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Issue

Iberoamerica - Vol. 26 , No. 2

[ Article ]
iberoamerica - Vol. 26, No. 2, pp. 59-93
Abbreviation: iberoamerica
ISSN: 1229-9111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28 Dec 2024
Received 31 Oct 2024 Revised 16 Dec 2024 Accepted 16 Dec 2024
DOI: https://doi.org/10.19058/iberoamerica.2024.12.26.2.59

페루 보수 기독교의 정치 참여와 민주주의
김항섭**
**한신대학교 종교문화학과 명예교수. (marume5743@hanmail.net)

Political Participation of Conservative Christian Churches and Democracy in Peru
Kim, Hang-Seob**
Funding Information ▼

초록

여성에 대한 폭력, 심지어는 혐오 살해가 버젓이 자행되는 현실에서 ‘니 우나 메노스’ 운동이 일어나고, 이에 부응해 페루 교육부는 2016년에 국가기초교육과정에 젠더 평등의 관점을 도입하는 개편안을 발표한다. 이에 보수 기독교는 CMHNTM 운동 등을 통해 이 개편안을 반대하는 운동을 펼쳐나간다. 보수 기독교의 이러한 정치 참여는 70, 80년대 진보적인 기독교의 정치 참여와 달리 민주주의에 기여하기보다는, 자신의 특수한 가치를 다원적인 민주 사회에 강요하려는 민주주의의 퇴행을 보여준다. 또한 여성들의 현실을 이해하거나 그 원인이나 해결책을 찾아보려는 노력도 없이 배타적으로 자신들의 가치나 기준만을 강요하려고 한다. 여기에 토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민주적 방식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러기 때문에 페미니즘의 지향이나 성과가 무엇보다도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차별받는 소수자의 권리를 긍정하고 확정해 온 민주주의 역사의 일부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매도할 뿐이다.

Abstract

In a reality where violence against women, including feminicides, is openly occurring, the ‘Ni Una Menos’ movement emerged in Peru. In response, the Peruvian Ministry of Education announced a reform plan in 2016 to incorporate a gender equality perspective into the national basic education curriculum. Conservative Christian groups opposed this reform through movements like CMHNTM. Unlike the progressive political engagement of Christian groups in the 1970s and 1980s, this conservative involvement does not contribute to democracy. Instead, it represents a regression, as it seeks to impose its specific religious values on a pluralistic democratic society. Additionally, without making any effort to understand the realities faced by women or to explore their causes, it aims to exclusively enforce its own religious values and standards. This leaves no room for democratic methods that involve reaching agreements through dialogue. Consequently, it fails to recognize that the goals and achievements of feminism are part of the democratic history of affirming and confirming the rights of relatively marginalized and discriminated minorities, and instead simply denounces them.


Keywords: Peru, Conservative Christianism, Political Participation, Democracy, Gender Ideology
키워드: 페루, 보수 기독교, 정치 참여, 민주주의, 젠더 이데올로기

불관용, 편견, 폭력을 조장하는 종교적 극단주의는 또한 병든 사회의 징후이며 민주 사회를 위협한다. 그것은 공공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만큼 법치에 부합하는 수단으로 싸워야 하고, 사회적 불안의 표현이므로 당국이 사회의 실제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퇴치할 수 있다(Parliamentary Assembly 1999, Article 9).


Ⅰ. 서론

2000년대 이후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 지형을 보면, 흥미롭게도 좌우 이념이 번갈아 집권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때 우파 정권과 신자유주의 정책이 대륙을 지배하더니, 어느 순간 좌경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 시점은 1998년 베네수엘라에서 우고 차베스(Hugo Chávez)가 대선에서 승리하면서부터이다. 그때부터 대략 2014년까지 라틴 아메리카 여러 나라에서 좌파 정부가 들어서고, 이러한 좌파 정부의 물결을 흔히 ‘핑크 타이드(pink tide, 스페인어: marea rosa, 포르투갈어: onda rosa)’라고 한다.

그런데 2015년을 기점으로 그와 반대로 우경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15년 12월 아르헨티나에서 마우리시오 마크리(Mauricio Macri) 정부가 들어서고, 2019년 1월 브라질에서는 ‘열대의 트럼프(Trump Tropical)’라 불린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Messias Bolsonaro)가 대통령에 취임한다. 2021년 기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우익 정부로 분류되었다(Da Silva 2022).1) 이러한 우경화 경향에 대해 사회경제적, 정치적 요인 등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종교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보면, 무엇보다도 보수적인 기독교 세력의 부상과 이들의 적극적인 정치 개입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좌우가 번갈아 집권하는, 라틴 아메리카의 일반적인 경향과 달리, 페루의 경우 - 적어도 신자유주의 체제의 유지라는 측면에서 보면 - 1990년대 이래로 30여 년 동안 우파 정권이 지속적으로 지배해 왔다(Lynch 2020, 118-9). 90년대를 지배했던 후지모리(Alberto Fujimori)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2000년대에도 톨레도(Alejandro Celestino Toledo Manrique)와 가르시아(Alan Gabriel Ludwig García Pérez) 정부 아래서 지속된다. 2010년대에도 상황은 비슷하게 전개된다. 2011년 모처럼 사회운동과 좌파들의 지원으로 당선된, 우말라(Ollanta Moisés Humala Tasso)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신자유주의적 정책으로 표변하고, 2016년에는 월스트리트 은행가 출신의 쿠친스키(Pedro Pablo Kuczynski)의 우파 정권이 수립된다.

이처럼 연이어 들어선 우파 정권 아래서, 페루의 기독교 보수 세력도 꾸준히 세력을 확대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 왔고, 특히 여성 문제를 매개로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적 개입을 강화해왔다. 종교 집단의 정치 개입 문제는 오랫동안 논쟁거리가 되어왔지만,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종교의 정치 참여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다. 그들 역시 민주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적, 정치적 사안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거나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다만 그러한 정치적 개입의 방법이나 지향에 있어 한 사회가 합의하고 공유하는 기본 원리나 원칙에 거스른다면 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이 보수 기독교의 정치 참여를 민주주의와 관련해 조명하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물론 민주주의도 시대나 나라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어 있어 단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글은 민주주의 자체에 관한 연구가 아니라, 보수 기독교의 정치 참여가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라 여겨지는 것들에 논의를 제한하고자 한다. 여기서 기본 원리라고 함은, 모든 성원이 평등함을 전제하고, 그런 성원 간의 갈등과 분쟁을 권위적이거나 폭력적인 방식이 아닌, 토론과 합의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2)

