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itute of Iberoamerican Studies
[ Article ]
iberoamerica - Vol. 19, No. 2, pp.33-58
ISSN: 1229-9111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28 Dec 2017
Received 31 Oct 2017 Revised 15 Dec 2017 Accepted 17 Dec 2017
DOI: https://doi.org/10.19058/iberoamerica.2017.12.19.2.33

스페인어 BOCA 관용표현의 개념 구조와 확장적 의미 연구

조혜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학과
A Study on the Cognitive Structure and the Extension of Meaning of Spanish Phraseological Units of BOCA
Cho, Hye-Jin*

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신체부위 중 하나인 BOCA로 구성된 스페인어 관용표현을 인지언어학적 관점에서 고찰하는 것이다. 이 관용표현에 대한 분석은 언어와 사고, 현실 간의 밀접한 관계를 주장한 인지언어학 이론의 타당성을 잘 나타낸다, 인지적 특성의 환유 과정에 기반을 둔 BOCA의 의미 확장 양상이 인간이 주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신체부위명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이 환유 구조를 분석하여 그 인지모델과 인지적 관계를 살펴보고 신체화된 경험이 특정 어휘의 의미 확장의 도구로 선택되는 양상에 대해 숙고하도록 한다.

Abstract

The objective of the study is to investigate Spanish phraseological units(PhUs) formulated with BOCA, which is a Spanish name of a body part, from the perspective of Cognitive Linguistics. The analysis of these PhUs clearly demonstrates the validity of the theory of Cognitive Linguistics that emphasizes the close relationship between language, mind and reality. Because the semantic expansion of BOCA based on metonymic processes of a conceptual nature reflects the fact that human beings use the names of the body parts in order to understand the world around them. This study examines these cognitive models and relationships by analyzing the metonymical structure and also considers the aspects of how the embodied experiences are selected as a tool of semantic expansion.

Keywords:

Cognitive Linguistics, Cognitive Structure, Human Body, Phraseological Unit, Metonymy

키워드:

인지언어학, 인지 구조, 인간의 몸, 관용표현, 환유

Ⅰ. 서론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가 아니다. 화자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생성되고 변화하고 소멸하는 영원히 살아있는 유기체이다. 이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인 언어학은 일찍이 세분화되었는데, 특히 인지언어학은 언어가 인간의 인지 시스템의 일부라는 논지 하에 비유어의 기반이 되는 은유나 환유 구조에 대해 연구해왔다. 이들을 단순한 수사학적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생각을 언어화하고 추상적인 개념의 이해를 용이하게 하는 기재로 간주하는 것이다. 물론 다양한 언어 현상에 대한 유일한 접근 방식이 은유나 환유에 대한 이해라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이와 같은 언어 기재를 통해 문학어는 물론 일상어에 대한 이해를 심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또한 인지언어학에서는 기초적인 의미 확장이 인간의 신체와 신체적인 경험에 기반을 두고 실현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보며 본 연구 또한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입’은 생명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섭식과 음성언어 구사를 위한 조음(調音) 기능을 담당하는 신체 부위로서, 이 같은 특성이 다양한 개념화 과정을 통해 비유어를 형성하는 근원이 된다. 인지언어학적 관점에서 몸은 인간의 인지시스템의 근본적인 영역이며 은유나 환유 같은 기재를 통해 그 의미가 확장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에 동의하여 이 전제가 어떠한 양상으로 실현되는지 신체어 관용표현1), 특히 BOCA를 핵심어로 하는 스페인어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분석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는 언어공동체만의 사회·문화적 특성에 기반을 두고 관용표현이 구조화되기 때문에 스페인어에도 이를 인지하여 비유언어화하는 양상에 문화특수적인 면이 존재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며, 또한 이에 대한 접근은 언어외적인 요소나 인류 공통의 문화보편적인 양상에 대해서도 인지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관련 스페인어 어휘의 의미장에 대한 이해도 심화하여 스페인어 학습자들에게 좀 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본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하겠다.

관용표현의 여러 특성들 중 특히 숙어성(idiomaticidad)은 이들을 구별하고 사용하는데 가장 두드러진 요소이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연구는 형태의 고착성과 독자적인 의미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고 형성 동기나 배경에 대한 관심은 부차적인 것이었는데, 비록 관용표현의 문화특수적인 양상에 대한 연구가 증가하고는 있으나 결합어 선택의 기준이나 생성 동기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학문적 관심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요소들은 기타 언어구조와는 다른 관용표현 고유의 특성을 형성하므로 이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서의 학문적 관심이 요구된다.

