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itute of Iberoamerican Studies
[ Article ]
iberoamerica - Vol. 27, No. 1, pp.67-103
ISSN: 1229-9111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0 Jun 2025
Received 21 Apr 2025 Revised 11 Jun 2025 Accepted 11 Jun 2025
DOI: https://doi.org/10.19058/iberoamerica.2025.6.27.1.67

한국 내 라틴아메리카 이주 여성의 결혼 경험과 다문화가족의 재구성

서지현**
**국립부경대학교. jihyunseo@pknu.ac.kr
Marriage Experiences of Latin American Migrant Women in Korea and Reconstruction of Multicultural Families
Seo, Ji-hyun**

초록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가족은 중층 복합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형태 중 하나가 다문화가족이다.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가족은 주로 아시아 출신의 결혼 이주 여성과 이들이 한국 남성과 이룬 가정을 형태를 지칭하며, 이들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 연구는 주로 한국인 남편의 아내이자 한국인 자녀의 어머니, 한국 가족의 며느리로서 재생산 역할을 분담 받아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수동적 대상으로서의 결혼 이주 여성과 다문화가족 논의를 넘어 결혼 이주 여성의 행위성에 주목하였다. 특히 라틴아메리카 출신 결혼 이주 여성의 결혼 경험에 대한 민족지적 연구를 통해 다문화가족을 문화적 이질성이 교류되고 교차되는 공간으로 이해하고, 결혼 이주 여성이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적응과 협상을 통해 새로운 가족문화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분석하고자 했다. 연구 결과, 라틴아메리카 출신 결혼 이주 여성은 자녀 양육 경험과 남편과의 성별분업 경험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한국의 지배적인 가족문화와 가부장제에 순응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다문화가족을 형성하고자 적응하고 협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Abstract

In today's Korean society, the family is experiencing a complex change, and one of the representative forms is the multicultural family. In Korean society, multicultural families mainly refer to married migrant women from Asia and the families they have formed with Korean men, and the government's policy support is mostly aimed at them. This study focuses on the agency of married migrant women as active subjects, who are recognised as members of society by sharing reproductive roles as wives of Korean husbands, mothers of Korean children, and daughters-in-law of Korean families. In particular, through an ethnographic study on the marriage experiences of married migrant women from Latin America, the study seek to understand multicultural families as a space where cultural heterogeneity is exchanged and intersected, and to analyse the process by which married migrant women reconstruct a new family culture through adaptation and negotiation with a new culture. The results of the study show that married migrant women from Latin America are actively adapting and negotiating to form a new type of multicultural family, rather than simply conforming to the dominant family culture and patriarchy in Korea, despite various difficulties in raising children and experiencing gender division of labour with their husbands.

Keywords:

Migrant Women, Latin America, Multicultural Families, Marriage Migrants, Agency

키워드:

이주 여성, 라틴아메리카, 다문화가족, 결혼 이주, 행위성

Ⅰ. 서론

후기 산업화 시대로의 이행과 함께, 가족은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 출산율 저하 및 평균수명 상승과 같은 인구학적 요인, 가치관과 생활수준의 변화 등의 요인으로 그 구성, 형태, 생활주기 등의 측면에서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최연실 2015, 13-14). 이는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닌데, 한국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두고 많은 이들이 가족의 “위기”라고 보기도 하고, 또 다른 이들은 이를 가족의 “재구조화”로 보기도 한다(최연실 2015, 14). 가족의 변화를 위기로 인식하는 이들의 상당수는 출산율의 저하, 이혼율의 증가, 비혼 등과 같은 인구학적 변화에 주목하는 반면, 여전히 한국인들에게 가족은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보는 이들은 가족이 재구조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본다(최연실 2015, 14-15).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족은 위기 혹은 재구조화와 같은 “지배적인 담론”을 넘어 실제 중층 복합적인 변화 과정에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최연실 2015, 15). 가령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성인 부모와 그들의 자녀로 구성된 근대 핵가족뿐 아니라 한부모 가족, 장기 분거가족, 결혼 이주 가족, 비혼 단독가구 등과 같은 다양한 가족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최연실 2015, 16). 특히 본 연구는 우리 사회에서 주로 다문화가족으로 논의되고 있는 결혼 이주 가족에 주목한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 이주가 주목받게 된 것은 전 지구적 자본주의 확장과 함께 진행된 이주의 여성화와 한국 사회의 인구학적, 정치 경제적 변화와 함께 1990년대부터 본격화된 한국인 남성과 아시아 국가 출신 외국인 여성 간의 국제결혼이 증가하게 되면서부터였다. 특히 2000년대 중반부터 정부는 “다문화 다민족 사회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다문화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으며, 2008년에는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되었다(성미애 2015, 131). 이후,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논의는 결혼 이주와 긴밀하게 연결되었다. 특히 다문화정책의 주된 대상은 아시아 출신의 결혼 이주 여성과 그 가족을 포함하게 되었다. 이처럼 정부의 정책적 담론적 개입과 함께 협소화된 다문화 논의는 두 가지 지점에서 한계를 노정했다. 첫째, 한국 사회의 다문화 논의에서 결혼 이주 여성을 제외한 나머지 이주민들, 노동이주자, 새터민, 화교 등 배제했다(유은주 2013, 155-156). 둘째, 결혼 이주 여성을 가부장제적 순혈주의와 민족주의에 기반한 한국 가족 만들기의 일환으로 한국 사회로 동화시키고자 했다. 다시 말해, 결혼 이주 여성은 한국에서 최초로 정주를 허가받은 외국인으로 다문화 정책의 대상이 되었지만, 이들이 한국 사회의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는 것은 한국인 남편의 아내이자 한국인 자녀의 어머니, 한국 가족의 며느리로서 재생산의 역할을 수행할 때 가능한 것이 되었다(김지은 2007; 강미연·장인자 2009; 김정선 2010; 김현미 2010; 황정미 2012; 유은주 2013; 홍영숙 2022).

이처럼 1990년대 이후부터 결혼 이주 가족은 한국 사회의 새로운 가족 형태 중 하나로 등장하였지만, 복합 중층적인 가족 변화 과정의 일환으로 이해되기보다는 정부의 인구 정책 담론과 다문화 가족정책 대상으로 다뤄지는 경향이 강했다. 이 과정에서 결혼 이주 여성은 사회통합의 대상, 시혜적 복지 정책의 수혜 대상으로 타자화되었다(조희원 2010; 윤애경·박철우 2024). 이는 결혼 이주 여성을 모국의 경제 상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혹은 상향혼을 꿈꾸며 이주한 가난한 국가의 여성(김현미 2006; 이혜경 외 2006; 황정미 2009; 김민정 2012), 한국 가부장제와 순혈주의/민족주의에 동화된 한국인의 아내, 어머니, 며느리로 재현하여 “열등한 타자로 대상화”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강미연·장인자 2009, 76). 하지만 국제결혼은 국적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결혼을 통해 새롭게 사회화를 경험하는 “현실적인 생활의 장”이다(박미숙·최정호 2023, 615). 따라서 국제결혼을 통해 결혼 이주 여성은 “상이한 문화적 특성에서 자신과 가족 및 사회적 삶의 다양한 요소들과 만나고,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전영화·정민자 2023, 767). 특히 이주민은 “이주하는 지역의 문화를 습득해가는 존재”인 동시에 “자신의 문화를 운반하며 이동”하는 존재로, 결혼 이주 여성은 특히 가정 내에서 모국의 문화 더불어 한국문화의 이질성을 경험하게 된다(김현미 2010, 145). 이처럼 문화적 이질성이 교류되고 교차되는 국제결혼 가정 내에서는 한국문화로의 동화보다는 “이질적인 문화적 요소들이 경합과 결합”하며 새로운 가족문화가 재구성될 수 있다(김현미 2010, 146). 다시 말해, 결혼 이주 여성은 “한국 부계 가족 안에만 배타적으로 소속된 여성”이 아니라 모국 가족과 연계되며, 자신의 뿌리 문화를 담지한 초국적 존재라고 볼 수 있다(황정미 2012, 132; 문현아 외 2024, 44).