또한 보수 기독교의 정치 참여가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서, 주로 젠더 이데올로기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이는 젠더 이데올로기에 대한 논쟁이 보수 기독교의 정치 참여의 주요 매개로 작용하고 있고, 민주주의에 대한 보수 기독교인들의 이해나 태도를 더욱더 선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기존의 연구를 보면, 보수 기독교의 정치 참여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있고, 젠더 이데올로기를 둘러싼 논쟁도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민주주의와 관련해 살펴보는 연구는 그리 많지 않다. 또한 민주주의와 관련해 분석하는 글들도 민주주의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영향을 다소 선언적으로 주장하는 연구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 글은 보수 기독교의 정치 참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와 어긋나고 그로 인해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젠더 이데올로기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Ⅱ. 페루의 보수 기독교와 정치 참여

여기서 보수 기독교(또는 그리스도교)라 함은 특정 기독교 교파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기독교로 분류되는 가톨릭교회, 동방정교회, 개신교회 등 다양한 기독교 교파 내에 존재하는 보수적인 부문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페루와 관련해서는 이 나라에서 정치적, 사회적 현안과 관련하여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 내 보수적인 부문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이 두 교회는 신학, 제도 등에 있어 서로 다른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독립적인 종교라 할 수 있으나, 본 논문의 주제와 관련하여 유사한 입장과 행동을 보이고 있고, 사안에 따라서는 공동 행동을 전개하고 있어, 보수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묶어 살펴보고자 한다.

2017년 인구 센서스에 따르면, 페루의 지배적인 종교는 가톨릭으로 전체 인구의 76.03%이고 개신교는 14.07%이나, 가톨릭 인구는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고 이에 반해 개신교, 특히 보수적인 복음주의 교회 신자들이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3)

<표 1> 
페루 종교 인구 구성과 추이
인구센서스 1972년 1981년 1993년 2007년 2017년
가톨릭 96.4% 94.6% 89% 81.3% 76.03%
개신교 2.5% 5.0% 6.7% 12.5% 14.07%
기타 종교(이슬람, 불교, 신도 등) 0.7% 0.2% 2.8% 3.3% 4.81%
무종교 0.4% 0.2% 1.4% 2.9% 5.09%

표에서 보듯이, 80년대 이후 개신교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은 장로교, 감리교 등 이른바 역사적 개신교보다는 오순절 교파를 비롯한 보수적인 개신교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한 개신교 외에 기타종교나 무종교 층도 증가세를 보여, 페루 사회가 전반적으로 종교적 다원화 경향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톨릭교회는 여타 라틴 아메리카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의한 식민화 과정에서 국교로서 그리고 이후 지배적인 종교로서 식민지 체제와 기성 권력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해 왔으나, 1960년대 후반에 이르러 이른바 해방 그리스도교 운동을 중심으로 민주화와 인권 옹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진보적인 행보를 걸어왔다. 그러나 요한 바오로 2세의 ‘보수주의적 복원’(conservative restoration)에 의해 이러한 흐름은 일정 정도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보수적인 주교들은 기초공동체를 비롯한 진보적인 부문의 사회 참여에 제동을 걸고, 개인 도덕적 이슈나 가톨릭적 정통성 문제를 더욱더 강조하면서 ‘보수적인 회귀’를 꾀한다. 또한 진보적인 주교들은 보수적인 주교들로 대체되고, 평신도 부문도 해방그리스도교 운동의 중심축 중의 하나였던 기초공동체운동보다는, 보수적인 경향을 띠는 성령쇄신운동, 신교리교육운동(Neocatechumenate)4), 오푸스데이(Opus Dei) 등이 사목적으로 우선시된다(김항섭 2009, 187).

라틴 아메리카의 개신교는 연구자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분류된다.5) 그러나 이 글에서는 신학적, 정치적 지향과 관련하여 보수와 진보로 크게 이분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신학적, 정치적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견해를 가진 개신교 전통을 역사적 개신교(Iglesias históricas, Mainline churches)라 하고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관점을 가진 교파를 복음주의 교회(Iglesias evangélicas, Evangelicals)라고 한다(Fonseca 2018, 35). 그러나 이는 대체적인 경향을 말하는 것으로, 달리 말하면 복음주의 교회라고 해서 다 보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런 경향을 띤다는 의미이다.

페루의 복음주의 교회는 19세기 말부터 도입되기 시작했고, 1940년에 ‘전국복음주의협회(Concilio Nacional Evangélico-CONEP)’가 출범한다. 그리고 후안 벨라스코 알바라도(Juan Velasco Alvarado) 대통령의 집권 때(1968-75), 페루 출신 목사들이 복음주의 교회의 주요 지도자로 두각을 나타내고, 72년 전국복음주의협회 회장에 최초로 페루인이 당선된다. 그리고 이후 이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집권 세력과의 직접적인 연계를 시도한다(Julcarima-Álvarez 2008, 393).

보수 기독교가 정치에 개입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흔히 보수 기독교는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정치 참여를 부정적인 것으로 바라본다고 알려져 있으나6),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다만 정치 참여의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예를 들어 군사정권 하에서, 침묵하거나 암묵적, 명시적 방식으로 정권을 지지함으로써 특혜를 얻거나 그것을 기반으로 교세를 확장해 왔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페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날 라틴 아메리카에서 보수 기독교 세력의 정치 참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첫째 정당 정치적 참여 방식으로 기성 정당을 통하거나 자체 정당을 조직하여 국회의원 등 공직에 직접 참여하는 형태이다. 둘째 시민 사회적 참여 방식으로 사회적, 정치적 사안에 대해 일정한 의견이나 행동을 표시하여 정치권에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다.7)

첫 번째 정당 정치적 참여 형태는 1978년 선거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중혁명동맹당(Alianza Popular Revolucionaria Americana–APRA)’ 소속으로 두 명의 개신교인이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그중에 아라나(Pedro Arana)는 종교적 평등과 정교분리에 대한 요구를 중심으로 초교파적 지지를 끌어낸다(Julcarima-Álvarez 2008, 394-5). 왜냐하면 오랫동안 가톨릭교회가 국교로서, 그리고 이후 지배적인 종교로서 군림하면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거나 배제된 문제에 대해선 진보든 보수든 상관없이 대부분의 개신교가 공감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라나의 주도로 79년 헌법 개정 때 이 문제에 관해 일정한 성과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개신교인들의 정계 진출이 두드러진 것은 1990년 선거이다. 이 선거에서, 알베르토 후지모리가 이끄는 ‘깜비오 90(Cambio 90)’ 소속으로 하원의원 14명, 상원의원 4명 총 18명이 당선되고 또한 민중혁명동맹당을 통해 하원의원 1명이 당선된다(López 2004, 28).8) 이로써 보수 개신교는 사회적으로 중요성을 갖는 새로운 행위자로 등장한다. 그러나 2000년 선거에서는 단 한 명의 의원에 그치고, 이후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는 무엇보다도 충분한 준비 없이 오직 당선을 위해 독재자 후지모리와 결탁한 탓이고, 특히 후지모리가 모든 민주적 질서를 중단시킨 자가 쿠데타를 신학적으로 정당화하는 데 앞장서는 패착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후지모리를 지지한 복음주의 의원들은 자신들만의 정책 프로그램 없이 즉흥적으로 공직에 진출했으며, 이 분야에서 경험이 없던 초보자들이었다. 그들은 정치적 경력이 없었고, 구정치 세력의 고질적인 악습을 빠르게 받아들였으며, 정권의 위헌적 행위를 무조건 옹호하고 이를 ‘신학적’으로 정당화하는 데 망설이지 않았다. 그런 탓에 이들 대부분은 정치 무대에서 사라지거나, 장식적이거나 부차적인 인물로 취급되었다(López 2004, 54).

