 두 명의 후보자를 낸 것이다. 우파연합은 의회 선거에서는 연합을 유지하고, 대선에서는 각 정당 후보자가 정당의 이름으로 출마했다. 그러나 이들은 결선투표에 앞서 다시 연합했다. 중도좌파연합도 2009년 대선을 앞두고 탈당한 마르코 오미나미(Marco Ominamí)가 무소속으로 출마하였으나 결선투표에 오르지 못했고, 2013년 선거에서도 3위에 머물렀다. 민주화 이후 대선에서 결선투표에 오른 후보는 2005년 선거를 제외하고 모두 정당연합 소속이었다. 중도좌파연합과 우파연합이 아닌 정당 혹은 정당연합의 후보는 결선투표에 이르지 못했다. 요약하면, 두 거대 정당연합의 후보가 아닌 제 3의 후보는 결선투표에 오르지 못했고, 개별 정당들 중에는 1차 투표를 위한 선거연합을 형성하지 않았더라도 결선투표 직전에 선거연합을 형성했다.
칠레의 선거연합은 선거 승리 후에는 정부연합으로 발전하여 다음 선거에서도 붕괴하지 않고 같은 정당들이 다시 선거연합을 형성했다. <표 3>은 민주화 이후 칠레의 정부연합을 보여준다. 중도좌파연합 콘세르타시온은 2009년 집권 여당에서 야당으로 지위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붕괴하지 않았다. 최근 2013년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칠레공산당 등과 확장된 정부연합을 형성한 것을 제외하고는 1989년에 형성한 정부연합의 참여정당에는 변화가 없다1). 2009년 집권한 우파연합도 정부연합을 형성하였을 때와 선거에서 패배하여 야당연합으로 남았을 때 모두 참여정당은 같았다.
<표 4> 민주화 이후 칠레의 의회 선거를 보면, 단일 정당보다는 정당연합을 형성하여 선거를 치르는 현상이 뚜렷하고, 정당연합에 참여하지 않은 정당의 원내 진출은 매우 드물다. 그러나 정당연합을 형성했더라도 거대 정당연합인 중도좌파연합과 우파연합에 참여하지 않으면 의석 확보가 어려웠다. 두 정당연합에 참여하지 않은 정당 혹은 정당연합의 의석수는 하원 기준으로 2009년 선거에서 5석이 가장 많았고, 1993년에는 한 석도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군소정당과 군소정당연합의 득표율을 보면, 2009년에 7.6%로 가장 적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2013년에는 16%나 득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의석전환율을 보인다. 1993년에는 7.9%를 득표하고도 의석을 한 석도 얻지 못했다. 반면 중도좌파연합과 우파연합은 득표율보다 높은 의석을 배분받았는데, 이는 2석선거구제도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득표율과 의석전환율이 일치한다는 비례대표제의 취지에 어긋난다. 따라서 군소정당들이 연합을 형성해도 두 거대정당연합에 참여하지 않으면 원내 진출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당의 의석수를 보면, 어느 정부도 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1989년 선거에서 기독민주당이 38석을 얻은 것이 집권여당의 의석수가 가장 많은 때였고, 바첼렛 사회당 정부는 15석에 불과하다. 입법 활동과 행정부 지원을 위해서는 다른 정당과 연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선거 때마다 선거 공약, 즉 정당연합의 목표가 달라지기 때문에 정당연합의 명칭 변화는 있어왔지만, 1989년 선거에 앞서 형성된 두 개의 정당연합은 현재까지 지속되어오고 있다. 선거에서 연합의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정부연합을 형성했고, 패배한 연합은 야당연합을 유지하며 행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는 기능을 유지해왔다.