본 연구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결혼 이주 여성을 구조적 상황 극복을 위해 안정적인 이주 방안으로 결혼이주를 선택하거나, 한국 사회 적응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정부 정책의 지원을 받는 수동적인 대상으로 이해하는 기존 선행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결혼 이주 여성을 국제결혼을 통해 초국적 가족을 구성하는 주체적 행위자로 이해한다. 특히 초국적 문화 담지자로서 결혼 이주 여성의 행위성에 주목하며, 국내 라틴아메리카 결혼 이주 여성의 결혼 경험에 대해 살펴보고, 이질적 문화가 접촉하고 상호교차하며, 갈등, 소통, 공존하는 가운데 어떻게 새로운 다문화가족이 재구성되는지에 관해 논의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2024년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국내 거주 라틴아메리카 결혼 이주 여성 19명을 대상으로 민족지적(ethnography) 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한국 사회 내에 협소화된 결혼 이주 여성과 다문화가족에 관한 논의의 틀을 확장하여, 후기 산업화 시대 중층복합적인 변화 과정을 경험하고 있는 한국의 가족에 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2장에서 연구 방법에 관해 간략하게 소개한다. 3장에서 한국 내 라틴아메리카 이주 여성의 결혼 경험을 자녀 양육 경험과 남편과의 성별분업 경험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4장에서는 라틴아메리카 이주 여성들이 적응과 협상 과정을 통해 어떻게 다문화가족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 이상의 논의를 요약하고 시사점을 도출한다.


Ⅱ. 연구 방법

그동안 한국 내 결혼 이주 여성과 다문화가족에 관한 연구는 주로 아시아 국가 출신의 결혼 이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이는 아시아 출신 결혼이주민과 비교할 때 한국으로 결혼 이주한 라틴아메리카와 같은 다른 지역 출신 이주민이 소수였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데 디오스와 김경학(2019)이 라틴아메리카 출신 결혼이주여성의 모성 경험에 대한 경험적 연구를 진행했고, Vidaurre(2025)가 라틴아메리카 이주 여성의 한국 적응 전략을, 서지현·비다우레(2025)가 라틴아메리카 기혼 여성의 한국 이주 요인을 분석했다. 하지만 라틴아메리카의 경우 한국과는 물리적·문화적 거리가 멀어 그동안 외교관계나 무역·통상 관계에서만 주목을 받아왔을 뿐, 한국과 라틴아메리카 간의 사회문화적 교류에 대해서는 국내 학계에서 크게 주목하진 않았다. 다만, 한국 정부가 2010년을 한국 공공외교의 원년으로 삼으면서, 라틴아메리카에서 불고 있는 한류 현상에 관한 연구가 늘어나고 있고, 한인 동포들의 라틴아메리카 국가로의 이주와 정착에 관한 연구들이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들은 여전히 한국의 국익이나 한국 동포라는 한국 중심의 한 방향적 관심에 국한되고 있다는 한계를 보인다. 본 연구는 외교 및 무역·통상과 같은 정치 경제적 관계를 넘어 한국과 라틴아메리카 간의 사회문화적 교류에 관한 연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한국 중심적인 연구 관심을 넘어 쌍방향적 사회문화 교류에 관한 연구 주제를 모색하던 중 국내에 거주 중인 라틴아메리카 결혼 이주 여성에 주목하게 되었다. 한국 내 라틴아메리카 결혼 이주 여성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이들 여성이 온라인상의 네트워크를 통해 교류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1).

아래의 <표 1>에서 보듯, 연구 참여한 한국 내 라틴아메리카 출신 결혼 이주 여성은 지리적으로 다양한 지역에 산재하여 살고 있고 한국 정부의 주된 다문화정책 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각기 개별화된 가족 공간에 고립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비록 이들이 온라인 공간을 통해 느슨한 형태의 결혼 이주 여성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교류하고 있기는 하나, 온라인 공간은 육아나 결혼 생활을 위한 정보 교류의 장 혹은 간헐적 교류 공간으로서 역할이 더 컸기 때문에, 이들 여성과 접촉하기가 쉽지 않았다2). 2024년 3월부터 일부 지인을 통해 심층 면담을 시작했고, 이후 눈덩이 표집(Snowballing) 방식을 통해 2024년 8월까지 총 19명의 라틴아메리카 출신 결혼 이주 여성과 심층 면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 대부분 여성이 육아로 바쁜 상황이라 면담 날짜를 잡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 때문에, 물리적인 거리와 시간상의 이유로 직접 면담이 어려운 일부의 경우에는 온라인으로 비대면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 전 연구 참여자들에게 본 연구가 학술적 연구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밝혔고, 이들의 동의를 얻고 면담을 진행했다. 모든 면담은 연구 참여자들의 모국어인 스페인어로 진행되었고, 필사 과정에서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번역과 관련된 모든 책임은 연구자에게 있으며, 연구 참여자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본 연구는 연구 참여자를 숫자(E1~E19)로 표기하고 있음을 밝힌다.

연구 참여자

<표 1>에서 살펴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연구 참여자들은 20~50대 사이의 페루, 콜롬비아, 멕시코,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칠레, 아르헨티나 출신의 기혼 여성으로 한 명을 제외하고는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자녀를 낳아 기르고 있는 결혼 이주 여성이다. 이들 여성과의 면담 결과,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게 된 주된 형태는 연애결혼이었다(서지현·비다우레, 2025). 연구 참여자 대부분은 학사 이상의 고학력자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가정주부로 생활하고 있었으며, 그 이유로는 자녀 출산과 함께 자녀 양육에 집중하고 싶어서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이 한국어 구사 능력이 낮아 제대로 된 고용 기회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부 참여자의 경우 높은 한국어와 영어 구사 능력을 활용해 직장 생활을 하고 있으며, 때문에 한국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성들 대부분은 모국의 가족과 온라인을 통해 거의 날마다 교류하고 있었으며, 본인의 자녀들이 자신의 모국어인 스페인어와 모국 문화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한편, 결혼 생활 이후, 특히 한국에서의 결혼 생활과 함께 남편의 변화된 모습, 특히 뚜렷한 성별분업과 남편의 과도한 일 부담은 이들 여성이 한국 생활에서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들 결혼 이주 여성은 경제적 혹은 치안이나 교육체계와 같은 환경적 요인 등으로 인해 한국에서의 이주 생활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가정 내 문화적 이질성에 적응하고 협상하며 자신만의 다문화가족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아래에서는 라틴아메리카 출신 이주 여성의 한국에서의 결혼 경험과 다문화가족 재구성 경험에 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Ⅲ. 라틴아메리카 출신 이주 여성의 결혼 경험

1. 자녀 양육의 경험

1) 언어 장벽

연구에 참여한 라틴아메리카 출신 결혼 이주 여성들 대부분에게 임신, 출산, 양육 경험은 물리적, 언어적, 문화적 거리가 멀어 고립되고 외로운 한국 이주 생활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경험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이와 같은 자녀 출산과 양육과 관련된 긍정적 경험은 비단 라틴아메리카 출신 결혼 이주 여성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미 아시아 국가 출신의 기혼 이주 여성에 관한 선행연구들에서도 임신, 출산, 양육의 경험은 이주 생활을 견뎌낼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강미연·장인자 2009; 민서정 2013; 이국진 외 2018). 특히 부계 혈통 중심의 가부장제적 가족문화인 한국에서 연애할 때와 달리 남편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머니 되기 경험은 외로운 이주 생활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대안일 수 있다(김현미 2010, 163). 그러나 이들에게 한국어라는 언어 장벽은 이주 생활에 대한 적응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 의사소통 능력은 이주 생활의 다양한 측면, 일상생활, 남편 및 가족과의 소통, 구직 등과 연결된다(전영화·정민자 2023, 768; 응웬티란프엉 2021). 따라서 새로운 문화 적응 과정에 언어능력은 중요한 변수인데, 특히 자녀의 양육 과정에서 언어 장벽은 이주여성들에게 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물론 부모가 되는 과정 자체가 다양한 어려움을 동반하는 과정이지만, 이주 여성의 언어능력은 부모 되기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하거나, 남편에 대한 의존성을 증대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증언 1

E8, E6, E14가 언급하고 있듯이 한국어는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주는 변수 중 하나였다.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던 이주 초기에는 보다 고립감이나 우울감을 느끼기도 했다.