한편, 환유를 동일한 개념 영역 내 두 개념 개체(entidad cognitiva) 간의 투사로 간주한 Lakoff(1987) 이후로 개념 영역과 관련된 문제나 심리적 기재로서의 환유의 역할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어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에서의 관용표현 연구는 비교적 소극적인 편이다. Stepien(2007)과 같이 비교언어학적 관점에서 개념은유를 신체어 관용표현 형성의 기본 구조로 분석하는 연구는 더러 찾아볼 수 있으나 개념은유나 환유에 대한 학문적 관심은 아직까지 미미하다. 신체와 신체화된 경험이 인지구조의 기반이 되는 과정을 고찰하려는 시도는 주로 영미권에서 Gibbs(2006), Maalej와 Ning (2008), Van Pareren(2013)을 비롯한 다양한 선행 연구를 찾아볼 수 있으며, 스페인어권 지역의 경우는 체험주의적 관점 하에 신체화된 경험과 사고, 언어 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Iñesta Mena와 Pamies Bertrán(2002), Olza Moreno(2006, 2011) 등의 선행 연구가 있다. 그러나 신체 영역에서 BOCA에 대한 연구가 독립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주로 두부(頭部)의 구성요소로서 전체적인 관점에서 연구되었을 뿐이다. 이 외에도 신체어 관용표현과 관련된 연구는 Penadés Martínez(2008), Pérez(2010) 등이 개괄적이거나 각 부위별 명칭의 사용 빈도, 통사적 특성, 타 언어와의 비교에 국한된 연구를 수행했고, 인지언어학적 관점에서 Forment Fernández(1998), Diamante Colado(2004) 등이 신체어 관용표현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외국어로서의 스페인어 교수법에 접목하여 제시하기도 했다. 인지언어학적 관점에서 스페인어 어휘소의 인지 구조와 그에 따른 의미 확장에 대한 연구가 드문 것은 한국에서의 스페인어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이 같은 사실에 본 연구의 필요성이 있다.

우리는 스페인어에서 BOCA를 핵심 어휘소로 하여 구성된 관용표현(이후 BOCA 관용표현)을 여러 사전에서 수집한 다음 그 서술적 의미와 기능적 의미를 분석하여 신체에 기반을 둔 외부세계에 대한 문화보편적 인지 방식을 확인하고자 하며, 환유가 어떠한 양상과 체계로 관용표현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언어공동체의 사회·문화적 특성에 따라 어떤 차별적인 양상을 보이는지 고찰하고자 한다. 또한 BOCA가 신체 부위로서의 기능 이외에 어떤 확장적 의미를 나타내고, 그 확장된 의미의 기반이 되는 개념은 무엇이며, 이를 인지 모델로 구조화할 수 있는지, 어떤 문화적 특수성을 나타내는지 직관적으로 인지하는 것도 본 연구의 목표이다. 이를 통해 BOCA 관용표현의 문화보편적이거나 문화특수적인 양상이 드러날 것이며, 지극히 당연시해왔던 언어적 사실을 그 근원에서부터 재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BOCA 관용표현은 스페인 한림원의 Diccionario de la lengua española를 비롯하여 Diccionario de uso del español actual Clave, 관용표현 사전인 Diccionario de dichos y frases hechas(Buitrago Jiménez 1999), Diccionario fraseológico del español moderno(Varela와 Kubarth 1996), Diccionario fraseológico documentado del español actual(M. Seco et alli 2005)에서 추출한 사례 중 BOCA가 축어적으로 쓰인 경우2)를 제외한 사례들로 국한하였다.


Ⅱ. 인지 과정으로서의 환유와 관용표현

1. 언어의 신체화와 관용표현

언어의 ’신체화(corporeidad)’란 언어-신체 간의 관계가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과 몸의 관계를 설정하고 이를 언어로 표출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Gibbs(2006, 1)에 의하면 ‘신체화’란 “행위자가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몸이 행하는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몸으로 겪는 주관적인 감정 경험이 언어와 미적 기준과 같은 인지 작용의 기반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임지룡(2008, 40) 또한 신체화에 대해 “우리가 체득한 경험을 통해 그 의미를 해석하는 것으로, 의미 확장의 근원이며 새롭고 추상적인 대상을 이해하는 준거”라고 보았다. 이는 우리의 신체적 특성과 경험이 은유와 환유 과정을 형성하는 근본적인 요소 중 하나이고,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시각화하고 인지하는데도 영향을 미친다는 Lakoff와 Johnson(1986)의 체험주의적 관점에도 부합한다.

인지언어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몸이라는 영역은 추상적인 개념을 구조화하는 개념은유나 환유의 범세계적이고 대표적인 출발영역이다.3) 이러한 정신세계와 외적 현실과의 연관성에 대해 인지언어학은 ‘체험주의(experiencialismo)’를 지향한다. 체험주의란 인간의 추상적 사고 및 개념화 과정이 몸을 통한 경험에서 비롯된다는 관점으로, Clark(1999, 16)에 의하면, 사고와 몸과 외부 세계가 단일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현실에 대한 이러한 관념적 틀 내에서 몸은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주요 수단 중 하나로 간주되며, 몸-의미 또는 몸-외부 세계 간의 밀접한 관계가 언어에 반영된다고 판단한다. 언어가 외부 세계를 개념화하는 표현 방법인 것이다.