2. 칠레정당연합 형성과 유지 배경으로 본 특징
민주화 이후 칠레에서 형성된 정당연합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첫째, 개별정당보다는 정당연합을 형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형성된 정당연합은 선거연합, 정부연합, 야당연합이다. 2005년 대통령 선거를 제외하고는 모든 의회 및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연합을 형성하였고, 선거에서 승리한 선거연합은 정부연합을, 패배한 선거연합은 야당연합을 형성하였다. 이렇게 형성된 연합은 유지 기간이 길고, 참여 정당의 변화는 거의 없었으며, 하나의 정당처럼 작동한다. 둘째, 중도좌파연합과 우파연합이라는 두 개의 거대정당연합이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에서 승리하였고, 의회 선거에서도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 두 정당연합에 소속되지 않은 군소정당이나 군소정당연합의 원내 진출은 드물었다.
셋째, 정당연합의 목표가 분명하다. 선거 직전 의회 의원 당선이나 대선 승리를 위해 형성한 연합이 아니라 선거 이후에 추구할 정책 방향을 정당연합의 목표에 분명히 제시함으로써 유권자들의 판단을 용이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선거 승리 후 정부연합에 대한 구속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연합 형성 전에 합의한 정당연합의 목표가 있기 때문에 정책 추구를 위한 정부연합 혹은 야당연합 형성이 자연스럽다. 의원의 정책 추구는 정당연합을 유지하게 하는 큰 인센티브이다. 넷째, 정당연합의 목표를 합의하고 분명히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당 간의 이데올로기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다. 정책은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것이다. 중도와 좌파 정당들 간의 이데올로기 차이가 크지 않고, 우파 정당들 간의 이데올로기 거리도 가깝다. 따라서 정당연합의 목표는 물론 정당연합 내부의 정책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수월하다.
정당연합의 형성 요인을 보면, 독립변수인 결선투표제, 여당의 의석수, 이데올로기, 정당파편화, 비례대표제는 선거연합, 정부연합, 야당연합 형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선거 전에는 선거 승리가 목표이고 여야의 지위가 정해진 상태가 아니므로 결선투표제와 비례대표제가 더 강한 영향을 준다. 그러나 선거 후에는 여당의 의석수, 정당파편화가 더 강한 영향을 미쳤다. 의회 선거연합에는 비례대표제인 2석선거구제도가, 대통령 선거연합에는 결선투표제도가 강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올로기는 선거연합, 정부연합, 야당연합 형성에 영향을 주었는데, 이데올로기가 가까운 정당들이 연합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칠레의 분극적 다당체계가 있다. 분극화된 다당제 국가에서 의회 권력을 확보하고,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정당연합이다. 의회 선거의 경우 2석선거구제도는 정당의 수를 줄일 목적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그 제도적 속성 상 다른 정당과 연합하지 않으면 당선될 확률이 줄어들게 된다. <표 4>에서 알 수 있듯이 2석선거구제도 방식이 아니었다면 두 정당연합의 의석수는 줄어들고, 군소정당과 군소정당연합의 원내 진출은 늘어났을 것이다. 또한 결선투표에 앞서 선거연합을 재형성하는 등 결선투표에 진출한 후보자가 세력을 확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연합을 형성한 요인은 정당파편화로 인한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당의 과반 의석 확보를 통한 행정부 지원이다. 칠레는 민주화 이후 모든 선거에서 어느 정당도 1/3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경험이 없다. 여당이 원내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의석으로 입법 활동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입법을 위해서는 원내 과반 의석이, 쟁점법안과 개헌을 위해서는 전체 3/5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야당이 연합을 형성하기 때문에 여당은 야당 견제를 위해서라도 과반의석 확보를 위한 정부연합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한편 패배한 선거연합은 야당연합을 형성했는데, 민주화 이후 여섯 번의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우파가 승리한 것은 2009년 한 번 뿐이다. 정부연합 참여에 따른 인센티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파는 야당연합으로 남았다. 칠레는 풀뿌리사회까지 이데올로기가 강한 국가로 이념 성향이 다른 우파가 좌파와 연합한다는 것은 민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또한 모든 의원은 정책 추구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우파 정당들끼리 연합하여 입법을 통한 정책 추구가 가능하다.