증언 2

특히 E9의 증언에서 보듯이 어머니로서 자녀 양육 과정에서 언어 장벽은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했다. 자녀가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진학한 후 학교 선생님과의 소통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경우, 남편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따라서 자녀 양육 과정에서 이주 여성들은 E8과 같이 언어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인들과의 교류를 늘리거나, 한국어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E12)하기로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E15나 E19처럼 육아 혹은 일로 인해 한국어 공부에 쏟을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경우 소통에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2) 시부모나 주변 사람의 자녀 양육 방식에 대한 개입

한국에서의 자녀 양육 과정에서 이주 여성들이 경험한 또 다른 불편한 점으로는 시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자녀 양육 방식에 대한 개입하는 것이었다.

증언 3

E5, E19, E12의 증언에서처럼 남편 혹은 시부모님과의 언어 소통 정도와는 별개로 이주 여성들은 시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이 자녀 양육 방식, 가령 모유 수유의 기간, 자녀 식단 문제, 자녀 교육 등과 같은 자녀 양육 과정에 관해 개입이 많다고 언급했다. 개입의 정도는 단순히 못마땅해 하는 정도에서부터 모든 의사 결정권을 가지려고 하는 방식까지 다양했다. 이주 여성들은 자녀 양육과 관련된 의사 결정은 자녀의 부모가 결정할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개입 강도와 관계없이 강요받는 느낌을 받고 불편함을 느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한국의 핵가족은 부부와 자녀로 구성되었지만, 가족주의 문화가 여전히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3) 혼혈 자녀에 대한 사회의 불편한 시선

연구에 참여한 이주 여성들은 한국에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경험한 적이 없거나, 혹은 무지에서 오는 오해 정도로 이해했다. 하지만 혼혈인 자녀와 함께 대중교통을 타거나, 길거리를 산책할 때 혼혈 자녀에 대한 지나친 관심 혹은 질문을 불편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증언 4

이상에서 살펴보았듯, 자녀 육아 및 양육 과정은 라틴아메리카 이주 여성들이 자녀와의 친밀한 관계를 강화하고 고립감과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경험이었다. 하지만 현실의 자녀 양육 과정은 언어장벽, 시부모님이나 주변인의 개입 여부, 사회적 시선 등에 따라 어려움을 유발하기도 했다.

2. 남편과의 성별분업 경험

1) 친밀성 중심 관계에서 역할 중심 관계로

2장에서 살펴보았듯, 라틴아메리카 출신의 결혼 이주 여성은 주로 연애결혼을 통해서 한국에 이주, 정착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연애결혼은 남편과의 애정과 신뢰에 기반한 친밀한 관계에 근거하고 있기에, 결혼 이후 ‘친밀성’보다 ‘역할’을 중심으로 전환된 부부생활이 더욱 힘들게 느껴졌다고 증언했다. 특히, 남편과의 친밀성은 이주 여성이 물리적, 언어적, 문화적 거리를 극복할 만큼 이주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였기 때문에, 결혼 이후 역할 중심의 관계 변화는 배신감으로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한국 가족 내의 역할은 가부장적 가족에 내재한 남녀 성별분업으로 뚜렷하게 구분된다. 따라서 이주 후 성별분업에 따라 자녀 양육과 가사 일을 떠맡게 된 여성은 더욱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며 정착의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증언 5

이상의 증언에서 알 수 있듯이 가부장적 가족제도 내에서 뚜렷한 성별분업으로 인해 가사일과 자녀 양육은 오롯이 여성에게 맡겨진다. 이러한 성별분업은 E2와 E5와 같이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더라도, 시동생이나 시아버지와 같은 가족 구성원이나 주변 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기도 한다(E6, E5, E1, E10, E12). E13의 경우, 다문화 센터에 한국어를 배우러 갔다가 수업 내용이 여성의 며느리 혹은 아내로서 역할을 가르치고 있어 매우 불만족했다고 증언했다. 가정 내에서뿐 아니라 사회 내에서도 가부장적 가족제도에 내재된 남녀성별 역할이 뚜렷한 특징으로 나타났다. 아래에서 살펴보겠지만, 이주 여성들은 이러한 가부장적 성별분업을 수동적으로 수용하기 보다는 가정 내의 새로운 성별분업을 위해 도전하고 협상하며 관계를 재조정하고자 했다.

2) 남편의 자녀 양육 참여도

특히 가부장적 성별분업과 관련해서 이주 여성들은 자녀의 육아나 양육 과정에 대한 남편의 참여도에 따라 한국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다르게 나타나기도 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결혼 이후 남편과의 관계는 주로 애정에 기반한 관계적 측면보다는 가족 내의 역할분업으로 급격히 변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한국에서는 가부장적 가족문화가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고, 그 속에 성별 역할분업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자녀의 육아나 양육은 물론이고 가사 일을 이주 여성이 떠맡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이런 가부장적 가족문화에 기반한 성별 역할분업은 한국인들로 구성된 가족 내에서도 여전히 지속되는 문제이기에 이주 여성만이 느끼는 특별한 어려움이라고 볼 수도 없다. 더욱이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국가에서도 가부장적 성별 역할분업은 일반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라틴아메리카 출신 이주 여성이 느끼고 있는 특별한 어려움은 일중독 사회인 한국에서 일하는 남편이 본인은 물론 자녀와 보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특히 늘 술자리로 이어지는 회식문화는 라틴아메리카 출신 이주 여성들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지점이었다.

증언 6

E13의 증언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한국의 일 중심 문화로 인해 남녀 성별분업에서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남편이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매우 많으며, 남편조차도 이를 어렵게 느낀다. 때문에 이주 여성은 이주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정서적으로 교류하고 의지할 수 있는 남편의 부재에 많은 고립감을 느끼기도 한다. 한편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의 일 중심 문화에 대한 이해를 통해 한국 생활에 일정 부분 적응하기도 한다(E6).

증언 7

E15는 한국으로 온 뒤 현지에서 남편과 생활할 때 이해하지 못하던 남편의 과음 습관이 일종의 문화라고 이해하게 되었다. E4 역시 남편의 과음 습관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일중독 사회를 살아가는 남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본인의 어려운 점을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 E7은 남편의 과음은 일중독 사회 한국의 회식문화에서 비롯되며, 때문에 자신과 자녀를 위한 시간을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주 여성들은 결혼 이후 자녀 양육과 육아가 여성에게 집중되는 것은 가부장적 가족문화에 내재된 남녀 성별분업과 더불어 일 중독적인 직장 문화로 인해 남편들이 자신은 물론이고 자녀와 함께 할 시간을 낼 수 없다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 E7은 남편이 일을 우선순위에 두고 본인은 물론이고 자녀와 함께 보낼 시간이 없음에 지쳤으며, 결국 이 때문에 이혼을 결정하기도 했다. E7의 증언은 본인은 물론이고, 자녀 혹은 가족 간의 소통과 이해를 위해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매우 중요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Ⅳ. 라틴아메리카 결혼 이주 여성의 다문화가족 재구성: 적응과 협상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 사회에서 여성 결혼 이주와 연계된 다문화가족 논의는 주로 이주 여성이 한국의 가족문화에 적응하여 한국인 자녀의 어머니 혹은 한국인 남편의 아내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며, 그렇지 못한 경우 부족한 어머니 혹은 아내로서의 수동적 위치성을 부각했다. 3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라틴아메리카 출신 결혼 이주 여성의 경우에도 자녀 양육 경험과 남편과의 성별분업 경험을 통해 한국의 다문화가족 내 한국인 자녀의 어머니이자, 한국인 남편의 아내 역할을 담당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경험한 외로움, 고립감, 혹은 배신감 등은 단순한 물리적, 언어적, 문화적 거리를 넘어 한국 결혼 이주 생활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라틴아메리카 이주 여성의 경험을 살펴보면, 한편으로는 자녀와 가족을 위해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자 노력하는 한편, 단순히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할을 순응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이를 ‘협상’하고 자신만의 다문화가족을 ‘재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 다문화 자녀에서 글로벌 자녀로

먼저 이주 여성들은 자녀 양육과 관련해서 한국어를 사용하거나, 한국 음식하는 법을 배워보려는 등 자녀와 가족을 위해 한국에 적응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한 문화에만 적응 혹은 동화되는 수동적 주체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포함한 모국의 가족과 자녀와의 언어 문화적 소통을 원활히 하고 부계와 모계 양국의 언어와 문화 능력을 함양한 ‘글로벌’ 자녀로 양육하는 적극적인 주체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이는 한국인 아버지와 외국인 어머니, 그리고 ‘한국인’ 자녀로 구성된 한국 중심적인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아니라, 양 문화와 소통하고 양국의 언어능력을 가지고 양국의 국적 중 하나를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초국적 가족의 ‘글로벌’ 자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1) 자녀를 위한 한국 적응 노력

이주 여성에게 자녀 출산과 양육은 한국 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때문에 이주 여성들은 자녀의 한국 생활 적응을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시댁 식구들과의 시간도 가지려고 노력했다(E6, E4). 또한 한국의 문화와 질서에 대해서도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가부장적 가족 질서에 대한 순응이라기보다는 자녀가 한국 생활 적응을 위해서는 본인의 한국 사회 및 문화에 대한 적응이 선결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E10).