이후 2006년 선거에서는 움베르토 라이(Humberto Lay) 목사가 이끄는 국가재건(Restauración Nacional) 당이 4%의 선거 장벽을 넘어 국회 의석 분배에 참여한다(Julcarima-Álvarez 2008, 390). 그러나 당시 개신교인들이 전체 인구의 12%대였음을 고려한다면, 그다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시민 사회적 정치 참여 형태는 여러 가지 사회적 현안이나 주제와 관련하여 이뤄지나, 이 글에서는 2000년대 이후 라틴 아메리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른바 ‘젠더 이데올로기’ 반대 운동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이 운동은 최근 보수 개신교인들의 정치적 행보와 깊은 관련이 있고, 나아가 이들의 정치 참여의 특성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Ⅲ. 페루의 여성 문제와 여성 정책, 보수 기독교의 반발

2000년대 라틴 아메리카에서 보수 기독교의 정치 참여는 주로 ‘젠더 이데올로기’에 대한 공격과 비판으로 이뤄진다. 여기서 ‘젠더 이데올로기’라 함은 보수 기독교인들이 만들어낸 개념으로, 페미니즘의 지향과 성과, 특히 1995년 북경에서 열린 제4차 유엔세계여성대회 이후 국제 사회에서 널리 인정받은 여성 운동적 지향과 성과를 가리키며, 보수 기독교인들은 이를 자신들의 교리에 비추어 잘못된 것 - 성 관념을 왜곡하고 생명을 경시하며 전통적인 가족 관념을 해치는 것 - 으로 규정하고 비판하는 것이다(Mariz 2021, 34).

라틴 아메리카 나라들은 대부분 60~80년대에 군사 독재를 경험했다. 이후 민정 이양이 되고 민주주의는 회복되었지만, 여성 운동적 측면에서 보면 남녀가 동등한 체제를 이루는 데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어 등장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페미니즘적 투쟁이 얻어낸 성과들을 제한했고, 90년대 말부터 등장한 중도 좌파 정부도 젠더 정책과 관련하여 큰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다(Friedman and Tabbush 2018, ix).

1. 여성의 상황과 여성운동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 또는 혐오와 그로 인한 여성의 열악한 상황은 역사적으로 꽤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것이고, 이른바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그 본질적인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주요하게 제기되는 문제나 쟁점에 있어,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정현주 2016, 291).

이러한 여성 문제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행되는 가장 극단적인 폭력 형태인 페미시디오(Femicidio) 또는 페미니시디오(Feminicidio)9)이다. 2014년 ‘페루 통계청(Instituto Nacional de Estadística e Informática)’의 조사에 따르면, 페루 여성의 32.3%가 자신의 배우자나 반려자로부터 물리적인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고, 11.9%는 최근 1년 이내에 이러한 경험을 했다. 또한 ‘페루국민옴부즈맨(Defensoría del Pueblo del Perú)’에 따르면, 달마다 10명의 여성이 자신의 반려자에 의해 살해당한다(El Comercio 2016).

2015년 페루국민옴부즈맨이 행한 연구에 따르면, 2009년 1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795건의 페미니시디오가 자행되었다(Defensoría del Pueblo 2015). 또한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23년까지 1191건의 페미니시디오(Instituto Nacional de Estadística e Informática 2024, 95)가 집계되었다.

표 2. 
페루 페미니시디오 희생자수와 비율(2015-2023)
2015 2016 2017 2018 2019 2020 2021 2022 2023 누계
페미니시디오 희생자수 84 107 131 150 148 137 141 147 146 1191
여성 10만 명당 희생자수 0.6 0.7 0.8 0.9 0.9 0.8 0.8 0.9 0.9 -

그러나 페미니시디오 뿐만 아니라, 페미니시디오 시도(試圖), 그리고 죽음의 맥락이 명확지 않아 조사 중인, 폭력적인 죽음까지 합산하면 그 수치는 훨씬 높아진다. 페루국민옴부즈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페미니시디오 138건, 페미니시디오 시도 208건, 폭력적인 죽음 51건에 이르고 있다(Defensoría del Pueblo 2020, 6). 이처럼 여성 혐오 살해가 최악의 수준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관련 당국이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나 판결을 하지 않은 것이고, 그로 인해 같은 가해자로부터 제2의 폭력 그리고 살해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페미니시디오를 의도한 사건 중에서 81%는 관련 당국이 생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도움을 받기 위해 페루 사법 체제에 호소했던 여성 중 24%가 나중에 같은 가해 남성으로부터 살해당했다(Peru.com 2017).

그뿐만 아니라 피해자 중에 다수가 미성년자들이라는 점도 크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7년에는 1월과 9월 사이에 94건의 페미니시디오, 5705건의 성적 공격, 21000건의 공격이 있었다. 5705건의 성적 공격 중에서 희생자의 71.33%가 어린이들(niñas)10)이었다(Peru.com 2017). 페루에서는 여성 살해뿐 아니라, 실종 문제도 심각하다. 예를 들어 2021년 실종된 여성의 수는 5904명, 2022년 5381명인데, 이중 미성년자가 각각 3897명, 3560명이다. 성적 폭력과 마찬가지로 압도적으로 미성년자의 수치가 높다(Defensoría del Pueblo 2022, 2-3).

이처럼 여성이 살해, 실종, 폭력 등에 자주 노출되는 열악한 상황에 대한 반발로서 등장한 것 중의 하나가 ‘니우나메노스(#NiUnaMenos)’ 운동이다. 이 해시태그는 ‘더 이상 한 명이라도 (죽음에 이르러서는) 안 된다’라는 뜻이다. 이는 시인이자 인권활동가였던 멕시코의 수사나 차베스 카스티요(Susana Chávez Castillo)가 1995년 멕시코 후아레스 시의 페미니시디오에 관해 쓴 시에 나오는 표현인 “Ni una mujer menos, ni una muerta más(더 이상 한 명의 여성도, 더 이상 죽는 여성도 없어야 한다)”에서 따 온 것(Trongé Valería 2018)으로, 하나의 대중운동으로 구체화된 것은 아르헨티나에서였다.