결선투표제도, 2석선거구제도, 여당의 과반의석 확보를 통한 행정부 지원, 야당의 여당 견제와 정책 추구 등 정당연합 형성과 유지 요인에도 불구하고, 정당연합은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민주화 이후 2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정당연합을 유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한 대통령의 임기 말에 레임덕이 나타나면 여당의 차기 대권 주자들은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위해서라도 정부연합에서 탈퇴할 수 있다. 야당의 경우 집권여당 인센티브를 누리기 위해서 야당연합을 탈퇴하고 정부연합에 참여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칠레 정당들이 선거연합을 형성한 이후로도 오랜 기간 연합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로 중도좌파연합이 처음으로 우파에 권력을 이양한 2009년 대선 직후 급진사민당은 중도좌파연합을 탈퇴하고 여당 지위를 얻은 우파연합 가입 협상을 시도하다 여론에 부딪혀 포기한 적이 있다. 이런 시도는 여당 지위가 주는 인센티브를 우선 고려했기 때문이다. 급진사민당은 중도정당이므로 좌파와 우파 정당 모두 이데올로기 차이가 크지 않아 어느 정당연합과도 연합할 수 있다. 기독민주당 역시 중도정당으로 우파와 연합할 수 있고, 정책적 측면에서도 동성혼이나 낙태 문제 같은 보수적인 이슈에서는 중도좌파연합의 다른 정당들과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대통령 후보가 정당연합 내 제 1당 소속이 아닌 경우가 많았고, 내각 구성을 보더라도 정부연합에 참여하는 정당들의 의석수와 입각한 각료의 수는 비례하지 않았다. 미첼 바첼렛 2기 정부 구성을 보면 정부연합 제 1당인 기민당의 각료 수는 24명 중 4명에 불과하다. 반면 기민당보다 의석이 여섯 석 더 적은 민주당은 내각 서열 1위인 내무부 장관 겸 부통령을 비롯하여 2, 3, 5위를 모두 차지한다. 내각 배분을 놓고 보면 의석수에 비례한 권력 배분으로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알트만은 관성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한 번 형성한 연합에 대해 정치인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은 하나의 정당으로 인식하고 있고, 연합에 대한 신뢰가 높기 때문에 굳이 정당연합을 해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2017년 선거부터는 2석선거구제도가 폐지되고 인구 비례에 따른 비례대표제를 시행하기 때문에 정당연합의 붕괴가 예상됐지만 2016년 10월 지방선거에서도 두 정당연합은 하나의 선거인명부를 제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당연합 내부 의석수 변화에 따른 권력 이동, 중도좌파에서 우파로, 우파에서 다시 중도좌파로의 정부권력 이동, 중도좌파연합 내부의 여당 변화, 제 3의 후보 출현 등 정당연합 형성과 유지, 붕괴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의 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성에 따라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위에서 논의한 내용에서 추론해보면 이러한 정치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정당연합 구도를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당파편화에 따른 분극적 다당체계이다. 어느 정당도 원내 다수당이 되지 못할 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정당연합이기 때문이다. 권력을 획득하지 않고는 정책을 추구할 수 없다.