증언 8

2) 독립적인 자녀 양육을 위한 의사 피력

또한 이주 여성들은 자신과 남편을 자녀 양육의 주체로 인식하며, 자녀 양육 방식에 대한 의사 결정권을 남편과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자녀 양육 방식에 대해 시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의 개입이 있을 경우, 남편과의 소통 혹은 협상을 통해 분명하게 의사를 전달하고자 했다(E10, E9, E3, E17). 이를 통해 특정 양육 문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자기 가족만의 양육 문화와 질서를 만들고 유지하고자 하는 이주 여성들의 적극적인 행위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이주 여성의 적극적 행위성은 남편 혹은 시부모님과의 소통과 협상을 통해 현실화된다고 볼 수 있다.

증언 9

3) 모국 문화의 정체성 유지 노력

라틴아메리카 출신 한국 이주 여성들은 한편으로는 새로운 문화인 한국문화에 적응하고 다른 점을 수용하지만, 동시에 자국의 문화에 대한 높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자신은 물론 자녀들이 모국의 문화를 배우고 모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공유할 수 있길 원했다(E17, E12). 이를 위해 모국에 관한 책, 영상을 통해 자녀들에게 모국 문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려주고(E18, E12, E5, E4), 모국의 음식과 음악을 통해 모국의 정체성을 심어주고자 했다(E11, E7, E5, E4, E17, E4). 또한, 한국에서 라틴아메리카 출신 이주민들의 모임이 있을 때 자녀를 동반하여, 모국의 문화에 익숙해질 환경을 마련하고자 하기도 했다(E8). 모국의 가족과 빈번하게 연락하며 자녀와 모국 가족 간의 소통을 지속하고자 노력하기도 했다(E8, E7, E5, E13). 더불어 자녀와 함께 모국을 방문하거나 모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은 물론이고 자녀들도 양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함께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E13, E12, E11).

증언 10

이처럼 이주 여성들이 자녀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와 더불어 자신의 모국어와 모국 문화를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자신뿐 아니라 모국 가족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미디어 기술이 발전하게 되면서 모국의 가족과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결혼 이주 여성들은 반드시 모국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자녀에게 모국 가족과의 친밀한 관계를 자연스럽게 형성하고, 다언어와 다문화에 노출될 환경을 만들어 글로벌 자녀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마련했다. 이는 아시아 결혼 이주 여성에 관한 경험적 연구에서도 드러나는 결혼 이주 여성의 초국적 가족 만들기 형태라고 볼 수 있다(이은아 2013; 최정아·이승연 2023, 26). 이와 더불어 자녀와의 모국어 소통은 이주 여성에게 자녀와 유대 관계를 강화하고, 심리적인 위안을 얻을 수 있으며, 가정 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재확인 시켜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민서정 2013, 159; 데 디오스·김경학 2019, 33-34).

4) 글로벌한 능력을 가진 자녀로: 국적과 언어의 실용성 강조

한편, 이주 여성들은 남편과의 협의를 통해 주로 남편은 한국어로, 자신은 모국어인 스페인어로 소통하며, 자녀를 다언어적 환경에 노출시킨다. 남편과 자신의 소통 언어가 한국어 혹은 스페인어가 아닌 영어인 경우에는 이들 가정 내의 공용어는 영어인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라틴아메리카 출신 결혼 이주 여성의 자녀는 한국어, 스페인어, 영어라는 다언어적 상황에 노출되게 된다. 이를 통해 자녀가 글로벌 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언어적 능력과 국적 선택의 기회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증언 11

2. 성별분업에 대한 도전과 협상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성별분업 이데올로기는 여성에게 출산, 양육, 가사노동과 같은 재생산과 돌봄 노동의 임무를 강요하고 이를 통해 여성이 가정 내에서 아내, 어머니, 며느리의 역할을 담당할 것을 요구한다(강미연·장인자 2009, 88). 이러한 성별분업 이데올로기는 한국 사회의 돌봄 위기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는 ‘돌봄의 사회화’나 남녀의 돌봄 노동 분담을 통해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한국에서도 돌봄의 사회화나 돌봄 노동 분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는 오히려 미미하다. 오히려 2024년 시작된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 노동자 시범사업과 같이 돌봄 노동의 이주화를 통해 제3세계 여성에게 돌봄의 책임을 전가하고자 하거나, 결혼 이주를 통해 가정 내에서 돌봄 역할이 여성에게 영속되는 경향을 보였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라틴아메리카 결혼 이주 여성의 경우에도 가부장적 남녀 성별분업으로 인한 어려움과 불만을 토로하였지만, 이 여성들은 이러한 불편함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활용 가능한 관계나 자원을 통해 돌봄 부담을 줄이고자 하거나, 남편의 돌봄 참여를 협상하기도 했다. 특히 결혼 이주 여성에게 자녀 돌봄은 한편으로는 책임과 부담이기는 했지만, 동시에 어려운 이주 생활을 견디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특히 이주 여성은 자녀 돌봄을 단순히 부부가 분리되어 떠맡아야 하는 역할로 이해하기보다는 친밀성을 중심으로 한 관계의 재구성으로 이해했다. 따라서 역할로만 부여되는 돌봄 노동의 책임을 줄이기 위해 활용 가능한 관계(가령 정부의 지원이나 주변 가족의 지원)를 활용하기도 하고, 부족한 정보를 보완하기 위해 온라인 네트워크 공간을 활용하기도 했다. 또한 자녀와 부모 간의 친밀성 중심의 관계 회복을 위해 남편을 자녀 돌봄 과정에 참여시키고, 가사일 분담을 협상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이주 여성들이 재생산과 돌봄 행위를 의무나 역할의 문제를 넘어 친밀성에 기반한 관계 회복으로 재정립하여 대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 성별분업의 협상

아래의 E10의 증언에서 보듯, E10은 남편에게 출산 전부터 자녀 돌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했고, 남편도 E10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했다. 따라서 남편은 아이와의 친밀성에 기반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E5은 결혼하고 한국으로 이주 뒤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남편이 가사 일에 참여하지 않아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분가해서는 남편이 이주 전과 마찬가지로 가사 일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협상했다.

증언 12

2) 돌봄 보완을 위한 다양한 자원의 활용

한편, 라틴아메리카 결혼 이주 여성들은 돌봄의 부담을 덜기 위해 다양한 자원과 관계를 활용했다. E19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어머니나 모국에서 방문한 본인 어머니의 도움을 받기도 했으며, 남편이 출장을 가서 남편의 육아 참여가 어려울 때는 보육 도우미를 고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시부모님이나 이주 여성의 어머니나 여자 형제들의 도움을 통해 결혼 이주 여성들은 돌봄 노동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도 했다(E19, E18, E6). E7은 직장 생활을 하는 싱글 맘으로 보육 도우미의 지원을 받으며 자녀의 한국어 및 정서 발달에 도움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한편, 필요에 따라서는 ‘한국인’ 자녀에 대한 정부의 보육 지원(E18)이나 보조금 지원(E2, E10, E17)을 받기도 했다. 모국 사회와 문화와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의 자녀 양육은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결혼 이주 여성들은 자녀 양육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의 경우, 주변의 학부모와의 교류 혹은 인터넷 공간에 형성된 라틴아메리카 출신 여성들을 통해 확보·활용하기도 했다. 물론, 주변 학부모들과의 교류(E10)나 인터넷 공간의 라틴아메리카 출신 여성과의 교류(E14)가 항상 긍정적인 자원으로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여성들 간의 이해와 소통을 통해 돌봄 부담을 공유하거나 덜어내는데 도움을 받고 있다.