이러한 연구방식과 관련하여 Cuenca와 Hilferty(1999, 15-16) 또한 인지 시스템을 구조화하는 사고는 신체적 경험에서 비롯되어 그 경험에 의해 유의미해진다고 보았는데, “인간의 인지 시스템의 핵심이 감각과 신체의 움직임, 물리적이고 사회적인 경험에 직접적인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타당성을 피력한 바 있다. 또한 이들에 의하면 인간의 사고는 상상력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추상적인 사고가 가능한 것이며 감지 가능한 한계를 초월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개념 구조는 논리학에서 사용하는 진실의 가치가 아니라 ‘인지 모델’을 이용하여 설명 가능하다고 보았다.4)

인지언어학적 관점에서의 관용표현 연구는 언어와 사고, 외부 세계 간에 존재하는 유기적 관계를 증명하는데 목적이 있다. 대부분 축어적 해석과 성구적 의미가 다른 비유적 언어표현인 관용표현에 대해 인지언어학에서는 이들이 은유나 환유에 의한 개념화 과정을 통해 생성된 결과로 판단한다. 특히 신체어 관용표현은 언어의 신체화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페인어의 경우, 육체나 정신, 감정과 관련된 관용표현의 수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Mellado Blanco(2004, 23)는 어휘소가 신체부위명인 스페인어 관용표현이 전체의 15~20%에 이르는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고 분석 결과를 밝힌 바 있다. 이는 인간의 신체화된 경험이 개념은유나 환유의 근본일 뿐만 아니라 인간을 둘러싼 세계를 인지하고 시각화하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체험주의적 관점을 뒷받침한다. 그러므로 신체어 관용표현이 언어공동체 구성원들의 인지 구조를 반영한다는 측면에 연구의 가치가 있지만 여타 의미장에 속한 관용표현보다 양적인 면에서 두드러진다는 사실 때문에라도 이에 대한 고찰이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신체어 관용표현을 “인간의 몸을 지칭하는 한 개나 두 개의 어휘로 구성된 관용어구(Mellado Blanco 2002, 653)”로 간주하고, 이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스페인어의 인지 체계에 접근해보고자 한다. 이로써 그 의미 확장 양상은 물론 신체를 매개로 주변 세계를 구조화하여 인지하는 방식과 구조에 대해 고찰하도록 하겠다.

2. 환유와 신체어 관용표현

환유 또한 은유와 마찬가지로 인지언어학의 탄생과 더불어 단순한 비유어로 간주되던 시각에서 벗어나 인간의 인지 과정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은유에 비해 환유는 학문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 Ullmann(1980, 246)은 환유가 새로운 관계를 밝혀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서로 관련된 단어들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보았고, Barcelona(2000, 4)는 인지 작용에 있어 환유가 은유보다 좀 더 근본적인 기재이기 때문에 학문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환유의 일반적인 특징은 정형화된 분류가 가능하다는 것과 사회적으로 통념화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인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환유 모델로는 TODO POR PARTE(Voy a lavar el coche), PRODUCTOR POR PRODUCTO(Compré un fiat), OBJETO USADO POR USUARIO(El metro está de huelga), CONTENEDOR POR CONTENIDO(Vamos a tomar una copa), DOMINANTE POR DOMINADO(Nixon bombardeó Hanói), INSTITUCIÓN POR REPRESENTANTE(El senado piensa que el aborto es inmoral), CAUSA POR EFECTO(Le hace daño el sol), EFECTO POR CAUSA(Carecemos de pan) 등을 예시할 수 있는데, 보다시피 화자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며 당연시했던 언어적 표현이 사실은 환유에 의해 구조화된 결과물인 경우가 많다.

Lakoff와 Johnson(1986, 265-266)은 환유를 동일한 개념 영역 내에서 목표 개념 개체에 대한 출발 개념 개체의 투사로 정의하였다. 은유가 두 영역의 상호 작용(한 개념 영역을 다른 개념 영역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라면, 환유는 일정한 틀이나 구조 하에 연속성이 있는 요소들 간의 관계로서 출발 개념으로 목표 개념을 지칭하는 것이다. 물론 은유와 환유가 복합적으로 구조화되거나 상이한 영역에 속한 요소들이 환유의 구조로 연결되는 경우를 배제할 수는 없다.5)

기능면에서 인접 관계에 있는 한 개념을 다른 개념으로 지칭하는 환유의 특성에 대해 Radden과 Kövecses(1999, 21)는 “환유란 동일한 인지 모델 내에서 매개물인 특정 개념 개체가 목표물인 다른 개념 개체에 심리적으로 접근하도록 하는 인지 과정”이라고 보았고, Gibbs(1999, 66)는 이러한 환유의 심리적 특성을 일종의 ‘심리적 사상(mapping)’으로 간주하였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사람이나 사물, 사건의 두드러진 일부를 이해함으로써 그 사람이나 사물, 사건 전체를 인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Barcelona(2000, 4)도 환유란 일종의 개념적 투사로서, “그것으로 인해 공통의 경험 영역 내에서 어떤 경험 영역(목표 개념)이 다른 경험 영역(출발 개념)을 통해 부분적으로 이해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관용표현은 한 개념 개체를 통해 다른 개념 개체를 이해하는 환유의 인지 과정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이다. 2004년 Deignan과 Potter는 영어와 이탈리아어 말뭉치에서 검색한 고착화된 표현(관용표현)에서 다수의 은유와 환유가 발견된다는 논지의 연구를 제시한 바 있고, Lakoff와 Johnson(1986, 52) 또한 “개념의 은유구조화는 필연적으로 한 언어의 일부를 이루고, 관용표현을 비롯한 그 언어의 어휘부에 반영된다”고 설명하며 고착화된 표현이 은유적 사고의 반영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다시 말해, 인지언어학적 관점에서 관용표현은 어휘부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인식을 벗고 체계적인 개념은유나 환유 구조에 기반하고 있다고 간주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관용표현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은 목표 언어의 인지 구조 이해에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언어에 따라 상이하게 보이는 관용표현이라도 동일한 인지 과정에 의해 생성되어 성구적 해석에 있어 동일한 외연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개념으로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환유의 원칙이라면 인간의 몸과 이와 관련된 경험, 가까운 주변 세계 또한 좀 더 추상적이고 복합적인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출발 개념이 될 수 있다. 관용표현 분석에 이러한 인지언어학적 관점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Ruiz Gurillo(2001, 107)는 “관용표현 연구에 있어 한 줄기 빛과 같다”고 보았는데, 이는 신체어 관용표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다음의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1. a. Ella tiene muy buena cabeza para las matemáticas. (머리가 좋다)
 b. Él me abrió los ojos. (자각하게 하다)
 c. La tragedia le arrancó el corazón. (마음 아프게 하다)
 d. Él asomó las narices en la reunión. (모습을 드러내다)
 e. Ella siempre me ha echado una mano. (도와주다)
 f. ¿Has hecho este informe con los pies? (잘 못하다)
 g. Él es el brazo derecho del presidente.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다)
 h. Él está con las orejas gachas últimamente. (우울하다)
 i. Él se mordió la lengua, y si no, se hubieran peleado. (참다)