둘째, 아직도 피노체트 대 반 피노체트 구도가 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 첫 정당연합은 반 피노체트 세력 구축과 민주주의 공고화를 목표로 하여 형성된 것이다. 이후 민주주의는 지속적으로 발전해왔으나 우파연합 내부의 친 피노체트 세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2013년 대선에서 우파연합의 후보는 피노체트를 지지하는 신자유주의자였다. 유권자들은 본인이 이념적으로 우파라도 피노체트주의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할 수 없다며 대거 투표를 포기했다. 그 결과 우파연합 후보의 1차 투표 득표율은 25.01%, 결선투표 득표율은 37.38%에 그쳤다. 친 피노체트와 반 피노체트 세력 간 균열이 여전히 표심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 구도가 깨지지 않는 이상 지금과 같은 형태의 정당연합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20년 이상 정당연합이 지속되어 오면서 정당연합은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일시적인 세력 간의 이합집산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한 하나의 정당으로 작동하고 있다. 형성된 정당연합의 소속 정당이 바뀌는 일은 매우 드물었고, 각 정당의 조직은 유지한 채 분명한 정당연합의 목표 하에서 정책 경쟁을 한다. 정당통합으로 계파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정당의 정책을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또한 정당연합 초기 단계에서는 하향식 공천을 했지만 현재는 대통령 후보, 상하원 의원, 지방정부 선출직까지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후보를 선출한다. 내용을 보면, 모든 정당연합은 선관위 감독 하에 같은 날 오픈프라이머리를 시행한다. 일반 국민, 5년 거주 이상 외국인도 참여가 가능하지만 당원이 다른 정당 경선에 투표할 수는 없다. 예를 들면 급진사민당은 군소정당이지만 다른 정당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선을 치를 수 있고, 대통령 후보도 낼 수 있다. 정당연합 내부의 상하원 의석수에 비례하여 더 많은 후보를 공천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의석수가 많은 정당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할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다. 미첼 바첼렛 대통령이 속한 사회당은 후보자 선출 당시 정당연합 내 제 3당이었다. 이처럼 제도화된 정치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에 경선 불복이나 탈당을 하는 일이 매우 드물고, 인물과 정책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넷째, 의회 의원은 강제당론제가 아닌 대화와 협력을 통한 교차투표를 한다. 칠레 정당은 정당기율이 약하기 때문이다. 정당연합으로 이데올로기가 분명한 양당체계를 형성하였더라도 의원 자유투표를 하므로 투표 행위가 이념 논쟁이나 정쟁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또한 여야 모두 지도부에 의한 하향식 공천을 하지 않고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후보를 선출하며, 기업의 개인 의원 후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앙당으로부터 자유로운 개인 의원은 정책 선호와 정치적 이념에 따라 자유롭게 투표한다. 따라서 정책 합의에 대한 불만 혹은 정당연합 공동의 목표에 대한 이견으로 정당연합에서 탈퇴하거나 붕괴할 가능성이 적다.
다섯째, 칠레정당연합은 이념성이 분명하다. 칠레 정치는 정당의 이데올로기적 정체성이 선명하고, 이데올로기에 따른 정책 실현을 추구한다. 때문에 이데올로기가 가까운 정당과의 연합은 정책 추구성을 강화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이런 특징과 함께 지난 28년 동안 정당연합을 형성하고 유지해오면서 정당보다는 정당연합의 이데올로기가 더 중요해졌다. 유권자들은 후보를 선택할 때 정당보다 정당연합을 먼저 선택하고, 그 다음으로 정당을, 마지막으로 후보자를 선택한다. 따라서 두 거대 정당연합에 소속되지 않은 정당과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Ⅴ. 칠레 정당연합의 함의와 결론
칠레는 개별 정당보다는 정당연합을 형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도좌파연합과 우파연합이 의회 다수를 구성하며, 군소정당이나 군소정당연합의 의회 진출은 드물게 나타났다. 대통령 선거에서도 군소정당이나 군소정당연합의 결선투표 진출은 없었으며, 중도좌파연합과 우파연합이 집권해왔다. 형성된 정당연합은 선거연합, 정부연합, 야당연합의 형태를 보이고, 한 번 형성되면 오랜 기간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정당연합은 연합의 목표와 이데올로기가 분명하다.