증언 13


Ⅴ. 결론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가족은 중층 복합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형태 중 하나가 다문화가족이다.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가족은 주로 아시아 출신의 결혼 이주 여성과 이들이 한국 남성과 이룬 가족 형태를 지칭하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 연구는 주로 한국인 남편의 아내이자 한국인 자녀의 어머니, 한국 가족의 며느리로서 재생산 역할을 분담 받아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수동적 대상으로서의 결혼 이주 여성과 다문화가족 논의를 넘어 결혼 이주 여성의 행위성에 주목하였다. 특히 라틴아메리카 출신 결혼 이주 여성의 결혼 경험에 대한 민족지적 연구를 통해 다문화가족을 문화적 이질성이 교류되고 교차되는 공간으로 이해하고, 결혼 이주 여성이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적응과 협상을 통해 새로운 가족문화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분석하고자 했다.

주로 한국인 남성과의 연애결혼을 통해 결혼 이주한 라틴아메리카 출신 여성들은 자녀 양육과 남편과의 가정 내 성별분업이라는 측면에서 어려움을 경험했다. 이들 여성에게 임신, 출산, 양육의 경험은 물리적, 언어적, 문화적 거리로 인해 고립되고 외로운 한국 이주 생활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경험이다. 하지만 언어장벽, 자녀 양육 방식에 대한 주변의 개입, 혼혈 자녀에 대한 한국 사회의 불편한 시선 등은 라틴아메리카 출신 결혼 이주 여성이 자녀 양육 과정에서 경험하는 주된 어려움이었다. 이와 더불어 연애결혼을 통한 남편과의 친밀성은 한국 이주를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었으나, 결혼 이후 한국의 가족문화에 내재한 역할 중심의 관계 변화와 남편의 낮은 자녀 양육 참여도 결혼 이주 생활을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었다.

하지만 라틴아메리카 출신 결혼 이주 여성들은 수동적으로 한국 사회의 지배적인 문화에 순응하기 보다는 때로는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고 때로는 새로운 문화와 협상하며, 자신만의 새로운 다문화가족 문화를 형성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령 한국 사회의 지배적인 문화에 순응하는 자녀 양육보다는 한국과 자신의 모국 문화와 언어에 자녀를 빈번히 노출시켜, 보다 글로벌한 문화적 유연성과 언어적 능력을 가진 글로벌한 자녀 양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라틴아메리카 출신 결혼 이주 여성들은 한국의 가부장제적 돌봄 전담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성별분업을 남편과 협상하거나, 돌봄 역할을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이들 결혼 이주 여성은 적극적으로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상충되는 부분을 협상하며, 새로운 형태의 다문화가족을 재구성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여전히 대부분의 라틴아메리카 출신 결혼 이주 여성이 언어 구사 능력의 한계 등으로 인해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기 보다는 가정 내에서 모성적 돌봄 역할을 주로 전담하고 있지만, 이는 단순히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문화나 가부장제적 성별분업에 순응한 결과라고만 해석하기 어렵다. 여성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새로운 문화와 모국의 문화 간의 협상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가족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중층 복합적 변화를 겪고 있는 한국의 다양한 가족 형태 중 다문화가족의 변화에 주목하고, 라틴아메리카 결혼 이주 여성의 결혼 경험과 다문화가족 재구성 사례를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그동안의 선행연구가 상대적으로 덜 주목한 한국의 다문화가족 내 결혼 이주 여성의 행위성과 이를 통해 중층 복합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다문화가족의 재구성 경험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를 가진다. 또한 본 연구는 국제결혼을 통한 초국적 가족문화 만들기 과정에서 나타난 적극적인 이주 여성의 행위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들이 언어 구사 능력의 한계 등으로 가정 내에서 모성적 돌봄 역할을 주로 전담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다문화 정책이 그동안 주목하지 못한 다문화 가족 정책 대상과 정책 목적 다변화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학술적, 정책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연구 참여자에 대한 접근성의 한계를 이유로 한국 내 라틴아메리카 결혼 이주 여성 일부의 제한적 경험을 분석하고 있다는 점, 한국 내 라틴아메리카 결혼 이주 여성 내부의 중층적이고 다양한 경험을 세분화하지 못했다는 점, 초국적 가족 구성의 또 다른 구성원인 결혼 이주 여성의 남편과 자녀의 증언을 통해 입체적으로 가족 내 관계를 조명하지 못한 점 등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한계점들은 향후 후속 연구를 통해 보완되어야 할 과제로 남겨둔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0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20S1A5C2A02093112)

Notes

1) 한국에서 결혼 이주 여성에 대한 공식적 통계는 주로 아시아 출신 여성들에 집중하고 있어, 라틴아메리카 출신 결혼 이주 여성의 구체적인 통계를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온라인 네트워크 활동을 하고 있는 결혼 이주 여성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의 참여자들이 국내에 거주하는 모든 라틴아메리카 출신 결혼 이주 여성의 대표성을 가진다고 볼 수는 없지만, 공식적인 통계에서 비가시화된 라틴아메리카 출신 결혼 이주 여성의 결혼 경험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2)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면담 대상과 접촉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우선 온라인 네트워크 공간이 자격 조건을 엄밀하게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었기 때문에 외부자인 연구자가 접근성을 갖는 것이 쉽지 않았다. 따라서 본 연구의 연구 참여자들과의 접촉은 지인을 통한 눈덩이 표집 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연구 참여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자격 조건을 엄밀하게 검증하게 된 원인 중 하나가 그간의 내부 구성원들 간의 내부 사정으로 불필요한 오해나, 공간의 오용 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임을 알 수 있었다.
3) 본 연구는 Vidaurre(2025)의 학위 논문을 위해 연구자와 Vidaurre가 공동으로 시행한 심층면담에 근거하고 있으며, 본 연구를 위해 심층면담의 내용을 활용할 수 있게 허락해 준 Vidaurre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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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idaurre, Nicole(2025), Latina Migrant Mothers in South Korea and their Adaptation Strategies, Master’s Degree Thesis, Pukyong National University.

<표 1>

연구 참여자

연구 참여자 국적 연령대 거주 기간 거주지 결혼유무
(결혼대상)
자녀수 학력 직업 모국어 외 언어능력
출처: 서지현·비다우레(2025: 335-336)3)
E1 페루 20대 11개월 청주 기혼
(한국남성)
아들 2
(3살, 4개월)
고졸 주부 한국어(기초)
E2 콜롬비아 30대 7년 부천 기혼
(한국남성/파라과이 교포)
아들 1 (3살), 둘째 임신중 대졸 주부 영어(중급 이상), 한국어 (기초)
E3 콜롬비아 30대 7년 인천 기혼
(한국남성)
딸1 (5살), 아들1(2살) 대졸 셰프/주부 영어(캐나다 7년 거주 경험), 한국어 (기초)
E4 콜롬비아 20대 5년 서울 기혼
(한국남성)
아들 1 (3살) 학사 주부 한국어(기초)
E5 페루 30대 5년 파주 기혼
(한국남성)
아들 1 (유치원생) 석사 온라인
중국어
강의/주부
중국어 (중국유학), 한국어(기초)
E6 베네수엘라 20대 3년 수원 기혼 (한국남성) 딸 1 (3살) 변호사
자격
주부 영어(중급 이상), 한국어(기초)
E7 페루 30대 15년 부산 이혼
(한국남성)
아들 1 석사 영어
선생님
한국어(고급)
E8 페루 20대 12년 마산 기혼 (한국남성) 딸 1 (초등학생) 대학
중퇴
공장
근무
한국어(중급)
E9 멕시코 50대 20년 마산 기혼
(한국남성/멕시코 교포)
딸 1, 아들 1 간호사
자격
식당
운영
한국어(중급)
E10 페루 30대 12년 부산 기혼
(한국남성)
딸 1 고졸 주부 한국어(고급)
E11 페루 30대 7년 4개월 인천 기혼
(한국남성)
딸 2 (10살, 5살) 대학
중퇴
주부 한국어(기초)
E12 콜롬비아 30대 11년 경기도 광주 기혼
(한국남성)
아들 1 (10살), 딸 1 (6살) 고졸 주부 한국어(기초)
E13 칠레 30대 5년 안산 기혼
(한국남성)
딸 2 (9살, 5살) 석사 국제학교
교사
영어(뉴질랜드 12년 거주)
한국어(기초)
E14 아르헨티나 30대 4년 서울
(이태원)
기혼
(모국남성)
딸 1 박사 현재
주부
영어, 한국어
(중하급)
E15 에콰도르 50대 14년 서울 사별
(한국남성)
아들 2 대졸 식당
근무
한국어(기초)
E16 페루 30대 18년 부산 기혼
(한국남성)
딸 1 고졸 공장
근무
한국어(기초)
E17 페루 30대 6년 서울 기혼
(한국남성)
아들 1 석사 회사
근무
한국어(중급)
E18 페루 30대 10년 강원도 기혼
(한국남성)
딸 1 박사 연구원 한국어(고급)
E19 페루 30대 5년 4개월 고양 기혼
(한국남성)
아들 1 학사 번역가 영어(고급), 한국어(중급)