1a~i의 관용표현에서 각 신체부위는 성구적 의미를 형성하는 핵심어로 작용한다. 신체 기관 또는 부위가 환유에 의해 구조화된 언어적 결과물인 것이다. 목표 개념과 관련하여 출발 개념의 지시 기능이 매우 두드러지는 환유는 특히 신체어 관용표현의 경우, 신체 부위와 기능, 감각 간의 연관성으로 인해 복합적인 영역 간의 사상에 기반을 둔 은유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수월하게 구조화의 도구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a에서 CABEZA는 두뇌, 즉 높은 ‘지능’을 지칭하고, 1b에서 OJOS는 ‘판단력’을 가리키고, 1c에서 CORAZÓN은 ‘마음’을, 1d에서 NARIZ는 ‘사람’, ‘당사자’를, 1e에서 MANO는 ‘도움’을 뜻한다. 또한 1f에서 PIES는 손과 대비되는 부적절한 도구로 지칭되어 ‘솜씨 없음’을 가리키고, 1g에서 BRAZO는 긍정적인 가치의 방향은유인 derecha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가장 가깝고 믿을 만한 존재’의 환유적 표현이 되었으며, 1h에서 OREJAS 또한 결합어 gachas와 상호 작용하여 풀죽은 동물의 형상으로 심리상태를 지칭한 환유적 표현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1i에서 결합어 morderse와 쓰인 LENGUA는 말이나 일을 힘들게 참을 때의 신체적 반응을 음성언어화한 환유적 결과물로 판단할 수 있다. 각각의 사례에서 핵심 어휘인 신체부위명은 그 형태나 서술적 의미, 기능적 의미에 따라 위와 같이 확장된 의미의 관용표현을 구조화할 수 있는 것이다.

Seto(1999, 91)는 환유를 “화자가 실제 세계의 한 개념과 다른 개념 간에 생각한 시공간적 연속성에 기반을 둔 지시적 전이 현상”으로 보았는데, 1의 예시에서와 같이 신체어 관용표현의 생성 과정에도 지시체의 변이 또는 확장이 발생한다. 신체의 기본적인 기능이나 서술적 의미에 바탕을 두고 1차적 의미가 확장되면서 다의어로서의 신체어 역할이 가능해지는 것이며, 이는 본 연구의 분석 대상인 BOCA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Ⅲ. BOCA 관용표현의 확장적 의미 분석

머리의 전면에 위치한 입은 소화기관의 입구이자 조음의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이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6)은 ‘입술에서 후두(喉頭)까지의 부분. 음식이나 먹이를 섭취하며 소리를 내는 기관’으로 정의하였다. 한편, 이에 대한 스페인 한림원 사전(이후 DRAE)의 정의는 다음과 같이 세부 범주별로 재분류할 수 있다.

  • A. 위치: 사람이나 동물의 머리에 위치
  • B. 기능: 혀와 치아가 위치하며 호흡기관과 연결된 동공으로 들어가는 소화관 앞부분의 개폐부 / 입술 / 치열 / 조음 기관
  • C. 형태: 입구 또는 출구 / 구멍 / 극장에서 무대 입구
  • D. 2차적 의미: 끌이나 곡괭이와 같은 도구의 잘 벼려진 부분 / 망치 같은 도구의 머리 부분 / 책의 튀어나온 등과 꿰매 접은 종이 사이의 빈 틈 / 포도주의 맛 / 부양하는 사람이나 동물 / (게 등의) 집게발 / 소량의 음식