2015년 아르헨티나에서 14세 소녀를 남자친구가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언론인 마르셀라 오헤다(Marcela Ojeda)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회 각계각층에 호소하였고, 6월 3일, 수많은 여성이 여성 살해와 폭력에 반대하는 ‘니우나메노스’ 시위를 펼친 것이다. 이 운동은 이후 칠레, 우루과이, 페루 등 라틴 아메리카 다른 나라들로 확산하였고, 과거부터 반복되어온, 여성들에 대한 폭력과 혐오 살인이라는 현실을 일깨우고 비판하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였다.

페루에서는 2015년 7월 신디 아를레떼 꼰뜨레라스 바우띠스따(Cindy Arlette Contreras Bautista)를 머리채를 잡아 바닥에 질질 끄는 등 잔혹하게 폭행을 가한, 그녀의 남자 친구인 아드리아노 뽀소 아리아스(Adriano Pozo Arias)에게 법원이 선고유예를 내리고 석방하자, 이에 분개한 사람들이 모든 형태의 가부장적 폭력의 종식을 요구하는 시가행진을 벌였다. 이를 추진한 핵심 단체는 베띠 세실리아 끼하노 까르바할(Betty Cecilia Quijano Carbajal) 등이 주도해 창립한 전국여성연합(Frente Nacional de Mujeres)이다. 주요 언론들은 페루 역사 이래 가장 큰 거리 시위였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페루의 주요 신문 중 하나인 ‘라 레쁘블리까(La República)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니우나메노스 시가행진은 커다란 성공을 거뒀고, 우리나라 정치적 발전에서 역사적인 집회였다. 이 행진은 모든 형태의 선거 집회, 그리고 낙태 반대 단체들이 전통적인 가족을 옹호하면서 소집한 ‘쁘로 비다(pro vida)’ 시가행진을 능가한 것이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주최 측의 성공이고 여성 주제를 불과 몇 주 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La República 2016.08.13.).

언론의 집계에 따르면 리마 시내에서만 최소 20만 명에서 최대 50만 명이 참여했다(Diario UNO 2016.08.14; RPP Noticias 2016.08.13). 이 행진에는 쿠친스키(Pedro Pablo Kuczynski) 대통령, 아라오스(Mercedes Aráoz) 부통령을 비롯한 여러 명의 장관도 참여했다. 이 행진은 2017년에도 이어져 8월 13일에 페미니시디오 사건에 대한 가중처벌, 낙태의 합법화, 트랜스섹슈얼 여성 관련 젠더의 정체성과 권리의 동등성에 관한 입법을 요구하면서 2차 행진을 벌였다. 이후 2017년 11월 25일, 2018년 6월 1일에도 행진을 벌였고. 2018년 8월 11일에는 해시태그 ‘여성 대 정의(#MujeresxJusticia)’로, 리마, 아레키파 등의 도시에서 또 다른 대규모 행진이 있었다.

2. 여성 정책과 보수 기독교의 반발

이처럼 여성에게 가해지는 심각한 폭력 사태 앞에서 국제연합(UN)과 국제기구, 그리고 페루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새로운 제안, 정책과 입법을 추진하고, 다양한 형태로 사법적 조치를 강화해 왔다. 국제연합은 1979년 12월 총회에서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Convención sobre la eliminación de todas las formas de discriminación contra la mujer)을 통과시키고, 이 협약은 1981년 9월부터 발효되었다. 이 협약은 여성 차별을, “시민적 지위와 관계없이 여성의 인정, 향유 또는 행사를 손상하거나 무효로 할 목적 또는 결과를 갖는 성별에 따른 모든 차별, 배제 또는 제한”을 뜻한다고 명시했다(UN/Asamblea General 1979, article 1).

95년에는 앞서 말한, 제4차 세계여성대회가 국제연합 주최로 북경에서 열렸다. 2008년에는 미주국가기구(OEA)가 ‘페미사이드 선언(Declaración sobre el Femicidio)’을 공포해, 라틴 아메리카에서 행해지는 페미시디오의 심각한 현실을 인정하면서, 페미니시디오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가장 심각한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국제연합은 여성의 자율성, 여성의 권리와 자유에 관한 입법을 하거나 기존의 입법을 강화할 것을 회원국에 권고한다(Organización de los Estados Americanos/Comisión Interamericana de Mujeres 2008, 6-9).

한편 국제연합 산하 경제사회이사회는 2013년 ‘페미사이드에 관한 비엔나 선언(Vienna Declaration on Femicide)’을 발표한다. 이 선언은 회원국들에게, “여성을 보호하고 여성 살해를 예방하고 기소해야 하는 주의 의무와 관련하여, 국제 조약에 따라 여성 살해 예방을 개선하고, 폭력 생존자에게 법적 보호, 구제책 및 배상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적 이니셔티브를 실행하며, 일부 국가의 효과적인 경험을 본받아 여성 살해를 조사, 기소, 처벌하고 배상하기 위한 법률을 채택하고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UN/Economic and Social Council 2013).

그리고 유엔 총회는 2015년 9월 ‘세상의 변혁: 2030 지속 가능한 발전 의제(Transforming Our World: The 2030 Agenda for Sustainable Development)’를 결의안으로 채택한다.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지속 가능한 발전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17개 목표를 제시하는데, 그중 다섯 번째 목표로 ‘젠더 평등을 달성하고 모든 여성과 소녀들에게 권한을 부여할 것(Achieve gender equality and empower all women and girls)’을 촉구했다(UN 2015, 20).

페루에서는 2007년, 기회균등법(Ley de Igualdad de Oportunidades entre Mujeres y Hombres)을 선포한다. 이 법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자유로운 발전, 평등, 복지와 자율성에 대한 권리 행사를 보장하고, 나아가 국가가 공적이든 사적이든 모든 영역에서 남성이든 여성이든 모든 시민을 차별로부터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Congresso de la República 2007). 그리고 2011년 12월에는 형법에 페미니시디오 범죄를 구체적으로 적시한다.11)

또한 페루 여성부(Ministerio de la Mujer y Poblaciones Vulnerables)는 2012년 젠더평등계획(Plan Nacional de Igualdad de Género 2012~2017)을 발표한다. 이 계획은 국가의 공공 정책에 젠더의 관점을 주류화(transversalizar)하기 위한 것이고, 여성과 남성에게 평등을 보장하고 실질적인 방식으로 인권을 보호하며, 개인적, 집단적 잠재력과 능력을 차별 없이 온전하게 발전시키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Ministerio de la Mujer y Poblaciones Vulnerables 2012, 13).

2013년에는 페루 국회가 그 구성상 압도적으로 보수적인 상황에서도 성적 지향과 젠더의 정체성에 기반을 둔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킨다. 당시 우말라(Ollanta Humala) 대통령은 페루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 동수의 내각을 구성하기도 했으나, 같은 해 국회는 동성애자 결혼을 승인하기 위한 법안을 논의했지만, 가톨릭교회와 복음주의 교회가 주도하는 종교 의원단의 반대로 무산된다.