증언 1

한국에 살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언어(el idioma)에요. 왜냐하면 음식은 그런대로 맞았거든요. 한국어를 잘하기 위해 뉴스도 보고, 한국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했어요. 교회도 나가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늘리면서 한국어가 좀 늘긴 했죠(E8).

처음엔 소통이 매우 힘들었어요. 한국어를 잘 구사하지 못해서 한국에 온 지 6개월 정도는 외롭고 우울했어요. 한국은 뭐랄까... 훨씬 폐쇄적인 사회 같았어요. 시간이 흘러, 한국어도 배우고 사람들과 교류하기 시작하면서 좀 나아졌죠(E6)

한국에서 살면서 가장 힘든 점은 언어(el idioma)에요. 한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한국에 오기 전부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모든 익숙한 삶의 방식과는 다른 한국에서의 삶은 처음에는 녹록하지 않았어요. 처음 2년 정도는 집 밖으로 나가면 모든 것이 도전이었죠(E14).

증언 2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는 한국어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죠. 그래서 주로 자녀들의 학교 선생님과의 소통은 남편이 담당했어요(E9).

아이들이 학교에 진학하면서 한국어를 더 열심히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E12).

한국에 살면서 가장 힘든 점은 언어에요. 그런데, 한국에 이민와서부터 일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한국어 공부에 거의 시간을 투자하지 못했어요. 현재는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E15).

한국어로 오기 전 이미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어요. 한국어는 중급 정도 수준이었어요.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더 배우기 위해 다문화 센터 한국어 강좌를 수강했지만, 일과 육아로 바빠서 한 번도 수료한 적이 없어요(E19).

증언 3

남편과는 대체로 소통이 잘되는 편이에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 처음 1년간 시부모님과 함께 살았거든요.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의사 결정권이 사라졌어요. 가령 시부모님은 아이 육아 방식이 지나치게 개입했어요. 시부모님은 사사건건 모든 의사 결정권을 가지려고 했어요(E5).

한국에 와선 자신의 시각을 남에게 강요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가령, 저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외국인 여성들이 모유 수유와 관련해서 주변에서 이래라 저래라 너무 많이 개입한다고 느꼈어요. 모유 수유는 엄마와 아이 간의 매우 개인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 모유수유를 해야 한다고 계속 개입하더라구요. 아이에게 무슨 음식을 먹이고, 어떻게 먹이는지도 계속 입을 데니... 이건 아이의 부모가 결정할 문제 아닌가요?(E19).

시부모님과의 관계는 대체적으로 좋은 편이에요. 저의 어머니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시어머니가 저의 어머니와 소통하려고 많이 노력하기도 했죠. 그런데, 자녀 교육과 관련해서 시부모님은 개입이 많은 편이에요. 이미 시부모님께 관심에 대해서는 감사하지만 원하지 않는다고 의사를 전달했지만, 시부모님은 저의 자녀 교육 방식이 못마땅한 것 같아요(E12).

증언 4

차별이요? 글쎄요. 어디에나 차별은 있지 않아요? 그래서 전 별로 신경쓰지 않아요. 어느 날 아들과 공원을 걷고 있는데, 아이와 저는 스페인어로 대화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나이든 분들이 아이에게 어디서 왔냐면서, 한국에선 한국어로 얘기하라는 거에요. 너가 한국인이면, 왜 네 엄마는 한국인이 아니냐면서...(E5).

아이와 함께 다니면, 연세가 있으신 어른들이 지나치게 이상한 질문들을 하세요. 가령 아이와 공원을 걸을 때, 전철을 탈 때, 무엇을 타고 한국에 왔냐, 결혼은 했냐, 아이는 한국인이냐... 등의 질문을 해요(E2).

한국에 사는 동안 차별을 당한 경험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다만 두어 번 정도 길거리를 걸어가다가 왜 한국에서 사냐는 질문을 받는 적이 있지만, 이러한 질문은 무지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냥 무시했어요. 아마도 저는 백인이라 차별의 경험이 덜했을 수도 있어요(E12).

한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알면 다름에 대한 이해가 더 쉬워질 수 있죠. 그래서 연세 높은 어른이 황당한 질문을 해올 때면, 이것이 나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다른 문화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해버려요(E12).

증언 5

한국은 남녀의 젠더롤이 매우 가부장적이에요. 남자는 밖에 나가 일하고, 가장 역할을 담당하고 경제적 부분을 책임지죠. 여성은 집안일을 담당하고 돌봄의 책임을 오롯이 짊어지죠. 한국에선 여성에게 주부로서의 역할을 강요하는 느낌이 들어요(E6). 물론 남편은 외국 생활을 오래해서 그런지 가부장적이진 않아요. 그런데 시동생을 보거나, 제 외국인 친구들의 남편들 사례를 들어보면 매우 가부장적이죠(E6).

한국에는 젠더 역할이 분명히 구분되어 있어요. 남성들은 매우 가부장적이죠. 많은 한국 남성은 일을 하고 가족의 경제를 책임지는 것이 유일한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가사일이나 육아에는 전혀 관심이 없죠. 저도 일을 하고 있고, 돈을 벌고 있고, 요리도, 청소도, 설거지도 하기 싫다 말이죠(E2).

나의 아버지는 제가 어릴 때부터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다고 가르치셨어요. 어릴 때부터 저는 아버지가 집을 청소하고, 설거지하는 등의 가사일도 하고 직장일도 하는 것을 보고 자랐어요. 그런데 한국에 와보니 한국 남성들은 아무것도 안하는 거에요. 정말 직장만 다녀요. 추석에 시댁에 갔더니, 친척들이 많이 모여 있었어요. 그런데 남자들은 모두 거실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거나 TV를 보고 여자들은 부엌에서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그러는 거에요(E5).

가끔 시댁에 방문하면, 저는 아이도 돌봐야 하고 요리도 돕고 설거지도 해야 했어요. 시댁 식구들은 남편이 설거지하길 원하지 않았어요. 명절의 경우에는 보다 심각했어요. 추석, 설날에는 시댁 식구들이 제가 부엌일을 하길 바랬어요. 저는 아이를 돌보는 동시에 부엌일을 해야 했죠. 한국의 젠더 역할은 분명하게 구분되어요. 여성은 부엌에서 일하고, 남성과 아이들에게 식사를 차려주고 시중을 들어줘야 하죠. 특히 나이든 남성 어른에게 말이죠(E1).

시아버지는 매우 가부장적이에요. 집에서 한번도 집안일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어요. 요리는 물론이고 가사일도 하지 않죠. 심지어는 자신의 옷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던걸요. 그냥 직장일만 하시는 것 같아요(E12).

외국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외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이주해 오면서 남편의 행동이 180도로 바뀌었데요. 또한 경제권을 남편이 쥐고 있어서 남편이 얼마나 버는 지도 모른데요. 특히 아내가 한국어를 잘 모는 경우엔 더더욱 남편에 의존적인 것 같아요(E10).