고유한 기능과 구조, 형태를 지닌 각 신체 부위는 은유나 환유 등의 인지적 기재를 통해 그 의미가 확장된다. 체험주의적 관점에서 위의 스페인어 정의를 살펴보면 BOCA라는 신체 부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A와 B이다. BOCA의 서술적 의미소(semas descriptivos)는 ‘몸의 일부’, ‘두부에 위치’, ‘대체적으로 원형’, ‘무언가를 담을 수 있음’, ‘개폐 가능’ 등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C, D로 의미가 확장됨을 알 수 있는데, 이들은 신체 부위로 기능을 지칭하는 ÓRGANO POR FUNCIÓN 환유에 의해 구조화된 결과로서, C는 둥글고 개폐가 가능하며 사물의 출입이 가능한 입의 형태와 기능을 매개로 하는 환유의 결과이다. 또한 ÓRGANO POR FUNCIÓN의 하위 환유인 BOCA POR DESTROZO 환유를 통해 입을 일종의 개폐가 가능한 절단·분쇄의 존재로 이해한 다음 다시 이를 출발영역으로 하여 2차적으로 D의 ‘도구의 끝 부분’, ‘집게발’ 등이 구조화되었다. D에서 ‘책 등의 빈틈’이라는 의미는 A, C의 개념을 출발영역으로 하여 파생된 결과이며, D의 ‘포도주의 맛’, ‘소량의 음식’은 입이 음식을 먹고 맛보는 기관이라는 사실에 기반을 둔 ÓRGANO DE SENTIDOS POR SENTIDOS 환유에 의해 구조화된 결과이다. 마지막으로 D의 ‘부양하는 사람이나 동물’은 ÓRGANO POR PERSONA에 의해 구조화된 결과로 판단할 수 있다.

물론 BOCA 관용표현에는 다음과 같이 ‘입’의 1차적 의미가 그대로 적용된 사례들도 있다.

2. Se me hace la boca agua cuando pienso en los helados. (군침 돌다)

그러나 맛난 음식을 떠올리면 무의식적으로 입 안에 침이 고이는 신체 반응에 의해 구조화된 2의 경우에도 2차적으로는 ‘기대감으로 즐거워하다’라는 성구적 의미를 갖는다.

3. Se me hace la boca agua solo con decir que voy a Vigo. (즐거워하다)

3은 출발 개념인 군침이 도는 생리적 반응이 음식 대신 ‘즐거운 일’에 투사되어 구조화된 결과이다. 그리하여 축자적 해석과는 다른 의미를 나타내게 되는데, 이렇게 BOCA를 비롯한 신체어는 그 의미가 확장되는 양상이 근본적인 기능과 연결되어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그 성구적 의미 또한 비교적 수월하게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DRAE가 제시한 정의에서는 환유에 의한 BOCA의 확장 의미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의미 확장은 BOCA 관용표현에서도 구현된다. 첫 번째로, BOCA는 다른 신체 기관과 마찬가지로 신체명이 그 기능을 지칭하는 ÓRGANO POR FUNCIÓN 환유에 의해 개념화되며, 이것이 BOCA의 2차적 의미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개념 구조를 형성한다. 이는 본 연구가 앞서 밝힌 사전들에서 취합한 88개의 BOCA를 핵심어로 하는 관용표현 중 60개에서 BOCA가 ‘말’, ‘말하기’의 환유적 표현이었음을 상기할 때 더욱 분명해진다.

BOCA는 혀, 치아, 입술 등을 포괄하는 조음 기관이며, 이러한 특징을 매개로 한 환유에 의해 비유적으로 ‘말’ 또는 ‘말하기’를 지칭하게 된다. 이는 인접 관계에 있는 신체부위와 개념 영역의 환유적 전이에 의한 결과로, ÓRGANO POR FUNCIÓN 환유의 하위 환유인 BOCA POR HABLAR 인지모델에 의해 구조화된 결과이다. 이로써 BOCA는 신체의 일부일 뿐만 아니라 그 기능까지 지칭하게 되는데, 관련 관용표현이 다수일 뿐만 아니라 신체어와 관련된 매우 흔한 형태이므로 화자들이 그 구조나 형성 배경에 대한 의구심 없이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습득한다. 이는 환유가 은유보다 인간의 인지 구조에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잘 나타내는 사례이며, BOCA의 주요 기능적 의미소(semas funcionales)인 조음기관으로서 말하기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명료하게 반영된 경우라고 하겠다.7)

4. a. Él no abrió/despegó la boca en la reunión. (말하다)
 b. Él me cerró/calló la boca acerca de eso. (침묵하다)
 c. Intentaron tapar mi boca con mucho dinero. (말을 막다)
 d. Me lo enteré de la boca de mis amigos. (타인으로 인해 깨닫다)
 e. Lo dijeron por una boca. (한 목소리로)
 f. Ese rumor anda/corre en boca de todos. (입에 오르내리다)
 g. Él lo dijo de boca. (말로만)
 h. Él habla por boca de su padre. (남이 한 말 그대로 말하다)
 i. No se lo cuentes a nadie, que se va mucho de la boca. (말을 너무 많이 하다)
 j. Él puso en mi boca comentarios que no hice. (말의 책임을 전가하다)
 k. Él le ganó la boca por fin. (말이나 의견을 따르게 만들다)

4a~c는 BOCA를 열거나 닫거나 덮는 행위를 출발 개념으로 하여 말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금지하는 행위를 지칭하게 된 경우이고, 4d~i에서는 BOCA가 ‘말’ 자체를 뜻하므로 4의 사례들은 BOCA POR HABLAR 환유의 대표적이고 전형적인 경우이다. 이는 다분히 문화보편적인 현상으로 간주할 수 있겠는데, 언어 계통적으로 무관한 한국어의 ‘입을 열다’, ‘입을 닫다’, ‘입을 모으다’, ‘입을 막다’, ‘입에 오르내리다’ 등도 동일한 인지 방식에 의해 구조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4에서는 hablar-callar의 대비와 발화된 담화의 양이나 수단 등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또한 BOCA POR HABLAR 환유가 역사·사회적 배경과 접목되는 경우도 있다.