정당연합의 형성 요인을 보면, 다수의 학자들이 분석한 것처럼 칠레의 정당연합 형성 요인도 다른 대통령제 국가들처럼 분극적 다당체계, 선거제도, 이데올로기, 여당의 규모이다. 그러나 선거와 연합의 형태에 따라 요인의 차이를 보이는데, 의회 선거연합은 2석선거구제도가, 대통령 선거연합은 결선투표제가 강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칠레는 정치제도화 수준이 높은 국가로 정당연합 형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긍정적이다.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권력을 필요하므로 다당제 국가에서 정당연합을 통해 권력을 획득하고 정책을 실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당 정치의 주요 행위자인 의원 개인의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하지 않고, 이데올로기가 가까운 정당들이 분명한 목표 하에 연합하여 민주적인 방식으로 정책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선거법에 정당연합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고, 대통령 선거는 물론 지방선거까지 오픈프라이머리를 시행하는 등 정당연합이 하나의 정당처럼 작동하는데 제도적으로도 뒷받침하고 있다.
칠레의 오래된 풀뿌리 정치문화와 가톨릭 문화도 정당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합에 참여하는 의원들은 당론투표가 아닌 개인의 신념에 의한 자유투표를 보장받는다. 이념 정당이기 때문에 의원들의 이데올로기 차이가 크지 않고, 개별 정당과 정당연합 내에서 민주적인 방식으로 대화와 타협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행정부 지원을 위하여 중도좌파연합은 매주 월요일 각 정당의 대표들이 모여 정책회의를 한다. 정당연합의 위기가 있을 때는 교황선출방식인 콘클라베(conclave)를 열어 며칠이 걸리더라도 숙의함으로써 의원들의 합의를 구한다. 정당연합은 연합에 참여하는 정당 간의 대화와 타협이 전제되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다.
칠레 정당연합을 촉진하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2017년 2석선거구제 폐지는 정당연합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새 선거법에 의하면 인구비례에 따라 한 지역구에서 한 명부터 많게는 일곱 명까지 선출하게 된다. 이와 같은 중대선거구 체제에서는 녹색당이나 인권당 같은 군소정당의 진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계 개편은 있을 것이나 결선투표제 승리를 위해서라도 정당연합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칠레는 분극화된 다당체계를 보이지만, 정당연합을 형성함으로써 정당연합 내부의 대화와 타협을 강조해왔다. 즉 원심력보다는 구심력이 작용하여 중도에서 경쟁하게 함으로써 정치적 양극화를 극복해왔다.
한국의 정당체계는 그동안 잦은 분당과 창당, 합당으로 인하여 정당연합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다. 또한 정당기율이 강하기 때문에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아닌 대립의 정치를 하고, 중도 없는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하다. DJP연합 정부가 집권하고, 노무현 정부가 대연정을 주장한 이후 선거 때마다 정당연합 형성을 위한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정당연합 형태에 대한 논의만 하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거나 정당 차원이 아닌 개인 간의 후보단일화가 드물게 있었을 뿐이다. 칠레의 정당연합은 숙의민주주의, 대화와 타협이라는 성숙한 정치문화가 정착한 가운데 분명한 목표 하에 형성되었다. 개인 이익에 따라 정당연합을 탈퇴하거나 새로 형성하지 않기 때문에 이합집산이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다. 또한 오픈프라이머리를 제도화하여 정당연합 참여 정당간의 후보자 공천 합의가 쉽고, 소수 정당도 다수 정당과 같은 조건에서 오픈프라이머리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정당연합은 의석수에 따른 권력 배분이 아니다.
현대사회가 다원화됨에 따라 다당제 국가는 늘어나고 있다. 정당연합은 다당체계에서 선거 승리뿐만 아니라 의회 내 대화와 협력을 통한 정책 추구, 의회의 행정부 지원, 야당의 행정부 및 여당 견제라는 측면에서 대통령제도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한 기제이다. 칠레의 정당연합은 그 기능이 긍정적으로 작동하므로 같은 대통령제 다당제 국가에 적합한 본보기가 될 것이다.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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