이주해 와서 처음에는 다문화 센터에 한국어를 배우러 갔더랬죠. 그런데 한 달 정도 가다가 더 이상 가지 않아요. 다문화 센터 수업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제 생각에는 한국어를 가르칠 때 선택하는 주제들이 남성우월주의(machista)의 성격이 강했어요. 가령 남편을 위해 요리를 해야 한다든지, 시부모에게 며느리가 한국어로 어떻게 말해야 한다든지 등등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은 너무 남성우월주의적 성격이 강했죠. 저는 이런 내용은 전혀 배우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필요한 것 기본적으로 한국 생활을 잘하기 위한 기초적인 한국어였지, 남편에게 순종적인 아내가 되는 법을 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E13).

증언 6

남편은 주로 일찍 일터에 나가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많아 이주 여성이 (한국) 정착 과정에서 고립감이나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남편에게 감정적으로 의지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E11).

한국에 이민해 와 일하면서 남편(한국인)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직장의 일 속도가 뉴질랜드에서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죠. 뉴질랜드는 훨씬 더 삶의 속도가 느리고 여유가 있고 일로 인해 스트레스도 덜 받거든요(E13).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남편은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았어요. 베네수엘라에선 하루에 8시간만 일하거든요. 그런데 한국에 오니 업무 외 시간에 일하는 날이 너무 많고, 갑자기 상사에게 불려 나가는 경우도 많았어요. 하루는 가족이 외식하러 나가기로 했는데, 상사가 불러서 외식하러 가지 못했어요.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일상이라는 거에요. 저는 이해할 수 없었고, 남편에게 너무 일로 착취당하고 있으니 부당하다고 말하라고 종용했어요. 처음엔 한국 직장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 직장의 시간과 속도는 다르다는 것을 이해했지만요. 시간이 지나면서 직장에서의 위계 문화에 대해 알게 되었고, 점차 남편과 논쟁하는 일도 줄었죠. 한국에선 장시간 일할수록 경제적 삶이 풍요로워지더라구요(E6).

증언 7

에콰도르에서 남편과 함께 살 때, 가장 큰 문제는 남편이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는 것이었어요. 한국에 와서 살면서 한국 사람들이 술을 많이 마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일종의 문화였죠(E15).

우린 이미 7년간 콜롬비아에서 함께 살았고, 남편이 스페인어를 구사하기도 하기 때문에 소통에 큰 문제는 없어요. 다만 남편이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이해할 수 없지만요. 남편은 일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남편에게 힘들다고 얘기하지 않으려고 해요. 왜냐하면, 남편은 이미 일 때문에 늘 피로하고 스트레스를 받거든요(E4).

남편과의 관계는 처음에는 좋았지만, 한국으로 함께 이민한 후에 모든 것이 바뀌었어요. 특히 남편은 일 때문에 바빠서 일 년에 4개월 정도만 우리(본인과 아들)와 함께 살았어요. 한국 남자들은 일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반면 여성은 집안일과 아이 돌봄을 담당하죠. 남편은 회사 일만하고, 날마다 술과 회식에... 가족을 위한 시간은 전혀 없어요(Nunca tiene tiempo para nosotros). (한국 남편과 이혼한 결정적인 사유가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않고 일, 회식 등에 집중하는 것을 언급하며) 우리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은 사랑이 필요하잖아요(Nosotros los latinos necesitamos amor). 부부 간, 자녀와, 혹은 가족 간의 교류와 소통, 이해(comprensión)가 필요하잖아요? 관건은 시간(tiempo)이죠. 그런데, 여기 한국에선 완전히 달라요(E7). 이혼은 협의 이혼이었요. 한국에서 이혼 할 때 주로 경제 등의 능력을 가진 남성이 양육권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남편이 아이의 돌봄에 참여한 적이 없고, 가족에 책임을 다하지 않았음을 근거로 양육권을 최종적으로 확보했어요. 다니고 있는 성당의 도움이 컸어요(E7).

증언 8

처음에 아이가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하길 원했기 때문에 집에서 스페인어보다는 한국어를 사용하려고 했어요. 아이와 함께 저도 한국어를 배웠고요. 아이가 음식 등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시댁 식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했어요(E6).

아이가 생긴 이후에는 한국에 잘 적응해보려고 생각 중이에요. 조금씩 한국 사회에 녹아들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리고 인터넷으로 한국 음식 하는 법도 배워보려고 해요(E4).

저는 어느 정도 한국화되었다고 생각해요. 한국의 질서를 지키고, 때로는 순응적으로(sumisa) 행동하기도 해요. 이렇게 한국화된 것은 가족을 위해서이지, 시부모님에 고분고분해 진 것 아니에요(E10).

증언 9

남편과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항상 이견을 협의해요. 저는 육아 방식과 관련해서 시부모님이 개입하면, 남편을 통해 제 의사를 분명히 전달해요. 남편 역시도 시부모님이 저희의 육아에 개입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시부모님과 이견으로 다투기도 하죠(E10).

가정 내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할지에 관해 남편의 가족들과 논쟁을 했던 적이 있어요. 시부모님과 시동생은 아이들에게 한국어로 말하거나,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영어를 가르치라고 하더군요. 결국 자녀 교육은 우리 부부 소관이라고 남편과 같이 항변했어요(E9).

출산 후 자녀 양육 문제와 관련해서 이견이 있었을 때(한국에선 아이가 태어난 후 일정 기간 동안 외출을 삼가게 하는 문화가 있고, 이해가 어려웠다) 남편을 통해 이견을 분명하게 전달했어요. 그러자 시어머니는 저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죠(E3).

시부모님은 근처에 살기 때문에 가끔씩 우리 집에 방문하기도 하지만, 아이 육아에 전혀 개입하지 못하도록 했어요. 가끔 시부모님이 육아와 관련해서 의견을 낼 때도 있지만, 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해요. 시부모님은 저와 같이 아이와 항상 붙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에 대해선 제가 잘 알지 않겠어요? 때문에 아이의 일상을 시부모님께 잘 설명하면, 시부모님도 이해해요. 시부모님과는 설명과 소통을 통해 잘 지내보려고 하고 있어요(E17).

증언 10

한국은 이중 국적이 허용되지 않지만, 한국 국적으로 귀화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저는 페루 국적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나의 뿌리를, 내가 페루 사람임을 유지하고 싶어요. 결국에는 페루로 돌아갈 수 있는 거잖아요(E17).

딸에게는 스페인어로 된 책을 읽어줘요. 부모님이 페루에서 보내주시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얻기도 했어요. 가끔 페루에 관한 영상을 딸과 함께 보기도 해요. 한국에서 페루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열렸을 때, 딸과 같이 관람을 가기도 했어요(E18).

저는 자녀들이 한국인임인 동시에 콜롬비아인임을 자랑스러워하길 바래요. 그래서 콜롬비아를 다녀올 때 마다 콜롬비아와 관련된 책을 가져와요. 자녀들과 콜롬비아에 직접 다녀오면 좋겠지만 그럴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으니, 아이들에게 콜롬비아에 관한 사진과 책을 많이 보여주려고 해요(E12).

아이들이 페루인의 정체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집에서 페루 음식도 만들어 먹고, 페루 명절을 함께 보내요. 그리고 페루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마추픽추(Machu Picchu), 인티라이미(Inti Raymi) 등과 같은 페루 문화를 소개해주려고 해요. 한국문화와 페루 문화 모두를 잘 알면서 성장하길 바래요(E11).

딸 아이에게 페루 문화에 대해 가르쳐줘요. 그리고 제가 부모님과 통화할 때 딸 아이도 함께 하죠. 한국에 있는 페루 출신 친구들과 모일 때도 딸아이를 데리고 가요(E8).

아이에게 스페인어로 말하고, 페루에 있는 가족과 전화 통화를 하고 페루 음식을 먹어 딸아이에게 페루 정체성을 계속 유지하도록 하고 있어요. 언니가 한국에 세 차례 정도 왔었고, 아들도 저와 함께 페루에 다녀오기도 했어요(E7).

페루 음악을 듣고, 스페인으로 된 책들을 확보해서 아이가 읽도록 해요. 페루 가족들과도 1주일에 최소 한번 씩은 통화하죠(E5).