이처럼 여성들의 열악한 상황과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니우나메노스 등 여성운동이 활발해지던 2016년에 교육부는 젠더 평등의 관점을 도입한 ‘국가기초교육과정(Currículo nacional de la Educación Básica)’12)을 개정해 발표하자, 보수 기독교계가 크게 반발했다. 일종의 교사용 교육지침서인, ‘국가기초교육과정’ 개정안은 “평등한 기회와 시민권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사회에 장벽과 폭력을 생성하는 차별적, 인종차별적, 성차별적 관행에 맞서”고자 함이었다(El Comercio 2018). 이 계획에서 젠더 평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젠더 평등은 여성과 남성의 다양한 행동, 열망, 요구를 동등하게 평가하는 것을 뜻한다. 진정한 평등의 상황에서 사람들의 권리, 의무 및 기회는 성 정체성에 좌우되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사람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 발전을 위한 능력과 기회를 확장하고 이에 이바지할 수 있는 같은 조건과 가능성을 갖는다(Ministerio de Educación 2016, 23).

또한 여자아이들이 학업을 포기하는 원인인, 청소년 임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성적 교육을 강화하고자 했다(Cunha 2020, 12). 그러나 이 기초교육과정에 반발하면서 보수 기독교 세력들이 결집하고 이에 대한 격렬한 비판과 반대 운동을 지속해서 펼쳐간다. 먼저 보수 기독교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06년부터 2017년까지 페루 복음주의 국회의원들(congresistas evangelicos)의 정치적 담론을 분석한 베라멘디 리리온(Veramendi Lirion)에 따르면, 2016년 총선 기준으로, ‘늘 복음주의적 신앙을 표현하는’ 의원들은 네 명으로 목사가 두 명, 평신도가 두 명이다(2022, 83)13). 이들은 공적 무대에서 늘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젠더 이데올로기’를 비판한다. 이는 기독교 근본주의에서 오는 보수적인 담론에 기반을 둔 것으로 가족은 아버지와 어머니로 구성되고, 이 둘이 성서(창세기)에서 표명하는 바와 같은 가족을 구성한다고 주장한다. 창세기에서 남자와 여자로 창조되었고 남자와 여자는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다(Veramendi Lirion 2022, 104).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페루의 보수 기독교 의원들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그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한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경우 연방 하원의원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513명의 연방 하원의원 중 195명이 ‘복음주의의원단(Frente Parlamentar Evangélica)’에 속한 것으로 알려졌다(Câmara dos Deputados 2019).

두 번째 시민 사회적 정치 참여를 통한 보수 기독교인들의 반발은 2016년 11월 보수 집단과 종교 조직이 주도한 ‘꼰 미스 이호스 노 떼 메따스(Con Mis Hijos No Te Metas, 이하 CMHNTM)’ 운동에서 잘 나타난다(Pina 2017).14) 이 반대 운동은 리마에서 시작해서, 전국으로, 나중에는 라틴 아메리카 여러 나라와 다른 대륙으로 확산하였다. ‘꼰 미스 이호스 노 떼 메따스(Con Mis Hijos No Te Metas PERÚ-Oficial)라는 페이스북 그룹이 교육부의 국가기초교육과정 개편을 둘러싸고 정보를 공유하고, 활동과 시위를 조정하면서 시작하였다. 캠페인의 목적은 이 교과과정 개편을 철회하도록 요구하는 것이었다(Meneses 2019, 131). 페루의 CMHNTM는 2017년 기준 15만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Meneses 2019, 132).

이 운동은 공식적으로는 종교 색깔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두 개의 종교 단체, 즉 ‘전국가족수호협회(Coordinadora Nacional Pro Familia, CONAPFAM)’와 ‘가족구제재단(Fundación Salvemos a la Familia)’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 전자는 ‘기독교선교동맹(Iglesia Alianza Cristiana y Misionera)’ 교단 소속인 크리스띠안 로사스(Christian Rosas)가 설립한 것이고 후자는 특정 교단 소속이 아닌, 독립적인 오순절 계통의 아구아요 부부(Guillermo y Milagros Aguayo) 목사가 설립한 것이다(Amat y León Pérez y Betsabeth Giovanna 2021, 37).

게다가 CMHNTM 운동이 태동하게 된 출발점에, 리마 시 대형교회 목사들이 작성한 제안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세계적 차원에서 두 가지 큰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첫째, 여성의 성적, 재생산적 권리를 발전시키고 이를 사회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국제연합 등의 노력, 둘째 동성결혼, 혐오 문제의 사법화를 포함한, LGBTI의 권리 강화가 그것이다(Amat y León Pérez y Betsabeth Giovanna 2021, 37).

이들은 여성권을 강화하려는 국제연합 등 국제 사회의 노력을 ‘근거 없는 거짓말’로 단죄한다. CMHNTM 운동의 창시자인 크리스띠안 로사스는 ‘국가가 끝없이 해대는 거짓말에 넌더리가 나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물론 그 거짓말은 페루 정부가 기초교육과정에 도입하고자 한 젠더 평등을 의미할 것이다. 그리고 이 거짓말을 ‘국제적으로 담합한 거짓말(la mentira orquestada globalmente)’이라고 말하면서 일종의 음모론까지 들먹인다(Actuall 2019.02.18.). 이 음모론은 보수 기독교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표현인 것 같다. 예를 들어 교황청 가족평의회(Consejo Pontificio para la Familia)의 안토넬리(Ennio Antonelli) 추기경도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가진 한 모임에서, “유네스코(UNESCO)가 앞으로 20년 안에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을 동성애자로 만들 계획이다.”라고 주장했다(El País 2011.01.03.).

또한 식민화라는 표현도 사용한다. 세계 경제 엘리트들, 국제연합과 같은 국제기구들, 그리고 이들과 결탁하고 있는 세계화된 국내 엘리트들은 전통에 반하는 젠더 의제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식민화를 촉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Biroli 2019, 82). 따라서 이러한 국제적 음모, 식민화로부터, 생명과 가족을 보호하고 어린이들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의 교육에 국가가 개입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즉 아이들이 페미니즘 집단과 LGBTQ의 주요 표적이 되는 현실에서, 가족, 즉 부모들이 어린이 교육에 있어 주도권을 다시 찾아와야 한다는 것이다(Biroli 2019, 82).

CMHNTM 운동은 2016년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2017년 3월 집회에는 리마시에서 25000여 명이 모였고, 다른 도시에서도 집회를 개최하였다. 이들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국회의원들과 협력하여 2016년 12월 해당 교육부 장관을 사퇴시키고, 2017년 9월에는 그 후임 교육부 장관마저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 그 뒤 CMHNTM 운동의 외곽단체인 ‘행동하는 부모(Padres en Acción)는 학교 내 성교육을 금지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으나, 2019년 4월 페루 대법원은 교육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은 해당 소송을 기각하고, 그에 따라 국가 교육 과정에서 젠더 평등의 관점을 유지하도록 결정하면서, “국가는 미래의 시민들에게 모든 사람의 권리에 대한 무한한 존중을 교육하면서 헌법에 반하는 가치들을 근절할 의무가 있고”, 따라서 보다 더 평등한 사회를 추구하는 젠더 평등과 같은 관점이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Lovón 2019).