5. a. A mis hijos les ha hecho la boca un fraile(= Mis hijos tienen boca de fraile). (지나치게 요구하다)
 b. Él tiene un pico/boca de oro. (달변)

5a는 중세시대에 신도들의 적선에 의지해 수도 생활을 했던 특정 종파의 수도사들로부터 유래하여, 부탁이 지나치게 빈번하고 많은 사람을 지칭하게 되었고, 5b 또한 달변가로 유명했던 교부이자 콘스탄티노플의 대주교인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로부터 유래하여 말솜씨가 뛰어난 사람을 가리키게 되었다. 이 두 경우 모두 BOCA가 HABLAR를 지칭하는 환유 구조에 의해 생성되었으며, 특히 5b는 ORO의 귀중하고 값비싼 금속이라는 속성이 개념은유의 출발 영역이 되어 ‘대단하고 특출난 것’이라는 추상적인 목표 영역으로 투사된 다음 이것이 ‘말하기’를 지칭하는 BOCA를 수식함으로써 환유와 은유가 혼합된 인지모델에 의해 구조화된 결과이다.

한편, 위와 같은 BOCA POR HABLAR 환유에도 인지적 차이가 존재한다. 단순히 ‘말하기’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은유 구조가 더해져 복합적인 인지 체계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6. a. Él lo dijo a boca llena. (솔직하게, 터놓고)
 b. Él ha sido blando de boca. (입이 가볍다)
 c. A él se le calentó la boca y me insultó. (장황하게 말하다, 흥분하다)
 d. A él no se le cae de la boca la palabra verdad. (자주 반복해서 말하다)
 e. Él no toma en boca su familia. (언급하다)
 f. Él me quitó de la boca aquellas conclusiones. (말을 가로채다)
 g. Él siempre dice lo que se le viene a la boca. (생각이나 말이 떠오르다)

6a는 Lakoff와 Johnson(1986, 59)이 제시한 인지 모델 중 MÁS GRANDE ES MEJOR 은유와 복합적으로 구조화된 경우로, llena가 긍정적인 가치로 작용하여 ‘솔직하게’라는 은유적 의미를 형성하게 된 결과이다. 6b의 경우, BOCA의 결합어인 blando는 BOCA 또는 HABLAR를 축어적으로 수식할 수 있는 형용사가 아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인지 구조에 의해 그와 같은 언어표현이 구조화된다.

<그림 1>

환유와 은유에 의한 BOCA의 개념화 양상

다시 말해, 입을 개폐 가능한 물적 존재로 구조화하여 이에 대한 형용사 수식이 실현된 것인데, 이와 같은 인지구조는 ¡Punto en boca!, Coser/descoser la boca의 관용표현에서도 잘 드러난다. 상식적으로 BOCA는 ‘꿰매다’라는 행위가 적용되는 신체 부위가 아니지만 입의 기능적 특징으로 인해 개폐와 사물 유입이 가능한 사물로 개념은유화된 것이다. 형용사 blando가 ‘입구를 단단히 조이지 않은’ 사물로서의 BOCA를 수식함으로써 ‘말을 담아두지 못하는’을 뜻하는 성구적 의미로 쓰일 수 있게 된 사례이다. 6c의 경우 또한 BOCA가 가열 가능한 사물로 구조화되었는데, 이는 LAS EMOCIONES INTENSAS SON EXCESO DE CALOR 은유 모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은유에 의해 BOCA라는 목표 영역은 가열 가능한 사물로 인지된 다음 BOCA POR HABLAR 환유에 의해 다시 구조화되었다.

한편, 6d~g는 LAS PALABRAS SON OBJETOS 은유와 BOCA POR HABLAR 환유가 복합적으로 구조화된 결과이다. 우리말의 ‘입에 달고 다니다’,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와 마찬가지로 사물이라는 출발 영역을 통해 말이라는 목표영역의 이해를 구한 다음, 말 대신 그 환유적 표현인 입이라는 목표 개념 개체로 사상된 것이다.8) 그리하여 말은 마치 실체가 있는 것 같은 사물로 개념화되어 위와 같은 관용표현을 구조화하였다.

위와 같이 BOCA를 출발 개념 개체로 하여 HABLAR를 지칭하는 환유의 양상이 다양한 것은 언어를 특정한 기술이나 시스템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화맥에서 개별적인 화자에 의해 실현되는 화용적 측면을 중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말하기가 인간 고유의 능력인 것은 맞지만 의사소통과정에 참여한 화자나 청자에 집중하여 그 다양한 양상을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명시하기 때문에 여러 환유적 양상이 나타내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개념은유와 결합되는 복합적인 사례로 등장하게 된다.