제가 듣는 음악을 틀어놓고 자연스럽게 아이가 듣도록 해요. 또한 콜롬비아에서 책을 가져와서 아이에게 읽어주기도 하죠. 콜롬비아에서 추는 춤을 아이와 함께 추기도 하고, 때로는 콜롬비아 음식을 해서 먹어요(E4).

아이가 스페인어를 계속 구사하는 것은 한국이외 또 다른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이에게 계속해서 페루 음악을 들려주며, 페루 문화를 접하게 하고 있어요(E17).

저는 아이들에게 스페인어로 대화하고, 남편은 한국어로 대화해요. 그리고 남편과 저는 영어로 대화해요. 아이들이 콜롬비아 정체성을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 콜롬비아 음식을 해먹기도 하고, 콜롬비아에 있는 가족들과도 자주 연락해요(E4).

거의 매주 주말마다 칠레에 있는 가족들과 통화해요. 칠레 가족들과의 소통을 통해 아이들에게 칠레의 뿌리를 인식시켜려 하는 거죠. 일 년에 두 번 정도 칠레에 방문하기도 하고, 칠레 명절을 지키려고 해요(E13).

증언 11

처음에 한국으로 올 때, 아이를 위해 페루에서 많은 동화책을 가지고 왔어요. 남편도 해외 출장을 갈 때 마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을 사와요. 페루에서 어머니가 동화책을 보내주기도 하죠. 해외에 가는 주변 지인들에게도 동화책을 사다달라고 부탁하기도 해요. 그래서 집에 외국 동화책이 아주 많아요. 아이가 한국어로 얘기를 많이 하지만, 집에 있는 스페인어 동화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스페인어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게 하죠.... 스페인어를 계속 가르치는 것은 아이가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게 되면 아이에게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아이는 현재 유치원에서 영어도 배우고 있어요(E19).

저는 날마다 어머니와 통화를 하는데, 그때 딸이 페루 가족과 영상통화를 함께하고, 저의 부모님이 매년 한국에 방문하시기도 하죠. 따라서 딸이 날마다 스페인어를 쓸 수 있게 하고, 제 생각엔 딸에게 엄청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E18).

저는 아이가 한국과 페루 양쪽의 문화를 다 습득하면서 자랐으면 좋겠어요. 한국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나라죠. 아들이 18세가 되면 국적을 선택하고, 군대를 갈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잖아요. 만약 아들이 군대를 가지 않고자 한다면, 페루 국적을 선택할 수도 있겠죠. 한국 국적 유지가 가지는 장점이 많기도 하지만, 페루 국적을 유지한다면 제3세계 국가에 지원되는 장학금 기회가 더 많을 수도 있거든요. 결국 국적은 아이의 선택인 거죠. 따라서 저는 아이에게 스페인어로 말하고, 남편은 한국어로 말해요. 하지만 모든 가족이 있을 때는 영어로 소통하죠(E17).

증언 12

아이를 출산하기 전부터 이미 남편에게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했어요. 남편은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했기 때문에, 아이가 아빠를 잘 따르고 남편의 육아 참여도도 높아요(E10).

게다가 남편과 함께 중국이나 페루에서 살 때, 남편은 청소도 요리도 하고 했었어요. 그런데, 한국에 왔더니 남편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거에요. 모든 가사 일을 여성에게 미뤄두는 거죠. 다른 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니, 35세 이상의 한국 남자들은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거에요.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속설까지 있다니요. 그리고 집에 음식이 있어도 차려주지 않으면 먹지 않아요. 가뜩이나 저는 시부모님과 같이 살았거든요. 그래서 남편은 전혀 집안일을 하지 않고, 요리에 설거지에, 모두 제 몫이었죠. 정말 힘들었어요. 심지어는 임신을 한 상태에서도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를 차리는 것을 기대했죠... 이후에 분가해서는 남편에게 집안일을 할당해서 시켰어요(E5).

증언 13

나도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남편이 출장을 갈 때면 임시로 보육 도우미(niñera)를 고용하기도 했어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어요. 내가 직장에 출근해야 했기 때문에 첫째 아이의 경우 시어머니가 상당 시간 육아를 도왔어요... 또한 출산 때는 페루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왔어요. 어머니가 한국에 오셔서 출산 후 상당 시간 저와 아이를 돌보아주셨죠. 물론, 처음에는 나의 시부모님도 제가 좋은 주부가 되길 바랬던 것 같아요. 저는 일을 하고 있고, 임신을 하고도 계속 일을 해왔기 때문에 점차 시부모님도 저를 바라보는 관점이 변한 것 같아요(E19).

임신하면서 다문화 센터에서 1주일에 3번 한국어 무료 교육을 받았어요. 남편이 아이를 돌보는데 전혀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출산 후에는 보육 도우미가 집으로 방문하는 서비스를 받았어요. 싱글맘에 대해 보육 도우미가 1주일에 3회 방문해서 도움을 받기도 했죠. 특히 제가 홀로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돌봄 할머니가 아이의 한국어와 정서 발달에 많은 도움을 주었죠(E7).

출산을 했을 때, 페루에서 어머니가 육아를 돕기 위해 한국에 오셔서 일 년 정도 함께 사셨어요(E18).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말은 잘 안통했지만, 시댁 식구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그러다가 지인을 통해 라틴아메리카 여성 온라인 모임을 알게 되었어요(E6).

시의 보육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시청에 직접 찾아갔죠. 시청 직원이 1년에 최대 200시간 육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더군요. 바로 신청했죠(E18).

한국 국적의 아이에겐 정부의 지원이 있어요(E2).

한국인과 결혼한 경우에는 자녀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지원되요(E10).

남편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아이의 임신, 출산, 양육 과정에서 보조금을 지원했어요. 아마 남편이 외국인이었다면 받지 못했을 지원이겠죠(E17).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면서, 같은 반이나 옆 반의 학부모들과 가끔씩 교류하기 시작했어요. 학부모들과 만나서 음식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어요. 날이 너무 덥지 않으면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 동안 학부모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죠(E18).

아이를 키우면서 한국 사람들과 친해질 기회들이 있었죠. 특히 학부모들과 유치원 혹은 놀이터 등에서 마주치면서 교류하기 시작했어요(E14).

육아 관련 지원과 관련해서는 남편이 잘 알아봐요. 저는 페이스북(Facebook)과 카카오톡의 라틴아메리카 출신 엄마들 그룹에서 실질적인 육아와 관련된 정보를 얻기도 해요. 그들과는 실제로 잘 만나지는 못하지만, 출산 방식에 관한 정보, 산후 우울증에 대처하는 방법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도움을 받기도 해요(E17).

(남편은 일 때문에 힘들어서 의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라틴아메리카 출신 엄마 모임은 도움이 되요. 저와 같은 경험을 이미 한 엄마들의 경험을 듣고, 때로는 해결책을 얻기도 하죠(E4).

말이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달라서 화나는 경험이 많았죠. 특히 육아 과정에서 힘든 일이 많아서 라틴아메리카 출신 엄마 모임을 온라인상에 만들었어요. 제가 이 모임을 만든 것은 약 3년이 되었는데, 오프라인 모임은 투표를 통해 장소와 날짜를 정해요. 특히 이 모임에서는 한국 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어려움과 노하우,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지지해주죠. 가령, 아이의 양육 문제에 시부모님이 개입하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외국인이라 은행계좌를 만들지 못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넘어 은행계좌 만드는 방법을 공유한다던지, 산후우울증이 있는 여성에게 스페인어 구사 가능한 의사를 추천해준다던지, 이혼 시 스페인어나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변호사를 추천하고, 재산 분할 등에 대한 정보 공유도 이뤄져요(E11).

페이스북(Facebook)과 카카오톡의 라틴아메리카 출신 엄마들 그룹은 제겐 일종의 안식처(un refugio)에요. 그곳에서 몰랐던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거든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Facebook을 통해 알게 된 라틴아메리카 출신 엄마들 모임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E5).

SNS 공간은 이민해 와서 힘들 때 많은 의지가 되었어요. 다양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어요. 실제 대면 모임이 이뤄지긴 하지만 대부분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 대면 모임이 자주 있는 것 같진 않아요. 때로는 그룹 내에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서로에 대한 지지(mucho apoyo)와 이해(mucha comprensión)가 있는 것 같아요(E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