이처럼 젠더 평등을 둘러싸고 서로 엇갈리는 두 입장에 대해 일반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페루의 여론 조사기관 Ipsos의 전국여론조사에 따르면, ‘젠더 이데올로기의 관점을 촉진하는 것, 다시 말하면 남녀 어린이들이 같은 권리, 의무와 기회를 가지는 것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2017년 1월에는 94%가 찬성하고, 그해 3월에는 79%, 7월에는 85%, 2018년 6월에는 91%가 찬성했다. 다른 여론조사기관의 조사도 있지만, 어떤 여론조사도 반대가 찬성보다 많이 나온 결과는 없었다(Ojo-Publico 2019).

보수 개신교가 주축을 이룬 이 운동은 흔히 보수 개신교인들이 곧잘 이단이라고 비난하는 가톨릭과의 제휴나 연대도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비공식적인 차원에서는 그렇다. 예를 들어 시가행진을 기획할 때, 홍보 대상은 복음주의 교회 신자들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운동에 동의하는 가톨릭 대표들을 포함한다(Amat y León Pérez y Betsabeth Giovanna 2021, 37). 공식적 차원에서도 연대가 이뤄졌다. 예를 들어 2021년 대선의 결선 투표를 앞두고, ‘가톨릭주교회의(Conferencia Episcopal Católica)’와 ‘복음주의교회연합(Unión de Iglesias Cristianas Evangélicas del Perú-UNICEP)’15)은 시민단체들과 함께, 우파 후보 게이코 후지모리(Keiko Fujimori)와 좌파 후보 페드로 가스띠요(Pedro Castillo)에게 다른 국가 권력의 독립과 권한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페루 민주주의를 위해 엄숙한 선서를 하도록 공동으로 요청했다(France 24 2021).

보수 기독교의 이러한 ‘젠더 이데올로기’ 반대 운동의 이론적 토대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생명과 가족 수호(por Vida, pro Familia) 운동을 해 온 가톨릭교회 쪽에서 제공하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공식 문서에 ‘젠더 이데올로기’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1998년에 페루주교회의가 발표한 ‘젠더 이데올로기: 그 위험과 범위(La Ideología de Género. Sus Peligros y Alcances)’라는 문건이 중요하다(Biroli 2019, 78). 이 문헌은 그 부제(En base al informe “La desconstrucción de la mujer” de Dale O'Leary)에서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1995년 북경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논쟁을 일으켰던 올리어리라는 미국 가톨릭 연구자의 논지를 계승하고 있다.

주교회의의 문서에 따르면, 제4차 유엔세계여성대회에서 주도적이었던 젠더적 관점에 대해, 가톨릭국가들과 교황청 대표들은 이 관점을 잘 몰라 혼란스러워했고 “동성애적 지향성과 정체성이 포함된, 용납할 수 없는 의제” 등을 감추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Conferencia Episcopal Peruana/ Comisión ad hoc de la mujer 1998).

북경회의가 “정부와 여타 행위자들은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여성과 남성에 미칠 수 있는 효과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젠더적 관점을 모든 정책과 프로그램에 반영시키기 위한 적극적이고 가시적인 정책 수립을 촉진해야 한다”(ONU Mujeres 1995, p. 147)고 명시한 이후, 북경선언과 그 행동강령은 “UN 회원국을 비롯하여, EU, 북유럽 각료회의, OECD, 유럽 의회 등 많은 국가와 다양한 국제기구의 승인을 얻었고, 지난 10년간 성평등 정책을 지배하는 표준적 용어로 자리 잡았다.”(마경희 2007, 46).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교회의는 무지와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이미 표준적 용어로 자리를 잡은 젠더적 관점을 젠더 이데올로기라 칭하며 이 관점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를 비판하는 문서를 채택한다. 결국 무지와 막연한 두려움을 털어내기에는 지나치게 협애하고 편협한 선택을 한 셈이다.


Ⅳ. 보수 기독교의 정치 참여와 민주주의

민주적인 사회는 개인의 평등성을 전제로 한 다원적 사회이고, 이 사회에서 모든 성원이 동일한 가치나 이념을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각 성원은 자신의 고유한 전통이나 종교에 어긋나는, 특정 정책을 비판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뜻을 같이하는 대중을 모아 거리 시위를 펼치며 그럼으로써 정부에 압박을 가하여, 페루의 사례처럼 해당 장관을 해임하고 법원에 제소하여 사법적 판단을 구하는 것은 민주적인 가치와 절차 내에서 이뤄지는 일이다.

생명과 가족이라는 기치 아래 성적 차별과 혐오 그리고 거기서 비롯되는 폭력을 종식하려고 교과과정의 개편에서 젠더 관점을 도입한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운동을 주도했던 보수 기독교도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이러한 민주적인 가치와 질서에 동의한다. 예를 들어 앞서 본 바와 같이, 2021년 가톨릭주교회의’와 ‘복음주의교회연합’이 시민단체들과 함께, 대선 후보들에게 민주주의를 위해 엄숙한 선서를 요청한 것이 그 경우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식적 요청과 달리, 실제로는 자신들의 특수한 종교적 가치를 관철하기 위해 때로는 이러한 민주적인 가치나 질서를 무시하거나 반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보수기독교 인터넷 플랫폼인 ‘페루는 생명을 옹호한다(Perú Defiende la Vida)’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들의 가치나 지향과 일치하는 국회의원 후보들에 대해 지지를 호소하면서 명단을 게시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과정에서 그들이 보인 태도이다. 즉 그들은 생명과 가족을 옹호하는 것은 타협의 여지가 없고, 공익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생명과 가족을 일관되게 지지하는 국회의원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면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교육부, 법무부, 보건부, 여성부와 같은 ‘이념적으로 편향된’ 정부 부처를 감독하라고 주문한다(Perú Defiende la Vida 2020). 달리 말하면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나, 실제로는 자신들의 특수한 가치를 보편적 가치로 둔갑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타협의 여지가 없는 절대선으로 상정한다. 나아가 자신들의 특수한 가치를 옹호하고 관철하기 위해 공직조차 서슴지 않고 활용하려고 한다.

보수 기독교의 정치 참여가 한 사회의 민주주의에 역행함은 브라질 사례나 아르헨티나 사례에도 잘 드러났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초기 종교적 평등에 관한 이슈에서는 “종교나 문화의 다원적 상황에 기반을 둔 사회의 민주화에 일조”했으나, 성 평등에 관한 이슈에서는 신정주의적이고 이분법적인 관점에서 “다른 문화나 종교 전통을 경시하거나 배척하는 배타주의적 태도”를 보여 “민주적 질서와 가치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다른 사람들의 인권이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김항섭 2021, 81).