두 번째로, BOCA가 ÓRGANO POR PERSONA 환유에 의해 구조화된 표현들의 핵심어로 기능하는 경우이다.

7. a. Siempre vamos a estar boca con boca. (근접하여)
 b. Él está tumbado boca abajo. (엎드려)
 c. Boca de verdades, temida en todas partes. (정직한 사람)
 d. Él tiene que alimentar cinco bocas. (부양하다)

이는 PARTE POR TODO 상위 환유에 근거하여 개념화된 것으로, 몸의 일부가 인접성에 의해 몸 전체 또는 사람 자체를 지칭한다. 7a~d 모두 입뿐만이 아닌 사람의 몸, 사람 자체를 지칭하기 때문인데, 이는 BOCA에 국한된 양상이 아니라 대부분의 신체 부위에 적용되는 인지 구조이다.

8. a. Es la cabeza de la banda. (두목)
 b. Corresponden veinte euros por cabeza. (1인당)
 c. De su mano no se puede esperar nada bueno. (그 사람에게서)
 d. Contratamos mano de obra extranjera. (노동력)
 e. Paseando ayer me di de narices con tu hermano. (맞부딪히다)

8에서 보다시피 CABEZA, MANO, NARIZ 등의 신체 부위도 인간을 지칭하는 동일한 인지 체계에 의해 구조화되므로 PARTE POR TODO 환유가 신체 부위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로, BOCA 관용표현은 ÓRGANO POR FUNCIÓN 환유에 의해 구조화되어 섭식이나 식욕을 지칭하기도 한다.

9. a. Él toma unas tapas para abrir/hacer boca. (식욕을 돋우다)
 b. Él está con la boca pegada a la pared. (궁핍한 상황이다)
 c. Él puso la boca al viento. (먹거리가 없다)

입은 생명 유지를 위한 음식 섭취를 담당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9a는 식욕이나 섭식 등의 기능을 BOCA가 대신 지칭하는 환유에 기반을 둔 개념 구조를 나타낸다. 그리하여 결합어인 abrir, hacer와 함께 축자적 해석과는 거리가 먼 ‘식욕을 돋우다’는 성구적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9b~c도 마찬가지로 BOCA가 섭식을 지칭하는 출발 개념으로 선택되었지만, pegada a la pared, al viento와 같은 결합어구가 섭식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막다르고 헛된 상황의 심상과 결합하여 성구적으로는 먹거리가 없는 궁핍한 상황을 은유적으로 의미하게 된다.

네 번째로, BOCA는 형태상 내부의 비교적 둥근 공동으로 연결되는 개폐 가능한 기관이다. 이러한 서술적 의미소로서의 BOCA는 내부와 연결된 출입구나 시작점, 벌어진 틈을 지칭하는 BOCA POR ABERTURA, BOCA POR HUECO, BOCA POR PRINCIPIO 환유 구조에 의해 구조화된다.

10. a. Él me tiene sentado en la boca de estómago. (참지 못하다)
 b. Empezó a llover a boca de noche.9) (해질녘)
 c. Voy a instalar una boca de riego en el jardín. (급수전)
 d. Se encontró una piedra en la boca de fuego de una pistola. (총구)

BOCA가 ‘출입구’라는 확장된 의미를 갖는 것은 DRAE의 정의에서도 확인하였는데, 위의 10a에서 BOCA는 또 다른 신체 기관인 위의 입구 부분을 환유적으로 지칭한다. 이와 같이 한 개체의 시작 부분을 지칭하는 BOCA의 특성상 10b에서는 특정 시기의 시작점으로 구조화되기도 한다, 한편, 개폐가 가능한 구조적 특징은 10c에서 사물의 개폐 조절 기관으로 구조화되고, 10d에서는 내부의 물체가 외부로 나가는 출구를 지칭하므로 이 모두가 입의 형태적 특성에 기반을 둔 서술적 의미소에 의해 구조화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10)


Ⅳ. 결론

핵심어가 신체부위명인 스페인어 관용표현은 그 수가 무척 많을뿐더러 다양한 범주를 나타낸다. 인지언어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관용표현을 구조화하는 환유는 출발 개념 개체와 목표 개념 개체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 인지모델로 시스템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관점 하에 스페인어 BOCA 관용표현의 개념 구조를 고찰한 본 연구는 그 성구적 의미를 구성하는 핵심어인 BOCA의 확장된 의미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인지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특히 ÓRGANO POR FUNCIÓN 환유의 하위 환유인 BOCA POR HABLAR에 의해 구조화된 관용표현의 경우 보기보다 단순하지 않은 개념화 양상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출발 개념 개체인 BOCA가 인간을 둘러싼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이나 개념을 지칭하기 위한 새로운 의미 형성에 매우 유용하기 때문에 다의어로 기능할 수 있으며, 이는 지칭하고자 하는 목표 개념과 이 신체부위의 형태나 기능의 유사성에 기반을 둔 개념화 과정의 결과라는 사실도 확인하였다.