미국의 정치학자 웬디 브라운(Wendy Brown)은 미국의 사례를 통해 보수 기독교가 신자유주의와 결합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분석한 바 있다. 즉 신자유주의적 합리성과 신보수주의적 합리성이 만나면서, “민주주의의 의미를 탈취하여, 영구적이고 극단적인 계급 분열, 관리되고 매매되는 정치 생활, 기업과 통치 엘리트의 연계에 집중된 권력, 제국주의적 국가주의를 승인할 뿐만 아니라 ... 민주주의의 기초를 파괴”한다고 보았다(2006, 691-2).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탈민주화 효과는 신보수주의 거버넌스의 권위주의적 특성에 토대를 두고 있고, 여기서 종교 담론에 따른 정치적 동원이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한다(Brown 2006, 705-6).

그전에도 개신교인들의 정치 참여는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70, 80년대에 라틴 아메리카에서 활발하게 전개된 해방 그리스도교적 맥락에서 진보적인 개신교들의 정치 참여이다. 그러나 최근에 활발해진 보수 개신교들의 정치 참여는 참여의 동기, 방법, 목적에 있어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특히 민주주의와 관련해 볼 때 그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60년대 후반부터 80년대까지 활발하게 이뤄진 진보적인 그리스도교인들의 정치 참여는 여러 가지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군사정권 아래서 민주적인 가치와 질서가 중단 또는 제한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고유한 종교적 전통과 가치에서 출발하여 민주주의의 회복 또는 정착과 인권 옹호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한 것이라면, 보수 기독교의 정치 참여는 기본적으로 민주적이고 다원적인 질서 아래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거나 차별받는 여성들에 대한 살해, 폭력, 실종 등의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한 교육 정책이 자신들의 특수한 종교적 가치와 맞지 않는다고 해서, 이 정책을 수정 또는 폐기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비롤리(Flávia Biroli)는 1970-90년대 젠더 평등의 의제가 민주 체제의 확장 과정에서 기회를 발견했다면, 2000년대 이 의제에 대한 보수 기독교의 반발은 반대 의미에서, 즉 민주주의적 퇴보의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나면서 확장하였다(Biroli 2019, 76-77)고 분석한다. 따라서 보수 기독교의 반발은 결국 평등을 위기에 빠뜨리면서 민주주의를 제한한다는 것이다(Biroli 2019, 77).

전자는 특수한 가치에서 출발하여 공적, 보편적 가치의 구현을 지향한 것이라면, 후자는 자신들만의 특수한 사적 가치를 절대 기준으로 놓고 공적 지향이나 가치를 그 사적 가치에 굴복시켜 다원적 사회에 요구하는 셈이다. 여기서 자신들의 종교적 가치만을 비타협적으로 고집하는 배타적인 관점이나 태도가 나온다. 미게스 보니노는 이 점에 대해 경고한다. 다시 말하면 복음주의 교회가 정당 정치에 참여할 때 생기는 위험 또는 유혹에 대해 지적하면서, “국민의 선을 위해 참여해야지, 교회에 특별한 혜택, 특권 또는 편의를 얻기 위해 참여하면 안 된다.”(Míguez Bonino 1999, 14)고 강조한다.

민주주의가 전제하는 평등성은 불가피하게 성원 간의 이해 충돌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성원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주어진 권리를 존중해야 함을 뜻한다. 그러나 보수 기독교의 기초교육과정 반대 캠페인이나 운동에는 자신들과 다른 종교나 전통을 가진 이들에 대한 이해나 존중을 거의 찾아볼 수 있다. 앞서 보았듯이 기초교육과정 개편은 페루에서 여성 살해, 폭력, 실종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의도로 젠더 평등과 여성의 성적, 재생산적 권리, 성 소수자의 보호라는 지향을 담았다. 그러나 보수 기독교의 운동에는 여성들의 이러한 참상을 직시하거나 그 원인을 찾아보거나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이, 그저 자신의 종교적 전통이나 가치를 다원화된 민주 사회에 강요하려고 할 뿐이다. 여성 혐오 살해라는 참담한 현실에 분개해서 일어난 ‘니 우나 메노스’ 운동이 페루 전역을 강타한 지 불과 몇 개월 뒤에, CMHNTM 운동이 일어났다는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특수한 종교의 경전과 전통에서 비롯된 가치나 관점을, 다양한 전통과 가치들이 공존하는 다원적인 성원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종교적 가치와 어긋나는 다른 성원들을 민주 사회의 일원으로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성원들 사이의 갈등이나 분쟁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민주적인 방식으로서 토의를 통한 합의가 불가능해 보인다. 이처럼 다른 성원들을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종교적 신념을 절대화하기 때문이다. 절대적이기 때문에 타협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자신과 다른 종교나 문화와의 열린 대화나 토의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절대적 기준은 종교적 신념뿐만 아니라, 그 종교를 믿는 신자들에게까지 적용하기도 한다.

미게스 보니노(José Míguez Bonino)는 복음주의자들이 정당 정치에 개입할 때 ‘우리는 신자들이기 때문에 부패하지 않는다’는 환상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영적 전쟁의 관점에서 적과 나를 나누고 자신들은 절대적 선의 가치를 갖기 때문에, 부패라는 부정적인 가치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복음주의자들도 죄에 빠질 수 있는 인간이고, 따라서 스스로 거룩하다고 믿는 것은 교만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Míguez Bonino 1999, 14).

이는 페미니즘에 대한 보수 기독교의 몰이해로 이어진다. 페미니즘이 무엇을 주장하든, 그 현실태가 어떻든, 그 지향이나 성과는 무엇보다도 민주주의의 확장, 심화 과정에 비추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알다시피 민주주의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차별받는 소수자의 권리를 긍정하고 확장해 왔고, 페미니즘은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에서 소외된 소수자였던 여성의 인권을 옹호하고 그 권리를 확장하는 운동이었다. 그런데도 보수 기독교는 이러한 역사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동시대적 관점에서 페미니즘을 남성의 권리에 대한 도전 정도로 깎아내리고 왜곡하고 있다.


Ⅴ. 결론

2010년대 중반 이후 라틴 아메리카에 우파 정권이 연달아 등장하는 데는 이른바 ‘젠더 이데올로기’ 반대를 매개로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모색해온 보수 기독교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페루도 이와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여성에 대한 폭력, 실종, 심지어는 혐오 살해가 버젓이 자행되는 현실에서 국제연합을 비롯한 국제기구나 페루 정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페루의 여성운동도 페루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하는, ‘니 우나 메노스’ 시가행진을 벌여 관련 당국의 관심과 입법을 촉구했다.

이에 페루 교육부는 2016년에 국가기초교육과정에 젠더 평등의 관점을 도입하는 개편안을 발표한다. 이에 보수 기독교는 소셜 미디어를 매개로 한 CMHNTM 운동을 통해 이 개편안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운동을 펼쳐나간다. 이들은 젠더적 관점을 일종의 음모론, 또는 식민화라는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해 비판하며, 아이의 교육을 부모에게 맡기라면서 공교육을 부정한다. 보수 기독교는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사법적 판단을 구하지만, 오히려 대법원은 교육부의 취지를 받아들인다. 국민의 여론도 대다수가 젠더적 관점에 긍정적인 답을 한다.

보수 기독교의 이러한 정치 참여는 70, 80년대 진보적인 기독교의 정치 참여와 차이를 보인다. 후자가 민주주의가 중단, 또는 제한된 상황에서 민주주의의 회복과 인권 옹호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한 것이라면, 전자는 민주주의를 확장, 심화하기 위해 여성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는 교육 정책에 반대하면서, 자신의 특수한 가치를 다원적인 민주 사회에 강요하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퇴행, 또는 퇴보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모든 사회 성원의 동등성을 전제로 하는 민주 사회에서 열악한 상황에 놓인 여성들의 현실을 이해하고 문제의 원인을 찾아보거나 이를 해소하려는 어떤 노력도 기울임이 없이 배타적으로 자신들의 가치나 기준만을 주장하고 강요하려고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성원 간의 갈등이나 분쟁을 토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민주적 방식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이러한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태도 때문에 페미니즘이 왜 일어났는지, 여성의 현실이 어떤 것이고,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별 관심이 없다. 따라서 페미니즘의 지향이나 성과가 무엇보다도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차별받는 소수자의 권리를 긍정하고 확정해 온 민주주의 역사의 일부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자신들의 전통과 가치를 위협하는 마르크스주의의 아류 정도로 매도할 뿐이다.


Notes
1) 브라질 정치학자인 다 실바(Da Silva)는 현시점에서 볼 때 이젠 이러한 우경화 주기가 끝나고, 2021년 12월 칠레에서 가브리엘 보릭(Gabriel Boric) 대통령, 2022년 콜롬비아에서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 대통령, 같은 해 브라질에서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Inácio Lula da Silva) 대통령이 각각 당선되면서, 새로운 핑크 타이드 주기가 시작된 것으로 평가한다(2022).
2) 민주주의의 이러한 기본 원리에 관한 좀 더 상세한 논의는 김항섭(2020, 10-13) 참조.
3) 출처: 페루 통계청(Instituto Nacional de Estadística e Informática)의 1993년, 2007년, 2017년 인구조사 자료를 정리하고, 이 자료에서 빠진 부분은 마르잘(Marzal 2002, 23-24)을 참조했다. 표에서 ‘기타종교’는 유대교, 이슬람, 여호와의 증인, 불교, 동방정교회 등을 포괄하는 수치이다.
4) 1964년 스페인의 아르겔로(Kiko Arguello)와 에르난데스(Carmen Hernandez)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부응하여 설립한, 성인들의 신앙 교육을 위한 가톨릭 단체이다.
5) 개신교의 유형 분류에 대해선 다음 논문 참조: Schäfer 1992, 265; Míguez Bonino 1995, 7; Marzal 2002, 34-40; Fonseca 2018, 35-38.
6) 흔히 이를 ‘비정치주의(apoliticismo)’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보수 개신교는 사회적, 정치적 사안에 무관심하고, 단지 복음화의 과제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7) 떼요(Kevin Tello)는 이를 정당 정치화(politización partidaria)와 보수 반동적 정치화(politización reactiva)로 나눈다. 반동적 정치화라고 한 것은 “성적, 재생산적 권리, LGBT의 권리들을 위한 정책들에 대한 반동, 반작용”이고, “몸, 성, 가족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을 보존하고자 하므로” 보수적이라고 본다. 또한 그는 이 두 가지 형태 중 정당 정치화는 실패했고, 보수 반동적 정치화가 상대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한다(2019, 17). 그러나 보수 반동적 정치화라는 표현은 다소 이념적으로 특정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이념보다는 참여 방식에 초점을 맞춰 시민 사회적 참여 형태라 이름하고자 한다.
8) 개신교 의원 총수에 대한 집계는 연구자마다 17명에서 20명으로 다소 편차를 보인다(Julcarima-Álvarez 2008, 388-9).
9) ‘페미시디오’인가 ‘페미니시디오’인가의 논쟁은 이순주(2020, 67-68) 참조.
10) 페루 『어린이와 청소년법(Código de los Niños y Adolescentes)』 1조에 따르면, 잉태부터 12세까지를 어린이(niños)라 한다.
11) 2007년 코스타리카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18개국이 페미니시디오를 형법이나 특별법에 범죄로 명시한다(이순주 2020, 70).
12) 여기서 기초교육과정은 세 단계, 즉 6세까지의 유치원 교육(educación inicial), 12세까지의 초등 교육(educación primaria) 그리고 17세까지의 중등 교육(educación secundaria)을 포괄한다.
13) 그러나 언론 보도는 다른 수치를 제공한다. 라틴 아메리카 전체 지역을 아우르는 보수 기독교 국회의원들의 조직으로 2017년 창립된, ‘라틴아메리카의원회의(Congreso Hemisférico de Parlamentarios)’가 있는데 창립 당시를 기준으로 200여 명이 넘는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고, 그중에서 페루 국회의원은 1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Ojo-Publico 2018).
14) 이와 달리 꾸냐(Cunha)는 이 운동이 같은 해 12월에 시작된 것으로 본다(2020, 12).
15) ‘젠더 이데올로기’ 문제는 또한 복음주의 교계의 내부 분열을 일으키기도 했다. 복음주의 교회들은 1940년에 설립된 ‘전국복음주의협회(CONEP)’라는 연합기구를 출범시켰으나, 2004년에 협회가 종교 평등 문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자 이에 불만을 품고, 카리스마적 개신교 교단들이 탈퇴해 ‘복음주의교회연합(UNICEP)’를 창립한다. 이러한 교단 연합 기구의 분열은 2017년에 ‘페루복음주의연맹(Federación Evangélica del Perú-FEP 또는 FedelPeru)’이라는 또 다른 연합기구가 창립되면서 더 심화된다. 이번에 이슈는 CMHNTM였다. 새 연합기구에는 하나님의 성회(Asambleas de Dios del Perú-AADD), 세계선교운동(Movimiento Misionero Mundial-MMM) 등 다섯 개의 대형 교단이 참여하는데, 그중 두 교단은 전국복음주의협회에서 탈퇴했다. 협회가 이 캠페인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교단연합기구로서 페루복음주의연맹은 페루 복음주의 교회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이고 근본적인, 따라서 젠더 이데올로기 비판과 반대에 가장 적극적인 교회들의 모임으로 평가받는다(La Mala Fe 2021; Fonseca 2020.5.20.).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19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9S1A5A2A03038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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