BOCA 관용표현의 개념 구조를 고찰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다수의 사례에서 BOCA는 ÓRGANO POR FUNCIÓN 환유의 하위 환유인 BOCA POR HABLAR 환유에 의해 구조화되어 ‘말’, ‘말하기’를 지칭한다. BOCA의 주요 기능적 의미소인 미각이나 치아, 혀 등이 위치하는 조음기관으로서 말하기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출발 개념으로 작용한 결과이며, 이에 더하여 BOCA POR HABLAR 환유가 역사·사회적 배경과 접목되어 형성된 사례도 있었다. 더욱이 BOCA POR HABLAR 환유에도 인지적 차이가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BOCA 관용표현은 단순히 성구적으로 ‘말하기’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MÁS GRANDE ES MEJOR, LAS EMOCIONES INTENSAS SON EXCESO DE CALOR, LAS PALABRAS SON OBJETOS 은유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인지 체계로 구조화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둘째, BOCA가 ÓRGANO POR PERSONA 환유에 의해 구조화되어 인간 자체를 지칭한다. 셋째, BOCA는 ÓRGANO POR FUNCIÓN 환유에 의해 구조화되어 ‘섭식’, ‘먹거리’를 지칭한다. 넷째, BOCA POR ABERTURA, BOCA POR HUECO, BOCA POR PRINCIPIO 환유 또한 BOCA 관용표현 구조화의 근거가 된다.

비유 언어는 인간의 인지 체계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이자, 의미구조를 결정하고 이용하는 기본 수단 중의 하나이다. 본 연구는 신체어, 특히 BOCA를 핵심어로 하는 관용표현 분석을 통해 인간의 신체적 경험과 환유와 같은 비유언어가 밀접하게 동기화되어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또한 그럼으로써 문화보편적인 언어표현 생성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본 연구가 한국어를 비롯한 기타 언어와 스페인어의 비교 연구는 아니었으나 BOCA 관용표현의 개념 구조가 문화보편적이거나 문화특수적인 양상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 물론 일부 신체어에 대한 분석만으로 그 인지 구조를 단언할 수 없기 때문에 전반적인 스페인어 신체어 관용표현 분석을 통해 음성언어 이면의 스페인어 화자의 인지체계와 인지 책략에 대한 접근이 좀 더 온전해질 수 있도록 관련 후속연구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Notes
1) 신체부위명을 핵심어로 하는 관용표현을 편의상 줄여서 ‘신체어 관용표현’으로 칭하기로 한다.
2) 예를 들어, 말 그대로 ‘입’의 의미로 쓰인 echar alguien de/por aquella boca sapos y culebras, hablar alguien por boca de ganso. no salir algo de la boca de alguien, por la boca muere el pez 등과 같은 경우에 해당한다.
3) 이러한 관점에는 보편성의 문제가 제기되어왔다. 관련성이 전혀 없는 별개의 언어들 간에 공유하는 은유와 환유 구조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빈번히 제시되어 왔지만 그 정도의 차이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övecses(2005, 11)는 EL AMOR ES VIAJE, MORIR ES DESCANSAR와 같이 인간의 기초적인 경험에 기반을 두는 은유가 있는 것이 사실이며, 특수한 경우도 유의미하지만 보편적인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보았는데, 개념 은유가 “문화적인 동시에 인지적 독립체이며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하였다.
4) 이와 관련하여 Lakoff(1986, 236)는 “진실은 우리의 인지 시스템과 관련 있는데, 이는 우리와 우리 문화의 다른 구성원들의 경험에 기반을 두며, 타인들이나 우리의 물리적·문화적 환경과의 일상적인 상호 작용에서 지속적으로 검증되어 진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5) 이와 관련된 심도 있는 연구는 Lakoff와 Johnson(1986, 104-106), Cuenca와 Hilferty(1999, 115), Barcelona(2000, 10-15), Díez Velasco(2001-2002, 49-51), Penadés(2008) 등을 참고할 것.
6) 다음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의거한 ‘입’의 정의이다.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어 사전에 제시된 ‘입’에 대한 정의는 DRAE의 BOCA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편협한 의미장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7) 이 외에도, 동일한 개념 구조에 의해 구조화된 관용표현은 다음과 같이 다수를 이룬다: a boca, a pedir de boca, ser de buena boca, estar colgado/pendiente de la boca de alguien, guardar alguien la boca, halagar con la boca y morder con la cola, la boca hace juego, mentir con toda la boca, pegar la boca a la pared, poner boca en alguien, que la boca se te haga a un lado, respirar por la boca de alguien, traer/tomar en la boca algo/a alguien, irse la boca a donde está el corazón, etc.
8) 이 외에도 boca de gachas, boca de escorpión 등이 은유와 환유의 복합적인 개념구조에 의한 결과물이다.
9) DRAE는 이와 함께 a boca de invierno 또한 제시하고 있다.
10) 한편, hacerse alguien de la boca chiquita, (quedarse, estar) con la boca abierta / con tanta boca abierta, repulgar la boca, torcer la boca 등의 경우 또한 사전들에 제시되어 있으나 이는 몸짓언어를 음성언어화한 사례에 해당하므로 본 연구의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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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그림 1>
환유와 은유에 의한 BOCA의 개념화 양상

위치 입술에서 후두까지의 부분
기능 음식이나 먹이를 섭취하며 소리를 내는 기관 / 입술
2차적 의미 음식을 먹는 사람의 수효 / 사람이 하는 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한 번에 먹을 만한 음식물의 분량을 세는 단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